열린 트레일 870

시애틀의 거친산, 야생의 숲에서 원 없이 놀다

기쁨이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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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시애틀 삶/한가로운 일상

2021. 5. 10.

지난번에 이 곳을 갔을 때 독수리 20여 마리를 볼 수 있었지만,

멀리 떨어져 있어 표준 줌렌즈로는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나라님이 쓰라고 준 돈으로 망원렌즈 (탐론 100-400mm)를 구매하였고, 시험 삼아 독수리를 담으러 출동하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 많던 독수리가 오늘은 딸랑 한 마리뿐이다.

그마저도 하늘 높이 빙빙 돌다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묵직한 망원렌즈를 메고 모래밭을 5 마일 (8 Km)쯤 걸어 들어왔는데 사진에 담을 것이 마땅치 않다.

망했다. ㅎㅎ

 

허탕치고 나오는 길에 멀리 떨어진 등대를 담아 보았다.

손으로 들고 찍어 흔들린 점은 있겠지만, 셔속이 빠르고 손떨방도 있는데 예상대로 화질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탐론을 구매한 것은 비교적 가볍고, 가격 착하고, 화질도 이 정도면 됐지.)

 

땡볕에 모래톱을 걸어 나오는데, 밀물이 시작되어 태평양 파도소리가 요란하다.

모래톱이 끝나고 숲으로 바뀌는 곳에서 미국 할머니를 만났다.

거동이 불편한지 양 손에 지팡이를 든 분이 바다를 보더니 하던 말

'어메이징'

그분에게는 이 바다가 '어메이징'한 풍경이다.

 

내가 뒤를 돌아보았지만, 땡볕에 걸은 그저 그런 바다일 뿐인데...

조금 다른 점은 바다 가운데로 모래톱이 5.5 마일 (8.9 Km)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어메이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미국인들 표현이 그럴 수도 있고, 할머니 개인 사정을 몰라서 왜 '어메이징'한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어메이징'한 풍경이고, 기쁨을 엿볼 수 있었다.

나는 독수리를 사진에 담으려다 허탕 친 날이고, 맑은 하늘이 땡볕으로 느껴졌을 뿐인데.

 

아차!

태평양의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했던 것을,

맑은 하늘에 선선한 날씨가 걷기에도 좋았던 것을,

아직 물기가 남아있는 단단한 모래밭이 발이 빠지지 않아서 좋았던 것을,

독수리를 사진에 못 담은 것은 내 탓도 아니고, 독수리 맘대로 인 것을,

 

어떤 분에게는 '어메이징'한 풍경이고, 나는 '망했다'라고 생각할 뻔했습니다.

기쁨이란 것은 지갑처럼 항상 가슴속에 있는 것, 

소중한 하루를 보내며 다시 기쁨을 꺼내 봅니다. 

 

 

 

Dungeness Spit @ Sequ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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