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트레일 870

시애틀의 거친산, 야생의 숲에서 원 없이 놀다

실패한 눈길산행, Excelsior Pass Snowsh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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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박한 시애틀 삶/산 이야기

2022. 4. 26.

그나마 눈사태나 조난을 당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산행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다음날 아침에 보니 눈이 퉁퉁 부었네요. 

 

 

<산행 상황>

4월 말에 눈길 산행을 하였으며, 등산로 입구에서 약 1 마일 지점부터 눈길이 시작되었고 산 위에는 온통 눈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2 - 3 미터쯤 눈이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산행 거리는 8.4 마일 (13.5 Km)이고, 오르는 높이 3,550 피트 (1,082 m), 산 높이는 5, 614 피트 (1,711 m)인 눈길 산행 치고는 쉽지 않은 곳입니다. 보통 봄철에는 눈이 무너져 내리는 등의 위험이 더 커서 눈길 산행을 피하고 있지만, 올 4 월에 눈이 많이 와서 대부분의 산에 눈이 쌓여있고, 몇 년 전 여름에 올라보니 정상에서 전망이 좋아서 시도하였습니다.

 

서북미 눈사태 센터 (Northwest Avalanche Center)의 눈사태 위험 등급은 일주일 전 '낮음 (Low)'에서 현재는 '등급 없음 (No Rating)' 상태입니다.

 

 

<산행 진행>

설피 (Snowshoe)와 아이젠 (Micro Spikes)을 가지고 출발하였고, GPS는 켜 놓았습니다. 산행 계획은 12시까지 산을 오르고, 늦어도 1 시부터는 하산을 할 예정이었고, 산행 중에 눈사태 징후가 보이면 바로 하산하기로 하였습니다.

 

등산로 입구 근처

 

 

 

등산로 입구에서 약 1 마일 지점부터 눈길이 시작되었지만, 십 여개의 발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산행 중간지점은 눈이 1.5 미터쯤 쌓여 등산로 흔적이 보이지 않았지만, 발자국이 GPS 지도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눈이 살짝 얼어 발이 많이 빠지지 않아 아이젠 (Micro Spikes)을 사용하였습니다.

 

 

등산로 입구부터 3 마일 지점을 지나며 급경사가 시작되었고, 나무에 리본이 묶여있어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지도 출처 : All Trails 앱, Excelsior Pass Trail

발자국을 따라가다 GPS를 보니, 여름철 등산로 (빨간색)에서 벗어나 급경사 (파란색 화살표)로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급경사를 오르기 힘들었고, 너무 가팔라서 어떤 산객이 미끄럼을 타고 하산한 곳은 발자국이 없어졌습니다.

 

개활지가 시작되면서 산 정상이 보이는데, 눈이 햇볕에 녹아서 발이 푹푹 빠집니다.

 

개활지 급경사

개활지 급경사에서 어떤 때는 발이 무릎까지 빠졌고 갯벌처럼 발을 빼기 힘든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상이 멀지 않고, 설피 (Snowshoe)로 갈아 신기 귀찮아서 그냥 아이젠 (Micro Spikes)으로 급경사를 올랐습니다. 설피는 하산할 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Mount Shuksan

 

위 사진은 아래 지도의 갈림길 'B 지점' 근처이고,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산행 목적지인 Excelsior Peak입니다.

 

지도 출처 : All Trails 앱, Excelsior Pass

지도의 빨간색 선은 여름철 등산로이며 현재 A 지점부터 Excelsior Pass 까지는 발자국이 한 개도 없습니다. 급경사 눈사태 위험지역이라서 겨울철에는 이리 다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초록색 경로는 전망대 가는 길이고, 파란색 점 위치가 제가 있던 곳입니다.

황토색 등산로가 계획하였던 겨울철에 Excelsior Peak 가는 길입니다.

 

 

<실패한 눈길 산행>

일견 '나쁘지 않은 산행 같다.'라고 말하는 분도 있겠지만, 제 생각은 실패한 눈길 산행입니다.

 

실패는 '이 정도 눈길 산행은 경험이 많아 봄철에도 문제없다'라고 계절을 무시한 자만에서 시작되었고, 발이 많이 빠지기 시작하면 정상이 빤히 보여도 설피를 신어야 했는데 판단 착오가 있었습니다.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체력은 떡실신 수준이 되었고 산행 시간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목표했던 Excelsior Peak 정상이 왕복 1 Km 정도 남았지만 급히 목적지를 가까운 전망대로 바꾸기를 잘했습니다.

 

산 위에서 한 명도 만나지 못했고 전화 신호도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탈진되면 심각합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고, 점심을 먹으러 서둘러 안전한 지역으로 하산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이젠을 신은 채로 하산하는 길에 급경사에서 발이 미끄러지고 눈에 더 빠져서 결국 뒤꿈치가 까졌네요.

 

계절을 무시한 자만과 번거로움을 피하려는 작은 실수 때문에 큰 위험에 처할 뻔했습니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산행은 항상 조심스럽습니다.

 

 

Excelsior Pass Snowshoe @ Mount B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