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에 내 마음 내 생각을...

양은영 2008. 11. 5. 20:11

 

 

 

아침에 일부러 ㅅ 거리를 걸었다. 출근시간 대의 사람들은 생동감이 있다.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걸어가는 신사도, 감은 긴 머리가 아직 채 마르지도 못한 채 걸어가는 바바리 코트를 입은 아가씨도.

 

편의점 앞 손님용 의자에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거렁뱅이가 눈에 들어온다. 목욕 깨끗이 해서 때 빼고 옷 잘 입혀 광 내놓으면 그럭저럭 삶의 대열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회인으로 봐줄만한 얼굴이다. 처음부터 거렁뱅이는 아니었겠지. 언제 어느 때, 삶의 우울이 무기력이 찾아와서-나는 정상적인 삶을 이탈한 대부분의 이유를 우울이나 무기력으로 본다, 그 정신적인 우울이나 무기력에서 경제적인 결핍이나 절망도 찾아온 것으로 보므로...물론 우울과 무기력은 내면적인 문제 같아 보여도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외부에 있겠지만-저리 삶이 퇴색해 버린 것인지.

 

휴, 남말 하지 말자. 굶어 죽지 않고 보통의 삶을 사는듯 보이는 나도 내면은 저 거렁뱅이처럼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퇴색되어 있으니...

 

어쨋든 거렁뱅이들은 부지런하다.(?) 밤의 화려하고 현란한 거리에서 거렁뱅이를 발견한 적보다 아침 출근시간 대의 거리에서 거렁뱅이를 발견한 적이 더 많으니. 이것은 나에게만 보인 개인적인 현상일까, 내가 유독 아침 거리에서 거렁뱅이를 발견한 적이 많은 것은? 그러나 곧 나는 이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 조금 후에 다시 내 앞을 지나는 또 한 사람의 거렁뱅이를 지나치면서. 이번 거렁뱅이는 유난히 짐이 많았다. 그 짐 안에 무슨 잡동사니들이 많을까, 궁금...또 궁금.

 

ㅅ 거리를 조금 걷다가 공원에 들어갔다.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을 타고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

숲속 나무 아래서 오로지 한 나무만을 향해 두 손을 들고 이리저리 몸을 재는 듯한 자세를 하는 남자를 보았다. 더러 이상한 눈으로 그를 힐끗거리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 그는 기 수련자 같다. 아침의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폐속 깊이 들어마시며 그런 자세를 하고 집중을 하다보면 기 수련자가 아니라도 기가 팍팍 들어갈 거 같지 않은가.

 

가을 아침의 햇살은 그 빛의 힘이 미약해서 슬프도록 쓸쓸한 기분이 들지만-햇빛이 약하면 슬프고 쓸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일까-나는 일단 햇살을 좀 받기 위해서 의자에 앉았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고 차가운 의자의 감촉. 바닥에 버려진 검은비닐봉지에 뭐가 들었는지 그 안을 부리로 헤집는 까치가 그 나마 나의 쓸쓸함을 달래준다. 가방 안에 있는 땅콩이 생각나서 몇 개 던졌는데, 몇 발 도망가다가 접근해서 땅콩을 하나, 둘, 셋...여섯 개나 저장해서 가까운 나무 아래로 이동을 했다. 처음에 나는 까치가 그렇게 빨리 땅콩을 집어 삼키나 놀랐는데, 그게 아니고 저장을 해서 다른 곳에서 먹으려는 속셈이었나보다. 곧 이어 또 다른 까치 한 마리가 접근하더니 땅콩을 입속에 저장을 해서 날아간다. 나는 가방 속의 땅콩을 모두 꺼내 바닥에 던져주었다. 접근하는 까치가 내 몸짓에 놀라 도망하지 않도록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면서...

두 마리의 까치는 번갈아가면서 바닥의 땅콩을 입속에 저장해 날아가서 다른 곳에서 맛나게 냠냠~ 먹었다.

이때 어디선가 참새 한 마리가 나타났다. 나 때문이 아니고 커다란 까치 때문인지-인 것이 분명하다-쉽사리 접근을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땅콩 한 알을 입에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그 한 알에 만족하고 포르르~날아 올랐다. 작은 참새의 부리엔 땅콩 한 알도 커보였다. 커다란 까치는 땅콩을 여섯 개나 저장하던데......

커다랗고-물론 참새와 비교해서-검고 하얀 색이 대비된 까치와 노랗고 작은 참새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점이 나를 즐겁게 했다.

 

공원의 풍경을 조금 더 적고 싶지만 일반적인 거 같아서 생략한다. 물들어가는 노란 은행나무 잎들과 말라 떨어지는 가을 나뭇잎 등등...자연의 모습은 글에 담을수록 그 가치를 상실해 가는 거 같지 않은가.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모습을, 변하는 계절의 모습을 그 감동을 온전하게 글에 담을 수 있겠는가. 그냥 그대로 두자. 자연 그대로...

언젠가 그런 자연의 모습을 조금은 만족하게 글에 담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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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인가봐여.. <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30.gif" value="^^" />*

정말 무기력이란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네여.. ㅡㅡ;
저도 그런 기분이 어떤건지 넘 잘 알거든여..
세상 모든 사람이 무기력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잘 보고 갑니다.. <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124.gif" value="빵긋" />
글을 적는 것이 좋은 게요..지난 글 보면서 그때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요...무기력은 정말 끔찍한 거죠...
어떻게 여기까지.....<img src="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exticon30.gif" val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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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가 조으네요!ㅋ
감사해요, 청솔가지 님, 덕분에 저도 한 번 읽어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