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

양은영 2011. 4. 11. 09:10

 

 

라면이 몸에 안좋다는 말도 있지만, 라면만큼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는 음식이 또 있을까? 간편하기도 하고 맛도 좋고, 온갖 종류의 라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맛으로 골라 먹을 수도 있고.

깊은 밤에 티비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다가, 출출해서 뭔가 먹을까 하고 주방을 살펴보면 반드시 반갑게 맞아주는 라면. 끓여 먹어도 맛있지만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라면, 가끔 딸이 스프를 뿌려서 맛나게 먹기도 하는 라면이여!~

 

초등학교 시절 라면은 거의 환상의 음식이고 간식이었다.

나는 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몇 학년 때인지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고향에-익산-삼양라면 공장이 생겼다. 그건 뭐 그 도시 사람들에게 거의 경사였다. 서울로 가서 공장을 다녀야 하는 상당수의 처녀들을 흡수시켜 주었던 삼양라면 공장은 고향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입에 늘 오르내렸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한 언니가 과자공장을 다니면서 설탕 잔뜩 묻는 과자를 가져오면 반가웠는데, 제발 언니가 라면공장으로 취직을 해서 라면 좀 얻어먹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날,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나를 슬슬 피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 피했다. 반 아이들 전체가 그랬다. 나는 모르게 뭔가 은밀히 추진하는 분위기였고, 반장에게 조그만 꾸러미를 전달하다가 내가 보면 감췄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선생님이 나를 남으라고 하셨다. 그리고 몇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가라고 했다. 아이들 손에는 쌀과 라면 상자가 들려있었다. 우리집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선생님과 반 아이들이 나 모르게 모금을 한 것 같다.

고맙긴 했지만 사는 곳이 초라해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자존심도 있었고, 찾아온 아이들에게 먹을 것 하나 대접할 수 없어 슬펐는데, 아이들은 수돗가에서 수돗물만 한모금씩 먹고도 즐겁게 놀다가 돌아갔다.

 

그 날 저녁, 평소에 내게 달갑게 대하지 않던 언니4가 얼마나 살갑게 대하던지. 나를 통해 들어온 라면이니 내 허락을 받고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라면 하나씩을 가지고 밖에 나가 먹고 오자고 했다. 언니랑 같이 어둠이 내리는 공터에 앉아 라면을 부셔서 입에 넣고 씹는데, 얼마나 그 맛이 좋던지. 먹을 게 없어 으르렁거리던 자매간은 생라면을 나누어 먹으며 자매간의 돈독한 정을 확인했다.

 

얼마 전에는 선생님의 체벌 이야기를 써서, 어릴 때 내게 잘하던 선생님들께 은근히 죄스러웠는데, 사실 나는 누구보다도 선생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은 적이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반에서 어려운 학생이 있으면 반드시 자비로 소리없이 돕거나, 모금운동을 했다.

 

일기장을 다 쓰면-그때는 일기장 검사를 했다-예쁜 노트를 내밀며 더 열심히 일기를 쓰라고 하시던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여선생님의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토록 먹고 싶던 라면을 처음으로 먹게 해주신 선생님.

고마워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작년에 써둔 글인데요, 좀 고쳐서 올리려다가...요즘 글을 자주 못올리는 것 같아서 그냥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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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이 그런일이 많아죠...

선생님의 말 한마디...

육성회비 못낸사람....
부모님 안계신 사람....
하다못해 부모님 학력 까지도....

올리고 내리던 손....
그래도 그땐 자살 이라고 몰랐는데....

무한경쟁의 시대...
넘 안타까운 일들이 더 슬프게 합니다...

행복한 한주 보내세요...~_^
요즘은 부모와 자식 사이도, 스승과 제자 사이도 다 삭막한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무섭죠.
어렵고 배고팠어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정은 예전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죠? 깜부 님.
깜부 님도 행복한 한 주 여시기 바랍니다~
맞아요...
그떈 다 베고프고...
흙먹고 커도...
낭만과 정과 꾸밈없는 웃음이 있었던거 같습니다...

음악에 묻혀 보여지는 그날이
왠지~~ 더 그리워 지는 오늘 입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_^
잔잔하게 쓴 이야기...감동입니다.
나는 한국전쟁(그 때에는 육이오 동란이라고 했지요) 후 바로 학교를 다녔는데 그 땐 정말 너 나 할것 없이
먹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때였습니다. 보릿고개란 말도 그 때에 나온 말일거고...쑥버무리며 송구떡이라고
소나무 껍질 벗겨 물에 욹여내어 부드럽게한여 밀자루로 버물러 만든 떡을 도시락으로 싸서 학교엘 다녔으니...
도시락(그 때는 밴또라고 했슴)을 등뒤에 질끈 매고 뛰면 딸랑 딸랑 소리도 나고...
(책가방이 없었던 시절이라 보재기로 책을 싸서 등에 짊어지고)...

지난 주말 고향에서 열기고 있는 대가야체험축제에 다녀왔어요. 마침 9일장날이라...
봄 한아름 안고 손에는 친구들이 바리바리 싸준 것들을 낑낑대며 가지고 왔어요. 그런데 마음이 울적한것이...
내가 다닌 초등학교(예전에는 국민학교라 했슴)가 금년 졸업생을 마지막으로 폐교되어 버렸었어요. 친구들과
읍네서 10리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서 교정 한바퀴 돌고 사진찍고...상념이 일더이다.
금년에 다시 전체가 모이자 하고 왔는데...아직 가슴이 시립니다.

가을님의 이야기가 새삼 그 옛적 일들을 생각나게 합니다.
평화롭기를!
몽재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의 글 사연 하나에 몽재 선생님은 수많은 사연을 떠올리셨군요.
저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 등에 빨간 가방을 메고 갔던 것 같아요. 책을 보재기에 싸서 허리에 메고 다니던 이야기는
언니들한테 들었답니다. 도시락을 메고 다니던 이야기도요^^

몽재 선생님 다니시던 초등학교가 폐교 되었군요..ㅠㅠ
그래도..선생님 가슴 속에는 영원히 남아있잖아요^^
오늘은 어떻게 보내시는지...늘 건강하고 행복하신 하루하루가 되시길 바라요~
글은 요즘 글인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글이네요.가을님.
저보다는 언니시군요.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라면은 초등학교때
최고의 인기 식품이였던게 생각 나네요.
가을님이 말씀 하신것 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최고의 간식이 아닌가 싶네요.
저희도 출출할때 최고의 간식 이네요(~)(~)
행복이 묻어나는 한주 되세요(~)(~)(^^)
어릴 때, 먹던 라면은 정말 최고의 음식이었죠. 먹을 게 풍부하지 않던 그 시절에(~)(~)
저는 요즘도 다른 과자는 잘 안 먹지만 심심하면 생라면은 먹는답니다(^^) (ㅎ) (ㅎ)
딸은 라면에 스프 뿌려서 먹고요.
요즘은 정말 먹을게 지천으로 깔렸지만...그 옛날 먹던 그 라면 맛은 잊을 수가 없답니다(^^)
70년대 중반에 초등학교 다니셨다고요(?) 그러게요, 제가 언니네요(^^)
마망 님도 행복한 오후 되세요(~)
좋은 글 허락없이 퍼갑니다. 감사요^^...
"굳 럭"! 딱 내가 찾던 글이네요..감사해요^^..글 펌해가도 될런지요..ㅎㅎㅎ
요즘 기다리던 가을님의 글을 읽으면서 참감사하단 생각을 합니다
비슷한 시기여서 그런지 그 느낌도 비슷하고 그때의 모습이 글을 읽다보면
그림처럼 아니 영화처럼 지나가는걸 느끼게 되어서 더 좋은거 같습니다
그 설명도 솔직하게 넘 잘하시니 더 그런거 같구요
보물창고는 지금도 그 라면 좋아하지만 정말 그땐 그 라면 먹고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어쩌다 라면몇봉 끊이게되면 어머니께서는 식구들이 많으니까 골고루 먹게 할려고
국수를 더많이 넣고 함께 끊여 주시곤 했는데 그래도 맛있고 좋았던 기억입니다
요즘은 그 라면 먹고싶으면 언제라도 먹을수있지만~
그렇게 오래지않은 세월에 우리나라 참 살기좋은 나라로 발전한거 같아요
좋은걸 감사히 잘읽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 보여주세요
고운꿈 꾸시구요
꾸준하고 열심히 읽어주시는 보물창고 님, 늘 감사드려요. 그냥 스쳐가는 댓글이 아닌 마음과 정성이 담긴 댓글을 볼 때면 더 열심히 쓰고 싶은데, 요즘 글샘이 마른 것인지, 제가 창작욕이 떨어진 것인지 자주 글을 올리지 못해 미안하네요^^
국수를 넣고 끓이는 라면. 저도 생각났어요~ 저희도 그렇게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자주는 아니지만 저도 가끔 심심풀이로 먹는답니다, ㅎ ㅎ
술안주로~~

봄이 되니 많이 바쁘시죠?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니...
일 하시려면 식사도 잘 챙기시고 건강 잘 챙기시면서 하세요. 오늘도 행복하시구요^^
좋을글을 읽을수있는 보물창고가 감사하죠
여유로운 맘으로 글을 쓰시는게 좋을거 같아요

그렇죠??
국수 넣고 끊였던 라면
저도 가끔은 생라면을 먹어 봅니다
보물창고도 맥주 안주로...ㅎㅎ 스프까지 뿌리고...

네~
시골의 봄은 한해를 시작하는 시기여서 조금 바쁩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준비하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을 할게 없어서 그런가봅니다
마음까지 바빠집니다
가을님두요
식사 잘챙기시고 항상 건강챙기시고 행복한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오랜만에 들렀네요... 한동안 볼수 없었네요.. 라면은 요즈음 주말에 효자노릇하지요...
잘보고 갑니다..
파랑새 님, 엄청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지요? 저는 라면보다는 밥을 선호하지만, 옆에서 누가 라면 먹으면 저도 따라서 먹게 되지요^^ 식성은 가까운 사람 닮아간다는 말도 있듯이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라면.. 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정말 제 주변은 다들 좋아했던 것 같아여.

전 밥만 좋아했다는 ㅎㅎㅎ

행복한 밤 되세여, 가을님 ^^*
가끔 라면이 생각나 먹긴 하지만...참 느끼하긴 하죠^^ 식성도 변하나봐요, 저는 예전에 짜장이나 라면 냄새만 맡아도 속이 느끼했는데, 언젠가부터 먹기도 하니까. 그래서 그런지...살이 찌는 체질이 됐어요.ㅠㅠ
빠리불어 님도 늘 행복하시기 바라요~
라면~~ 좋지요. 쫌있다 라면이라도~~
첨 나온게 삼양라면이었는데 그땐 사람들 입맛길들이려고 시장에서 물건사면 서비스로 준기억이 있습니다.
이리~~ 저도 거기서 직장생활했지요. 전주가 제 고향이니.....
추억입니다....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봄밤입니다.
어제 밤에 라면 드셨어요? 그 라면이 유독 밤에 야식으로 땡기죠? ㅎ ㅎ
이리에서 직장생활 하셨다고요? 그럼 같이 이야기할 꺼리가 많겠는데요? 왜 나이 들수록 고향 사람이나 고향에서 지내던 사람 대하면 더 반가워하잖아요^^

'벚꽃이 바람에 날리는 봄밤'
이 구절은 소설 제목이나 시의 제목으로 쓰면 정말 운치 있을 것 같아요~
불꽃 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배고픈시절...
그것을 해결하기위해 저렴한 가격에 태어난 라면인데,
요즘은..아무래도 의미가 달라졌다죠?
종류도 정말 무수히 많아졌고...프리미엄라면이라고해서 엄청난 고가의 라면도 생겼으니..
전...군대에서 새벽에 보초서고 라디에이타물받아 봉지에 그대로먹었던..일명"보글이"라면
의 맛을 잊을수 없습니다.
요즘은..컴앞에서 늦은밤에 소주한잔과 하는 생라면도 좋다지요~
근데..생라면도 전자레인지에 55초간 살짝 데워서 먹으면..정말정말 맛난답니다^^
가을님의 어린시절을 잠시 엿보고 가네요^^*
보글이 라면....ㅎ ㅎ
그거 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꼭 하는 이야기던데...
뭐든 배고플 때 맛난 거죠^^

저는 단 음식을 별루 좋아하지 않아서...과자를 안 먹는데..이 생라면 만큼은 가끔 군것질로 즐깁니다~
근데 생라면을 전자렌지에 데워 먹는다고요? 이거 처음 압니다, ㅎ ㅎ
아, 라면 땡기네요. 지금 먹고 자면 살찔 거 같고...ㅠㅠ
보리 고개를 넘든 그때 그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글 ... 글쓴이의 모습이 돋보이는 듯 합니다
저도 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는 너 나 할것없이 가난을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시절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파 길가의 고구마를 캐먹다 밭주인에게 들켜 불리나케 도망가기도 하구요
십리길을 잔뜩기운 양발 두켤례씩 껴 신고 그 추운 겨을에 학교에 가다 발시러움을 이기지 못해 논에 세워놓은 짚단을 갖다 불을 피우며 발을 녹이든 생각...
친구들과 여름이면 놀이를 같지요 그때 먹거리중에 가장 좋와했던 것이 아마도 삼양라면이 아니였나 합니다
놀이를 가서 라면을 끓여 먹는 그때 맛은 지금의 어느 일류 호텔의 음식도 따라올 수 없는 잊을수 없는 맛이였습니다
그때 삼양라면이 처음 이 세상에 등단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헌데 그때 초기의 라면은 기름끼가 얼마나 많은지 그릇이 번질번질하여 한참을 닦아야 했었죠
지금도 가끔 라면을 먹을 때면 그때 생각이 납니다
근데 지금의 라면은 그때 같이 기름이 많치 않은것 같습니다
어쨋든 라면은 이제 국민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한 메뉴자리를 확고하게 다진 셈입니다
지남날의 동심 속으로 들어가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강 하세요

삼양라면이 등단했다는 구절에서 잠시 웃습니다^^
저 시절에는 국민들 대부분이 아마 배고프지 않았을까요. 특히나 저의 집은 아버지 돌아가신 후로 어려웠지요.
그런데 도와주는 친구나 선생님들이 많아서...다른 집 아이보다 라면을 더 먹는 거 같아요.
라면...정말 맛있었지요.
그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먹을 게 넘쳐나네요. 아무리 어렵다 어렵다 해도 그래도 뭔가 일을 하면
굶어죽지는 않지요.
배고팠던 어린 시절에 비하면 요즘의 저는...살이 찔까봐 오히려 먹고 싶은 것도 물리칠 정도니...
참 산다는 것은 아이러니 합니다.
요즘 잠시 소설 쓰기를 쉬고 있어요. 좋은 데 가서 며칠 쉬고 싶지만...멍이 녀석 덕분에 그러지는 못하고
그냥 가까운 데로 외출하면서 쉬고 있습니다.

읽어주셔 고마워요, 청산 님, 좋은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