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오리 두치 이야기

양은영 2014. 3. 26. 22:20

 

 

 

도림천에서 보라매공원으로 이동한 두치. 보라매 공원 연못에는 몇 마리의 오리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었어요. 그곳에선 절대 오리를 포획하면 안된다는 안내문도 있어서 두치가 잘만 적응해준다면 집에서 가까우니 가끔 가서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첨엔 안심했는데.

사람사는 세상이든 동물 세상이든 텃새가 있는 것인지...기존 오리들이 두치를 향해 공격을 하더군요. 그 녀석들은 보라매 공원에 나들이 나온 사람들 옆에서 과자도 받아먹고 온갖 아양을 떨어대는데, 두치는 여전히 제 옆에 딱 붙어있었어요.

알아서 잘 살으라고 그대로 두고 왔어야는데,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지켜보고 있자니, 그날따라 주말이었는지, 나들이객은 또 얼마나 많은지...한 번만 만져보겠다고 어린애들은 두치를 몰고 다니고...저만 졸졸 따라다니는 두치가 신기해선지 사람들은 사진 찍고 난리가 났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꼴보기 싫던지...좀 그냥 놔두지.

 

해는 뉘엿뉘엿 져가고 여전히 두치를 바라보고만 있는데, 따님이 등장했습니다. 물그릇 밥그릇을 앞에 두고 오리 한 마리를 보고 있는 엄마가 한심해보인 건지...쪽팔렸던 건지..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따님의 마음속 선택이나 결정은 처음에 인터넷에서 알아본 현대오일뱅크 농장이었던가 봅니다.

다행히 기사도우미가 한 번더 기회를 주었습니다. 며칠 안으로 최종 보낼 곳을 결정하면 시간을 내서 데려다주겠다는.

그래서 두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요.

 

다음 날, 현대오일뱅크 대산 농장으로 전화를 해서 담당 계장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계장님은 대충 사연을 듣고 흔쾌하게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그곳엔 오리 외에 수많은 동물들이 있고 직원들이 사료를 적극 후원해서 먹을 것도 환경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틀 정도 이별의 시간을 가진 두치. 8월 27일. 아침에 충남 서산으로 향했습니다. 적어도 두 달은 키워주기로 했었는데...ㅠㅠ

 

서산으로 향하는 날, 차 안에서 두치가 꽥꽥대거나 멀미하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두치는 마치 어디 좋은 데라도 가나보다 하는 표정으로 창 밖을 구경하는 모습이 마치 따님 어릴 때, 차에 태우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놀러가는 기분이 들었네요.

 

현대 오일뱅크 서산 본사 앞에 도착해서 계장님과 다시 통화를 하고, 일반인은 반드시 직원과 동행해서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이라 회사차를 타고 이동했지요. 이동하는 동안 푸른 초원과 수로가 펼쳐지는데, 좁아터진 집안과는 달리 마치 동물의 천국과 같은 환경이었습니다.

좋아한다고 오리와 맞지 않는 집안에서 키운다는 것은 그저 제 욕심이기에...그런 좋은 환경을 알아낸 따님에게도 고맙고 현대오일뱅크란 회사에게도 너무 고마워서 넙죽 절하고 싶은 심경이었어요.

 

넓고 푸른 초원. 그 초원에서 놀고 있는 오리, 닭, 거위들...잡아먹지도 않고 그저 자유롭게 방목해서 오리들을 키운다는 계장님 설명에 보내는 마음은 아프지만 일단 안심했어요. 사랑이란 그저 끼고 앉아있는게 아니고 진정 좋은 곳으로 보내주어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두치를 초원에 내려주고 계단으로 내려오자 한 번도 계단을 대해본 적이 없는 두치가 꽥꽥거리면서 경사가 심한 언덕을 비스듬하게 따라 내려왔어요. 넘어질까봐 뒤뚱거리면서 엄청나게 큰소리로 울어대는데, 정말 그 순간에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제 마음을 알 리 없는 기사도우미나 직원들은 얼른 차에 오르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어서 울고 불고 껴안고 이별할 시간도 갖지 못한채 차에 올랐어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하겠어요. 직접 키운 이 기른 정을. 비록 그것이 오리라고 하더라도.

하긴, 두치 키우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런 말도 들었어요. '참 제 정신이 아니구만...오리를 집안에서 키우다니...'

 

이렇게 두치는 갔어요. 아니,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두치는 지금까지 제 마음속에 있습니다.

두치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요.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지도...그동안은 제 마음, 심정 너무 담으면 기록조차 힘들까봐 객관적으로 저를 바라보면 썼지만...앞으로의 기록은 온통 그리움에서 시작되니까...

 

 

 

 

 

보라매 공원에서 우리 두치 인기 무척 좋았어요. 완전 사진모델^^

 

 

 

서산으로 가다가 중간에 잠시 들에 내려서 쉬었다가 다시 차에 탔는데, 이때 두치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밝은 태양 아래 있다가 차안으로 들어가 눈이 시어서 눈물을 흘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어요. 중간에 휴게소에서 쉬었다 차 안으로 들어갔을 때도 두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거든요. 분명히 두치는 이때, 이별을 예감했을 거에요. 동물이라 더...

 

 

현대오일뱅크 서산 본사 동물농장 입구입니다. 차암~ 온갖 동물을 직원들이 관리하고 키우는 그곳은 동물의 천국 같았습니다.

 

 

 

 

 

 

농장 입구에 내려놓자 두치는 잠시 신이 난듯이 걸어다녔어요. 참 이쁘죠?^^ 뽀얗고, 미끈하고.

 

 

제가 계단을 내려오자 두치가 계단을 따라오지 못하고 경사진 곳에서 안절부절하면서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내려오면 넘어질까봐 사선으로 뒤뚱뒤뚱 내려오면서 두치가 꽥꽥대는데, 차에 오르기는 해야겠고...

이때 정말 미칠 거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계장님이 방문 기념으로 쌀과 색연필, 연필, 장난감 자동차를 주셨습니다.

어린 딸에게 오리 사주었다가 못 키워서 데리고 온줄 알고 어린이용 선물을 준비했대요. 따님이 스물을 훨씬 넘었고 오리를 키운 건 저라고 하니 좀 어이없어 하는 표정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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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치...미안. 엄마가 진즉 땅 한 평이라도 마련한 준비된 엄마였어야는데...
오리(두치) 한마리를 가만 두지 않네요..
거기에다 기존 오리들의 텃새...ㅎ

정말이지
세상살이 만만한게 없네요

이별을 예감하고 눈물을 보인 두치가
현대 오일뱅크 서산에서 새로운 둥지에서
잘 적응했음 좋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소중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_^
잘만 적응해준다면...넘 좋은 곳이었지요...^^
알찬포스팅~ 잘봤어요~ 스크랩해가요^^
많이 서운하시겠어요..
하지만 두치도 건강하게 잘 지낼거에요..
아무래도 집보다는 뛰어놀수 잇는 곳이 두치를 위해서 나을꺼에요..
힘내세요 두치 어머니~~화팅임다~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그럼요...원래 두치는 그런데서 살아야했는데...첨부터 집안에서 지내다보니...그 넓은 초원이 넘 무서웠나봅니다. 엄마 품을 떠난 거니까...인간도 그렇지 않나요..어릴 땐 오로지 엄마 품이 천국이니..
아 저는 열심히 키우시는 줄알았는데 .. 아니군요 ..
좋은 곳에서 잘크기길바랍니다
어차피 끝까지 할 수 있을거라곤 생각 안했어요..ㅠㅠ 오리 한 마리 키우겠다고 시골에 집 마련한다고 하면 누구나 제가 이상하게 보였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