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오리 두치 이야기

양은영 2014. 3. 26. 23:55

 

두치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얼마나 허전하던지...아무리 가슴속에 있다고 위안을 해도.

직접 만지고 볼 수 있는 그 현실이 얼마나 그리운지. 이런 마음 짐작도 할 수 없는...아니 하긴 하지만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기사도우미가 두치의 집, 밥그릇 물그릇을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두치 보내기 전 날, 다시 한 번 미꾸라지 사다주었는데, 그거 다 먹지도 못한 거까지.

그 날, 베란다에서 맥주를 마셨습니다. 그리움을 지우는 데는 반드시 어떤 형식이 있어야하는 것처럼.

생각해보니...우리 두치를 키우는 8월 한 달 동안 잠은 제대로 못잤지만....좋아하는 맥주를 못 마셨네요. 오히려 제 건강을 지켜준 거죠.

소파에 누워 잠좀 자려고 하면 부리로 소파를 둥둥둥~쪼으면서 깨우던 두치.

 

...좋은 곳으로 갔으니 잘 살거야~라고 따님이나 주변 사람이 위로했지만.

그리움, 집착, 이기심이 강했던 저는.

사흘간 혼자 우는 추태를 피우다가 계장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시 데려온다고.

계장님은 언제든 다시 데려가라면서...두치의 근황을 사진으로 보냈습니다. 슬프게도 두치는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있더군요.

다른 오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면서. 수로를 따라 계속 꽥꽥대면서 걸어다닌다고...

 

아무리 넓고 푸른 초원이라도 집안에서만 머물렀던 두치에게는 넘 낯설고 힘들었나봅니다.

두치 보내고 그 텅빈 자리 보면서 울던 그 밤. 두치도 그 넓고 광할한 초원을 혼자 거닐며 얼마나 저를 그리워했을까요.

 

...다시 데려오진 못했어요. 데려온다고 해도 땅 한 평 없는 제가 우리 두치를 끝내 지켜줄 수 없다는 생각에.

그저 적응하고 잘살기 바랄 수밖에.

 

직접 볼 순 없어도 자주자주 소식만 접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바쁜 계장님에게 귀찮게 두치 소식을 물을 수 없어 한동안 연락 안하다가 다시 해보니.

수로를 따라 걷기만 하는 두치가 찻길로 나갈까 걱정스러워 담당 과장님이 유수지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거긴....다시 찾아가도 일반인 접근금지라...멀리서 바라보기만 해야한다고.

 

멀찌감치서...그저 유수지에 수많은 오리무리들 중에서 거기 어디 우리 두치가 있다는 것만 바라보고만 와도 이별을 받아들이고 보내고 싶던 저는...끝내 다시 그곳에 가지 못했어요. 여러가지 핑계를 대면서.

 

꿈에선 우리 두치가 유수지에 있다가 제가 두치야~~하고 부르자 꽥꽥대면서 그 공룡같은 발로 뒤뚱거리면서 뛰어왔는데.

 

 

 

 

 

 

 

계장님이 보내준 사진인데요. 물속에서 놀던 두치가 계장님이 다가가자 옆으로 오더랍니다. 많이 더러워졌지요? 아마 수로를 따라 마냥 헤메고 다녔나봐요.

 

 

다른 오리들과 같이 놀면 좋았을텐데...이렇게 웅크리고만 있으면서 수로로를 따라 울고 다니니 결국 유수지로 보내졌고...다시 찾아가볼 계획은 무산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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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포스팅~ 잘봤어요~ 스크랩해가요^^
좋은글 잘보고 갑니다. 자주 들를께요

저희 블로그에도 방문해 주시면 감사해요.

두치에 대한 애잔함과
이별의 아픔이 가슴에 느껴 집니다...

꽤꽤대며서 돌아 다니는 두치
잘 적응하리라 믿습니다...ㅎㅎ

한무 마무리 잘하시는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_^
깜부 님도....행복한 주말 보내시고요...^^
감동을 주시는군요..
처음엔 우연히 글을 읽게 접하게 되었었는데..
결국 모든 글을 빠짐없이 정독하게 되었네요.
감사드립니다..많은 생각을 하게 하시는군요..
고마워요....행복한 주말 되시구요...날씨가 쌀쌀하니 건강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