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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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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8. 30.

기다리신 분 계신가요... 후후후... 

전편의 마지막을 보면 창수의 귀가가 왜 늦었는지 아시겠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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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귀 밝은 창수 엄마가 몸을 움찔거린다. 

뭔가 싶어 살짝 문을 열어보니 2층으로 올라가는 창수의 뒷모습이 언뜻 보인다. 

시계를 찾아보니 새벽 4시가 넘었다. 

뭘 하다 이제 들어온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뭔가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간다.


“설마 이지이랑...?”


이 정도면 외박 수준이다. 내일 출근은 제 때 하려나... 

눈치 채지 못하게 살짝 문을 닫고 들어와 침대에 걸터앉으니 

남편이 편안한 얼굴로 곤히 자고 있다. 

하루에도 12번 씩, 마음이 아들과 남편 사이를 오가는 창수 엄마다. 

그런데 어째 두 부자는 제 할 일 다 하고 편히 사는 것만 같다. 

속 끓이는 건 엄마, 그리고 아내 된 자신의 몫인 것만 같다. 

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창수 엄마의 입에서 절로 긴 한숨이 터져 나온다. 

남편의 계획대로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생길 것이다. 어쩌면 정말 지이가 나가떨어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에휴... 난 모르겠다."


새벽부터 왜 이런 고민에 빠져야 하는 건지, 창수 엄마는 속이 답답하다. 

그저 다시 이불을 끌어안고 잠들면 지금의 이 고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창수 지금 들어온 건가...”


“아, 깜짝이야...”


잘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 일어나 있었나보다. 남편의 중얼거림에 창수 엄마는 말을 얼버무린다.


“뭐... 그런 것 같은데...”


“... 다 계획이 있어... 걱정 말고 자요.”


도대체 무슨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 건지 궁금하지만 남편은 통 말이 없다. 

때가 되면 알게 된다고 하는데. 창수도 때가 되면 말을 할 거라는데. 

두 남자가 말하는 그 ‘때’가 다가오는 것이 창수 엄마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이지이는 더하겠지. 아니, 내가 왜 그 애 걱정을 해주고 있담! 

이상하게 자꾸만 지이에게 마음이 가는 것에 기분이 묘해진 창수 엄마는 

이불을 턱 밑까지 끌어당기며 눈을 꼭 감는다.








“거 괜찮대?”


유민백화점 전무실. 창수의 형 민수가 살짝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면서 소파에 앉는다. 

그 옆엔 창수가 앉아 있다. 형과는 달리 표정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음료업체랑 조인해서 백화점 옥상에다가 여름 한정 카페 차린 거. 

그거 의외로 반응 괜찮더만.”


“의외라니... 다 계획해서 한 건데, 너무 우연히 잘 된 것처럼 그런다~ 

그거 나름 분석해서 만든 거야.”


창수가 능글맞은 웃음까지 짓자, 민수는 괜히 짜증이 난다. 

처음엔 프리미엄 마켓만 맡을 것처럼 그러더니, 이젠 아예 자신의 자리까지 넘볼 기세다. 

점점 실력이 는다고 해야 하나. 프리미엄 마켓 실적도 좋아지고, 

요즘 들어 창수가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꽤 괜찮은 성과들을 내고 있다. 

회의 시간에도 창수가 주목 받는 일이 늘었다.


“...야.”


“왜?”


“이거 정말 네 머리에서 나온 거 맞냐?”


“아니면?”


“너 또 준기 들들 볶아서...”


“준기 제주도에 있다. 여기 일 신경 못 써.”


“제주도에 있어도 전화는 하잖아! 요거, 준기 머리에서 나온 거지?”


“아닌데.”


민수는 결재판을 테이블에 툭 던지며 머리를 긁적인다. 

준기 머리에서 나온 게 아니라니. 그럼 이 녀석이 다 생각해낸 건가.


“알바랑 붙어서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더니...”


“그 알바 머리에서 나왔어.”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의외의 대답에 민수가 미간을 찌푸린 채 창수를 쳐다본다. 

민수의 표정이야 어떻든 창수는 태연하게 말을 이어간다.


“지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그 때 그 <냉장고를 어떡해> 아이디어랑 

이번 옥상 카페 아이디어. 그거 다 지이가 얘기해준 거야.”


“알바가 무슨 수로 그런 생각을 해?”


“마케팅이라는 게 책만 판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지이가 은근 산전수전 다 겪어서 고객들 마음도 잘 알고, 마케팅 포인트를 안다니까? 

게다가 SNS 같은 것도 많이 해서, 요즘 트렌드에 아주 밝지. 걔 모르는 거 없어. 똑똑해.”


지이 얘기를 꺼내는 창수의 표정은 회의할 때보다 훨씬 밝다. 

제 여자 친구 얘기 나오니까 아주 그냥 입이 귀에 걸리는구나, 유창수! 

매출 자랑에 여친 자랑까지 한 방에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니 

민수는 진짜 배가 아파지는 기분이다.


“언제부터 걔가 네 참모가 됐냐? 준기가 없으니까 이제 알바 쓰는 거야?”


“아니지. 형. 말은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 지이 이제 알바 아니고 

태진그룹 마케팅 CS 팀에서 일해. 유능하다고 나름 인정도 받고 있고.”


“고졸이 유능해봤자지...”


“형, 그렇게 안 봤는데... 학력 가지고 차별하고 그런 사람이었어? 

우리 회사에서도 고졸 특채하는 거 몰라? 이런 발언, 문제 된다. 전무님이 그러면 안 되지...”


말이나 못하면! 그나저나 고졸 알바라고 무시했는데 

정말 이 아이디어들을 알바가 생각해서 만들어낸 거라면... 

어째서 저렇게 곁에 괜찮은 브레인들이 붙는 거냐. 진짜...


“에이, 이 운 좋은 놈...”


“뭐? 다시 한 번 얘기해봐.”


“너 운 좋다고 이 자식아...”


“그래, 그래. 그러니까 형도 끝까지 지이랑 내 편 돼줘야 해! 알았지? 형 밖에 없다. 진짜.”


창수는 일어서며 친근감을 표시하듯 형의 어깨를 한 번 툭 치더니 

손을 흔들며 사무실을 나선다. 

창수가 나갈 때까지 눈으로 그림자를 쫓던 민수는 허탈한 듯 소파에 축 늘어져버린다.


“진짜 운 좋은 놈... 여친 머리 좋네. 씨이...”








전무실에서 나온 창수는 자신의 사무실로 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제주도에서도 얘기를 하긴 했지만, 이젠 확실히 제 뜻을 드러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이와의 결혼, 빨리 추진하게 해달라고 아버지께 말씀 드릴 때가 왔다. 

지금 결혼 허락을 받는다 해도 몇 달은 걸릴 문제인데, 

이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낼 순 없다는 게 창수의 판단이다.


“그래, 이젠 말해야지.”


여기까지 생각한 창수는 발걸음을 돌려 회장실로 향한다. 

회장실 앞에 도착하니, 비서가 꾸벅 인사를 한다. 

자신이 왔음을 알리자, 들어오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 짧은 시간, 창수는 옷매무새를 바로 잡고 마른 침을 삼킨다. 

이젠 용기를 낼 일 만이 남았다. 







회장실 안. 창수가 작은 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물을 따르고 있다. 

뜨거운 물이 들어가자 찻잔에서 페퍼민트 향이 퍼져 올라온다. 

그 찻잔을 손에 든 건, 창수 아빠다.


“보고할 것도 없다면서...”


“아들이랑 아빠가 보고서로만 만나는 사인가 뭐...”


“녀석... 회사에선 일로 만나는 사이가 맞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가끔 이렇게 차 같이 마시고 하는 아들이 또 누가 있어? 나 밖에 없지.”


그건 그렇다. 큰 아들은 아예 백화점 일을 하지 않으니 볼 기회가 없고 

둘째는 같은 건물에서 일해도 회의 때 빼고는 얼굴 볼 일이 없다. 

아버지인 자신을 두려워하는 눈치다. 지난 번 법인카드 사건도 있고 하니. 

그래도 아들이라고 살갑게 구는 건 창수뿐이다. 

그래서 더 예뻐하고 그래서 더 믿었는데 결혼문제로 골치 아프게 만들 줄이야.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창수 아빠는 향을 음미한다. 그러고 나니 정신이 좀 맑아지는 것 같다.


“그래, 무슨 얘긴지 들어보자. 뭔데?”


“저... 진짜 진지하게 드리는 말씀이에요.”


“뭔데? 겁난다, 네가 그렇게 진지하게 나오니까.”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결혼 문제...”


“그만.”


창수 아빠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창수 앞으로 손바닥을 펴 흔들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요구에도 창수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 지이랑 결혼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생각하시는 그런 혼테크 하지 않아도...”


“그만하라고 했다.”


“...”


“내가 사귀는 거까지는 터치 안한다고 분명 얘기했다. 헌데 결혼은 아니야. 그건 안 돼.”


“아빠.”


“... 다음 주에 중국 출장 있으니까 그거나 준비해. 더는 그 얘기 꺼내지 마라.”


더 듣기 싫어졌다는 듯, 일어서려고 하니, 

창수는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겠다는 심정으로 제 할 말을 한다.


“결혼 뭐 별거 있나. 비슷한 집안 여자 만나 친했던 사람들 계속 만나면서 

아이 낳고 잘 살면 될 줄 알았어요.”


“... 창수야. 다들 그렇게 결혼하고 살아.”


“못할 것 같아, 그렇게.”


“... 그 알바 때문에?”


“네... 지이 때문에요.”


“걔가 그렇게 좋냐?”


“... 아니요.”


“...”


“사랑해요. 저 지이 사랑합니다.”


하아... 아들을 등지고 선 창수 아빠는 보이지 않게 한숨을 내쉰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그래도 유독 자신을 따르던 막내아들이라 더 예뻐하며 키웠는데. 

헌데 저렇게 나오니, 창수 아빠도 잠시나마 마음이 흔들린다. 

아들이 좋다는데. 지금껏 수많은 여자를 만났어도 저런 얘기를 꺼낸 적은 없는데.

먼 미래를 생각해 지금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는 그 다짐이 일순간 휘청거린다. 

아니, 아니지. 그래도 아니다. 아닌 건 아니다. 

제대로 된 구석 하나 없는 집안에, 무일푼에, 고졸 학력에 아무것도 용납할 수가 없는 아이다. 

아들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 잡아주는 건 부모의 몫이다. 응당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일이다.

회장 명패. 어쩌면 먼 훗날 창수가 가져갈 명패다. 

책상 위에 제 이름이 새겨진 회장 명패를 물끄러미 보던 창수 아빠는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출장 준비나 잘해. 중요한 거니까. 난 선약이 있어서 나간다.”


덜컥, 문이 닫히고 회장실엔 창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너무 앞서간 걸까. 타이밍을 잘못 잡은 걸까. 아니면 표현이 부족했던 걸까. 

얼마나 더 용기를 내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해야 가장 높은 산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어떡하냐, 지이야...”


이제는 차게 식어버린 찻잔을 쳐다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창수의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인다. 혼자 남은 사무실 안에는 고요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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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길어지고 있어요!!! 잘 정리해야 할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됩니다. 

그럼... 전 이만...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