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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1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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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9. 1.

하아... 얘들 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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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일선에 나선 이상, 재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맺는 것이 중요하다. 

워낙 어린 시절부터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학원을 다녔던지라 

소위, 젊은 경영인들이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선 일찌감치 친구가 된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래도 늘 인맥을 관리하고 정보를 교환한다는 점에서, 

창수는 모임에 참석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오늘 저녁, 지이를 만나지 못한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


“야, 유창수!”

“오랜만이다~ 창수야!”

“창수 너 요즘 놀러 안 오더라? 클럽도 안 다니고...”

“오빠 이제 본부장님 티가 팍팍 나네!”

“너 백화점 일 잘 한다고 소문났더라.”

“여전히 멋있네... 잘 나간다면서?”


모임회장에 들어서자 인사가 쏟아진다.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 틈에서 창수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들 익숙한 얼굴들이다. 

창수가 태어나서 지금껏 한 번도 떠나지 않았던 ‘그 동네’에서 만나고 함께 자라온 사람들. 

이 사람들과 이 공간이 창수에겐 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창수의 마음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말은 ‘경영인의 밤’이라지만 어떨 땐 그저 의미 없는 파티 같기도 하다. 

들어둘 가치가 있는 말들은 열에 하나 정도. 아니, 그보다 더 못한 날도 많다. 

오늘은 유독 그런 날이다. 별로 앉아 있고 싶지 않은 날. 여기 있어봤자 시간만 낭비할 뿐인 그런 날.


“근데 너... 이상한 소문 있더라?”


“뭐가?”


무리들 중 한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창수에게 넌지시 말을 건넨다. 

마치 비밀이라도 되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를 내면서.


“너네 마트 알바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


“아니지? 알바는 좀 아니다. 우리 창수가 그렇게 눈이 낮을 리가 있나.”


“...”


“소문도 어느 정도여야 말이지... 안 그러냐, 창수야?”


잠깐, 아주 잠깐, 창수의 마음이 흔들린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그렇다’ ‘사귀는 게 맞다’라고 답하지 못했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들을 더 꺼낼지 듣고만 있다.


“그래, 오빠. 알바랑 사귈 거면 나랑 사귀는 게 낫지. 하하하!”

“창수가 알바랑? 왜? 꽃뱀 붙은 거야?”

“야야, 됐다. 되지도 않는 얘기 꺼내지도 말자. 응?”

“창수 너, 00그룹이랑 선봤다면서. 오늘 왔던데? 저기 있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말들이 마치 커다란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듯 

점점 웅웅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사람들의 말이 쌓여갈수록, 창수가 앉은 테이블 앞에 술잔이 쌓여간다. 

잔이 쌓여가는 것이 귀찮아 아예 술 한 병을 통째로 가져다 줄 것을 부탁한다. 

처음엔 와인으로 시작했다가, 어느새 위스키로 넘어간다. 

이야기의 주제도 다른 것으로 넘어간 지 오래지만, 창수의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뿐이다. 

지이를 부정했다는 미안함, 바로 그 생각 뿐.


“창수야. 너 오늘 좀 과한 것 같은데...”


“맞아!”


술잔을 툭,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창수가 처음 ‘알바’ 이야기를 꺼낸 형을 쳐다본다.


“뭐? 뭐가?”


“맞다고... 아까 그 말... 알바랑... 어쩌고...”


“얘가 취했나? 클럽에서도 생전 안 취하던 녀석이. 야! 정신 차려봐.”


“형이 말한 거 맞다고. 나 알바랑 사귄다고.”


“뭐? 하하, 너 많이 취했구나?”


창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흘려버린 사람들은 그냥 웃고 만다. 

저러다 말겠지, 하는 표정으로.


“맞다니까 왜 안 믿어? 나 걔랑 결혼할거라고. 지이랑... 이지이랑...”


술잔을 놓치면서 창수가 옆으로 고꾸라지자 

무리 중 몇몇이 당황하며 창수를 끌어 올려 의자에 앉힌다.


“하, 나 참. 야, 나 너보다 한참 형이거든? 동생 주정 받아주기 힘들다!”


“아까 그 얘기 맞다고... 알바랑...”


“아, 그래. 술 진탕 마시더니 완전 맛이 갔네. 얘 집에 보내야겠다. 응?”








아주 잠깐이지만 지이를 부정했다. 아니, 결과적으로는 사귄다고 인정했으니, 

부정할 뻔한 셈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다. 

오늘 만난 무리들은 창수의 말을 그냥 농담처럼 받아들인 것 같다.

 ‘마트 알바’와 사귀냐는 질문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지이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다.

술기운에 몸을 가누기 힘들어 차 뒷좌석에 거의 드러누운 자세를 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창수의 머릿속에는 방금 전 있었던 일들이 자꾸만 반복된다. 

평생을 살아온, 단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살아온 동네를 떠나는 건 힘든 일이다. 

창수에겐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지이를 자신이 사는 동네로 데리고 오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게 될 사람들의 시선이, 무성한 뒷말들이 버거울 거란 걸, 

창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니, 창수 입장에서는 그냥 떠들어대라고 무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창수의 성격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새로운 동네에 이사 올 지이라면...


“아... 진짜... 어쩌냐...”


늦은 밤인데도 도로는 아직 꽉 막혀있다. 실눈을 뜨고 밖을 내다보던 창수는 

아직 모임회장에서 그리 멀어지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곤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왜 이리 모든 상황이, 막힌 도로보다도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걸까.








“다 왔습니다.”


“응?”


잠깐 눈을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꽤 시간이 지났나보다.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넘었다. 또 엄마가 왜 이렇게 취해서 왔느냐고 한 소리 하시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차 문을 여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다. 여긴 골목 앞. 지이가 사는 동네 골목 앞이다.


“왜 여길 왔어?”


“... 저기... 아까 분명히 이지이 씨 댁으로 가자고...”


“... 뭐? 내가 그랬어?”


“네. 2번이나 그러서셔...”


운전기사는 당황한 듯, 목소리의 크기가 갈수록 줄어든다. 

그랬구나. 술에 취해 무의식적으로 지이를 찾았나보다. 

잠깐 눈을 붙인 틈에 술이 조금 깬 것 같다. 

창수는 앞머리를 쓸어올리고는 잠시 고개를 젖혀 흐려진 정신을 깨워본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








책상 앞에 앉은 지이는 오늘 학원에서 나눠준 과제물을 챙기고 있다. 

한 달 다니긴 했지만 영어가 좀 익숙해진 것이 스스로도 대견스럽다. 

처음엔 새벽에 눈뜨고 학원에 다닐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창수 엄마가 주고 간 ‘할일 목록’을 보고 나면 없던 힘도 생기는 기분이다. 

해내야만 하는 수많은 일들 중에서 새벽에 일어나 영어학원에 가는 건 

아주 작은 일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게 되니까.


‘쿵쿵쿵’


“아, 깜짝... 뭐야? 이 시간에...”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의자에서 일어난 지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 쪽으로 다가간다.


“누구... 세요?”


“이지이... 문 열어봐... 나야...”


술에 취해 혀가 조금 꼬인 것 같긴 하지만, 이 목소리는 창수의 목소리다. 

지이는 얼른 걸어잠근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본부장님.”


“야... 안 자고 있었네...”


겨우 몸을 가누고 있나 싶었더니, 지이를 보자마자 창수가 앞으로 쓰러지려고 한다. 

지이가 간신히 팔을 잡아 넘어지는 건 면했지만, 창수는 그대로 문간에 앉아버린다.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


“그냥... 오늘따라 술이 잘 넘어가더라. 욱...!”


뒤늦게 속이 뒤틀리고 쏠리기 시작했는지 창수가 급하게 화장실을 찾는다.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가 창수가 변기를 붙잡고 있자, 

지이가 따라 들어가 등을 두드려준다. 한참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자, 지이가 걱정스럽게 물어본다.


“이기지도 못할 술을... 괜찮아요?”


지이의 물음에 창수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고는 기어나가다시피 해서 

주방 겸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는 대자로 누워버린다.


“좋네. 다 토하고 나니까 속이 다 개운해지는 것 같다.”


“... 안 좋은 일 있었어요?”


“...”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지이가 곁에 무릎 끓고 앉아 창수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두 눈엔 걱정과 안쓰러움이 가득하다.


“... 안 좋은 일 있었구나. 얼굴에 다 쓰여 있네.”


“지이야...”


느릿느릿한 말투로 지이를 부르던 창수는 손을 뻗어 지이를 끌어안고는 품에 얼굴을 파묻는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얼굴 보고, 눈을 맞추고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전달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든 일 있었던 거죠?”


지이의 말에 창수가 겨우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고개를 끄덕인다. 

끄덕임을 느낀 지이는 창수를 품에 감싸안고는 어깨를 토닥여준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모르지만....”


“...”


“나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 뭐?”


“정말 힘들 때 힘들다고, 내 앞에서 말해줘서 고마워요.”


“...”


“미안해질 일 생기면 얘기해달라 그랬죠? 

그럼 창수 씨는 힘들 때 나한테 얘기해주기! 지금처럼...”


품에 안겨있던 창수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몇 시간 전에 너란 사람을 부정하고, 사람들 앞에서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려고 했었는데. 

그것 때문에 마음이 힘들어진 건데. 지금 네 눈을 보는 것도 미안한데. 넌...


“잠깐만 앉아 있어 봐요. 우리집에 꿀이 있었던가... 

아, 엄마가 주고 갔는데! 꿀물이라도 타줘야지...”


창수를 똑바로 앉혀놓은 지이가 찬장 여기저기를 열어보며 꿀을 찾기 시작한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창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는 지이 뒤로 다가가 조용히 어깨를 감싸 안는다.


“나 꿀물 타야하는데...”


“이러고 조금만 있자.”


“...”


“조금만.”


지이의 어깨에 턱을 괴고 얼굴을 파묻으며, 창수는 몇 시간 전 일을 떠올린다. 

자신의 마음을 힘들게 했던 오늘 일이, 지이에겐 또 얼마나 힘든 일이 될까. 

그래도 지이야, 나는 널 떠날 수 없어. 왜냐하면...


“지이야.”


“응?”


“너 없이는 못 살 것 같아.”


“진짜?”


“응. 잘 못 살 것 같아. 너없인.”


“이거 취중진담이죠? 그렇게 생각해야지...”


한참동안 지이를 안고 있으면서 창수는 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리고 마지막엔 들릴락말락한 목소리로 지이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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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수를 너무 사랑꾼으로 만든 감이 없지 않다. 

사실 매정한 느낌이 넘치는 상플을 쓰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이야기를 5회나 6회로 돌려야하기 때문에 부담감에 돌리지 않았다는 후문... 

사람의 감정이란 참 어렵다. 인간은 재밌어... -_-;;; 


그리고 사람들이 하는 말을 엔터치지 않은 건 그 말들이 하나의 덩어리라 

그냥 그대로 덩어리로 남겨놨습니다. 자기네들끼리 한마디씩 하는 거죠. ㅋㅋ 

그 의도를 알아주시려나요...? 


그럼 다음 이시간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