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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1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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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9. 6.

전 노잼이라고 했습니다!!!! 

혹시 기다리신 분께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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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이의 방. 유민백화점에서 나와 곧장 집으로 왔더니 

집에 오자마자 반갑지 않은 전화가 걸려왔다. 

별다른 질문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핸드폰을 내려놓는 지이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다. 

잠시 양쪽 무릎을 포개어 껴안고 침대에 앉아 있던 지이는 긴장된 감정을 애써 억누르려는 듯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고 있다.

올 것이 왔다. 유민백화점 회장님이 보자고 하신다. 

당장 내일. 비서를 통하지도 않고 창수의 형 민수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어차피 창수에게 연락해봤자 전화 받을 수도 없을 거지만, 

문자든 전화든 창수에겐 얘기하지 말고 오라고 한다. 아버지의 당부였단다. 

그러면서 피차 좋은 얘기 오갈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 목소리가 빈정대는 것 같기도 하고 불쌍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야 할 분이었다. 그런데 굳이 창수가 한국에 없는 지금 보자고 하니, 

민수의 말대로 좋은 얘길 할 것 같진 않다. 

역시, 황새를 따라 잡기 위해 애쓰는 뱁새일 뿐이었던 걸까.

아니면, 함께 강을 건너다 전갈에게 찔릴 수밖에 없었던 개구리였던 걸까.

부탁하지 않았어도 창수에게 연락하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창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할 걸 생각하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만히 있어도 한국에 돌아오면 누구의 입을 통해서라도 알게 될 일이다. 

창수에겐 말할 수 없어도 누군가에겐 기대고 싶은데 누굴 찾아야 할까. 

윤하에게 얘기해볼까. 아니면 엄마에게 고백해볼까.


“모르겠다...”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누구라도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을 뿐, 도와줄 수는 없는 일이다. 

창수를 빼고는. 기운이 쭉 빠져버린 지이는 침대에 쓰러지듯 누운 후, 한동안 일어날 줄을 몰랐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창수는 미리 약속되어 있던 중국 백화점 관계자들과의 만찬 장소로 향했다.

지이에게는 중국에 오기 전에 미리, 거의 연락하지 못할 거라는 얘기를 해둔 터였다. 

짧게 메시지만 보내놓고 잠시 핸드폰은 잊기로 한다. 

아직은 경영인으로선 ‘햇병아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몇 번 출장을 다녀보니 이제는 좀 적응이 되는 것도 같다. 

어떻게 요령있게 말하고, 센스있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 것 같다. 

오늘 만찬은 솔직히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는 아니다. 적당히 맞춰주면 그 뿐이다. 

불콰하게 취한 중국인들 사이에서 적당히 취한 척, 기분 좋은 척 연기를 하니, 

그 쪽도 연신 ‘하오~하오~’ 하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냥 호텔에 가서 쉬고 싶다... 창수는 함께 웃으면서도 빨리 쉬고 싶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다. 








호텔 엘리베이터 앞. 

창수는 주름지고 구겨진 부분을 애써 펴보려는 듯 재킷을 손으로 탁탁 털어낸다. 

그런데 또각또각 거리는 하이힐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리는가 싶더니, 

살짝 고개 숙이고 있던 창수의 눈에 빨간 하이힐이 들어온다.


“또 보네?”


고개를 들어보니, 상하이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만났던 유라헬이다. 

비행기 안에서 별 다른 말도 없이 데면데면하게 오느라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또 만나게 되다니. 창수는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뭐야? 너도 이 호텔이야?”


“어. 그렇게 됐네?”


상하이에 널린 게 호텔인데 어쩌다 또 같은 호텔에서 묵게 된 건지. 

비행기 안에서의 어색했던 기운이 다시 두 사람 사이를 채우고 있다. 

창수는 그냥 그런가보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서 내려오고 있나 살펴본다. 

이렇게 어색한 두 사람 사이의 적막을 먼저 깬 건, 라헬이다.


“어디서 한 잔 하고 왔나봐? 살짝 술냄새 난다.”


“어? 어... 미팅 있어서. 좀 마셨지.”


“취한 것 같진 않네?”


“그냥 예의상 몇 잔 마시면 그만이니까. 많이는 안 마셨지.”


“많이는 안 마셨어?”


“어, 그냥 업무상 마시는 건데...”


“그래...? 그럼 업무 아니라, 사적으로 한 잔 할래?”


“뭐?”


라헬이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동의를 구하려는 듯 창수를 쳐다보고 있다. 

갑작스러운 제안에 창수가 대답하지 못하고 눈만 깜빡거리고 있는데 그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바에서 한 잔하자. 내가 살게. 바로 내려올 거지?”


“아니, 저기... 야!”


라헬은 먼저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저 혼자 위층으로 올라가버린다. 

많이 마시고 온 것도 아닌데 창수는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이다. 

뭔가 대꾸도 하기 전에 기선제압 당한 느낌? 

너무 솔직하고 천진난만해서 저도 모르게 ‘밀당’을 하던 지이와는 

다르게 확실히 ‘밀리는’ 기분이다. 라헬의 행동은, 뭐랄까, 자신을 쥐고 흔들고 휘두르는 것만 같다.


“내가 감이 떨어진 건지, 희한한 애들만 계속 만나는 건지...”


엘리베이터에 탄 창수는 자신의 방이 있는 층을 꾹 누르고는 한동안 계속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그 칵테일 괜찮지? 도수도 낮고 달달하고...”


“어...”


“난 쇼핑하고 있었는데. 오자마자 오빠는 피곤했겠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bar 안. 라헬이 칵테일을 손에 들고 빙빙 돌리고 있다. 

묻지도 않았는데 오늘 저녁, 자신의 행적을 창수에게 읊고 있다. 

궁금하지 않은 창수는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 

미팅 전에 지이에게 메시지를 보냈더니, 

한참 후에서야 피곤해서 오늘은 일찍 잘거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뭘 하고 다녔기에... 창수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라헬이 핸드폰을 빼앗듯이 가져가더니 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야!”


“나 얘기하는 거 안 보여?”


“듣고 있었어. 쇼핑했다는 거.”


“상대방이 호의를 보여주고 있으면, 오빠도 호의를 보여줘야지. 

인간관계가 그렇게 일방적이면 안 되는 거 아냐?”


칵테일 한 잔 사는 거 가지고 정말... 그것도 사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라헬이 먼저 바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일부러 나와 준 것뿐이다. 

나오지 말까, 생각하다가 함께 온 수행 비서가 라헬을 알아보고는 

앞으로 RS인터내셔널과 협력해서 면세점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 때문에 '업무적인 차원에서' 한 잔 같이 마셔주자는 마음으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태도라니... 

창수는 욱하는 기분이 들다가 문득, 자신이 지이에게 비슷한 말을 했던 게 떠오른다. 


‘가끔 만나자!’

‘왜요?’

‘재밌어서. 피곤하고 지칠 때 기쁨조로 딱 좋겠어.’

‘인간관계는 일방적이면 안 된다면서요~ 전 안 재밌어요 본부장님.’


“그래... 나도 안 재미있어...”


지이가 했던 말을 떠올리던 창수는, 지금 지이의 말을 바로 옆에서 듣고 있는 듯, 

무의식적으로 그 말을 입으로 내뱉고 만다.

그런데 흘리듯 중얼거리던 말을 라헬이 놓치지 않는다. 


“뭐?”


“어?”


“지금 뭐랬어?”


“아, 아니...”


“재미없다고 한 것 같은데? 나보고 한 말이야?”


“어, 어, 아~ 어... 중국! 미팅... 그... 그 쪽 사람들 만나는 거 재미없었다고. 어어.”


사실 정말 재미없는 건 너다, 유라헬... 

잠이 온다. 지루하다. 예전엔 예쁜 여자들과 있으면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 

하루도 좋고 이틀도 좋고, 한 달 아니면 두 달. 그렇게 잠깐씩 사귀는 재미도 괜찮았는데. 

하지만 지이를 만나고부터는 클럽에 가는 일마저 지루해져버렸다. 

자신의 셔츠를 찢어버리곤 기절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퉁치자고 하고, 

보답으로 자판기 다방커피 사주던 지이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으니까. 그리고 제일 사랑스러우니까.


“오빠는... 결혼 안 해?”


“결혼?”


“어, 결혼.”


무슨 얘기를 하다가 또 주제가 이쪽으로 흘러왔을까. 

중간중간 대화를 듣다가도 흐름을 놓치게 되니, 

어떻게 이야기가 ‘결혼’까지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창수는 칵테일 한 모금을 마시고 라헬의 질문에 답한다.


“해야지. 곧.”


“그래? 상대는 있고?”


“어. 있어.”


있으니까 그만 좀 뚫어지게 쳐다봐라. 

창수는 입꼬리가 떨릴 것만 같은, 인위적인 미소를 한 번 짓고는 라헬의 시선을 다시 외면한다.

 하지만 궁금증이 생겼는지 라헬은 차가웠던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리고 

다시 창수에게 질문공세를 하기 시작한다.


“누구? 내가 알만한 사람?”


“네가 모를만한 사람.”


“... 왜 몰라? 나 이 바닥 여자애들 웬만하면 다 아는데. 

오빠랑 결혼할만한 집안이고 나이대가 비슷한 여자라면... 00호텔? 00식품? 

아니면... 아! 국회의원 딸 뭐 그런 건가?”


“유라헬.”


“응?”


“그만 물어봐라. 다 마셨으면 그만 들어가고. 넌 안 피곤하니? 난 피곤하거든.”


어렸을 땐, 그럭저럭 친하게 지냈지만, 5년 넘게 얼굴 한 번 안 보고 살았던 라헬에게 

괜히 가타부타 지이의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고 싶지 않다. 

창수는 칵테일잔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혼자 남게 된 라헬은 창수의 뒷모습을 눈을 쫓다가, 그림자마저 사라지자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칵테일잔을 옆으로 치우고 위스키 한 잔을 주문한다. 

창수가 바에서 나간 지 5분쯤 지났을까. 

창수와 라헬이 앉아 있던 곳에서 조금 멀찍이 떨어진 소파에 혼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조용히 바를 빠져나간다. 그리고는 호텔 로비로 나가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네, 같이 00호텔에 있습니다. 방금 술 한 잔 했고요. 네. 알겠습니다. 계속 보고 있겠습니다.”


창수와 라헬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달한 남자는 전화를 끝마치자마자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자신이 서있던 호텔 로비를 서둘러 빠져나갔다.








“아, 뭐 입지...”


다음 날 아침. 지이네 집. 침대 위에 옷이란 옷은 다 흩어져 있다. 

벌써 몇 시간 째, 지이는 옷이며 머리며 화장까지 신경쓰느라 고민 중이다. 

밥을 안 먹고 가면 꼬르륵 소리가 나지 않을까, 

먹고 가면 체하거나 탈나지 않을까 그런 사소한 일들마저 걱정된다.

머리는 자연스럽게 묶으면 될 것 같고, 

화장은 너무 튀지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하는 걸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제 옷만 고르면 된다. 

태진그룹에 취직한다고 옷을 그렇게나 많이 샀건만, 

회장님, 그러니까 창수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자니 입을 옷이 없어 보인다. 

너무 야해서도 안되고 너무 딱딱해보여서도 안 된다. 

너무 어려보이는 것도 싫고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것도 싫다.


“단정하고 상큼하고... 그런 거 없나? 난 왜 이렇게 보는 눈이 없지! 어제 옷사러 갈 걸 그랬나!”


혼잣말을 하며 옷을 갈아입던 지이의 머릿속에 문득, 딱 어울릴 것 같은 옷이 생각난다.


“이거면 되겠다!”


잠시 후, 지이가 현관문을 조심스럽게 열고는 밖으로 나온다. 

아버님과의 첫 대면을 위해 선택한 옷은, 창수와의 첫 데이트 날, 창수가 사준 노란색 원피스다.


“그래, 이지이. 침착하자. 정신차리자. 잘 할 수 있어!”


창수가 사준 옷을 입고, 창수가 사준 구두를 신은 지이는 

자신에게 잔뜩 기합을 넣고는 옥탑방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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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가 없어서 실망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죠... 이걸 쓴 저도 그런데 읽는 분들은 더하겠죠... 

뜬금포 스릴러인가요 ㅋㅋ 뜬금 막장인가요!!!!! 


암튼... 각설하고... 

읽어주시는 소수의 네티즌 여러분께 늘 감사드립니다. 댓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