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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1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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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9. 11.

20편으론 절대 못 끝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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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 창수가 호텔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평소 같으면 옷부터 벗어 걸어두고 곧장 샤워를 하러 갔을 테지만 피곤함에 침대에 쭉 드러눕고 만다.

이번 출장은 이전의 일정과 조금 다르다. 

어떤 사람과의 만남이든, 어떤 회사와의 미팅이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맞는 거지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정들까지 포함되어 있어 빠듯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일정이 짜여 있다.

그거야, 그럴 수도 있다. 아버지가 자신을 신임하는 만큼, 

여러 사람과 만나게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한 가지 더 이상한 건, 뭔가 유라헬과 마주칠 기회가 많았다는 거다. 

도착하자마자 첫 날, 같은 호텔을 쓰게 된 건, 그냥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많은 상하이의 호텔 중에서도 왜 하필 여기로 왔을까 조금은 의문도 들었지만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두 번째 날, 그러니까 일요일에 ‘관광 박람회’에서 만난 것도, 

워낙 큰 행사니까 마주치는 게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라헬뿐만 아니라, 아는 사람들이 꽤 왔었다. 

국내 호텔, 리조트, 여행 관련 업체에선 직급만 조금씩 달랐을 뿐, 

저마다 사람을 보내 박람회에 참여했으니까. 그것까지도 수긍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였다. 중국 백화점 관계자와의 골프를 치러 간 자리에, 

또 유라헬을 만날 줄이야. RS인터내셔널의 골프웨어 때문에 왔다고 하지만, 

언뜻 봐도 라헬은 그다지 하는 일이 없어보였다.

신경이 쓰지 않으려고 해도,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니, 모른 척 할 수도 없다. 

그냥 인사하는 정도면 넘어갈 법도 한데, 꼭 밥을 먹자는 둥, 술을 한 잔 하자는 둥, 

언제 시간이 괜찮냐는 둥 물어본다. 여자 친구가 있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귓등으로 듣는다.


“걔는 왜 그렇게 달라붙어... 귀찮게.”


하지만 한국에선 마주칠 일은 없으리라. 그리고 내일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누워서 잠시 눈을 감고 있던 창수는 누운 자세 그대로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핸드폰 속에 있는 지이 사진을 보다가, 지이가 보낸 메시지들을 다시 읽어본다. 

출장을 온 이후로 지이는 통 연락을 하지 않는다. 메시지만 몇 번 보냈을 뿐이다. 

아마도 바쁜데 방해될까봐 걱정돼서 연락을 안 하는 거겠지. 창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번 출장 갔을 때처럼 가방을 하나 사줄까. 아니면 주얼리 쪽으로...? 

일전에 출장을 다녀올 때 명품 가방을 사줬더니 

부담스럽다고 하면서도 내심 엄청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다지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아깝다고 데이트할 때만 들고 나오겠단다. 

어차피 같이 살게 되면 얼마든지 사줄 텐데. 

이대로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 한국이었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지이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창수는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월차?”


“어. 월차. 나도 그런 거 되는 거지?”


태진그룹 중국전략팀 윤하의 사무실. 싱가포르로 출장 갔다가 어젯밤에서야 돌아온 

윤하가 지이와 소파에 앉아 있다. 며칠 못 본 사이, 지이 얼굴이 많이 상해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월차를 내겠다니. 지이를 보며 윤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 무슨 일 있지?”


“무슨... 일은... 아니야.”


“며칠 사이 얼굴 완전 상했어. 그리고 갑자기 하루 쉬겠대. 그것도 내일 당장.”


“그거야... 네가 자릴 비웠으니까 말을 못한 거고.”


“지이야.”


“어?”


“나한테 말 못할 일이야?”


분명 무슨 일이 있었을 거란 확신을 가지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지이의 동공이 살짝 흔들린다. 그러면서 애써, 윤하의 시선을 피하는 눈치다.


“아냐, 그런 거. 별 일 아냐.”


“별 일은 아닌데 무슨 일은 있었다, 그거야? 뭐... 있긴 있었던 거지?”


“...”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 내가 도와줄 수 없는 그런 일이야?”


“... 어. 도움 받을 수 없는 일.”


“혹시... 창수 씨랑 문제 있어?”


“...”


역시 창수와 관계된 문제구나. 늘 밝고 씩씩한 지이를 힘들게 할 일이라면, 

아무래도 창수와 관련이 있을 게 뻔하다. 

참 묘한 일이다. 지이를 웃게 하기도 하고, 행복하게도 하고, 

또 지이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창수지만, 한편으론 지이를 이렇게나 힘들게 하는 것도 창수라니.


“지이야.”


“창수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그럼?”


“... 창수 씨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


손끝을 매만지며, 입술을 꼭 깨물며 지이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인다. 

지이가 스스로 말할 때까지 윤하도 더는 캐묻지 않는다. 한참 후에서야 지이의 입술이 달싹거린다.


“... 창수 씨 부모님.”


“뭐? 부모님?”


“어...”


“어머님이 두 사람 허락한다 하시지 않았어? 뭐가 문제야?”


“... 회장님... 만났어.”


“회장님? 창수 씨 아버지?”


“어.”


“그래서? 무슨...”


“윤하야.”


“어?”


“나, 더 말하기 힘들 것 같아. 그만 물어보면 좋겠다.”


“어, 어... 그래...”


웃으며 말하면서도, 지이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다. 

윤하는 그런 지이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분명 뭔가 있었구나. 짐작되는, 그런 일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 하루 쉬면 어떻게 할 건데? 주말까지 쉬니까 3일 쉬는 거구나.”


“...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외할머니네 가려고.”


“외할머니네? 00시에 계시다는...”


“어. 요즘 우리 할머니, 몸이 안 좋으셔. 그래서 엄마도 거기 계셔. 

이모랑 번갈아가며 할머니 돌봐드리느라.”


“... 그래. 요즘 네가 너무 바쁘고 힘들었지. 그래, 좀 쉬다 와.”


“고마워. 오는 길에 고구마라도 들고 올게. 햇고구마. 농사 잘 됐다더라.”


“됐거든? 너 많이 먹고 기운 차리고 와~”


웃고 있다. 윤하도 지이도 웃고 있다. 

하지만 윤하는 지금의 이 웃음에서조차 불안감이 느껴진다. 

웃고 있어도 지이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 울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더 열심히 웃는 것 같다. 

지이의 이런 태도를 보니, 회장님과 어떤 얘기가 오갔을지 짐작이 된다. 

구체적으로 알 순 없지만 좋은 얘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창수도 지이도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겠지. 

그렇게 쉽게 흔들릴 두 사람은 아닐 거라, 윤하는 그렇게 믿고 있다. 

지이가 사무실을 나가자, 윤하는 지이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조용히 읊조린다.


“힘내, 지이야. 내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울게. 그러니까... 힘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창수는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 

수행비서가 쓸데없이 회장님에게 라헬과 만났다는 걸 보고라도 했는지 

아침 운동을 하러 가기 전,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RS인터내셔널과 면세점 사업 문제로 함께 논의할 게 많으니 둘이서 얘기를 잘해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어불성설이다. 창수는 백화점과 면세점 일을 모두 하고 있지만, 

라헬은 아직 의류사업 쪽 일만 하고 있다. 

그런데 면세점 얘기를 둘이서 한 번 해보라니. 뭔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운동을 하러 피트니스 클럽에 내려갔더니, 유라헬이 그곳에 있었다. 

창수를 보더니 점심을 함께 먹자고 한다. 

자주 마주쳤어도 ‘둘이서만’ 밥 먹을 일은 없었으니 밥이나 한 끼 하자나 뭐라나.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면서도 창수는 표정이 영 풀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샤워를 끝마치고 나오니, 핸드폰에 지이의 메시지가 와 있다.


- 오늘 오는 거죠?


이 짧은 한 문장에 창수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이 환해진다. 

이제 곧 지이를 볼 생각을 하니 금세 마음까지 편해지는 기분이다.


- 어. 오늘 저녁에 볼까?

- 피곤하잖아요. 쉬고 만나요.

- 난 오늘 보고 싶은데?

- 오늘은 나도 바빠요. 못 만나.

- 너 맨날 바쁘다? 엄청 튕겨.

- 가끔 바빠요. 가끔.

- 태진이 사람 너무 막 굴리는 것 같아.

- 아니라니까.

- 내가 그냥 놀라고 했잖아. 내가 돈 준다니까.

- 우리 서로 먹고 사는 일엔 간섭 안하기로 했잖아요. 그만.


“어차피 같이 살 거잖아. 내가 간섭을 왜 못해? 이젠 간섭해야지.”


아버지의 말도, 라헬과의 약속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다 잊게 된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도 지이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하면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창수에겐 그제야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분위기 나쁘지 않네. 음식도 먹을 만하고.”


점심시간이 좀 지난 늦은 오후.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창수는 라헬과 마주보고 앉아 있다. 

라헬이 뭐라고 하든 말든 창수는 그저 열심히 스테이크를 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입맛이 없어 별로 먹질 않으니, 고기를 써는 일도 별 의미 없는 행동이 되고 만다. 

창수는 몇 시간 후 비행기를 탈 생각에만 하고 있다.


“왜 안 먹어, 오빠? 맛이 없어?”


“아니.”


“근데 왜 안 먹어?”


“별로. 안 땡기네.”


“왜? 혹시... 나 때문에?”


“어??? 아니... 그럴... 리가...”


은근 정곡을 콕 집어내는 것 같다. 날카로울 정도로. 

아니면 불편해하는 티가 얼굴에 너무 드러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창수는 겨우 한 조각을 입안에 우겨넣으며 먹는 시늉이라도 해본다. 

실없는 대화가 몇 번 오가도 창수의 접시 위엔 고기가 그다지 줄어들지 않는다. 

그걸 쳐다보고 있던 라헬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는 뭔가 결심한 듯 이야기를 꺼낸다.


“나 얘기 들었어.”


“무슨? 면세점 얘기?”


“뭐 그것도 듣긴 들었고.”


“면세점 얘긴... 솔직히 너 아직 면세점 쪽 담당도 아니잖아. 그런데 무슨...”


“여자 얘기.”


“뭐?”


“오빠, 여자 있다는 얘기 말이야.”


새삼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창수는 냅킨으로 입가를 닦으며 라헬을 빤히 쳐다본다. 

새로울 게 없는 얘기다. 만나면서 내내 여자 친구가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던가.


“너 내 말 안 들었구나? 아니면 듣는 척만 했어? 여자 친구 있다고 얘기했잖아. 그것도 몇 번이나.”


“알아. 근데...”


“그런데?”


“무슨 고졸 알바라면서? 부모님 이혼하시고. 쥐뿔도 없는 집안이라고 하던데. 

너무 양심없는 거 아냐? 어딜 감히...”


라헬의 말에, 창수가 쥐고 있던 포크를, 소리가 크게 날 정도로 테이블 위에 턱하니 내려놓는다.


“너 말 조심해라. 그리고 네가 뭘 안다고 그런 얘길 해?”


“오빠 되게 눈치 없다.”


“무슨 소리야? 너 국어 공부 좀 다시 해야겠다? 

무슨 미국 명문대 어쩌고 졸업했다더니 한국말 까먹었어? 

뭘 그렇게 앞뒤 없이 문맥에 안 맞게 말을 막하는 거야?”


도대체 얘는 어디서 지이 얘기를 들은 거야? 

그보다 뭔데 함부로 지이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 

창수가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라헬을 노려보고 있으니, 라헬이 시선을 피하며 한숨을 팍 내쉰다.


“후우... 안 이상했어?”


“뭐가?”


“같은 비행기 탄 거. 호텔 똑같은 거. 일정마다 동석하게 되는 거.”


“뭐?”


“그게 다 우연이라고 생각해?”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길 해.”


“진짜 순진한 건지 뭔지... 아니면 순진한 고졸 알바 만나서, 같이 순진해지기라도 한 거야?”


“야, 유라헬!”


“다 일부러 그런 거야.”


“뭐?”


“진짜 몰랐어? 그럼 정말 순진하네. 유창수 본부장님.”


“...”


“다시 말해줄게. 우리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라헬은 의자를 좀 더 테이블 쪽으로 가깝게 끌어당기며 

일부러 창수 면전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댄다.


“다 계획에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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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셨길 바라면서 전 이만 총총...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