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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2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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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9. 20.

미리 노잼이라고 해놔야 실망을 덜하실 것 같아서... 

혹시 기다리셨나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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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 째깍, 째깍... 시계 초침 소리만이 가득 찬 마을 회관 안.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지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돌린다. 

보지도 듣지도 못했지만 창수는 부모님과 지이 사이에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지 짐작이 간다. 

손을 뻗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일조차 머뭇거려질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지이야.”


“...”


“다신 너한테 이 말 안하려고 했는데.”


“...”


“미안해.”


“...”


“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말씀하셨다고 해도, 난 너 없이 안 돼. 그러니까...”


“지이야! 지이 여기 있니...”


창수가 지이에게 한참, 자신의 진심을 전하려 하는데, 

마을 회관 밖에서 지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눈물을 흘리고 있던 지이가 되는대로 얼굴을 닦으며 눈물 자국을 지우려 애쓴다. 

창수는 누가 왔는지 살펴보려 목을 빼고 문 쪽을 살펴본다. 

그러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신발 벗는 소리가 나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온다. 

두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놀란 토끼눈을 한 사람은, 지이 엄마다.


“어... 엄마...”


“아, 저기... 손님... 오신 거야?”


“어? 어...”


이제 막 들어왔을 뿐인데도, 엄마는 이 공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금방 눈치 챈다. 

눈이 빨갛게 된 채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지이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한 남자. 

그러고 보니, 그 남자의 낯이 어디서 한 번 본 것 같다.


“저기... 누구...”


엄마가 남자를 쉽게 기억해내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자, 

지이는 뭐라고 둘러대야 하나 속으로 변명거리를 생각해낸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하지? 서울에서 자신을 보러 온 이 남자에 대해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냥 ‘손님’이라고 해봐야 믿을 것 같지도 않다. 

게다가 동네 아줌마들은 이미 창수에 대해 물어볼 건 다 물어보고 갔는데...


“안녕하세요?”


순간, 창수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이 엄마를 향해 허리를 숙인다.


“지이 남자친굽니다. 유창수라고 합니다.”


“... 네?”


“지이가 아직... 말씀 안 드린 것 같은데...”


“...”


“결혼, 허락 받으러 왔습니다. 어머님.”


갑작스러운 창수의 말에, 엄마는 지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지이는 창수를 한 번 봤다가 엄마를 한 번 봤다가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듯, 결국 고개만 푹 숙이고 만다. 

세 사람의 시선이 엉키기는 동안, 시계 초침소리만이 이 조용한 공간을 채운다.

 







“들어와요.”


지이네 외할머니 댁. 지이 엄마가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자 

지이가 머뭇거리더니 창수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손짓을 한다. 

만든 지 몇 십 년은 된 듯, 반질반질해진 자그마한 나무 마룻바닥을 지나 

창수가 지이 엄마의 뒤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간다. 

창수가 들어가자, 지이는 행여 창수의 신발에 뭐라도 묻을까, 

한 쪽에 잘 치워두고는 창수의 뒤를 따른다.

좁다. 낮다. 어둡다. 방에 들어서니 창수의 머릿속엔 이런 단어들만 떠오른다. 

창문이 붙어 있긴 한 것 같은데 너무 작은데다 막혀 있어서 방 전체가 어둡다. 

낮에도 형광등을 켜놓든지, 아니면 문을 열어놓아야 할 정도로 어둡다. 

그리고 문 앞에서도 머리를 부딪칠 뻔 했지만, 방에서도 허리를 쭉 펴고 있으면 

형광등에 머리가 닿을 것 같다. 가뜩이나 키가 큰 창수에겐 여러모로 불편한 방이다.

창수가 방에 서서 앉지 않고 서성대고 있으니, 지이 엄마가 창수의 마음을 헤아린 듯, 

얼른 방석 하나를 가져다가 자리를 내어준다. 

그제야 창수가 목례를 가볍게 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편하게 앉는다고 가부좌로 앉긴 했지만 창수에겐 그마저도 어째 불편하다. 

이런 좌식 생활은, 거의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 사이 지이는 냉장고에서 차가운 음료수를 가져와 컵 세 잔을 채워 방 한 가운데 내놓는다.


“우리... 지이 보러 온 거예요?”


“네.”


“저기... 아까... 결혼... 얘기를 꺼낸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지이 엄마가 조심스럽게 ‘결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자, 

마침 그 얘기를 꺼내려던 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을 한다.


“우리 지이랑... 사귀는 거예요?”


“네.”


“엄마, 그게...”


지이가 엄마와 창수의 대화에 끼어들려고 하니, 창수가 지이의 손목을 꽉 붙잡는다.


“내가 말씀드릴게.”


“창수 씨...”


“언젠가는 말씀 드렸어야 하는 건데, 마침 오늘 뵀으니까. 지금 말씀 드려야지.”


“그게 아니라... 우리...”


“어머님.”


일부러 지이의 시선을 외면한 채, 창수는 지이 엄마 쪽으로 다시 고개를 돌린다.


“일전에 한 번 뵌 적 있는데... 기억하세요? 지이 옥탑방에서...”


“옥탑방... 옥탑방... 아! 그 때 그 회사... 지이네 회사랑 같이 일한다는...”


“그 땐 미처 말씀 못 드렸습니다. 제가 지이 마음 붙잡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요.”


“아, 네... 그랬... 나요...”


“말씀 편히 하셔도 됩니다.”


“아... 뭐... 근데... 듣자하니, 우리 지이가 다니는 회사랑 뭐... 같이 일하고 그런다는데... 

내가 함부로 말 놓고 그러면 안 될 것 같네요.”


지이의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지만 지이 엄마에겐 창수가 어쩐지 불편하다.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강하다.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흐른다.

지이는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고, 창수는 뭐라고 설명을 드릴지 생각하는 모습이다. 

그 사이, 지이 엄마는 저 ‘유창수’라는 남자를 처음 만나봤던 그 날, 

지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그러다 문득, 지이가 재벌집 남자랑 결혼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던 것이 생각난다. 

그 땐 뭣도 모르고 사람은 급에 맞게 결혼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핸드폰을 붙잡고 펑펑 울었던 것도 퍼뜩 떠오른다. 

지이가 울면서 그런 말을 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좋은데 어떡하냐고. 어떡하면 좋겠느냐고. 

생각해보니 왜 ‘불편한 기분’ 이 드는지 알 것도 같다. 

이 ‘불편함’의 정체는 아마도 ‘위화감’ 같은 것이 아닐까. 


“지이, 집에 있어??”


세 사람의 침묵을 깬 건, 뜻밖에도 밖에서 누군가가 지이를 부르는 소리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연다. 지이를 부른 건, 옆집 아주머니다.


“아, 아주머니.”


“아, 있구나.”


“네”


“저기, 우리 돌아가면서 새참 준비하잖아~ 근데 오늘 이 집에서 준비하는 날인데... 

너희 할머니가 너한테 말하면 알거라고.”


“아... 새참... 네에...”


“오늘 점심을 일찍 먹어놔서, 새참 좀 일찍 먹어야겠어~”


“네에... 아... 그런데...”


말꼬리를 흐리며 지이가 방안을 쳐다보자, 지이 엄마가 한숨을 푹 내쉰다.


“아니, 너네 할머니는 허리 아프다면서 뭘 또 밭에 나가셨다니...”


그러다 물끄러미 창수를 쳐다보던 지이 엄마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지이를 부른다.


“지이야.”


“어?”


“네가 할머니 새참 좀 갖다 드려.”


“어, 어... 근데 창수 씨...”


“나랑 얘기하고 있으면 되니까. 갔다 와. 냉장고에 막걸리랑, 김치 갖다 내드리고...”


“어... 근데... 저기...”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지이가 창수 곁에 다가와 조용히 귓속말을 속삭인다.


“괜찮겠어요? 엄마랑...”


“어? 어... 다녀와.”


“그럼 빨리 갔다올게요. 미안해요.”


금세 새참거리를 챙긴 지이는 창수가 걱정이 되는지 방 쪽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옆집 아주머니를 따라 집을 나선다. 

그리고 방안에는 창수와 지이 엄마,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았다.


“차라리 잘 됐네요.”


“네?”


지이 엄마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 말을 꺼내기 시작한다.


“지이 없을 때 얘기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서.”


“...”


“아깐 못 알아봤는데, 이제 그 쪽, 생각이 나네요.”


“아, 네...”


“옥탑방에서 만났던 것도, 지이가 그 날 나한테 저런 남자랑 사귀면 어떻겠느냐고

물어봤던 것도, 그리고 어제 울었던 것도...”


어제 울었구나. 전화할 때도 목소리가 안 좋더니. 

창수는 어제 전화하던 지이의 목소리가 떨렸던 걸 다시 생각해낸다.


“정말... 결혼할 생각이에요?”


“네. 지이랑 결혼하려고 합니다."


“지이 말대로라면... 아주 아주 잘 사는 집안이라던데. 맞아요?”


“...”


“무슨 회장님 아들... 그랬던 것 같은데...”


“네...”


“후우... 사실 이런 집에서 우리 지이 데리고 간다고 하면 

좋아해야 맞는 건데. 그렇죠?”


지이 엄마가 말을 하다 말고 웃는 표정 비슷한 걸 짓는다. 

하지만 좋아서 웃는 웃음이 아니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말도 안 돼서 웃는, 그런 허탈하고 냉소적인 웃음이다.


“아까... 유창수 씨라고 했나요.”


“네, 어머님.”


“혹시 나이가 어떻게 돼요?”


“올해 스물 아홉입니다.”


“지이랑 2살 차이 나네... 젊네요... 아직 서른도 안 됐으니. 앞날 창창하네요. 그렇죠?”


“아... 네.”


“지이, 어떻게 컸는지는 들었죠? 가방끈도 짧아요. 

취직도 제대로 한 적, 거의 없어요. 그거 알고 있어요?”


무슨 얘길 꺼내려고 저렇게 부정적으로 운을 떼는 건지. 

창수는 지이 엄마의 저런 말들이 귀에 거슬린다. 왜 딸을 저렇게 낮추려고만 할까. 

왜 모두가 지이를 학력이나 가정형편이라는 틀에만 매어놓고 생각하는 걸까.


“어머님.”


“...”


“저, 지이 좋아합니다. 지이 학력이나 가정형편 때문에 안 좋아할 것 같았으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렇게 안 만났을 겁니다. 저희 백화점 마트 알바였거든요. 

저도 처음엔 학력, 직업 이런 잣대로 지이를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그런 잣대로만 어떻게 판단할 수가 있을까요? 

지이 만나면서, 저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얘기해주는 거예요. 현실을 보라고.”


창수가 진심으로 지이에 대한 고백을 하는데도 

의외로, 지이 엄마가 더욱 단호한 말투로 창수의 말을 가로 막는다.


“지금은 지이가 좋아서, 세상 잣대가 하나도 안 보일 수도 있어요.”


“...”


“그런 거 보면, 정말 우리 지이 좋아하는 거 맞는 것 같긴 한데, 그거, 얼마나 가겠어요.”


“... 어머님.”


“그 쪽 부모님은, 허락하셨어요, 이 결혼?”


“...”


“아마도 힘들 것 같은데... 내 생각엔.”


“어머님 허락을 먼저 받으려고...”


“나도 허락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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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편이라... 30편 안에는 끝날 것 같네요. (설마 그 안에 안 끝나는 건 아니겠지!!!)

벌써 많이 늘어질대로 늘어졌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후기도 충실히 쓸 것을 약속드려요~ ㅋㅋㅋ 

(이래놓고 안 쓰는 건 아니겠지...)


그럼 24편을 후딱 써서 갖고 오겠습니다. 여러분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