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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2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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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9. 23.

더 길게 쓰려고 했는데 저의 여력이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며 ㅋㅋㅋ 

25편은 진짜 빨랑 쓸게요... ㅎㅎ 

이야기에 진전이 없어서 큰일이죠? 25편에는 있게끔... 크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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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습한 기운까지 가득한 지이 외할머니네 방. 

실컷 얘기를 하고 나니 목이 말랐는지 지이 엄마가 

음료수 반 컵을 한 번에 들이키고는 컵을 내려놓는다.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창수는 지이 엄마의 말을 기다린다.


“지이 아빠랑 내가 이혼하고, 지이, 외할머니랑 같이 살았어요. 그건 알죠?”


“네...”


“외롭고 힘들게 큰 아이에요. 내가 해준 것도 없고... 저 혼자 컸는데...”


“...”


“지금 저렇게 밝은 모습으로 열심히 사는 것만 봐도 

나는 정말 고맙고 기특하고... 그래요.”


“...”


“그래서 난... 지이가 좋은 사람 만나서 사랑 받고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엄마니까, 당연한 마음이겠지만... 내가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말을 하다 보니, 지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못난 엄마라는 사실을 

스스로 말하고 있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간 목이 메었는지 지이 엄마는 헛기침을 몇 번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으음... 그런데, 그 쪽 집안에 시집가면... 

물론, 그 쪽 집안에서도 반대할 테니 결혼 자체도 어렵겠지만, 

설사 결혼한다 하면, 우리 지이가 마음 편히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


“시부모 사랑 받고, 남편 사랑 받고, 저렇게 밝게 살 수 있을 거라고... 

그럴 거라고 생각 안해요. 아니, 못해요. 이런 말... 내 입으로 하긴 그렇지만, 

차이라는 게 쳐다볼 수 있을 정도는 돼야지. 

쳐다볼 수조차 없이 너무 차이가 나버리면, 힘든 건, 내 딸이에요. 우리 지이가 힘들 거라고요.”


이래서 지이가 쉽게 말을 못 꺼냈구나. 이해한다, 이해한다 하면서도 

조금은 마음속으로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 있었는데, 

옥탑방에서 왜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하지 못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다.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창수에겐 어른들의 앞선 걱정이 지이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로 들린다.


“어머님 걱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


지이 엄마의 말을 듣고 묵묵히 앉아 있던 창수가 한참만에야 입을 뗀다.


“겉으로 보이는 조건에서 보면, 어른들 하시는 말씀대로... 

제가 지이한테 과분해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


“저는 지이가 저한테 과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네? 그건 무슨...”


창수의 말에, 지이 엄마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지이 만나기 전에, 전 제가 아주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거 다 누리고, 사고 싶으면 사고, 먹고 싶으면 먹고... 

부족한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


“제가 가지고 있던... 선민... 의식이라고... 그런 거, 의식도 못하고 살았는데... 

처음엔 제 하나뿐인 친구 녀석이 제 그런 생각을 꼬집어 말해주더니, 

지이는... 지이는 그걸 무너뜨리더라고요.”


“... 우리... 지이가요?”


“저는 지금 가지고 있는 조건들 버리고 나면 특별해질 수 없지만, 

지이는 제가 가진 조건들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특별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저한테 과분하다고 하는 거고요.”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지이 엄마는 잠시 창수의 말을 곱씹어 본다. 

창수에게 지이가 과분한 존재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엇보다도...”


지이 엄마가 여전히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으니, 창수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는 이제 지이 없는 미래는 생각 못합니다. 

제 미래의 계획 속에는 지이가 있어요. 아니, 있어야 합니다.”


“...”


“지금 허락 안하신다고 해도, 전 다시 찾아올 거고, 다시 허락해달라고 말씀 드릴 겁니다.”


창수의 단호함에, 지이 엄마는 가늘게 한숨을 내쉰다. 정말 내 딸을 좋아하는 구나. 

시부모는 어떨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 앞에 앉아 있는 창수만큼은 

내가 못 다준 사랑을 줄 수 있겠구나... 

지이 엄마는 자꾸 시큰해지는 코끝을 매만지며 괜히 목을 가다듬는다.


“으음... 무슨 얘긴지... 알겠어요.”


“...”


“우리 지이 좋아하는 것도 알겠고, 결혼하고 싶다는 말, 진심이라는 것도 알겠어요.”


“...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가 감사해야할 것 같지만... 

근데... 그 쪽 부모님은 별 말 안해요? 우리 사정 알고는 허락 못할 것 같은데.”


“아직... 허락... 받아야 합니다.”


“그렇겠지... 그럴거야... 쉽지 않겠지. 에휴...”


지이 엄마의 한숨에 창수는 가부좌로 앉아 있던 자세를 바꿔 무릎을 꿇는다. 

지이 엄마는 깜짝 놀라며 두 손을 내젓는다.


“아니, 왜 갑자기...”


“어머님.”


“... 아, 네...”


“어머님은 저희, 허락해주신 걸로 알겠습니다.”


“아니, 난...”


“감사합니다, 어머님.”


창수가 무릎을 꿇은 채로 고개를 숙이니, 지이 엄마는 몸 둘 바를 모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니, 그럴 것까진...”


“혹시 아버님도...”


“아, 그 양반은 안 봐도 돼요... 어차피 한국에 살지도 않으니까.”


“아, 네... 그럼...”


“난 아직.”


“...”


“솔직히 마음이 좀 그래요. 확신이 없어요. 그렇지만...”


“...”


“지이가 좋다면... 제가 감당할 수 있다고 하면... 

내가 뭐라고 반대를 하겠어요. 내가 다 키우지도 못했는데.”


결국 눈물이 맺혔는지 지이 엄마는 옷자락으로 눈가를 살짝 찍어내곤 

창수와 마주볼 수 있게 자리를 잡는다.


“그냥... 우리 지이, 많이 사랑하고 아껴줘요.”


“네... 어머님.”


“난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거니까... 지이 예뻐해주고 힘들지 않게만... 그렇게만 해줘요...”


자꾸만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지이 엄마는 돌아앉아 자꾸만 눈물을 훔쳐낸다. 

일단 어머님의 허락은 받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오해를 풀고 지이의 마음을 돌려놔야한다는 생각에 

창수는 지이가 나간 문 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런데 때마침,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저, 어머님, 잠시만...”


창수가 말을 걸자, 지이 엄마는 나가보라는 손짓을 한다. 

문을 나서며 전화를 받으려는데, 마루 아래 가지런히 놔둔 자신의 신발이 보인다. 

다른 신발들은 이리 엉키고 저리 던져져 있어도 

창수의 신발은 자그마한 상자에 고이 넣어두었다.

어떤 마음으로 그랬을지 생각하니 창수는 마음 한 쪽이 아린 기분이다. 

그 사이 전화가 끊어지나 했더니, 다시 벨소리가 울린다. 

발신자를 확인한 창수가 곧바로 전화를 받는다.


“어, 엄마.”


“너 어딨는 거야? 엄마, 지금 백화점인데.”


“나? 00시.”


“뭐? 거긴 왜? 뭣 땜에 갔어?”


“지이 만나러.”


“후우...”


전화기 너머로 한숨 소리가 다 들린다. 그게 귀에 거슬렸는지 창수의 표정이 구겨진다. 


“아, 왜~”


“그래서. 만났어?”


“어.”


“걔는 기사 봤대?”


“그보다 엄마.”


“어?”


“지이 불렀었어?”


“어? 어... 무슨... 말이야?”


“모른 척 연기하지 마. 다 티나. 지이 불렀었냐니까.”


창수는 방에 있는 지이 엄마가 얘기를 들을까봐 아예 대문 밖으로 나와 

아까 걸어왔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뭐... 내가 그런 건... 아니고.”


“엄마도 아빠랑 같이 있었지?”


“같이... 있긴 했는데... 나는 뭐... 나는 이지이... 편이었지...”


“뭐?”


“... 편이었다고.”


“크게 좀 얘기 해봐.”


“아, 이지이 편들어주려고 했다고!! 하도 애가... 불쌍해보여서...”


“도대체 뭐랬는데?”


“아니 그냥... 아빠는... 창수 너한테 지이 네가 뭘 해줄 수 있냐. 

우리 아들은 너한테 해줄 게 많은데... 넌... 뭐냐고...”


“그래서 그걸 그냥 듣고 있었어? 아빠 설득 해달라고 내가 부탁했었잖아.”


“야! 너희 아빠가 작정하고 너 중국 보내서, 어, 나도 모르게, 어! 

그 RS 인터내셔널 딸내미도 만나게 했는데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아빠가 입장이 아주 단호했다니까.”


하긴, 엄마의 말도 일리는 있다. 평소 아버지라면 이렇게 강하게 나오지 않았을 거다. 

강한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속마음은 늘 부드러운 분이셨는데. 

출장을 가장한 5박 6일 선자리를 마련한 것만 봐도, 

지이에 대한 아버지의 생각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얼마나 부정적인지를.


“알아... 알고 있어.”


“사실... 지이 걔는... 헤어지겠다고 했어. 너 행복 빌어준다고 또 그러더라. 

사람 마음 약해지게... 자기 때문에 네가 부모랑 틀어지고 그런 거 싫대. 근데...”


“근데?”


“예전에는 남자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 안하겠다더니, 

지금은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다더라... 너랑 같이 있고 싶단 소릴 하더라고. 

그런데도 결국은... 헤어지겠다고 약속하긴 했지만.”


그랬구나. 아버지가 헤어지라고 말하는 그 자리에서, 

지이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사실 상상하기도 힘들다. 

지금 자신이 지이 엄마를 만난 이 자리보다도 더 힘들고 더 괴로웠을 텐데...


“창수야.”


“어?”


“그래서 둘이 지금 같이 있어?”


“아니... 외할머니 새참 드리러 간다고...”


“... 암튼, 걔는 너한테 뭐래?”


“...”


“걔... 잡고 싶음, 잡아.”


“뭐?”


“너도 이제 알겠지만 엄마 촉이라는 게 있어. 자식 키우면 다 그런 거 생겨. 

너 이지이랑 못 만나게 하면 엄마 또 들들 볶아댈거야. 그렇지?”


“...”


“지이 만나도 된다고, 결혼해도 된다고, 내가 그러고 난 다음부터 

너 백화점 실적도 좋아지고 면세점 사업에도 열심이었지. 

그 전에는 준기만 믿고 설렁설렁 일하던 녀석이.”


“... 엄마.”


“이지이가 좋아서 이런 소리 하는 거 아냐. 내 아들 믿는 거지. 

내 아들 판단 믿을 거야. 그러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거, 눈감아주려고.”


전화기를 통해 먼 곳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창수는 보이지 않아도 엄마의 마음을 잘 전달 받았다는 듯, 몇 번이나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엄마 고마워...”


“고마운 건 알아?”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았다고 생각했는지, 창수가 목소리를 밝게 바꾸고 애교스런 말투로 물어본다.


“엄마, 누구꺼?”


“... 에휴... 창수 꺼! 그럼 뭐하냐? 네가 이지이 껀데!”


뚝. 전화가 끊어졌다. 창수는 엄마의 볼멘소리에 피식 웃고 만다.


“엄마가 내 꺼고, 내가 이지이 꺼면, 엄마도 지이 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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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읽어주시는 소수의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다음편엔 좀 더 알차게 해서 갖고 올게요... 너무 허허실실해서 죄송한 마음까지 드네요...T.T

전 드라마 작가가 아니니까 이해해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럼 다음 이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