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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류사회> 상플 - 창수와 지이 2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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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9. 25.

이젠 노잼이라고 하기도 지치네요... 

어떤 방향으로 끝내야할까... 고민입니다. 

더 쓸게 없어요... -_-;;; 


상플 쓰는 사람의 한계라고 생각해주세요. 더 잘 썼으면 제가 드라마를 썼겠죠 ㅋㅋ 

이런 경고문에도 읽겠다면...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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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끊고 차를 대놨던 곳까지 걸어가던 창수는 문득 시계를 한 번 들여다본다. 

그러고 보니, 지이가 새참을 주러 간다고 나간 지가 벌써 1시간이 넘었다. 

새참만 주고 곧장 올 것 같더니, 어디서 뭘 하는 건지. 

지이네 외할머니댁 근처까지 차를 옮겨놔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좁은 길을 따라 운전을 하는데, 멀찍이 사람들이 모여 앉은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틈에 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손에는 커다란 사발 같은 것이 들려있다.


“쟤... 설마... 혹시...”


창수의 얼굴에, 약간의 불안함이 스쳐지나간다. 일단 차부터 대놔야겠다. 

창수는 그 자리를 지나쳐 우선 차를 댈만한 곳으로 이동한다.








“지이야... 지이야...”


“아줌마~”


지이가 술기운에 쪼그리고 앉아 눈을 감고 있으니, 

일하던 아주머니 중 한 명이 졸고 있는 줄 알고 지이의 어깨를 흔든다.


“넌, 무슨 새참 주러 온 애가... 네가 막걸리를 그렇게 마셔대면 어떡해?”


“막걸리만 마신 거 아니에요~ 소주도 좀...”


“아니, 김 씨 저 양반은 무슨 대낮부터 소주를 갖고 와, 그래... 

일은 안하고 술만 퍼마셔, 아주 그냥!!”


앉은 채로 지이는 몸을 흔들거리고 있다. 

새참으로 가져간 막걸리는 저 혼자 다 마신 것 같다. 

깎아놓은 오이를 아삭아삭 씹어 먹으며 쪼그리고 앉아 밭을 쭉 둘러보고 있다.


“할머니~ 일 좀 그만해요~”


“아니, 쟤가 진짜... 너나 집에 들어가! 저게 대낮부터 술이여, 술이...”


“아니, 내가 뭐 마시고 싶어 마셨나... 주니까 마셨지...”


“한 잔 줬으면 한 잔만 마시지, 몇 사발을 마셔! 소주도 마셨지?”


“쬐끔... 아주 쬐끔 마셨어요...”


몸을 흔들거리며 계속 앉아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지이의 팔을 홱 낚아채고는 일으킨다. 

깜짝 놀란 지이가 쳐다보니, 팔을 낚아챈 사람은 창수다.


“어? 본부장님!”


“너... 설마... 진짜... 술 마셨어?”


“막걸리 좀 마셨다 뭐...”


“막걸리... 정도로 이렇게 될 것 같은데... 소주도 마셨지? 

저기 소주병, 네가 마신 거 아냐?”


“아닌데...”


“... 정말... 아니야?”


불안한 마음에 창수의 눈빛이 살짝 떨린다. 트라우마가 또 떠올랐는지, 

살짝 옷깃을 두 손으로 끌어당긴다. 그런 창수의 속내도 모르고, 지이가 웃으며 말을 건다.


“내가, 재밌는 얘기해줄까요? 전갈이랑 개구리가 있었는데...”


“아니, 아니... 너 그 얘기 꺼내는 거 보니까, 소주 마셨어. 분명해.”


“헤헤... 맞아!”


지이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까지 그려가며 맞다고 하자, 

창수는 기가 막힌 듯 실없는 웃음을 짓는다.


“허... 참... 너는 정말... 내가 방금 어머님이랑 무슨 얘기하고 온 줄 알고..."


"속상해서 마셨어.“


“뭐?”


“속상해서. 본부장님 얼굴 보니까 속상해서 마셨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지이가 휘청거리자, 창수가 얼른 지이의 팔을 잡아준다.


“가자. 집에 데려다줄게.”


“놔아~”


지이가 팔을 뿌리치려는데 그 바람에 다시 넘어질 뻔 한다. 

간신히 창수가 잡아준 덕분에 다시 제대로 두 발을 내딛는다.


“저 총각은 누구야...”


일하는 사람들 무리에서 할머니 한 분이 고개를 쑥 내밀고는 

지이와 창수를 번갈아가며 본다. 

그러자 지이가 퍼뜩 뭔가 생각이 났는지 창수를 사람들 앞에 세운다.


“어, 맞다... 할머니! 여기 계신 분이 누구냐하면... 

저~~기 서울에 되게 큰 백화점 본부장님.”


“... 야, 이지이.”


“되게 되게 돈 많고... 되게 되게 멋있고 잘생기고... 엄청 좋은... 사람.”


“...”


“가끔 고집 부리고 잘난 척도 하지만.”


“... 야!”


“인사드려요. 저 분이 우리 외할머니.”


지이가 손으로 한 사람을 가리키자, 창수가 살짝 긴장된 목소리를 내며 허리 숙여 인사한다.


“아... 안녕하세요. 저 지이 남자친구, 유창수라고 합니다.”


“이제 아냐.”


“... 지이야.”


“이제 아니잖아. 그러지 말아요.”


두 사람의 말이 잘 들리지 않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재차 물어보던 

지이 외할머니는 한참만에야 창수가 지이의 남자친구라는 얘기를 알아듣고 반색한다.


“아이고... 우리 지이 남자친구라고... 아주 그냥 훤칠하네. 잘 생겼네, 잘 생겼어...”


창수가 마음에 드신 듯, 함박웃음을 지으니 

창수도 반겨주는 것이 고마워 또 한 번 허리를 굽힌다. 

하지만 지이는 뒤에서 창수의 옷자락을 잡고는 흔들며 고개를 흔든다.


“아니야, 이제 아니잖아. 남자친구 아니잖아...”


“저, 지이는 제가 집에 잘 데려다주겠습니다. 그럼...”


지이의 투정 섞인 목소리를 모른 척하고 돌아서는데, 

지이가 벌써 다섯 걸음쯤 먼저 앞서 가고 있다. 

그러다 술기운이 도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어후... 진짜!”


살짝 화가 나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보고 계시니 소리를 지르진 못하겠고. 

얼굴을 찌푸린 채 창수는 지이 쪽으로 성큼 걸어간다.


“너 진짜...”


“나 갈 수 있어...”


“일어날 수 있겠어?”


“응, 조금만 이러고 있다가 갈거야.”


저러다간 집에 가지도 못하고, 길에서 잠들어버릴 것 같다. 

창수는 지이보다 앞에 서더니 그 자리에 자세를 낮춘다.


“... 업혀.”


“응?”


“업어줄게.”


“...”


“업어준다고.”


“안돼요... 하체통통이라며. 싫어하잖아.”


“생각해보니까 여잔 하체통통한 게 좋은 것 같아.”


지이가 어물거리고 있으니 창수가 억지로 지이를 업으려 하자, 

할 수 없이 지이가 창수의 목을 끌어안고는 업힌다. 

두 어깨가 무거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창수는 지이가 더 취하기 전에 잘 데리러 온 것 같아 

조금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조금 걷다가 밭과 집 중간쯤에 이르자 창수가 먼저 입을 연다. 


“할 말 있는데.”


“...”


“술 취한 사람한테 하는 거 아니니까... 너 술 깨고 나면 하자.”


“...”


창수가 이렇게 말해도, 지이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더니 목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내려 창수를 밀어내곤 창수의 등에서 내려온다.


“해. 해요.”


“싫어.”


“지금 해야 해. 왜냐하면 다시 안 만날 거니까.”


“... 너 또... 후우...”


방금 전까지 무슨 얘기했는지 지이는 아직 모르고 있다. 

창수는 이해하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너희 어머님이 우리 결혼 허락하셨어. 너 보려고, 너 데려가려고 온 건데, 

말씀 잘 드린 것 같아. 언제까지 우리 결혼 문제, 말씀 안 드릴 수도 없고.”


“창수 씨 부모님은? 우리 엄마만 허락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창수 씨 부모님은요?”


“...”


“남자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 안 해.”


“너 나 없이 살 수 있어?”


“살 수 있어.”


“지이야.”


“다시 사랑하지 않을 거야. 혼자 늙어 죽을 거야.”


“...”


또 저 소리... 속이 상한 창수는 눈을 꾹 감고는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이제는 알 것도 같다. 

저 말은 헤어지겠다는 말이 아니라, 잡아달라는 말이라는 걸.


“나 때문에 노력하지 말아요. 애쓰지도 말고.”


“...”


창수의 시선을 피하며, 지이는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을 꺼낸다.


“약혼 기사 봤어요. 잘 나온 사진 아니지만 그 여자 분 예쁘더라. 

나도 내가 미모로는 안 꿀린다고 생각했는데 되게 예뻤어. 

RS인터내셔널 되게 유명한 회사잖아요. 

급도 맞고... 얼굴도 예쁘고... 누구 하나 반대하지도 않을 거고...”


“지이야.”


“...”


지이가 시선을 피하며 유라헬 이야기를 꺼내자, 

창수는 단호하고 조용한 말투로 지이의 말을 끊는다.


“네 덕분에 내가 내 생각만 하고 사는 거, 좀 고치긴 했지만 

아직, 나 그렇게 좋은 사람 아냐.”


“...”


“너 때문에 노력하는 거 아니고 나 때문에, 내가 살려고 노력하는 거다.”


“... 창수 씨.”


“너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네가 곁에 있어야 살 것 같아서, 

너 없는 미래를 그릴 수가 없어서. 다, 나를 위해서야.”


“나... 술 취해서... 지금 하는 말 다 잊을 거야... 필름 끊어질 거라고.”


지이가 못 들은 척, 다시 걸어가려고 하자, 창수가 지이의 손목을 붙잡고 다시 제 앞에 세운다.


“너 그 정도로 안 취하는 거 알아. 소주 한 병 마신 것도 아니면서.”


“... 그래봐야 기 쓰고 노력하다가, 미안하다 그러고 헤어지겠지.”


“...”


“상처 받았어?”


“... 아니. 그 정도로 상처 안 받아. 내가 생각을 바꿨거든.”


“뭐?”


“기 쓰고 노력할거지만 미안하다 그러고 헤어질 일은 없으니까.”


“...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오지 말라고 내가... ”


“네가 사는 동네로 가는 게 아니라, 널 내가 사는 동네로 이사오게 할 거야.”


다신 보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버님의 반대가 너무 무겁고 너무 단단해보여서 

도저히 깨뜨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창수가 부모와 등지고 살게 하진 말아야겠다,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겠다, 

지이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도 이렇게 눈앞에만 있으면 그런 마음이 너무 쉽게 흔들린다. 

그리고 지금, 창수가 하는 말들에 흔들리던 마음이 무너진다. 

창수 앞에서 울지 않겠다는 결심 역시 번번이 지키지 못한다.


“나, 창수 씨네 동네로 이사 갈 수 없어. 어떻게 그런 동네에서 살아. 

이사 아무리 많이 다녀봤어도 그런데선 살아본 적 없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몰라.”


“내가 있잖아.”


“...”


“내가 있는데 왜 걱정을 해. 그 동네에서 내가 평생을 살았는데. 

길 모르면 내가 네비게이션 해주면 되고, 문 안 열리면 날 열쇠라고 생각하고 써. 

안 살아보고 왜 못 산다고 해?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아. 

그리고 이지이는, 어디가나 잘 살거라는 거, 내가 알아. 

내가, 그 동네에서 어떻게 사는지 다 알려주고, 문제 생기면 다 해결해줄게.”


“...”


“... 대신, 나 너한테 주면 되냐?”


“... 푸흡.”


한참 심각한 얘기를 하던 도중에 창수가 농담 섞인 말을 하자, 

지이가 울다가 웃음이 터진다. 

마트에서 일하던 시절, 사귀자고 하기 직전에 마트로 내려온 창수가 

치커리를 달라고 할 때 했던 말인데... 

그 때 했던 대화까지 지이의 머릿속에 한꺼번에 다 떠오른다.


“왜, 너무 느끼해서 말문이 막히냐?”


“...”


“이제 다 울었어?”


“... 어.”


“내가 안 업고 가도 되지?”


“네.”


“내가 하자는 대로 할 거지?”


“...”


“대답 안해줄 거야?”


아직도 망설여진다. 창수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다. 

창수 아버지의 질문이 떠오른다. 네가 창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냐고. 

창수는 너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지만, 넌 뭘 해줄 수 있냐고.


“창수 씨.”


“어?”


“나는... 창수 씨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뭐?”


“창수 씨는 나한테 많은 걸 해줄 수 있는데, 난 못해. 그런데도 괜찮아?”


“하아... 진짜. 너 맞춤법만 기억 못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것도 기억 못하는 구나?”


“... 뭘?”


“방금, 내가 했던 말, 정말 술김에 까먹었어?”


“... 방금 한 말 중에 뭐?”


“말 두 번 하게 하지 말라고 했는데. 술 깨면 한 번 차근차근 생각해봐. 알았지?”


“... 저기... 약혼 기사는...”


“그건 네가 신경 쓸 일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지이가 의문이 안 풀린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창수가 지이의 손을 꼭 잡고 잡아당긴다. 

손을 잡고 잡아당기니 지이도 발걸음을 옮긴다.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니... 네가 있어야 내가 살고, 네가 있어야 내 미래가 완성될 거라고 

방금 얘기했는데. 창수는 지이의 손을 붙잡고 걸으며 못다한 말들을 이어간다.


“일단 술 깨고 저녁에라도 서울 올라가자.”


“... 올라가면?”


“인사드려야지. 이제 너도 같이 가서 허락 받는 거야.”


“같이?”


“어, 같이. 같이 살게 해달라고 하는 건데, 같이 허락 받아야지 않겠냐?”


“어? 어...”


“이제 다시 헤어진다, 안 본다, 그런 얘기 하지 말자.”


기 쓰고 노력하다 미안하다고 하고 헤어질 게 아니라, 

기 쓰고 노력해서 헤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게 창수의 생각이다. 

그런 창수의 생각을 읽은 지이가 창수의 손을 더 꼭 붙잡는다.


“내가 안 놓을게요. 이 손 꼭 잡고 있을게.”


작은 목소리로 지이가 답을 하자, 그제야 창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손을 잡고 몇 걸음을 더 걸으니, 두 사람의 발걸음이 집 앞에 다다랐다. 

아마, 얼마 안 있으면 이렇게 매일 같은 문을 들어서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대문을 넘어서며 창수는 잠깐 그런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창수는 아직인가?”


늦은 저녁 시간. 창수네 집. 퇴근하고 돌아온 창수 아버지가 집안에 들어오며 

거실을 한 번 휙 둘러보고는 창수 엄마에게 물어본다.


“... 네.”


“흠... 어디라는 말은 안하고?”


“...”


“이지이... 그 아이 만나러 간 건가?”


사실은 아직 오지 들어오지 않았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눈치를 챈 분위기다. 

창수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 흐음... 거참...”


“저녁은요?”


“먹었지... 후우... 우리 와인이나 한 잔 할까요?”


“...”


“할 얘기도 있고.”


“... 그래요.”


이젠 가벼운 겉옷을 걸치지 않고는 테라스에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밤공기가 쌀쌀해졌다. 

부부는 테이블 위에 예쁜 양초까지 켜두고 고즈넉한 밤 분위기를 만들었다. 

헌데 달콤한 맛이 강한 와인을 준비해왔는데도 창수 아버지는 

어째 표정이 밝지가 못하다. 뭔가 망설이듯,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창수 아버지 먼저, 와인 한 모금을 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 뭐가요?”


“창수 말이야.”


“결혼... 말하는 거예요?”


“이게 정말... 후우... 가당키나 한 얘긴가 싶어서.”


“... 나도 그래요.”


“그런데 오늘 창수가 결혼하게 해달라고... 그 이지이라는 애랑 결혼하게 해달라고 

아, 글쎄, 내 앞에서 무릎을 꿇더라니까.”


“무릎까지 꿇었다고요?”


전에 없던 아들의 행동에 놀라기는 창수 엄마도 마찬가지다. 

마시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창수 엄마는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낮에 전화하다가, 창수에게 지이를 잡고 싶으면 잡으라고 얘기했던 게 문득 떠오른다. 

녀석, 잡으란 말을 하지 않았어도 잡았을 테지.


“내가 참... 우리 창수 30년 가까이 키워오면서 

그렇게 간절하게 나한테 뭘 부탁한 적이 없었거든.”


“... 그랬죠.”


“걔가 그럴 애가 아닌데. 그런데 오늘 민수가 하는 얘기 듣고 보니...”


“민수가 뭐랬는데요?”


“창수가 요즘 들어서 몇 가지 기획안 올린 게 있었는데, 

그게 마음에 들어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거든. 아, 그런데...”


“...”


“그 기획안 아이디어가 그 이지이란 아이 머리에서 나왔다는 거야.”


“지이가요?”


“그래요... 그래서... 얘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머리가 좋은 아이구나... 

그리고 창수를 엄청 생각하는구나 싶은 게...”


먼저 와인을 마시자고 했고, 먼저 창수와 지이 이야기를 꺼냈으면서도 

창수 아버지는 뭐라고 끝을 맺어야 할지는 생각하지 못한 터라 

괜히 와인잔만 흔들거리고 있다. 빙빙 돌리다가 한 모금, 또 빙빙 돌리다가 두 모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창수 엄마가 답답했는지 먼저 남편에게 말을 건다.


“여보.”


“응?”


“... 우리가 정할 답이 아닌 것 같아요.”


“뭐가요?”


“... 애들한테 맡겨둡시다.”


“...”


“당신, 지금 그렇게 마음먹고 나한테 꺼내는 얘기 아니에요?”


“... 후우...”


창수 아버지가 한숨을 내뱉자, 창수 엄마는 와인잔을 내려두고 

남편의 어깨를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한숨 그만 쉬시고요. 속 쓰리고 내 아들 아깝고 

저렇게 격차가 많이 나는데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거 아는데...”


“같이 산 세월은 못 속이는구먼... 내 속을 그렇게 다... 꿰뚫어 보고.”


“...”


“오늘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고. 서류를 갖다 주는데도 사인도 못했어. 

다 미뤄두고 창수 생각만 하고 있었지. 저녁 약속도 간신히 나갔고...”


“... 그럴 만 하죠.”


“품안에 자식인 줄 알았더니 어른이 다 됐어요... 

창수가. 원하는 걸 갖게 해달라고 투정부리고 때 쓰면 야단치고 소리 지르려고 했는데, 

그렇게 무릎을 꿇고 원하는 거 얻게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 내가 할 말이 없는 거야...”


“저도 요즘 창수 보면 뭐라 야단칠 게 없어요. 

예전 같지 않게 열심히 회사 다니고 제 할 일 잘하고 하니...”


스산하게 불어온 한 줄기 바람에 두 부부 사이에 잠시 대화가 끊어진다. 

따라놓은 와인 잔이 바닥을 드러내자 창수 아버지가 입맛을 몇 번 쩝쩝 다시더니 운을 뗀다.


“여보.”


“... 네?”


“당신 생각대로 해요.”


“내 생각이요? 내 생각이 어떨 줄 알고?”


“거, 지난번에 이지이 걔 왔을 때도, 살짝 편 들어주려고 했잖아요.”


“내가요? 내가... 내가... 내가... 음... 살짝 그... 그랬나?”


“... 큰 애 작은 애한텐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살았잖아. 

막내며느리는... 딸처럼 친구처럼 말도 좀 통하는 그런 애가 좋을... 좋을 수도 있겠지...”


“여보...”


솔직히 아직도 마음속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더 좋은 혼처, 더 좋은 며느리감, 얼마든지 만나게 해줄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아들이 좋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지이를 만나면서 

아들이 한 뼘 더 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 역시 어쩔 수가 없다. 

창수 아버지는 타들어가는 향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테라스에서의 대화를 마무리하듯, 한 마디를 꺼낸다.


“... 창수랑 그 아이, 결혼시켜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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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엔 더욱 신나는 노잼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ㅋㅋ 

추석 명절에도 나타날게요... 9월 안에 끝을 보긴 보는 군요... ㅎㅎ 


아... 좀 심각한...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