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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류사회> 상플 - 완전 외전 - 헤어지고 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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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5. 10. 26.

이건 완전 완전 외전입니다. 

블로그 복귀 기념으로 뭘 쓸까... 했는데... 

사실은 이런 내용의 <상류사회>를 원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한 번 과감하게 써보았습니다. 비난과 욕은 받지 않아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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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재벌 이야기 좋아하는 ‘재벌빠’라고 하지만, 

사실 지이에게 재벌 집안의 이야기는 아주 먼 달나라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존재하되 현실에 없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민백화점 셋째 아들 창수를 만나면서 

신데렐라 이야기도, 재벌 이야기도, 드라마에나 있을 법한 시어머니의 모습도 

정말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그리고 지금 핸드폰 액정화면에 떠 있는 기사도 ‘진짜’ 생긴 일이다.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유민그룹 삼남 유창수 - 00 그룹 차녀 000 약혼]


사무실에 앉아 있던 지이는 한숨을 후우, 하고 내뱉는다. 

보고 싶지만 보지 않으려 했고 함께 있고 싶었지만 있는 힘껏 자신의 삶에서 창수를 밀어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고 ‘선언’했다. 세상엔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그 동네 살던 창수는, 여전히 그 동네 살고 있다. 

창수가 자신에게 상처주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그 동네에 계속 사는 일이었을까. 

부모에게 버림받지 않고, 후지지 않게 사는 것이었을까.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 알고 있지만 알아줄 수 없다. 

지이는 한참을 뚫어져라 스마트폰을 쳐다보다가 화면이 보이지 않게 책상 위에 엎어놨다.

창수와 헤어지면서, 지이는 창수와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으로 윤하네 회사도 그만뒀다. 

예전에 유민마트에서 일할 때 알고 지내던 주임이,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회사에 일자리가 생겼다고 추천해주기에 그리로 옮겼다. 

윤하가 그렇게나 만류했지만 어찌됐든 윤하는 창수가 말하는 그 동네에 사는 사람이다. 

그 인연으로도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다.

그리도 자랑스러웠던 태진그룹 정직원이라는 타이틀도, 이별과 함께 버려야 했다. 

이것이 여름의 끝에 있었던 이야기다. 문득 고개를 들어 창가 쪽을 바라보니 

낙엽이 바람에 팔랑거리더니 이내 떨어져 어디론가 날아간다. 

가을도 이제 중반에 접어들었다. 짧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아직도 지이는, 

창수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면 가슴이 아리다. 손에 힘이 빠져버릴 정도로.


“지이 씨.”


“...”


“이지이 씨.”


“...”


“이지이 씨!”


“아, 네!”


“거참... 뭘 그렇게 넋이 나갔어요? 손님 오셨는데. 차라도 한 잔 내와요.”


“아, 네... 알겠습니다.”


과장이 3번이나 불러야 겨우 자신의 이름을 알아들었다. 

그 사이 핸드폰이 지잉지잉, 제 몸을 떨어 메시지가 왔다는 걸 알린다. 

하지만 모른 척 하고 싶다. 오늘만은. 그 사람이 더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지이는 한창 더웠던 지난여름보다 더 마른 손 끝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한 번 쓱 올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민백화점 본부장 사무실. 창수는 서류를 훑어보고, 훑어보고 또 훑어본다. 

어떤 것은 사인을 하고, 어떤 것은 정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누가 봐도 바빠 보인다. 

그러다 어느 순간, 쥐고 있던 펜으로 툭툭, 종이를 치더니, 이내 내리 꽂듯 힘을 주어 툭툭툭, 친다. 

그러다가 갑자기 종이에 낙서를 하듯 동그라미를 마구 그리더니 

감정의 한계점에 다다랐는지 서류를 구기고는 집어던져버린다.

분명 보았을 것이다. 지이도 약혼 기사를 봤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니 거리에 낙엽이 굴러다니는 것이 보인다. 

저 낙엽이 싱그러운 초록빛을 뿜어내고 있었을 때, 

지이는 저보다 더 싱그러운 미소로 자신을 바라봐주었다. 

어떻게든 지키고 싶었던 인연이었지만 지켜주지 못했다. 아니, 지키지 않았다. 

그 인연을 놔버린 건 창수 자신이다. 

어머니의 허락이 있었으니 아버지를 설득하기만 하면 됐을 일이다. 

왜 어느 순간, 나약해져버린 것일까. 살던 동네를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을까. 

가지고 있던 걸 잃는 것이 무서웠던 걸까. 

사람들의 수근거림 같은 거, 부모님을 실망시키는 거, 

그런 거 하나도 겁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왜 지이의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것일까.

마지막으로 만났던 날. 지이는 울었다. 그에 비해 창수는 덤덤하게 이별을 얘기했다. 

그래, 그만하자고. 여기까지라고. 

하지만, 정작 돌아서서 더 많이 아파한 쪽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창수는 그리 생각했다. 

‘선택받은’ 재벌집 아들이라는 지금의 위치를, 솔직히 지키고 싶었다. 

부모에게 버려져 후진 삶을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지이와 헤어졌고 부모님이 정해주는 대로 약혼을 하겠다고 동의했다. 

그래서 기사도 났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00그룹의 딸이다. 

모르는 얼굴도 아니니 어색하지도 않다. 

부모님끼리 만나 두어번 식사를 한 것으로 창수의 약혼이 결정됐다. 

이대로라면, 내년 봄엔 결혼을 하게 되겠지.

‘지금의 위치와 지이, 둘 다 손에 넣을 순 없을까.’ 

약혼이 결정되고, 00그룹 딸을 만난 후, 창수는 그 여자를 앞에 두고 

지이 생각을 하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선 보는 여자보다는 같이 있고 싶은 여자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선보고 있는 저 여자도 중요하다. 

그 여자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여자가 가진, 자신과 비슷한 그 위치라는 것이 중요하다. 

둘 다 가질 순 없는 건가? 왜 안 되는 거지? 왜...


‘띠리리리...’


사무실의 정적을 깨뜨리는 벨소리. 창수는 나른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귀에다 댄다.


“어, 엄마. 저녁? 아... 저녁... 먹고 들어갈 건데. 늦을 거야. 어. 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창수는 그대로 책상에 앉는다. 

저녁을 먹고 들어갈 계획은 지금 방금 전화하다가 생겼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결심이 섰는지 창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 이지이 씨 일하는 회사, 전화해봐. 

전화해서, 이지이 씨 지금 어디 사는지 주소 좀 물어봐. 지금.”


이지이. 이름을 발음해본 것도 꽤 오랜만인 것 같다. 

주임의 입을 빌려, 지이의 일자리를 알아봐줄 때, 그 때 마지막으로 발음해본 것 같다. 

그렇게 다정하고 애틋하게 불렀던 그 이름이 다시 입안에서 맴돌고 나니, 

자신이 던진 이 뻔뻔한 질문에 스스로가 너무도 미워진다. 

둘 다 가질 순 없는 걸까? 마음에서 질문이 울림처럼 퍼져나간다.


“이지이...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나쁜 놈으로.”








지이가 새로 이사 온 곳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꽤 좋은 곳이었다. 

윤하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며, 친구로서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건 받아달라고, 

전세자금을 빌려줬다. 그냥 준다하면 받지 않았겠지만 빌려준다 하니, 착실히 갚기로 하고 받았다. 

허름한 빌라 2층. 골목 후미진 곳에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집 앞에 커다란 가로등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은 이상하게도 실수가 많았다. 아니, 이상할 건 없다. 

창수의 약혼 기사 헤드라인 한 줄만 보고도 이미 마음이 흐트러져 버렸으니. 

윤하가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고, 심지어 준기까지도 연락을 해올 정도였다.


“괜찮냐고 왜 물어보는 걸까. 그러면 더 안 괜찮아지는데... 그냥 두면 괜찮아질 건데.”


편의점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들고 나오면서, 지이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괜찮지 않은 걸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걸까.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는 위로를 해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위로를 받아봤어야 위로할 줄 안다고, 

창수에게 말했던 것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지금 창수가 눈앞에 나타나면 조금 위로가 되진 않을까.


“말도 안돼...”


지이는 스스로에게 코웃음을 치며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바삐 움직인다. 

지하철역에서 골목길을 한 번 두 번 세 번 꺾어야 빌라가 보인다.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세 번째 꺾어지는 그 길에서 지이는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표정이 멍해진다. 

손에 들고 있던 편의점 봉투를 놓칠 뻔 하다가 간신히 다시 부여잡는다. 

커다란 가로등 아래, 창수가 서 있다. 꾹꾹 눌러 닫아 이제는 잊었다고까지 생각했던 

창수를 향한 감정들이 언제 갇혀있었냐는 듯, 가슴 속에서 차올라 밖으로 넘쳐흐를 것만 같다. 

갑작스럽게 감정이 북받쳐오르니 심장 쪽이 아파오는 것 같다. 

눈물은 애써 참으니 참아진다. 

덤덤하게 보이고 싶다. 침착하게 보이고 싶다. 이 감정들을 들키고 싶지 않다. 

지이는 짧은 순간,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고는 빌라 입구까지 터벅터벅 걸어간다.


“안녕하세요.”


“... 잘... 있었어?”


“... 네.”


아무렇지도 않은 인사말을 던졌을 뿐인데, 

창수 역시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 담아놨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다. 

어제 00그룹 딸을 만나고, 사무적으로 결혼 이야기를 하고, 

오늘 약혼 기사가 난 걸 보고, 창수는 그냥, 무작정 지이를 찾아왔다. 

차라리 아무 감정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지이에 대한 감정이 사그라지진 않았을까,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으로 일부러 찾아왔다. 

그냥 지금까지 만났던 여자들 중 ‘원 오브 뎀’이길 바라면서. 

선을 봤던 무수한 여자들 중 한 명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길 바라면서.

그런데 지금 이 떨림을 보니, 그게 얼마나 헛된 기대였는지를 알 것 같다. 

겨우 잘 있었냐는 말을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간다.


“... 어떻게 알고 왔어요?”


“어?”


“여기요. 이사한 거 어떻게 알았어요?”


“... 윤하한테 물어봤어.”


“...”


윤하한테는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지이가 다니는 직장이, 창수가 알아봐준 곳이라는 걸, 

그래서 지이가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어디로 이사갔는지 다 알아낼 수 있다는 건, 

창수에게 밝힐 수 없는 ‘비밀’이다.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 무슨 얘기요?”


그래,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미래라도 계획할까? 이미 헤어진 사인데. 

여기까지 오면서 내내, 지이를 만날 생각만 했지, 

무슨 얘길 어떻게 꺼낼 지는 창수도 생각하지 못했다. 일단은 시간을 벌자. 벌어놓고 얘기하자.


“잠깐 들어가서 얘기하면 될 것 같은데.”


“글쎄 무슨 얘기를요.”


“여기 서서 할 수 있는 얘긴 아닌 것 같아서.”


“...”


“차 한 잔... 하고 싶은데.”


“... 아니요. 본부장님.”


“...”


“전 이제 본부장님이랑 할 얘기 없어요. 그러니까...”


“딱 10분만.”


지이가 돌아서려 하자 창수가 지이의 손목을 잡고는 말한다. 

감추려고 해도, 목소리에 애타는 심정이 담겨 있다.


“딱 10분만 얘기하고 갈게.”


“... 저, 이제 더 이상 본부장님이랑 보고 싶지 않아요.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지이야.”


“...”


“너도 그랬겠지만 나도 노력했어.”


“...”


“그런데 안돼. 안되겠어. 안 될 것 같아서 너 보러 왔어.”


“무슨 말이에요, 그게.”


그러다 문득 지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한 번씩 쳐다보고 간다. 

그러다 빌라로 들어가는 한 아주머니가 지이를 보고는 아는 척을 한다.


“어머, 2층 사는 아가씨네? 왜 여기서 이래? 여기 입구 막고 그러면 안되지...”


“아, 네. 아주머니.”


지이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입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쩔 수 없다. 함께 집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들어가요. 10분만이에요.”








지이네 집 안. 창수는 지이가 사는 모습을 한 번 훑어보고는 뭔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든다. 

흐트러지지 않고, 예전처럼 깔끔하게 살고 있다. 게다가 집도 조금 넓어진 것 같다. 

집안과 그리 어울리진 않지만 의자와 티테이블이 있으니 바닥에 앉지 않아도 된다. 

창수가 의자에 앉아 집안을 둘러보는 동안, 지이가 커피 두 잔을 타서 가져온다.


“오랜만이네. 다방커피.”


“...”


“네 덕분에 몇 번 마셨는데.”


“기사 봤어요.”


“어?”


“약혼 기사요. 축하드려요.”


그래, 봤을 거라 생각했다. 커피를 마시려던 창수는 도로 커피잔을 내려놓고 

지이의 표정을 살핀다. 저 표정은 분명, 감정을 숨기고 있는 표정이다.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입꼬리조차 어색해 보인다. 

축하한다는 말을 할 땐 목소리도 떨린 것 같다.


“그거 밖에, 해줄 말 없어?”


“그럼 뭐라고 해요? 서로 원수 진 것도 아니니까. 축하해주는 게 맞잖아요.”


“그래, 보통은 축하할 일이지. 그런데.”


“...”


“난 싫은데. 그 축하할 일.”


“...”


“그 축하할 일, 같이 할 그 여자도 별로야. 아니, 싫어.”


“그래서요. 지금 나보고 어쩌라고요.”


“선 보는 여자, 같이 있는 여자 중에... 그 여자는 그냥 선보는 여자일 뿐이고.”


“...”


“내가 같이 있고 싶은 여자는 너야, 이지이.”


무슨 말일까? 지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린다. 

사실 마주보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쿵쾅댈 일이지만, 애써 숨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을 하니, 눈동자가 더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어차피 함께할 수 없는 인연 아닌가. 

결혼은 그 여자와 하고, 나와 같이 있겠다는 말인가? 그럼 내 존재는 뭐가 되는 거지? 

약혼 발표를 했으니 그 여자와 결혼할 것은 분명한데, 애인 역할이나 하라는 건가?


“본부장님.”


“...”


“둘 중에 하나 고르라면.”


“...”


“난 선보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


“... 뭐?”


“본부장님 앞에서 하나도 꿀리는 기분 느끼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그런 여자요. 

그리고 지금 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여자 되고 싶다고요. 

두 달 동안 잘 지내고 있었는데 와서 또 마음 뒤흔들고 그러지 말아요. 

할 수 있다면 나도 선 보는 여자... 선 보는 여자 될래요.”


“...”


“선 보는 여자가 돼야, 같이 있을 수도 있는 건데...”


이제 그만. 더 이상 감정의 동요는 그만 일어나길. 

지이는 창수가 어서 이 집을 나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커피잔 2개를 양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아직 커피가 찰랑찰랑, 남아 있지만 어서 떠났으면 좋겠다. 

다시 마음 아프지 않게. 다시 흔들리지 않게.

지이가 싱크대에 커피잔을 내려놓으려는데 와락, 뒤에서 창수가 지이의 허리를 안아버린다. 

벗어나려고 몸을 버둥대도 절대 놓지 않으려는 듯, 창수는 지이를 꼭 안고는 어깨 위에 턱을 괸다.


“너여야 해, 이지이...”


“...”


고개를 살짝 들어, 창수는 지이의 귓가에 하고 싶은 말을 작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너여야만 한다고. 나랑 같이 있을 사람.”


“...”


“자신이 없어. 약혼한다고 했는데 자신이 없어, 사랑 없이 그 여자랑 살 자신.”


“...”


“네 얼굴 다시 보고 나니까 더 그렇다. 더 확실해졌어. 너 아니면 안돼.”


귓가를 간질이는 속삭임에, 지이는 마지막까지 닫아두었던 감정까지 다 풀어지고 만다. 

감정이 넘쳐흐른 것이 눈물이 되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뺨 위로 입술을 대던 창수는 지이의 고개를 살짝 돌려 길게 입맞춤을 한다.


“이기적이라고 욕해도 돼. 그런데.”


“...”


“조금만 기다려.”


“... 언제까지?”


“이 상황들 다 정리될 때까지. 내 약혼, 없던 일 될 때까지.”


“... 창수 씨. 나는...”


“너도 같은 마음이란 거 알아. 밀어낼 생각하지 마. 속일 생각도 하지 말고.”


“난 자신이...”


지이의 답을 막으려, 창수는 또 한 번 입을 맞춘다. 

마주 닿은 살결, 따스한 입술,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 

두 달 동안 서로 잊으려 했던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두 사람은 그제야 깨닫는다. 

이토록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눌렀던 것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이의 집에서 10분만 있겠다던 창수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빌라 입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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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신가요...? ㅎㅎ

아래에 쓴 외전은 밝은 내용인데, 요즘 가을이라 그런가 밝은 내용을 쓰고 싶지 않아서 ㅋㅋㅋ

2편 짜린데 마지막 편을 못 쓰고 있습니다. 

언젠간 쓰겠죠 ㅋㅋㅋ 


그럼 즐감하셨기를 바라면서... 총총!! 물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