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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태양의 후예> 단편 상플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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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6. 4. 21.

안 나오는 감정을 삼다수 뽑아내듯 지하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려 쓴 거라 

재미가 없겠... 지만 <태양의 후예> 상플을 써봤다. 

그냥, 나름의 '테스트'라고 생각하고 써봤다. 그리고 호객 행위? ㅋㅋㅋ 블로그 주인장 미친 듯~ 

거의 1년만의 상플인가? 아니다...작년 가을까지 상플 썼지... 한 9개월 정도? 

짧은 거니까 스스로도 부담 없이 씀... -_-;;; 악플은 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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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벌판. 

흘러가던 구름 한 점이 태양을 살짝 가려준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일까. 

하늘을 흘깃, 한 번 쳐다보고는 모연이 다시 또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꽤 많이 걸어서 그런 걸까. 왠지 모르게 점점 발이 더 무거워지는 기분이다. 

잠시 양손으로 무릎을 짚고 쉬려는데 손에 들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무전기에서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빅보스 송신”


설마. 아니겠지. 머릿속으로 너무 오래 곱씹고 또 곱씹었던 목소리라 

그걸 ‘들었다’고 착각한 것이겠지. 

아니라고 부정하면서도 모연은 무전기를 꺼내 손에 꼭 쥐어본다.


“이쁜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오버.”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이렇게 음성이 또렷한데, 잘못 들었을 리가 없다. 

그 사람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뒤를 돌아보기 전에 벌써, 모연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든다. 

작은 무전기를 양손으로 꼭 부여잡으며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킨다. 

사람 그림자라고는 모연 자신의 것밖에 보지 못했는데, 

지평선 너머로 사람의 모양새가 점점 눈에 들어온다. 

한 걸음 두 걸음... 누런 모래 바람에 희미하게 보이긴 하지만, 

분명 그 사람, 유시진 대위다.


“말도 안 돼... 말도 안돼...”


말도 안 된다고 중얼거리면서도 벌써 발걸음은 유대위 쪽을 향하고 있다. 

보인다. 점점 더 가깝게, 좀 더 또렷하게. 분명 그 사람이다.


“대위님...”


걷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 막 뛰어가려는데, 갑자기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어닥친다. 

그 바람에 모연은 더 가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그런데, 유대위의 모습이 마치 모래성이 무너지듯 스르르 사라져버린다.


“... 안돼... 아니야... 아니라고. 유시진 씨! 유대위님!!”


분명 외쳤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모래알갱이가 입 안으로 다 쏟아져들어올 것만 같지만, 

애타는 모연은 어떻게든 목소리를 내려고 애쓴다. 

하지만 안 된다. 눈물은 펑펑 쏟아지는데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수렁에 빠진 듯,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만 더 가면 만날 수 있었는데, 

내가 잡을 수 있었는데... 그런데...






“강선생.”


“...”


“강모연 선생님.”


“...으으응...”


“강모연 씨?”


“... 안돼!!”


눈을 딱 뜨자, 맥주캔 몇 개와 안주거리가 널브러진 테이블이 보인다. 

TV에는 뭔가, 흘러간 영화 같은 것이 나오고 있다. 

눈을 두어 번 끔뻑거리던 모연은 

그제야 방금 봤던 모든 장면들이 ‘꿈’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무서운 꿈이라도 꿨습니까?”


머리를 들어 보니, 시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2시간 전쯤, 함께 영화를 보자며 소파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고 있었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방금 전 꾼 꿈이 너무 생생한 모연은,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손등으로 얼른 쓱쓱 닦아낼 뿐이다.


“... 네. 그런가 보네요.”


“많이... 무서웠습니까?”


“... 네. 아주. 아주 많이...”


잠든 모연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앉은 채로 깜빡 졸던 시진은 

모연이 끙끙대는 소리에 선잠에서 깨어나 모연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가위라도 눌린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 눈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운 꿈이었기에 깨어난 뒤에도 두려워하는 표정일까.


“어떤 놈입니까? 어떤 놈이 나와서 강선생 무섭게 했습니까?”


달래주려는 듯, 농담처럼 말을 건네 보지만, 모연은 모른 척 답을 피하며 

테이블 위에 있던 휴지 몇 장으로 눈물을 닦고는 

머리끈이 풀려 아무렇게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제가 강선생 꿈에 대신 나타나서라도...”


“대위... 아니, 소령님이요.”


“... 네?”


“꿈에 무섭게 한 사람, 소령님이었다고요.”


“... 저 말입니까?”


“네...”


시진이 재차 물어볼수록, 또 다시 감정이 북받쳐 올라오는 것만 같다. 

꿈속에서 안타깝게 잡지 못했던 게 다시 생각났는지, 모연의 어깨가 살짝 떨려온다. 

도대체 어떤 꿈을 꾼 걸까. 모연을 무섭게 한 사람이 나라니. 

조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진은 모연의 얼굴을 살핀다.


“제가 좀 무섭게 잘 생기긴 했는데... 울 정도는...”


시진이 또 다시 농담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하는데, 

모연이 고개를 들어 젖은 눈으로 시진을 빤히 바라본다.


“... 다행이다... 다행이에요. 꿈이라서.”


그리고는 두 팔로 시진의 목을 감싸고는 꼭 안는다. 

눈물을 애써 참느라 몸이 들썩, 또 들썩이는데, 

그런 모연에게 다시 농담 같은 거, 던질 수 없을 것 같다. 

시진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모연의 등을 토닥거려줄 뿐이다.


“강선생이 다행이라니까 다행입니다.”


“유시진 씨를 1년 만에 다시 만났을 때... 그 때 상황인데... 

근데... 막 쫓아갔는데... 또 사라졌어요... 그래서... 막 불렀는데... 근데...”


그랬구나. 영문을 모르고 달래주던 시진은 안쓰러운 마음에 모연을 꼭 안아준다.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낸 시진 자신도 힘들었지만, 

갑자기 사라져버린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며 힘들어했을 모연에게도 

지난 1년은 악몽처럼 남았을 것이다. 

씩씩하고, 밝고, 당찬 강선생이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그럴 리가 없는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을 텐데.


“저 여기 있습니다. 강선생 옆에...”


“...”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을 겁니다. 평생.


한참이나 시진이 토닥여주자, 모연의 들썩임이 점점 잦아든다. 

조금은 마음을 추스린 것 같다. 시진은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던 

모연의 팔을 살짝 떼고는 모연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다시 살핀다.


“... 어디 안 가요. 강선생 놔두고.”


“...”


“근데 내가 본 강선생 눈 중에서 오늘이 제일 작네. 완전 부어서.”


“... 뭐라고요?”


“오늘은 예쁜 거 말고, 물에 사는 거 닮았습니다.”


“... 물에 사는 거요?”


“금붕어.”


“아, 진짜!”


시진의 농담에 모연이 눈을 흘긴다. 악몽 탓에 무너졌던 감정이, 그제야 회복된 것 같다. 

지난 1년의 힘들었던 기억을, 몇 마디 농담으로 다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진은 모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그렇게 생각했다. 

시진의 손길에 기분이 좋았는지 표정이 다시 풀어진 모연은 

두 눈을 꾹 감고는 나즈막이 중얼거린다.


“... 머리 안 감았는데.”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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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노노~ 재미 노노~
드라마에 푹 빠지지 못해, 뭔가 어색한 게 느껴지긴 한다. 

어려움. 아주.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