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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단편 상플 17편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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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6. 6. 17.

허허... 이야기가 등산해서 죄송합니다... 

우리는 산악민족... (뭐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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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 한산해진 도로. 

군복 차림의 시진이 운전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금세 아버지가 계신 집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신호대기에 걸려 잠시 옆 차선으로 눈을 돌리니 버스 옆구리에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 붙어 있다. 

바디첵. 건강 노화클리닉. 해성병원 전문의 강모연. 

저 예쁘고 똑부러지게 생긴 여자가 누구더라...?


“내 여친이네.”


검지로 핸들을 톡톡 내리 치던 시진은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얼마 못 가 차를 돌린다. 

잠깐이라도 얼굴을 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결국 시진의 차는 모연의 집을 향한다.








모연의 집 앞. 천천히 차를 세운 시진은 시동을 끄면서 우선 불빛부터 살핀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걸 보니, 잠든 것 같진 않다. 

그냥 벨을 누르고 들어가긴 좀 심심하다. 시진은 우선 핸드폰부터 손에 쥔다.


- 뭐해요?


메시지를 보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모연에게서 곧바로 답이 날아온다.


- 이제 씻으려고요.

- 머리도 감을 거죠?

- 씻는다니까요. 거기에 머리 포함이에요.

- 요즘은 잘 감나 해서.

- 유소령님 만나려면 잘 씻고 잘 감고 해야 하니까요.

- 나 만날 때만 씻는 거 아니에요?

- 아니거든요. 내일 봐요.


모연의 답에 시진은 엷게 미소를 짓고는, 영상 통화 버튼을 누른다. 

핸드폰 화면에 조금은 당황한 표정을 한 모연의 얼굴이 떠오른다.


“왠 영상 통화예요?”


“씻는다면서요?”


“근데요?”


“근데 옷을 입고 있네요?”


“지금 그것 때문에 영상 통화 건거예요? 나 보고 싶어서 건 게 아니고?”


“보고 싶죠. 여러 모로.”


“전화 끊고 벗을 거거든요, 끊어요!”


끊는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화면에서 모연이 사라져버린다. 

시진은 핸드폰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옆자리에 놔둔, 제법 묵직해 보이는 비닐봉투를 집어 든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곧장 모연의 집 앞으로 걸어간다.








‘딩동’


“누구세요.”


“접니다.”


너무도 반가운 목소리에 모연은 벌컥 문을 열어젖힌다. 

문 앞에는 양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시진이 서 있다.


“어?”


“왜 거짓말해요? 전화 끊으면 벗는다며.”


시진은 마치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식탁 위에 비닐봉투를 올려놓고는 안에서 맥주와 안줏거리를 하나씩 꺼낸다.


“오늘 바쁘다면서요.”


어느새 시진의 곁에 선 모연이 반가움과 의아스러움이 교차된 표정으로 시진을 쳐다보고 있다.


“집에 딱 가려고 하는데... ‘누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 누가가 누군데요?”


답이 뻔히 정해져 있는 질문인 줄 알면서도, 

모연은 시진과 시선을 맞추며 굳이 답을 들으려 한다. 

시진이 그 질문에 답을 해주려는데, 영상 통화에서 못 봤던 뭔가가 눈에 들어온다.


“강선생... 혹시...”


“네?”


“울었... 습니까?”


“저요? 어...”


시진의 말에, 그제야 모연은 자신의 눈이 퉁퉁 부어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몇 시간 지났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낮에 엄마와 얘기를 하다 울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요! 맥주나 마셔요!”


모연이 말을 돌리려 하자, 시진은 양손으로 모연의 뺨을 부여잡고는 이리저리 얼굴을 살펴본다.


“아, 왜요...”


“눈도 빨개진 것 같고... 부은 건 확실하고.”


“...”


“무슨 일... 있었어요?”


뭐라고 얘기를 해야 할까. 모연은 몇 시간 전, 엄마와 나누던 대화를 잠시 떠올려보았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


우르크에서 있었던 일은 엄마에게 거의 말한 적이 없다. 

지진이 났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때도 별 일 없이 무사히 지냈다고만 알고 있다. 

차가 절벽에 걸렸던 것도, 지진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죽어가는 사람들과 마주해야 했던 것도, 지뢰밭 한가운데서 살아나온 일도, 

납치가 됐던 일도... 만약 그런 일들을 다 말했다간 엄마는 병원장부터 찾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사장도 찾아내서 멱살을 잡았을지 모른다. 

그런 일을 하지 않더라도, 딸이 그렇게 힘든 일을 겪었다는 걸 알고 마음 편할 부모는 없을 터.

하지만, 오늘은 아주 조금, 아주 일부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시진과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를 이야기하려면, 

그 사건들을 완전히 피해서 얘기할 수 없으니까. 

함께 마주했던 ‘위험한 상황’을 언급하지 않고 지나칠 수가 없다.


“그래서... 유소령이 네 목숨을 구해줬단 말이지?”


“어.”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모연의 뺨에 눈물이 흐르고 있다. 

시진과 있을 때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할 수 있게 된 그 때의 사건들은, 

사실 두려움과 공포, 악몽으로 모연의 머릿속에 남아있다. 

어떨 땐 기억력이 좋다는 게 원망스러울 정도로 그 때의 감정이 

너무나 고스란히 몸과 마음에 각인되어 있는 것만 같다.


“우연히 병원에서 만난 게 인연이 돼서... 

그 먼 땅에서 다시 만나고... 그 험한 일을 같이 겪고...”


모연의 엄마는 눈물 때문에 뺨에 달라붙은 딸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려주며 눈물도 함께 닦아준다. 

보기엔 강하고 당차보여도 마음이 여리고 착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연히 딸이니까. 자신의 손으로 기른 딸이니까. 

좋은 남자 만나 마음 편히 살았으면 하는 것은 엄마로서 가지는 당연한 바람이다. 

그런데 왜...


“그런데 왜 하필... 위험한 일 하는 군인이야 그래...”


“나도 뭐... 나도...”


“너 뭐?”


“... 내가 하는 일도 고운 일은 아니지. 

알코올 냄새에 피 냄새에... 사람 죽어나가는 것도 여럿 보고.”


“그게 그거랑 같아? 군인이 총 들고 나가는 거랑 네가 메스 드는 거랑 같냐고.”


“어차피.”


“...”


“살아가는 방향은 좀 달라도 신념은 같아.”


“뭐?”


“총을 들었건 메스를 들었건 사람 사는 거 지키겠다는 신념은 다를 거 없다고.”


“...”


“그리고... 내가 그 사람 좋아하는 것도 변함없고.”


처음부터 안 만났으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 

모연의 엄마는 딸이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걸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쉰다. 

마음은 이미 반쯤 포기한 것 같다. 이해나 동의가 아니라, 포기다. 

만나지 말라고 해도 만날 것 같은데, 그냥 만나게 두자, 하는 그런 포기. 

하지만, 아직은 조금 이르다. 저녁 식사로 모였던 그 날, 거짓말을 한 건 여전히 불만스럽다. 

모연의 엄마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한다.


“그냥 가? 벌써?”


“네 얘기 다 들었으니 가야지. 그런데.”


“...”


“거짓말 한 건 누가 그러자고 한 거야?”


“내가. 유시진 씨 때문이라고 하면, 엄마 화낼 것 같아서.”


“이러나저러나 화는 나. 지금도 화나니까.”


“... 미안해요. 잘못했어.”


“모연아.”


“... 어?”


“정말 꼭 그 사람이어야 해?”


“... 응.”


“... 후우...”


“엄마. 나는...”


“엄마도 생각 좀 하자. 생각할 시간 필요해.”


다 큰 성인이 부모의 생각대로 연애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가장 사랑해온 사람이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인정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래도 엄마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진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자, 

모연은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거린다.

엄마가 떠나고 난 후, 혼자 남은 모연은 그러고도 한참 더 울었다. 

뭐라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제멋대로 튀어나왔고 그것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언제인지 모르게 잠이 들고서야 비로소 모연의 눈물도 멈추었다.








“무슨 일... 있었어요?”


시진의 물음에 모연은 뭐라고 둘러댈까 잠시 고민에 빠진다. 

눈병이 났다고 할까? 아니면 무서운 영화라도 봤다고 할까? 아니면...


“둘러댈 생각하지 말고.”


“...”


“솔직하게 말해봐요.”


시진이 머릿속에 다녀간 기분이다. 모연은 순간 움찔하고는 결국 체념해버리고 만다.


“사실 그게...”


모연이 답을 하려는데 시진의 핸드폰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울린다.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릴 핑계가 생기자, 모연은 얼른 딴청을 피운다.


“메시지 왔나보네. 맥주 저기 소파에서 마셔요. 혼자 먹기만 해요! 

몇 갠지 다 알아요. 나 좀 씻고 나올게요.”


메시지야 언제 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모연은 이미 욕실로 들어가 버렸고 

시진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한숨 쉬듯 날숨을 내뱉는다.


“뭐야... 이 시간에 누군데?”


핸드폰 액정화면에 뜬 번호는, 처음 보는 낯선 번호다.

하지만, 메시지의 첫 줄부터 읽자마자 시진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 유시진 소령님이시죠? 강모연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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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자화자찬?) 그냥 대책이 없는 것 같다... -_-

그럼 다음 이 시간에... 


글 읽어주시는 소수의 네티즌분들께는 뭔가 엄청 죄송합니다...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