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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 단편 상플 18편 (약간 쉬어가는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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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6. 6. 20.

흐흐...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쉬어간다더니 길이는 길다 ㅋㅋ 

이렇게 사설시조체로 글 쓰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해도. 그게 안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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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의 집. 모연이 샤워를 하러 간 사이, 시진은 몇 번이나 같은 메시지를 읽고 또 읽는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모연의 엄마다.


- 유시진 소령님이시죠? 강모연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모연이 말을 들어 보니, 전화 못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문자로 보냅니다. 

모연이에 대한 진심, 만나서 들어보고 싶네요.


전화를 못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렇다면 ‘작전’을 나갔었다는 걸 안다는 말인가. 

메시지를 읽던 시진은 퍼즐을 맞추듯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해본다. 

아마도 그 날, 저녁식사 자리가 흐지부지된 이유가 모연이 아니라 자신 때문이라는 걸, 

모연의 엄마가 알게 된 것 같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알게 된 이상, 

엄마의 입장에선 왜 그랬느냐고 딸을 다그쳤을 것이다. 그럼 혹시 그래서...? 

장소와 시간을 정해달라는 모연의 엄마 말에 시진은 

곰곰이 생각을 하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럽게 답을 보내기 시작한다.


“뭐해요? 핸드폰 붙잡고?”


잠시 후,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손에는 수건 하나를 들고 나온 모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다가오자 시진은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뒤로 숨긴다.


“어? 아... 아뇨... 아무것도.”


“뭔데요?”


“아, 그냥 좀...”


“어? 자꾸 숨겨요? 뭘 숨기는 거지? 나한테 숨길 게 뭐가 있지?”


모연이 숨겨둔 핸드폰에 손을 뻗으려 하자, 

시진은 뒷걸음질을 치며 모연의 손에서 벗어나려 한다.


“에이, 뭘 숨깁니까. 숨기긴...”


“혹시 여자? 여자랑 메시지 주고받았어요?”


모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여자냐고 물어본다. 

그 짧은 순간에도 시진은 빠르게 변명거리를 만들어낸다.


“... 뭐... 따지고 보면 여자 맞긴... 한 것 같...은데.”


“뭐예요?”


“어... 백화점! 백화점이지 말입니다.”


“네? 백화점요?”


“네, 백화점.”


시진의 입에서 백화점이라는 말이 나오자, 

구겨져 있던 모연의 표정에 금세 허탈한 감정이 드러난다.


“아니, 백화점을 지금 또 가래요? 오자마자? 그것도 여자가?? 

우리나라 군대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윤명주 아빠한테 항의하러 가야 하나..."


“아니, 그 백화점 말고, 진짜 백화점이요. 물건 사러 가는 백화점!”


“네? 아... 그 백화점. 근데 백화점이 왜요?”


모연은 답을 기다리며 냉장고 문을 열어, 시진이 넣어놨던 맥주를 도로 꺼내놓는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잘 둘러대야 할 것 같다. 

시진은 백화점에서 연락 올만한 일이라는 게 뭐가 있을까 몇 초 동안 생각해낸다.

그러다 문득, 아버지 생신 때 선물을 사드린 걸 떠올린다. 


“그... 아버지 생신이라, 옷... 옷을 사드렸는데, 그게 좀 수선이 필요해서.”


“아아... 옷. 명품이에요? 비싼 거?”


“네. 명품인데, 그... 수선 맡겨놓은 거 찾아가라고.”


“효자네... 백화점 가서 명품 사드리고. 근데, 점원이 여자였나봐요?”


“그랬... 었죠.”


마음 속 한쪽엔 뭔가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지만, 모연은 더 묻지 않고 

소파 앞 테이블에 맥주캔과 안주를 올려둔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아 캔을 따고는 볼멘소리를 한다.


“이거 참... 이거 우리끼리 쓰는 은어를 바꾸든지 해야지.”


“백화점이요? 왜... 말입니까?”


“그야... 예전엔 백화점이라고 하면 당장 쇼핑하고, 맛있는 거 먹고, 돈 펑펑 쓰고... 

즐거운 생각만 들었는데 요즘엔 백화점이란 말만 들어도 눈물 날 것 같고...”


그랬구나.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보통 여자들이라면 쇼핑을 즐기는 것이 흔한 일이고, 

쇼핑을 즐길만한 장소라면 당연히 백화점을 떠올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모연의 머릿속에서 ‘백화점’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언젠가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모연의 말을 듣고 나니, 시진은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곁으로 다가가 모연이 맥주 한 모금을 마시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시진의 눈에, 

여전히 부어있는 모연의 눈이 들어온다.


“설마... 그래서 운 건 아니죠?”


“울긴 누가 울어요?”


“비누칠해도 부은 건 안 가라앉거든요.”


“... 그냥 모른 척 좀 해주면 안 돼요?”


“어떻게 모른 척을 합니까? 여자 친구 눈이 그렇게 부었는데. 

신경 안 쓸 남자 친구가 어딨습니까?”


“나도 말하기 싫은 게 있잖아요. 곤란한 것도 있고.”


모연이 접시에 놔둔 땅콩 두어 개를 집어 먹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외면하자, 

시진은 맥주캔을 모연의 뺨 위에 가져다댄다.


“아, 차가워.”


“그럼.”


그리고는 모연의 손을 끌어다 뺨 위에 올려둔 맥주캔을 들게 만든다.


“... 왜요?”


“시원한 맥주 캔이라도 대고 눈에 있어봐요. 영 금붕어 같아서.”


“뭐라고요?”


“내가 보고 싶었던 얼굴은 예쁜 거 닮은 얼굴이지, 금붕어가 아니거든요.”


“... 그런데.”


“...”


“아까 그 문자, 정말 백화점에서 온 거 맞아요?”


“... 네.”


“진심?”


“진심.”


모연은 모연대로, 시진은 시진대로, 애써 자신이 곤란해지게 된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 

혹시 어머니가 그 날 저녁에 거짓말한 걸 알게 되신 게 아니냐고, 

그래서 울었던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면, 시진은 모연에게서 ‘짐작만 하고 있는’ 

그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모연이 시진의 핸드폰을 들여다본다면, 

누구에게서 문자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의 문제를 숨기고 있으니, 상대에 대한 궁금증도 선뜻 꺼내 묻질 못한다. 

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 고요함만이 남는다.


“아함~ 그냥 오늘은.”


정적을 깨뜨린 건 시진의 하품소리다. 

모연이 어떤 영화를 볼까 이것저것 고르고 있으니, 옆에서 그걸 보고 있던 시진이 

하품을 한 번 하고는 소파에 거의 누울 것처럼 기댄다.


“너무 피곤한데...”


“그럼 영화 보지 말까요? 집에 갈래요?”


“아니, 그게...”


“응?”


소파에 쭉 기대있던 시진은 몸을 움직여 모연의 무릎을 베개 삼아 베고는 

천장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모연과 시선이 딱 마주친다.


“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


“... 집에 가요. 가서 자요. 나 내일 출근해야 해요.”


“지금 가면 차 막힐 건데.”


“지금 절대 차 막힐 시간이 아니거든요?”


“요즘은 밤에도 차 막혀요.”


“안 막혀요.”


“도로 공사하던데?”


“안하던데요!”


“내가 여기 올 때부터 딱, 시작했지 말입니다. 아까 모퉁이를 도는데 딱!!!”


“거짓말 하지 말아요~”


“안 속네.”


시진이 풀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자 모연은 

시진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엷게 미소 짓는다.


“오늘 작전 끝내고 온 거라면서요. 그럼 편하게 집에서 자야죠.”


“전 강선생 옆이 제일 편합니다.”


“군복 입고 어떻게 편히 자요.”


“... 갈아입을 옷은 차에 있는데...”


“나참... 차에 간 김에 차를 몰고 집에 가는 게 더 빠르겠어요.”


“...”


“아버님도 기다리실텐데... 무사히 돌아온 거, 아시는 거죠?”


“...”


“유시진 씨.”


“...”


“자요? 자는 거 아니죠?”


무릎을 내어주고 있던 모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시진은 팔을 뻗어 모연의 두 손을 꼭 잡는다.


“딱 30분만.”


“...”


“30분만 이러고 있다 갈게요.”


“...”


“내내 보고 싶었으니까, 그 정도는 괜찮죠?”


“...”


“보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을 만큼.”


시진이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누워있는 모습을 보던 모연은 

잡혀있던 손을 살짝 빼서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저도요.”


궁금한 것, 묻고 싶은 것은 오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말자. 

말하지 않았어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그렇게 하기로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일주일 만에 만나 겨우 얻게 된 이 잠깐 동안의 평안함을 더는 깨뜨리고 싶지 않으니까.








며칠 후. 시진의 집. 휴가를 낸 시진이 거울 앞에서 

머리를 이렇게 빗었다가 저렇게 빗었다가 고민하고 있다. 

그러더니 몇 벌 있지도 않은 정장을 쭉 꺼내놓고는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뭘 봐도 마음에 안 든다. 이렇게 옷이 없었나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찮은 옷 한 벌이라도 사둘 것을.

한편, 밥을 차려놔도 아들이 한참을 나오지 않으니, 

시진의 아버지는 궁금함에 아들의 방문을 똑똑 두드린다.


“밥 차려놨는데, 나와서 어여 먹자.”


노크 소리를 듣고서야, 시진은 퍼뜩 정신이 들었는지, 금세 방 밖으로 나온다.


“아, 네.”


“녀석... 뭘 하기에...”


시진의 아버지가 언뜻 문틈으로 살펴보니 옷이 방안에 잔뜩 널브러져 있다. 


“데이트 하러 나가?”


“아... 아뇨. 그건 아니고...”


“그럼 옷은...”


“와~ 냄새 좋네. 오늘은 김치찌개 끓이셨어요?”


시진이 딴청을 피우며 등을 밀어대니, 

시진의 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그대로 아들의 방 앞을 벗어나 다시 주방으로 향한다.








“아버지.”


아까부터 뭔가 망설이는 눈치였던 시진은 밥을 반 그릇쯤 남겨두고는 

드디어 결심이 선 듯, 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응? 왜?”


“아버지는... 어머니랑 결혼하실 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어떻게 허락 받으셨습니까?”


“허락? 글쎄...”


갑작스러운 질문에 시진의 아버지는 살짝 당황한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른다. 

하지만 왜 지금 그걸 알고 싶냐고 괜히 물어봤다가는 지금 꺼낸 얘기를 그만둘 것이다. 

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지만, 

우선은 아들이 궁금해 하는 것부터 답을 해줘야할 것 같다.


“군인 사위... 좋아하셨습니까?”


“딱히 좋아하시진 않으셨지. 오히려 별로 안 좋아하셨어. 허락보다는 반대에 가까웠지.”


“그럼 어떻게...”


“다른 거 뭐 있나. 그저 진심이 통하기만을 바라고 읍소하는 수 밖에.”


“...”


“너도 알다시피 네 엄마가 얼마나 고운 사람이었냐. 

얼굴도 마음도 다 고운 사람이었는데 시커먼 군인이 나타나선 ‘따님 주십시오’ 하니까... 

군인이란 직업이 그렇게 환영받는 직업도 아니고...”


그 때 일들을 머릿속에 떠오르는지 시진의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볍게 웃음 짓는다. 

아버지도 어머니와 결혼하시기가 쉽지 않으셨나보구나. 

시진은 아버지와는 다른 의미로 고개를 끄덕인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하겠다, 마음고생 안 시키겠다 

그런 거짓말은 할 생각도 안했다. 그건 좀 너무 가식적인 것 같아서.”


“... 그럼, 어떻게 말씀하셨는데요?”


“내가 말했지만 그 땐 참 그게 멋있어 보였는데. 

허허... 내가 조국을 사랑하는 만큼 따님을 사랑하겠다고 했지. 

군인이 뭐하는 사람이냐? 한 눈 안 팔고 나라를 지켜야 하는 사람이잖아. 

내가 월급은 적고 진급은 잘 안 돼도, 한 눈 안 팔고 네 엄마만은 꼭 지키겠다고 했지...”


그랬구나. 뭔가 아버지답다. 

그러면서도 시진은 한 편으론 약간은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 같기도 하다.


“시진아.”


“네?”


“거창한 말이나 어려운 말, 지키기 힘든 약속. 강모연 선생한테 그런 건 하지 마라.”


“...”


“그냥 솔직하게 네 진심을 말하고, 원칙만 지켜. 내가 늘 말했던 것처럼.”


“... 네. 아버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늘 미안하고... 

또 가르쳐줄 수 있는 지식이 짧아서 또 미안하다... 크흠...”


시진의 아버지가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진은 아버지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함께 움직인다. 

아니요, 아버지. 그 가르침이 가장 정확한 것 같습니다. 그 가르침이 가장 필요했어요... 

등을 돌려 설거지를 하는 아버지를 향해 시진은 속으로 못 다한 말을 삼킨다.








몇 시간 후.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페 안. 시진은 옷장에서 찾아낸 

‘가장 괜찮은 정장’을 갖춰 입은 채로 창가에 앉아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들리더니, 그 구두가 시진의 곁에 멈춰선다.


“오랜만이에요, 유시진 소령님.”


시진이 급히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춘다. 시진의 곁에 선 사람은, 모연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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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