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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의 산문집 <쓸 만한 인간>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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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연예잡담

2016. 12. 17.

 

 

 

영화가 아니라서 어디에 올려야 하나 했는데 

'연예잡담'에 올려본다. 뭐, 이거 어떻게 분류해야 하나 ㅋㅋ

독후감 게시판이 없으니까 할 수 없지 뭐. 

 

당췌 책이라고는 읽지 않는 워프 드라이브가 선택한 책!!! 쿠쿵... 

그것은, 그만큼 읽고 싶었다는 뜻일까???... 라기보다는 사실 
읽기 쉬워서 선택했다고 하는 편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일단 다 읽는데 약 4일 정도 걸렸음. 정확히는 3박 5일. 

무슨 동남아 관광도 아니고 어디서 3박 5일이냐고 하면, 

새벽에 다 읽었다는 거지 뭐. 무박이 한 번 포함돼서 3박 5일. 

쉽게 읽은 책치고 오래 걸렸다고 볼 수도 있는데 

뭐, 사실 그렇게 느리게 읽은 것도 아니다. 내가 워낙 책을 느리게 읽기 때문. 

 

감상문을 시작하자면~ 일단은 좋은 얘기부터 해야지 ㅋㅋ 

<쓸 만한 인간>의 첫 번째 장점! 

방금 말했지만 술술 읽힌다. 글이 어렵지가 않다.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글이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 은 아니고요 (윤동주 님이시여...)
그건 아니고! 쉽게 읽혀진다는 것이 쉽게 써졌다는 뜻은 분명 아니다. 

'쉽게 쓴다'는 건 있는 그대로를 쓰는 행위이고, (아니면 천재라서 그럴 수도 있다.)

'쉽게 써졌다'는 건 있는 사실을 쉽게 풀어쓰기 위한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므로 

다시 말해 박정민 배우가 이 글들을 쉽게 풀어 쓰기 위해서 

어려운 것을 쉽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했을 거라는 것이다. (아, 뭐래...)

그니까 잘 썼다고요... 네네. 

 

두 번째 장점! 사례가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에 더 잘 읽힌다는 점. 

예를 들어 30페이지에 

'소녀시대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콘서트 직캠 동영상이 없으면

시일 내에 마감할 수도 없었을테니' 라든가 (아주 적확하게 콕 찍어 말함)

50페이지에 뜬금없이 이종석의 이름이 등장한다든가... 

(왜 등장하는지 궁금하면 사서 읽어보시길 ㅋ)

사례가 구체적이면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선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혹은 귀에 음악에 들리거나?)

글을 이해하기가 빠르다. 

하지만 사례가 구체적이라는 점은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조금 힘든 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만큼 나를 많이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상당한 희생? 이 뒤따르는 일이다. 재미와 사생활을 바꾸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박정민 배우 주위의 사람들을 '팔아야 하는'일이기도 하니까 

주위 사람들이 떨어져나가는 부작용이 있을 지도... 

 

세 번째 장점! 여러 가지 형식을 시도해봤다는 점이다. 

라디오 사연처럼 꾸며보기도 하고, (131페이지에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

스스로를 인터뷰 해보기도 하는 등 (170페이지에 '인터뷰')

종종 글의 형식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 

그리고 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원래 글이 그랬는지 아니면 책을 내면서 편집하는 과정에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행간에 긴장감을 줄 수 있는 '줄바꾸기'가 매우 잘 되어 있다. 

 

그럼 좋은 소리, 꽃노래 다 했으니까 이제부터는... 

쬐끔 안 좋은 소리를... 아니, 안 좋은 소리라기보단 슬픈 소리랄까? 

지금부터 쓸 얘기는 그냥 주인장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것 같다. 

'같다'가 아니라 '실제 그러하다'.  

<쓸 만한 인간>의 단점... (나에게만 한정!)

굉장히 부족한 사람인 것처럼 스스로 말하고 있지만 

읽다보면 박정민 배우가 실제로는 매우 쓸 만한 인간이라 느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걸 읽고 있는 나는 얼마나 더 초라한 인간인가를 깨닫게 된다는 거다. 

글의 마지막에 계속 힘내라고 주문을 걸고 있지만 

그 주문이 전혀 먹히질 않는다 ㅋㅋㅋ 

나는 얼마나 '쓸 만하지 못한 인간'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랄까? 허허. 할 수 없지. 

첫째, 그런 주문이 먹히기엔 내가 너무 뻔뻔하게 게으르게 살았고,

둘째, 그런 주문이 먹히기엔 내가 너무 늙었기 때문이지. 

김난도 교수가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그랬던가?

천번은 무슨... 어른 되기도 전에 만번 흔들린 것 같다. ㅋㅋㅋ 

 

박정민 배우가 스스로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하던데

나는 도대체 얼마나 더 부정적인 걸까... 라고 생각하면

또 한없이 더 부정적이게 되고, 부정의 뫼비우스의 띠가 돌기 시작하면 

계속 돌고 돌고 또 돌고... T.T 그랬답니다. 

그렇게 흔들리고 흔들리고 흔들린 중년은 이제 가벼운 격려와 위로, 응원에도 
꿋꿋하게 우울해질 수 있는 마인드를 갖게 됐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분명히 유쾌한데도 어느샌가 에이... 뭐여... 

역시 나랑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네. 난 막 살았네... 내가 중요하긴 뭘 중요해. 흥. 

이러고 있었다는 슬픈 사연. 

 

아무튼 그랬고요,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의외로 웃음기가 좀 빠진 
164페이지 '잘 듣고 있습니까'였다. 이거 보면서도 아, 잘 들어야겠다... 이런 마음보다
그만 좀 떠들어야겠다... 이런 반성을 했음. ㅎㅎ

그 말은 맞는 것 같다.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막 판단하고 거들고 그러지 말고 그냥 들어주라고. 

들어라. 들어. 그냥. 그랬구나, 맞장구 정도 쳐주면서. 들으라고.

(블로그도 사실 좀 덜 써야겠지만 

여긴 그냥 내 공간이라 생각하고 쩌렁쩌렁 떠들고 있음) 

 

이상, <쓸 만한 인간> 감상문이었습니다요... 

 

사족>> 
228페이지의 '나의 얇디 얇은 팔이 시야에 들어왔고'는

'나의 가늘디 가는 팔이 시야에 들어왔고'로 써줬으면 

참 좋았겠다는 마지막 오지랖을 남긴다.  

 

사족 2>>

이 책 표지그림 퍼오려고 알라딘에 들어가봤더니

저자 친필 문구 인쇄 노트를 마일리지 50점에 준단다. 

이런 행사는 진작에 했었어야지!!!!! 쳇. 또 사긴 좀 힘들다. 12월에 돈 쓸 데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