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말고

워프드라이브 2020. 9. 16. 17:05

코로나19의 지속으로 신작 후기를 쓰지 못하니 

별 잡스럽고 시덥지 않은 글만 쓰게 된다. 

심심해서 써보는 글인데 기분이 처지는 글이니 읽지 않기를 권하지만 

나는 또 관종이라 ㅎㅎㅎ 그냥 올려본다. 포스팅은 괴롭지만 즐겁다. 

 

 

 

 

 

 

 

 

 

 

마음이 너무 메마르면 아무리 강 같은 평화로운 말을 쏟아부어도 딱히 좋아지지 않는다. 
돌을 물에다 넣어둔 것 같다고할까. 
표면에 물이 묻긴 하는데 돌 안으로 물기가 파고들어가진 않는다. 
거센 물결 속에 깎이고 파이고 떨어져나가기는 하나 말랑말랑해지지 않는다. 
돌은 돌이다. 

나는 돌이다. 
돌은 관상용으로 쓰기도 하고 건축 자재로도 쓸 수 있다지만
나라는 돌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 
제 그릇도 몰라보고 이것저것 손만 많이 대보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뤄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은 돌이다. 
아직까지도 딱히 정신을 차린 것 같진 않다. 
내일이 두렵고 다음 주가 두렵고 다음 달이 두렵고 내년이 두렵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는 커녕, 오늘의 자리마저 지킬 수 있을까 늘 겁이 난다. 

사실 내가 별 볼일 없는, 그러니까 거대한 백사장에 있든 말든 상관없는 모래알 하나라는 점은
그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나는, 허황된 꿈을 꾸기도 했다. 
나는 모래알 하나가 아니라 모래성일 거야. 그보다 더 대단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못하는 걸 거라는 망상. 

그 망상은 참으로 독이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도박묵시록 카이지>라는 만화책에 이런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내가 조금만 공부하면 저 정도는 해낼 수 있는데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저건 해낼 수 있는데 
지금의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라며, 자신은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단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결국 죽을 때가 돼서야 사람은 깨닫는다고 한다. 
그 조금의 공부도, 조금의 노력도 안하고 살아온 내 모습이 진짜 '나'라는 걸.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지고, 조금 더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왜냐하면 나는 통상적으로 내 나이에 이루는 것들을 이루지 못했고, 
앞으로도 평균 이하로 살 것이기 때문이다. (로또를 안 사기 때문에 로또로 인생역전될 리도 없다.)
이것은 주관적인 평가도 포함되지만  
숫자나 통계로 금세 알 수 있는 객관적 평가에도 확실히 기대고 있다. 
나이가 많다는 건 "너 몇 살이야?"라며 유치하게 싸울 때나 유리한 패다. 
다시 말해 언제 어디서나 좋을 게 없는 조건이다. 

혹시 나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아마 있을 거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보다 조금은 나이가 젊은데 나처럼 사는 사람, 혹은 나처럼 살 것 같은 사람들을 위해 
나는 그전부터 쓰고 싶었던 글을 쓰려고 한다. 
'인생 덜 망하는 방법'이라는 글이다. 
(물론 나이 많은 사람의 꼰대질로만 보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목적과는 달리 나보다 나이가 젊은 사람들에게는 읽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긴 하다.)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안 읽을 것 같다. 아마도 나만의 일기가 될 것이다.)

이 지구 위에는 76억 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고 
제각각 성품, 개성, 희망, 취향, 정서, 감성 등등이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크게크게 군을 묶어보면 
분명 어떤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있고, 어떤 사람은 성공했을 것이며, 
또 어떤 사람은 망한 인생을 살고 있고, 어떤 사람은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별로 쓸모없는 돌에 비유할 수 있는 내 모습과 비슷한 이들은 대략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래 조건에 전부 부합해야 한다.)

- 바라는 건 많은데 특별히 노력은 하지 않는다. 
- 한 때는 자기가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지금도 대단한 능력이 숨겨져 있을 거라 착각한다.)
- 시샘이 많다. 
- 걱정도 많다. 
- 이것저것 벌여놓은 일이 많지만 수습이 안 된다. 제대로 해낸 게 없다.

- 뭘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목표를 말한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 잡 재주가 있는 것 같지만 딱 부러지게 잘하는 건 없다. 

- 다소 염세주의 스타일이다. 
-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 남과 비교를 많이 한다. 
- 쉽게 피곤해하고 쉽게 포기하려든다. 
- 언뜻 보면 성실해보이지만 사실 허세와 허영만 가득하다. 등등... 

어쩐지 자기비하적인 고해성사 같지만 이런 사람들이 또 있을 거라 생각하며 
나는 어떻게 하면 인생을 덜 망하는 길로 이끌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이런 부류의 사람을, 그러니까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예망인'이라고 해보자. 방금 내 마음대로 지은 단어인데 '예비 망한 인생들'이란 뜻이다. 

예망인들의 인생은 미안하게도 이미 망하는 걸로 정해져 있다. 
위에 언급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천운으로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여기엔 외모도 포함된다)
엄청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났거나 하면 
그렇게까지 망하지는 않고, 어쩌면 평평한 인생 그래프를 그리며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추락하는 그래프를 그리며 살게 될 것인데 
나의 목표는 그 그래프의 기울기를 70도에서 한 30도 정도로 줄이는 것이다. 
망하는 건 피할 수 없지만 덜 망해보자. 
잘 살아보겠다는 말이 아니라 덜 힘들게 살아보자. 이런 의미다. 
(내가 생각하는 예망인들은 위에 언급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외부의 조건이나 불의의 사건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나의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지지 않는 것이다. 
혹은 불행해져도 그 불행을 덜 느끼는 것. 그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앞으로 그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도록 하겠다. 

 

(이러고 또 안 쓸 것 같긴 한데...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