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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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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2.

올해도 반복됐다. 또 그러고 있다. 
1월 1일이 되고 2일이 된 오늘까지 나는 종이를 찢고 있었다. 
왜 새해 벽두부터 나는 종이를 찢고 있는가. 

새해 첫 날. 1월 1일. 1이라는 숫자가 주는 '시작'이라는 느낌. 
이 감정이란 게 참 묘해서, 해마다 1월 1일이면 부푼 희망을 안고, 뭔가 새롭게 도전해보게 된다. 
영어도 써보고 일어도 써보고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도 써보고. 
어떤 때는 읽고 있던 책에서 중요한 부분, 잊고 싶지 않은 부분만 발췌하기도 하고. 

문제는 그 '시작'이라는 기분이 날마다 날아가버리고 
열심히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마음도 사그라들고 
다시 게으름이 내 삶을 크게 차지해버린다는 것. 

12월 31일에 게을렀던 내가 1월 1일에 부지런쟁이가 될 리 만무한데도 
나는 1월 1일만 되면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물을 들이부었다. (feat. <님의 침묵>)
그런 행동의 결과는 앞부분 몇 장만 쓴 노트로 남았다. 
처음엔 노트도 매년 새로 샀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이제 그 노트들마저 꽂아놓을 데가 없어지자 (돈도 없다, 나무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앞부분만 벅벅 찢어 다시 새해를 맞이하고, 또 새해를 맞고, 또... 또... 

오늘 찢은 노트는 2016년에 쓰다 만 것이었다. 
그 때는 얼마나 또 부푼 가슴으로 새로운 일에 도전했을까. 
나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지면서도 안쓰럽기도 하다. 불쌍하고 멍청한 인생. 
읽어보니 영화로 영어 공부를 해보겠답시고 뭘 끄적여놨더라. 
5년 전엔 그래도 지금보다는 5년이나 젊어서 머리에 뭐가 들어갔을 텐데. 
보아하니 1월 6일을 끝으로 아무것도 더 이상 쓰지 않았다. 한 3장 썼나. 
그 노트 앞부분을 또 찢어내고 난 다시 올해에 해내고 싶어하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데 1월은 제발 넘겨주라. 2월이라도 가보자. 그런 마음으로 쓰기 시작했다. 
뭐든 끝까지 해내면 더 좋고. 끝이라는 걸 한번은 봤으면 좋겠다. 

혹시 

난 왜 이 모양일까, 왜 뭘 하나도 제대로 끝을 못낼까, 제대로 해내는 게 없을까 
고민하는 젊은이들이 있을까봐 내 이야기를 짧게 써보았다. (안 짧나? 긴가? 머쓱...)
늙은 중년도 이 모양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년 노트 앞부분 2-3장만 채우는 삶을 살라고 독려하는 건 아니다. 
계속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고 노트의 절반 이상을 비워놓기만 하면, 
늙어 고생한다는 것도 내가 여러분보다 앞서 체험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는 바다. 

충고 아닌 충고지만
너무 거창한 시작은 아예 하질 말길 권해드린다. 
거창한 시작만 고집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기보다는 
시작의 크기를 줄여 작은 언덕 하나부터 넘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언덕을 여러 번 넘으면 동네에 있는 작은 뒷산 하나 넘을 수 있고 
동네의 야트막한 뒷산 앞산 옆산 넘다보면 그 다음엔 더 높은 산도 갈 수 있을 거라고
꼰대 소리 한 번 해본다. 

그럼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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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TMI이며 투머치토커로서 얘기하자면
난 요즘 영화 보는 일이 지겹고 귀찮다. 
당분간 영화를 안 볼 것 같아서 블로그를 잠시 닫을까 생각 중이다. 
아예 닫으면 나도 마음이 아플 것 같으니 그렇게는 못하겠고... 
원래 매년 1-2번은 블로그 문을 닫곤 했다. 이것도 반복이다. 
잘은 모르지만 블로그 주소를 그대로 입력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아주 드물게 있는데 
아마도 그런 분들이 단골 방문객이 아닐까!!! 하고 소심한 기쁨을 느끼고 있다. 
그런 단골 방문객들이 혹시나, 어쩌면, 만약에 놀라실 수도 있으니까... (아무도 안 놀람) 
살짝 미리 말해둠. 혹시 블로그가 닫혀있어도 아, 그냥 닫고 싶어 닫았나보다... 해주시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