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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배우연구소 인터뷰 1편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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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4. 17.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언제까지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해낼 수 있을까. 

배우가 가수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고 한계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이 마음. 

 

'번 아웃'이라는 증상이 있다. 학술적인 용어는 아닐 것 같지만 

암튼 치열하게, 열심히, 타오를 듯이 일한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는 증상이다.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 무기력증을 느끼고 일을 거부하거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증상이라는데 

지난 연말에 BTS의 석진 청년이 '번 아웃'을 경험했다는 고백을 한 적이 있다. 

당연하다. 너무 열심히 살아온 데다가 명성이 커진 만큼 부담도 컸을 테니. 

 

그러나 나같은 사람들은 뭘까.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의자에 앉은 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는 일보다도 대단하지 않은 일을 하는 내가 지친다? 

(여기까지 듣고 시 또는 노래가 생각났다면 중년ㅋㅋㅋ 떠오르는 멜로디에 따라 노래 불러봅시다.)

뭐, 지칠 거라도 있나? 지칠 자격이나 있나? 그냥 게으른 거지... 라고 생각했는데 

문득 어느 날, 게으름을 넘어선 것 같은 무기력감이 느껴지는 때가 있긴 있다. 

마치 그 뭐랄까... 뭔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을 들은 후에 

일시적으로 청력을 상실해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 같은, 일시에 공기가 소멸해버리는 것 같은

그런 종류의 무기력함. 있다. 어쩐지 부끄럽지만 있다. 

 

이런 현상을 '보어 아웃'이라고 하는 것 같다. 불꽃처럼 사는 '번 아웃'과는 반대 개념이다. 

그냥 단조롭게 흘러가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업무 때문에 의욕을 잃는 현상이다. 

이 증상을 개선시키는 방법은 그냥 자기주도적으로 열심히 업무를 하는 것이라고 한다. ㅎㅎㅎ

(치료법: 월급루팡 짓 그만하고 열심히 일하라고!!!) 

 

아니, 그런데... 일하는 건 좋은데... 

쉴새없이 걷고 있는, 내가 주어진 이 궤도를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보어 아웃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좀 억울한 것 같기도 한 허탈함과 무력감. 

문득 나는 예전에 유튜브에서 박정민 배우의 인터뷰를 찾다가 

언제나 포기하고 싶다고 말하던 그의 말이 떠올랐다. 

그 때 인터뷰를 보진 않고 제목만 봤었는데 이번에 큰 맘 먹고 다 보기로 했음. 

재밌더라. 말을 잘해서 그런가. 한 사람 앉혀놓고 인터뷰하는 거 재밌음. 

 

사실 모든 내용을 다 타이핑하고 분석해보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이게 거의 1시간 짜리라 그건 어려울 것 같음... 

 

www.youtube.com/watch?v=L0UWV44_SpU

 

이번 시간에는 배우를 왜 계속하고 있는지에 대한 박정민 배우의 답만 써본다. 

(앞에 내가 너무 서론을 길게 써서 ㅋㅋㅋ)

 

박정민: 이게(연기) 나를 움직이게 해주니까. 
상현 씨(강연 듣고 있는 사람) 얘기한 것처럼 재미있어서 해요. 
이게 그나마 제일 재밌어, 살면서 하는 것 중에 그나마. 

그래서 (연기를) 하는데... 

 

사실 저는 항상 항상 항상 포기하고 싶어요 늘
그런데 포기하면 안돼. 
포기하지 말자라는 마음이 좀 더 커서. 
포기를 안하고 있는 것뿐이지

늘 그 정도로 힘들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안하고 싶고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 말 그대로. 
그래도 재미있고, 가끔 재미있고 
하다보니까 그런 마음이 복합적으로 있어서 포기하면 안 돼, 라는 마음으로 
이 마음(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누르는 건데 

누구나 다 포기하고 싶을 거예요. 
그 정도 힘들 거예요 아마. 
그런데 아직은 재밌으니까 아직은 희망이 보이니까 아직은 그래도 덜 좌절했으니까 
더 최악이 있을까? 하면서 가보는 거고. 
그러다보면 갑자기 이제 뭐 운이 좋아서 성과를 내는 작품들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백은하 소장: 이준익 감독님한테 전화가 올 수도 있는 거고? 

네 그런 거죠. 저는 그런 것 같아요. 

백은하 소장: 재미만으로 가지는 않죠? 

박정민: 그럼요 관성으로 가는 거예요. 

 

 

어쩐지 관성으로 간다는 말에서 '지상계의 존재(?)'구나 싶어서 캡처해봄 ㅋㅋㅋ

 

물론 박정민 배우가 연기를 잘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내가 박정민이라는 배우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말을 잘하고 지혜로운 것 같아서, 

그리고 또 하나는 염세적이라서 ㅋㅋㅋ 사람이 별로 희망차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그래서, 솔직하다. 

태어났으니 일단 살아야겠고 

때가 되면 밥벌이를 해야 하는데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연기. 

근데 또 잘함. ㅋㅋㅋ 잘하는 김에 계속하는 거지. 

 

그런데 박정민 배우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생각보다 훨씬 훨씬 훨씬 열심히 자기 자신을 갈고 닦았을 것이라는 것도 

나는 잘 알고 있다. 대충 대충 연기하면서 

연기자 지망생들 앞에서 저렇게 앉아 얘기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모두가 포기하고 싶겠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것, 잘하는 것, 재미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골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이고, 

아직 크게 좌절하지는 않아서 그 생업에 '붙어 있을' 거라고, 

그리고 재미나 열정보다는 '관성'에 의해 이끌려 가고 있다고 얘기해주는 것이 

어쩐지 나에게 위로가 된다. 

그래 뭐, 내가 천하통일할 것도 아니고, 노벨상 받을 것도 아닌데... 

오늘도 나한테 주어진 길을... 그냥 걸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해봄. 

(근데 솔직히 나는 좀 설렁설렁 살긴 한다. 반성함.)

 

석진 청년처럼 번 아웃을 느꼈거나 

어느날 갑자기 찬물 끼얹어진 듯이 열정이 확 사그라져버린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정말 힘들면 안해도 된다는 것.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 아니더라도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또 있을 거라는 것. 

실은 내가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 중년들 ㅋㅋㅋ 지금 일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중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군. 

내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겠다고, 쉬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야, 그거 그만두면 너 어떻게 하냐?" "먹고 살아야지." "너만 힘드냐?" "다들 그러고 살아..." 

이런 말만 하지 말고... 

"그래, 힘들면 안해도 되는 거지 뭐." 

"다른 길도 있을 거야." 

"네가 아니면 아닌 거지..." 라고 말해준다면 말만이라도 고마울 것 같다.

 

사실 우리네 중년들은 쉽게 자신의 길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그 길 아니라도 괜찮다는 말을 들어도, 당장의 생계 때문에 쉽게 일을 그만둘 수 없다. 

게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하는 압박감이 있다.  

예를 들면 나이 든 존재에 대한, 고용인의 막연한 부담감 같은 거, 

혹은 창창한 젊은이들의 열정에 밀리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나 이제 여기서 얼마 안 남았구나... 하는 등떠밀리는 느낌. 

그런 압박감이 밀려오면 이 길에 서 있는 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관성으로든 뭐든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꼭 중년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빠져나갈 구멍 하나는 있다고 믿으면서 살고 싶다. 

다들... 괜찮나요?? 나는 괜찮은 걸까요??

.

.

.

다음 이 시간에는 ㅋㅋㅋ

박정민의 배우인터뷰 2편을 준비해볼게요. 

왜 이런 거 포스팅하냐고요? 내 마음임 ㅋㅋㅋ 

박정민의 인터뷰는 참 진득하게 듣게 만드는 힘이 있음. 글도 잘 쓰더니 말도 잘해. 

말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있지만 

글 잘 쓰는 사람은 말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듈돠~ 되다니 대단하군... 똑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