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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 인생 덜 망하는 법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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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주인장 잡글

2021. 5. 24.

부제: 쓸모 없는 사람

영화 <미나리>에서 스티브 연이 그랬다. 
'쓸모 없는' 존재인 수컷 병아리는 처분된다며 
스티브 연은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아들에게 가르친다. 
나도 한 번 생각해봤다.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일까? 

솔직히 아니다. 딱히... 쓸모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타적인 마음과 넓은 아량(?)으로 
약간의 종교적인 마인드를 더해,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두 손 꼭 잡아준다해도 
그런 따스한 말에 마음이 말랑말랑해질 그런 나이는 이미 한 서너 정거장 지났다. ㅎㅎㅎ 
숫자상으로는 아직 그렇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쩐지 인생의 종점에서 길을 헤매는 모양새. 
쓸모 없는 인간의 인생은 길고 지겹고 고되다. 이것이 바로 망한 인생의 하루하루.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흘러가는대로 살았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배를 타고 노력해서 힘차게 노를 젓고 살아온 것이 아니라 
그냥 물결 가는대로 바람 부는대로 가다보니 어라? 뭐지 이 무인도? 이 황무지?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인생. 
사람을 챙기든 돈을 챙기든 기술을 챙기든 
뭐 하나는 챙겼어야지. 어째서 수십년을 살았는데 손에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나요.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입니다... 라고 말하기엔 살 날이 좀 남은 것 같은데. 

노오오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열심히 살았어야 하는데. 목적을 가지고. 
적어도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는, 뭘 잘 하는지는 파악을 했어야 하는데. 
그게 명확하게 정해진 후에는 끈기를 가지고 진득하게 우물도 팔 줄 알아야 했는데. 
그게 아니었더라도 뭐든 찔러보고 도전해보기라도 했어야 하는데. 
변명이지만 타고나기를 그렇게 타고나기도 했다. 
게으르고 수줍고 소심하고 걱정많고 기타 등등 안 좋은 성격들 양념으로 톡톡. 
그렇게 버무려진 인생은 맛도 없고 영양도 없다. 

글 쓰면서 돌려 생각해보고 뒤집어 생각해보고 곱씹어봐도 
어째 인생에 남는 게 하나도 없을까 진짜. 이러니 쓸모가 없다고 하는 거다. 

쓸모가 없어서 남는 게 없었던 걸까, 남는 게 없어서 쓸모가 없어진 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후로 최대의 고민거리. ㅎㅎ 

다만 내게 쓸모가 있다면 
누군가가 나같이 망한 인생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 
흘러가는 대로 생각없이 살다가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하게 되고 
생각도 못했던 답답한 인생을 살다가 
생각하기도 싫은 슬픈 인생 후반전을 맞이하게 된다는 뭐 그런 이야기들.
그러나 젊은 예망인 여러분들은 아직 인생을 '덜' 망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으니까 힘내보아요~

기껏 기운 없는 소리하고 힘내라고 말하면 전혀 와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덜' 망하려면, 약간 핸들 꺾는 정도의 수고로움은 감당해보시길. 

누군가의 앞날에 
나도 작은 안내문이나 표지판 정도는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여 
이래저래 글을 끄적여봄. 
응, 아니야, 아마 안될 거야. ㅋㅋㅋ

 

 

 

문득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난 장면. 

(주인장은 이렇게 머리가 제멋대로다. 모든 자료가 뒤죽박죽 섞여 있는 것 같은 뇌랄까)

 

 

2017년 <맛있는 녀석들>의 한 대목. 

개그우먼 이수지가 상황극을 하다가 나온 장면인데 

그래... 사실 사람 남으면 인생 남는 장사다. 세월이 지나고서야 깨닫게 되는 진리. 

(물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고 인연의 힘을 믿는 건 꽤 중요한 일이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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