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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 인생 덜 망하는 법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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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주인장 잡글

2021. 7. 17.

요즘 샤.이.니에 관심이 생기면서 드는 생각.
나는 정말 텅 빈 사람이구나, 하는 것. 

어렸을 때부터 나는 땜빵, 땜질을 잘했던 것 같다. (땜빵은... 속어였군)
잘하는 일도 아니고 열심히 한 일도 아닌데 
대강 땜빵하고 땜질해서 마치 잘한 것처럼, 결과물이 좋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어릴 때는 이게 좀 통한다. 남의 눈을 속일 수 있다. 
나뿐만이 아니라 이렇게 대강대강 설렁설렁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정도가 좀 심했달까. 너무 잦았달까. 

그러나 나이가 한살 두살 먹어가고 
수십년을 겉으로만 잘하는 척, 열심히 하는 척 일하고 
잘못된 건 고치려들지 않고 모르는 건 공부하지 않은 채 모르는 그대로 두니 
남는 건 나라는 사람의 내면에 남은 텅 비어있는 공간,

그리고 그 겉에 땜질을 한 수천 수만 개의 흔적들 뿐. 
망치로 단 한 번만 내려쳐도 깨어져버릴 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생. 

쉽게 부식되고 낡아서는 툭 건드리기만 해도 허세와 겉치레가 먼지처럼 풀풀 날리는 삶. 
내 인생은 이렇게 부식되고 망해갔던 것이다. 

물론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열심히 살면 
인생은 덜 망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망한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의 이런 상태를 올해 처음 알았던 건 아니다. 
이미 20대에도 나는 내가 이렇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수십년을 방치해왔다. 
고치기 귀찮으니까. 근본적으로 뭔가를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정말 노력하지 않으면 나라는 사람은 바꿀 수 없으니까. 
수십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문제점을 지금도 고치지 못하고 있으니 
올해의 나의 목표는 작년과 같으며 재작년과도 같고 10년 전과도 같다. 
<사랑의 블랙홀>이라도 되는 건지. 이건 로맨틱 코미디지만 
이렇게나 뱅글뱅글 돌고만 있는 나의 인생은 호러다. 너무 무서운 공포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흐르니 
나는 이제 진심이라는 말의 의미마저 잊어버렸다. 
진심으로 열정을 쏟아붓는다는 것이 어떤 행동인지도 잊어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몰랐던 건 아닐까. 열정을 쏟아본 적이 없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걸까. 
너무 허세부렸나? 겉치레에 치중했나? 소극적이었나? 미움 받을 용기가 없었나? 

속이 들어차질 않으니 
남의 말에도 이래저래 흔들린다. 너무 잘 흔들린다. 

식당 앞에 세워둔 홍보용 풍선인형이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린다. 
걔들은 자리라도 고정돼있지... 나는 고정도 안 된다.

부드러운 충고 정도에도 어쩔 줄 몰라하고 날이 선 한 마디에는 지하로 숨어버린다.   
나는... 입김에도 날아가는 얇은 비닐봉지마냥 제멋대로 날려서는 
제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어디론가 휩쓸려가버리곤 한다.   

언제 바스러질지 모르는 텅 빈 공간, 그 자체가 되어 나는 오늘도 숨쉬고 있다. 
오랜만에 열정 넘치는 연예인에 관심을 생기니 
내 자신을 비춰주는 진실의 거울이 유난히 내 모습을 잘 비춰주는 것 같다. 
샤.이.니가 거울 역할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거울을 갖다줬나... 
속이 단단하고 열정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괜히 시샘 냈던 것보다는 그래도 낫군. 
내가 해내지 못하는 것을 해내고,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을 해내는 알찬 인생들. 

오늘도 
겨우 텅 빈 속내를 들키지 않은 것으로 
겨우 텅 빈 속내를 숨기고 지켜낸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쉬는
나는... 망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쨌거나 타이틀이 인생 덜 망하는 방법이니 
마무리에는 약간의 해결책을 써놔야겠지. 
뭐든, 어떻게든 좋으니까 
내 안의 공간을 채워가기를. 부정확하고 모호하다고?
그게 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안 살았겠죠... 
열정이든 의지든 욕망이든 사랑이든 행복이든
공부든 운동이든 노래든 달리기든 
내면을 채워가는 게... 100세 인생 시대에 좋습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키워드를 찾아서 채워야겠죠. 부정적인 키워드는 결국 다시 나를 텅 비게 만들 거니까. 

개떡 같은 내 인생. 

나도 나한테 지친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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