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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 독서는 가치가 있는가?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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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주인장 잡글

2021. 8. 20.

책은 마음의 양식...일까?
혹시 마음의 짐은 아닐까?

요새 나는 독서에 대해서 좀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일. 좋은 일이다. 물론 좋다. 
내가 체험하지 못한 세상을 알게 해주고 
내 부족한 지식을 채우는데 도움이 되며 
세상 사는 지혜를 배우는 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책이 다 '선한 영향력'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나같이 '허세'와 '겉치레'에 찌든 사람이라면 더욱 더. 

최근에 어떤 책을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와~ 재미있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머리에 남는 게 거의 없었다. 
문득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게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더라. 

어떨 땐 시간 낭비가 아닌가 싶을 때도 많다. 
책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말이다. 
내가 이런 거 알아서 뭐하나 싶을 때도 많고. 
재미있게 시간 때우게 해주는 뭐 그런 오락거리라도 되면 다행인데 
지루하고 괴롭게 읽는 책도 더러 있다. (물론 그런 책도 내가 고른 것들이다.)
내 일생에 양자물리학이라든가, 천문학이라든가, 법의학이라든가
이런 거 알아서 어디다 써먹냔 말이다. 효용의 가치가 전혀 없다. 
혹시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어, 저 그거 알아요! 하면서 잘난 체 할 때 잠깐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그것도 한 두 개 단어만 어렴풋이 기억나서 
아는 척을 하려 해도 자료가 부족해 결국 대화가 끊어진다. 어색하게.
설사 내가 책에서 본 어떤 단어나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걸 잘난 체 한답시고 썰을 풀어놓기 시작하면 
그냥 TMI 넘치는 TMT 되는 거예요... 
그렇게 사람들과 한 걸음... 두 걸음... 백 걸음 멀어지는 거죠. (어째 중간이 없을까.)
(수십년 째 사회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프로 거리두기리스트, 워프 씨)

각설하고. 
필요에 의해 보는 책이라면 꼭 봐야지. 
예를 들면 자격증 관련 서적 같은 거. 업무 관련 서적 같은 거. 
또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책을 꾸준히 많이 읽어주는 게 옳다. 
하지만 내가 굳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을 담은 책을 
내가 굳이 많은 돈을 주고 
내가 굳이 많은 시간을 들여가며 
내가 굳이 미간에 주름 잡아가며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가 시키든? ㅎ)
이런 내 생각은 잘못된 걸까? 삐뚤어진 걸까? 어긋난 걸까? 
책을 한 권 읽으면 남는 건 단어 한 두 개 정도. 
그 단어를 내 입 밖으로 내뱉는 일은 일생에 한 번 정도. 
어이없어 코웃음이 난다. 이 정도면 책한테도 예의가 아닌듯 싶고. 

진짜 문제는 멋드러진(?) 책들을 사놓고 읽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그나마 읽기라도 하면 다행이지 (비록 남는 건 없더라도... 손때라도 타면 다행)
그 돈을 들이고도 읽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 그 최후는? 중고서점 행이다. 
이미 그렇게 중고로 팔아버린 책들이 너무나 많다. 
어느 날은 팔려고 책들을 골라놓으면 책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이럴려고 장바구니에 날 담았었니? 이럴려고 나 샀느냐고!'
'표지만 쳐다보려고 날 샀던 거야? 앞에 한 10장만 손때 묻혀보려고?'  
그렇게 말하는 (실제로 말하진 않지만) 책에게 나는 미안함을 표한다. 
다음에 만날 주인한테는 사랑받고 살라며. 
표지부터 마지막 장까지, 심지어 '펴낸이'랑 '출판일'까지 몽땅 다 읽어줄 
성실하고 좋은 주인 만나라며 달래준다. 
울면서 (실제로 울지는 않았지만) 떠나는 책들이 안쓰럽다. 
지금도 그렇게 분류된 책들이 책장 아래에 묘한 기운을 내뿜으며 자리잡고 있다. 
그나마 중고서점으로 가는 애들은 다행이지... 
간혹 재활용 쓰레기 중 '종이류'로 분류된 애들도 있다. 
얘들아, 주인이 미안해. 진짜 미안하다. 

책을 살 땐, 신중하게. 돈 생각하고 시간 생각하며 사기.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앞으로 3번 이상 생각하며 살 것.  
이 책이 나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고 살 것. 
... 물론 잘 안되겠지만. 왜냐고? 

이 글을 쓰면서 놀랍게도 나는 또 책을 샀기 때문이다. 하하하. 이쯤되면 질병이지.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별명을 달아두었다. 북 콜렉터. 읽는 사람 아니고 모으는 사람. 
이것이 병이라고 한다면 이렇게 병명을 이렇게 지을 수 있겠지.

서적과다구매증. 책구매증후군. 책구매중독. 허세책수집증. 북콜렉터신드롬. 뭐 그런 거? 
허세 반, 호기심 반으로 산 책을 차라리 양념 반 후라이드 반으로, 먹는 데에 쓸 걸 그랬다. 
 
쓰다보니 책이 무슨 잘못인가 싶네. 
내가 잘못이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