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or Do not, There is no try

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건축학개론> 두번째 감상문 (이제 스포피할 거 없잖아요?)

댓글 0

영화생활/이전에 본 영화

2012. 6. 4.

이제 나이가 나이다보니,

영화를 2번 보지 않으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듣자하니 과자와 빵을 너무 많이 먹으면 집중력이 떨어진다나 뭐라나...)

이번 기회에 빵까지는 아니더라고 (빵은 영혼의 동반자-_-) 과자는 좀 끊어봐야겠구나.

 

각설하고. <건축학개론>을 또 감상했다.

2번째 볼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요즘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냥 또 봤다.

(참고로 <어벤져스>도 2번 봤다. 이것도 빨랑 감상문 써놔야 하는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겠지만 뭐)

 

그런데 의외였다. 두번째가 더 재밌었다.

주워들은 이야기들도 많고, 생각한 것도 많고. 이미 한 번 봤으니 두번째는 다른 각도로 보기도 하고.

 

글로 예술하고 싶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_-

그 누구의 기대감도 없는 그런 글을 한 번 써보자. 나만 좋으면 되지 뭘.

 

작정하고 쓰는 <건축학개론> 감상문.

 

"이번 기회에 싹 다 밀고 새로 지어야 해 제대로"

현재 서연 (한가인)은 현재 승민 (엄태웅)을 찾아가 집을 지어달라고 한다.

일단 여기서는 '새로 집을 지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제주도에 있는 집을 한번 다시 살펴보게 되는데

거기에는

어린 시절 벽에 등을 기대고 키를 재던 흔적도 있고

시멘트를 발라놨는데 굳기도 전에 밟아서 남은 발자국도 있으며,

아빠가 방을 터보겠다고 부수다가 그냥 놔둬버린 공사 현장도 그대로 있다.

서연의 목적은 집을 아예 새로 짓는 것.

그런데 그게 뜻대로 될까?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이 영화에서 추억은 곧, 집인 것 같다. 기억이 집이라고 해야 하나?

그 흔적은 서연이네 제주도 집에도 남아 있지만

승민이네 정릉 집에도 남아 있다.

화가 나서 뻥 찼던 대문. 그리고 휘어진 모서리.

GUESS가 아니라 GEUSS라고 써있는 것, 나는 왜 압서방파가 되지 못했나에 대한 뭐 그런 짜증. 분노.

아우, 빡쳐 이런 기분으로 뻥 찼던 그 기억은

그 모서리에 그대로 남아 있고,

15년이 지나 손으로 펴보려고 해도 펴지지 않는다.

그 앞에서 승민이가 울었지... T.T

 

"집이 지겨운 게 어딨어. 집이 그냥 집이지"

승민 엄마의 말이다.

엄마는 30년 넘게 살아온 정릉에서 쭉 살겠다며 이런 말을 했다.

15년이 지나 아들이 던져놓고 간 GEUSS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엄마.

왠지 짠한 마음. (왜 짠한가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자식이라면 대부분 짠했을 거라 봄)

추억도, 기억도. 지겨울 수 있지만 버릴 수는 없다.

 

공부한지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화학 법칙 같은 게 떠오른다.

물을 끓여서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면, 끓인 물의 양은 줄어들지만,

결국 공기 중에 그 끓인 물만큼의 수분은 어딘가에 있다는, 뭐 그런 법칙.

극단적으로, 태평양 바다에 꿀 한방울 떨어뜨려도

정말 몇억억억억억억억억억억억억억억 분의 1 정도의 꿀 성분은 태평양에 있다는 뭐 그런 법칙.

 

기억은, 추억은. (좀 다른 말이지만) 날아가지 않는다.

어딘가에 있다.

어우, 유치뽕일세. 뭐 이렇게 멋부리고 난리 ㅋㅋㅋ

근데 그냥 그런 생각이 좀 들었다. 아무리 뽀개고 없애려해도 그건 남는다니까. 그래서.

 

서연의 집은 새롭게 지어졌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 새롭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예 새로지은 게 아니라 증축이니까.

그 안에는 과거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발자국도 키를 잰 흔적도... 아빠가 만들려던 피아노방은 승민의 손에 진짜로 생겼다.

 

괜히 막 멋부리고 글 쓰려고 해서, 또 영화 본지 며칠 지나서 쓰려고 하다보니

말이 잘 안나오긴 하는데

뭐 그냥... 그런 것 같다.

서연이나 승민이나, 그들에게 기억은 집이고 집은 기억이고 그런 것 같다.

서연의 인생을 새롭게 리셋하게 해주는 그 지점에는

서연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추억을 준? (아마도 그런 듯) 승민이가 있는 것 같다.

 

뱀발.

과거 서연(배수지)이 과거 승민(이제훈)과 첫 눈 오는 날 만나기로 했다가

결국 승민이 안 나갔는데 (아주 나중에 나가서 CDP랑 CD 가져오긴 했지만)

그 때 서연이 화장을 하고 왔더랬다.

감독이나 수지는 그 부분이 승민에게 잘 보이려고 그렇게 한 거라고 얘기했다더라.

근데 나는 그 장면 보면서

아... 수지가 이제 세상을 알아버린 그런 사람이 됐구나... 이랬는데.

그 선배가 그러잖아? 2학년 되면 여자들 화장 하고 바뀐다고. 완전 예뻐진다고.

난 그래서 그런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닌가부다 헐헐헐.

 

뭐래... 되게 긴데 쓸모없네.

이래서 내가 글로 예술 못한다니까... 에휴... 또 깨닫는 밤임.

원래 밤에 글이 더 잘 써져야 하는 거 아님? 그런데 뭐 이거 거지같음... T.T

하지만 또 한 편으론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부는 언덕 같은 블로그,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블로그

새벽에 토끼가 검색하고 왔다가 눈팅하고 간다는 블로그

그러므로 걱정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