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or Do not, There is no try

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2편.txt

댓글 1

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3.

비자고 나발이고 다 무시하고 쓴 거임 ㅋㅋㅋ

난 미국가본 적 없음요~

===================================================

눈발이 조금씩 흩날리던 그 겨울.

편의점 앞에서 있던 은상의 차가워 보이는 어깨에 자신의 점퍼를 슬쩍 올려놓았던 그 날.

네가 나쁜 놈이기도 하지만 좋은 놈이기도 한 걸, 진작에 알았다면 좋았을 거라던 말.

그 말에... 오늘부터 진작인 걸로 하자고 답했던 그 때...

침대 위에 축 늘어져 있던 영도가 갑자기 눈을 부릅뜬다.

그 날 그 때 그 장소에서 은상의 ‘사람 놓치러 가는 표정’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왜 난 더 강하게, 있는 힘껏, 그녀를 잡지 못했을까?

지금 복수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자기 자신 뿐이다.

영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은상은 기분이 말할 수 없이 복잡하다.

영도를 만났다는 것에 이제야 조금, 반가운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처음 영도와 호텔 방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은상이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를 손에 꼭 움켜쥔다.

 

“뭐하는 거야! 빨리 움직여야지! 은상!”

 

뒤에서 지배인이 소리를 지른다.

잠깐 생각할 틈도 없이, 또 청소에 또 빨랫감이다.

미친 듯이 일을 해서 잠시 잊을 수 있는 얼굴이라면. 그게 가능하다면.

하지만 불가능하겠지.

 

 

 

 

“앗!”

 

호텔 정문을 나오던 은상이 뭔가에 발이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 손목을 덥썩 잡는다. 영도다.

겨우 균형을 다시 잡은 은상이 영도를 향해 눈을 흘긴다.

 

“너...!”

 

“괜찮아?”

 

“네가 발 걸었잖아!”

 

“걸지 않으면 잡아줄 수가 없잖아?”

 

“... 너 아직도 이런 장난하는 거야?”

 

조금 화를 내는 듯한 은상의 표정에 영도가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인다.

 

“이러니까 차은상 같네”

 

“???”

 

“내가 알던 차은상. 알바 4개씩 하던 졸부.

전교생이 갈궈도 기죽지 않던 차은상. 너 맞네.“

 

“... 너도.”

 

“...나?”

 

“초딩 최영도! 안 변했다고. 좀 컸나 했더니.”

 

은상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영도의 표정을 살핀다.

마치 3년 전, 한국땅에서 그랬던 것처럼.

 

“내가 오랜~만에 미국 온 김에, 한 턱 쏠까 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이거 흔한 기회 아니다. 신중하게 골라봐!“

 

“정말? 나 정말 먹고 싶은 거 있는데”

 

은상이 이렇게 반응하니 영도는 절로 귀가 커지는 느낌이다.

뭐든,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얼마가 됐든 어디가 됐든 원하는 건 모두 다.

 

“뭔데?”

 

“... 떡볶이.”

 

“떡볶이?”

 

 

 

 

가게에 들어선 순간, 은상은 깜짝 놀랐다.

한인타운 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떡볶이 가게인데 오늘따라 손님이 하나도 없다니.

그것도 제일 장사가 잘 될 저녁 시간인데. 무슨 조화일까?

 

“내가 너 하나 제대로 밥 먹이려고 유료 결제를 했지.

도대체 몇 번을 차은상 때문에 유료 결제를 하는 건지...“

 

“뭐야, 그럼 너 이 가게 통째로 빌린 거야?”

 

“응”

 

“언제?”

 

“아까 차에 타기 전에 전화하는 거 못 들었어?

너는 어째 신경을 써줘도 눈치를 못 채...“

 

영도가 더 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 손짓을 해대며 자리를 잡고 앉는다.

 

“여기요, 이 집에서 제~~~일 맛있는 떡볶이로 2인분 주세요.

또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글쎄... 튀김? 순대?”

 

은상의 얼굴은 몇 시간 전, 처음 마주쳤을 때와는 달리 많이 편해져있다.

영도의 마음도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다.

포크를 챙겨주다가, 즐겁게 메뉴판을 들여다보는 은상의 표정을 힐끔, 바라본다.

더 오랜 시간 떨어져서 잊을 수 있는 얼굴이라면. 그럴 수 있다면.

하지만, 영도에게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테이블에 아슬아슬하게 접시를 걸쳐놔야 할 정도로 수많은 음식들이 놓여져 있다.

하지만 접시 위의 음식들은 반도 다 비워지지 못했다.

어떤 건 거의 처음 서빙이 나왔을 때와 똑같을 지경이다.

실컷 즐겁게 먹겠노라고 해놓고, 은상은 많이 먹지 못한 채

포크로 자기 앞접시에 놓여있는 순대만 이리저리 찔러댈 뿐이다.

영도는 그 모습이 못마땅하다.

결국 일부러 소리내어 포크를 테이블 위에 딱, 올려놓는다.

 

“안 먹어?”

 

“어?”

 

“야. 가게 통째로 빌려줘, 먹고 싶다던 음식 진수성찬으로 차려줘.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이거 다 내가 먹은 거에요~ 봐봐“

 

“...”

“내가... 불편하냐?”

 

“... 그런 거 아냐...”

 

“그럼?”

 

은상은 더욱 말을 잇지 못하는 표정이다.

은상이 방을 나가고 잠시 침대에 누워 억눌렀던 감정이 다시 폭발할 것만 같다.

 

“말 안 해줄거야?”

 

“...”

 

“왜 네가 여기 있는지?”

 

“...”

 

“3년 전에, 네가 왜, 김탄네 집에 있었는지 설명 듣는 것보다,

난 지금 이 상황이 더 이해가 안 가.“

 

“...”

 

“회장님이 무릎 꿇린 거지?”

 

“그만해.”

 

은상이 테이블 위에 툭, 포크를 얹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시 그러고 가만히 서 있더니, 옆에 두었던 가방을 챙겨들기 시작한다.

 

“다 먹었으면 그만 가자... 오늘 우리 엄마 늦게 들어오셔.

내가 집안일도 하고 밥도 챙겨드려야 해.“

 

“어머니... 일하셔?”

 

“... 응”

 

후우... 영도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3년을 하루도 잊은 적 없이 마음에 두고 있던 은상인데.

나든 김탄이든 다 잊고 잘 살지. 차라리 좋은 남자 만나서 떵떵거리지.

기막힌 우연으로 만난 이 시간은 영도에게도 은상에게도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내 차로 가!”

 

영도는 대기되어 있던 차의 문을 열고 은상을 바라보았다.

 

“아니... 나 그냥...”

 

“알아서 탈래, 강제로 탈래?”

 

은상은 못마땅하다는 듯 영도를 바라보지만,

영도는 뭐 어쩔거냐는 듯, 어깨를 으쓱댈 뿐이다. 결국 차에 타고 말았다.

은상이 집주소를 불러주자, 기사가 알아서 달리기 시작한다.

차 뒷좌석에 영도와 은상이 나란히 앉아있다.

영도의 바이크 뒤에 은상이 탄 적은 있어도 이렇게 나란히 앉기란 처음이다.

 

“야... 도련님들 차가 좋긴 좋다. 엉덩이까지 따뜻해”

 

“이런 차 처음 타보냐? 온도 좀 올려줘?”

 

“아니 그냥 지금도 좋아...”

 

길이 좀 막힐 시간.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지만 단숨에 가긴 어려울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영도는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 은상이 앉아 있는 것부터가 영도에겐, 가슴 뛰는 일이었던 것이다.

아무말도 없이, 그렇게 몇 분을 창밖만 보다가 영도가 은상에게 말을 건다.

 

“야 차은상.”

 

“...”

 

“너 언제 얘기해줄거야?”

 

“...”

 

“도대체 언제...”

 

고개를 돌리려는데 영도의 어깨 위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다.

피곤함에 식곤증까지 몰려온 은상이 영도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고 만 것이다.

 

“넌...”

 

머리를 반대쪽으로 뉘여 주려다가, 영도는 은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3년 전보다 마르긴 했어도 예전 그 모습 그대로다.

이렇게 가까이, 은상의 얼굴을 본 적이 또 있었던가.

영도가 갑자기 마른 침을 삼킨다.

은상이 기대어 있는 왼쪽 어깨는 고정한 채 영도는 오른팔을 든다.

영도의 오른손이 은상에게로 가까이 다가간다.

코앞까지 갔던 손은, 하지만 결국엔 머리로 향한다.

어린 아이에게 잘 자라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거다.

천천히... 깨지 않게... 부드럽게...

기분이 좋은 듯, 은상이 영도에게 더 가까이 붙어 잠이 들자,

영도의 손은 얼어붙은 듯, 공중에 떠 버렸다.

이대로 그저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그냥 이대로 내 것이 되어주었으면.

다시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는데 갑자기 정적을 깨고, 전화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 바람에 은상도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든다.

 

“에이씨...”

 

영도는 짜증난다는 투로 핸드폰을 꺼내든다. 명수다.

 

“야! 조명수!”

 

“야야야, 최영도! 대박 뉴스다”

 

“뭔데? 너 대박 아니기만 해봐 너. 태평양까지 전파 쏴서 사람 잠 다 깨우고 너...”

 

“김탄 다시 약혼한단다.”

 

“뭐?”

 

영도는 순간 고개를 돌려 은상을 바라본다.

아주 잠깐 영도의 어깨에 기대어 달콤한 잠을 청했던 은상은

여전히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듯, 졸린 얼굴로 살짝 웃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천진한 그 표정으로.

영도는 그대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