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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3편.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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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4.

슬슬... 이야기가 확장되어야 하는데 확장이 안 된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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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 말한다... 2번... 모른 척, 한다...”

 

테이블 앞에 앉아 노트북을 보며 영도가 중얼거린다.

노트북 화면에는, 김탄의 약혼 관련 뉴스가 떠 있다.

유라헬과 파혼한 후, 한동안 잠잠하더니, 약혼 소식이라.

진격의 회장님은 쉬지를 않으시는구나.

깍지 낀 두 손을 뒷목에 갖다 대고는 쭉, 목을 늘여본다.

그 반작용이라도 되는 듯, 한숨이 훅, 튀어나온다.

 

 

 

 

3년 전 그 날 이후. 김탄은, 꽤 오랫동안 방황을 했었다.

은상이를 찾겠다고 전국을 다 뒤지기도 하고, 사람을 써서 뒤를 밟기도 했다.

혹시 미국으로 간 건 아닌가... 찾기도 했었더랬지...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에 홀린 것처럼 말쑥한 차림으로 방 밖을 나서면서

전혀 딴 사람이 되어버렸다.

중학생 시절, 그러니까 이전의 나쁜 김탄이었을 때보다

더 차갑고 냉혹한 눈빛으로 변했다.

그렇게 변하기 전에도 김탄은 제국고등학교 아이들에게 대하기 쉬운 친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변한 이후에는 감히 누구 하나 말을 붙이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렸다.

덧붙여 ‘차은상’이란 이름은 누구도 발음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이렇게 차가워진 김탄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그나마 영도 뿐이었다.

절친이라 하기엔 너무 자주 독설이 오가는 사이였고,

남남이라 하기엔 그나마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이. 둘은 그랬다.

 

 

 

 

“차... 은... 상...”

 

아주 가끔, 술에 취할 때서야 김탄은 은상이라는 이름을 불러보았다.

알코올 기운만 충만해지면 둘은 전에 없이 친한 사이가 되는 것이었다.

 

“차!은!상!”

 

“야, 나 차은상 아니거든? 그만 좀 소리지를래 친구야? 엉?”

 

“최영도”

 

“왜?”

 

“너라도 잡지 그랬냐.”

 

“뭐어?”

 

“나 때문에... 걔가... 은상이가...”

 

“술 다 마셨으면 일어나. 너 길에서 주정하다 쓰러지면 너네 경호원들이 또 고생해요...

넌 어째 그렇~게 정이 없냐? 불쌍한 가~드 아저씨들도 좀 생각해~“

 

애써 농담으로 넘어가보려 하지만 김탄은 은상이란 이름을 계속 부른다.

그래, 넌 그렇게 아프게 부르기라도 하지. 울면서 찾기라도 하지.

그럴 수 있는 사람이기라도 하지. 은상이가 진심으로 좋아했으니까.

나는 어떡하냐. 무슨 자격으로 은상이 이름 부를 수 있겠냐.

영도는 테이블 바닥에 엎드려 축 늘어져버린 김탄을 보며,

잠시 빨개져버린 두 눈가를 슬쩍 손등으로 닦아버렸다.

이런 밤이 3년 동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은 그렇게 목놓아 울던 김탄이 하루를 앓아 눕기도 했던 것 같다.

그 어느 날인가에는, 영도가 눈이 부어 눈을 뜨지 못했던 날도 있었던 것 같은데.

 

 

 

 

미국에서의 이틀째.

아침 햇살이 들어온지 한참만에서야 영도가 눈을 떴다.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데다가 전날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다행히 오늘은 아무 스케줄을 잡지 않았다.

아마 있었어도 다 취소했겠지만.

어제는 은상을 집에 데려다주고, 어느 집인지 유심히 봐뒀다.

집 앞에서 차를 세워두고 조용히 그 집을 빤히 바라보았다.

은상이 들어가고 30초도 지나지 않아 3층에 불이 켜지는게 보였다.

아마 저 집이겠지. 저 3층에 은상이가 산다.

어디에 산다는 것만 알았을 뿐인데, 이렇게나 뿌듯하다니.

그 생각까지 떠올리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 듯, 영도가 헛기침을 해댄다.

 

 

 

 

“오늘은 내 근무시간이 어제랑 달라서...”

 

점심시간. 영도가 부탁하고 또 부탁한 끝에

은상이가 마주 앉아 함께 밥을 먹는다.

오늘 은상이 얼굴을 보니 조금 부어보인다. 게다가 잠을 못 잔 듯 눈 밑에 그늘이 져 있다.

너도 잠을 못 잔 거냐...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튀어나올까,

일부러 빵이며 고기를 입에다 밀어넣어본다.

 

“오늘 늦게 끝나. 밤늦게.”

 

“어머니는 어쩌고?”

 

“엄마가 늦게 끝나면 내가 일찍 끝나고, 내가 늦게 끝나면 엄마가 일찍 끝나.

매번 그런 건 아닌데 대체로 그래“

 

“... 그렇구나.”

 

“넌 오늘 안 바빠? 내가 시간 뺏는 거 아냐?”

 

“왜? 내가 너 때문에 금쪽같은 내 시간 포기하는 줄 알았어? 그건 아니거든?“

 

“그렇담... 다행이고.”

 

은상이 영도의 눈을 피하더니 물컵을 들고는 고개를 돌려 물을 마신다.

영도는 그 모습 하나도 놓치지 않고 턱을 괸 채 지켜본다.

오직 지금 이 시간만이 온전히 중요할 뿐이다.

 

 

 

 

은상이네 집 앞에 영도의 차가 세워져 있다.

오후 5시. 아직 은상이 오려면 꽤 기다려야 하지만, 뭐 어떤가.

오늘은 별일도 없는 날인데.

자신의 인생에서 ‘너무나도’ 별일이었던 은상이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영도는 선물까지 준비했다.

그렇게 이른 시각부터 차 안에서 선물을 만지작거리는데,

멀리 익숙한 얼굴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은상의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