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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4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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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6.

쓰다보니 길어지고 고치고 싶고 그렇다.

내가 창조한 세계도 아닌데 이 이야기에 집착한다.

이상해. 정말. 중년의 갱년기란 이런 거란 말인가...

 

아 그리고 밥 이야기는... 하아... 나 원 참!!! 내내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라마가 역시... 놓치지 않았어... 젠장... 흥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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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실례지만...”

 

 

박희남 여사, 그러니까 은상이 엄마가 막 건물 입구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한국말로 말을 건다.

타국에선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리면,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라도 힐끗 보게 된다.

은상이 엄마가 고개를 돌려 시선을 고정시킨 그곳에 영도가 서있다.

 

 

“은상이 어머니 되시죠?”

 

 

미국땅에서 날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두 눈이 똥그래진 은상이 엄마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혹시나 은상이에게 뭔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혹은... 앞으로 생기는 건 아닐까? 3년 전, 그랬던 것처럼?

은상이 엄마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곤, 영도가 서둘러 자신을 소개한다.

 

 

“저... 은상이 친군데요, 예전에 집 앞에서도 뵀었던...

저기, 그... 오토바이 타고...왔었...는데...기억, 안 나세요?”

 

 

은상이 엄마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고개를 두 번 끄덕거린다.

 

 

“최영도라고 합니다. 은상이한테 전화해서 물어보셔도 돼요.”

 

 

계속 의심을 풀지 못하던 은상이 엄마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메모지와 펜이다. 그리곤 메모지 몇 장을 천천히 넘기더니, 할 말을 쓰기 시작했다.

 

 

[은상이 없어요 왜 찾는 거예요]

 

왜 찾는 거냐는 말에 경계심이 가득 담겨 있다.

 

은상이 엄마의 메모를 읽은 영도는 수줍은 듯, 이마를 살짝 긁적이며

되도록 친절해보일 수 있게, 목소리 톤을 살짝 올리고는 답했다.

 

 

“네, 일하러 간 거 알아요, 어머니. 지금 은상이 기다리는 거예요

아, 사실 제가 볼 일 있어서 어제 막 미국에 왔거든요.

근데 우연히 은상이 일하는 호텔에서 은상일 만났어요.

오랜만에 만나기도 했고... 반가워서요. 한국에서 싸온 음식 좀... 챙겨왔어요.

미국 사는 친구들이 뭐 김이랑 라면 같은 거 그렇게 먹고 싶다고들...

아무튼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것만 있는 건 아니고 홍삼 같은 것도 있는데...”

 

 

자신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은상이 엄마 앞에서 얘기를 하려니 긴장된다.

아니, 그냥 은상이 엄마라서,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잊지 못하며 살았던 은상이의 어머니 앞이라 더 떨리는 건지도.

사실, 영도가 한국에서 챙겨온 것은 거의 없다.

부자들의 여행 가방은 늘 가볍다. 어차피 현지에서 사서 입고, 사서 쓰면 되니까.

실은 사람을 시켜 이것저것 먹을 것들이며, 쓸 것들을 사오라고 해뒀다.

너무 과하게 사면, 혹시 불편해할까봐, 혹시 거절할까봐,

나름대로의 적정선을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사온 것들이었다.

은상이 엄마는 영도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또 뭔가를 메모지에 쓰기 시작했다.

 

 

[얼굴이 조금 기억나네요 은상이한테 전화해볼게요]

 

 

그러더니 엄지와 새끼손가락만 펴서 전화하는 시늉을 해보인다.

영도는 겨우 자신의 얼굴을 기억해준 은상이 엄마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이 느껴졌다.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올 뻔했다.

 

 

“네, 그러세요 어머니”

 

 

영도는 씽긋 웃어보인다. 이러면 조금 덜 무서워보이려나...?

 

 

 

 

말 못하는 은상이 엄마를 대신해 전화를 걸어주는 건,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교포 김 씨였다.

은상이 엄마는 김 씨를 찾아가, 대신 전화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 모습을 영도는,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 어, 은상이? 나 1층 사는 찰스... 아, 그래 김 씨 아저씨!

너희 어머니가 전화 좀 해달라고... 응? 이거 읽으라고 박여사? 아...

그러니까... 최... 영도라는 사람이 찾아왔다고 전해달라는데?

... 여보세요? 응? 바꿔달라고? 아, 최영도라는 사람을? 잠깐만...”

 

 

김 씨는 영도에게 핸드폰을 내밀며 어여 받아보라는 듯 손짓을 한다.

 

 

“여보세요?”

 

 

“야! 네가 거기 왜 있어? 나 지금 엄청 바쁜데...”

 

 

아니나 다를까, 은상의 목소리 톤이 꽤 올라갔다.

이런 목소리가 오히려 기운차서 좋구나, 차은상.

이런 생각에 영도는 씨익 한 번 웃는다. 그리곤 은상이와의 통화를 이어간다.

 

 

“되게 고맙네”

 

 

“뭐가?”

 

 

“바쁜데 나랑 통화해줘서”

 

 

“... 됐고. 너 거기 왜 있는 건데?”

 

 

“야~ 너 생각해서 온 거 아니야~ 너희 어머니 드시라고

먹을거리 좀 싸온 거거든? 얘는 생각을 해줘도 이래...

너는 내가 갖고 온 선물들을 확인해봐야~~

아~~~ 내가 또 괜히 최영도를 의심했구나~ 이럴거냐? 엉?“

 

 

영도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전화기 너머로 은상의 한숨이 들린다.

그러더니 다시 은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래서 계속 거기 있을 거야?”

 

“어. 너 올 때까지.”

 

 

“내가 언제 끝날 줄 알고?”

 

 

“너 끝나는 시간 내가 호텔에 물어서 확인해놨거든?

때맞춰서 차로 데리러 갈 테니까 기다리고! 딴 데로 튀지 말고! 수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영도는 전화를 확 끊어버린다.

혹시나 은상이가 기다리지 말라고 할까봐... 가라고 할까봐.

핸드폰을 쥐고 잠시 그런 생각에 빠져 있는데

10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은상이다.

 

 

“왜?”

 

 

“... 엄마 좀... 바꿔줘봐.”

 

 

약간 흥분됐던 은상의 목소리가 어느새 다시 가라앉았다.

화를 낼 때보다, 오히려 은상의 목소리가 차분할 때, 영도는 더 긴장된다.

 

 

“... 어어. 그래... 어머니, 은상이가 바꿔달라는데요?”

 

 

영도가 또 다시 밝게 웃으며 핸드폰을 건넨다.

은상이 엄마는 조금 의심이 풀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핸드폰을 받아든다.

은상이가 뭐라고 한마디 말할 때마다,

은상이 엄마는, 핸드폰 끄트머리를 손가락 끝으로 톡톡 두드려 답을 한다.

두 모녀는 저렇게 대화를 하는구나. 영도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통화를 끝내고 은상이 엄마가 메모지에다가 끄적끄적 뭔가를 써내려간다.

 

 

[은상이 늦을 거래요. 기다릴 거면 기다리라네요]

 

 

“네, 어머니. 알겠습니다. 저는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영도는 은상이 엄마에게 꾸벅 90도로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돌아서려 하는데, 은상이 엄마는 뭔가 퍼뜩 생각이라도 난 듯,

가지 말라는 손짓을 한다. 그리고 메모지에 할 말을 쓴다.

 

 

[저녁 시간인데 밥 먹어요 내가 차려줄게요]

 

 

“저요? ......집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