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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6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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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9.

끝이 어디일까나...??

열심히 쓰곤 있는데 내가 하는 일에는 지장 받지 말아야 할텐데

요즘 내내 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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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기다리고 있다고... 끊는다!”

 

호텔 앞에서 꼼짝 말고 기다리고 있으라는 영도의 전화가 벌써 3번째다.

기다리지 말라고 해도 이젠 기다려야 한다.

바로 옆 건물에 사는 친구의 차를 늘 얻어 탔는데 그 친구가 가버렸기 때문에.

은상은 지금, 영도를 기다리고 있다.

 

 

 

낮에는 그렇게 춥지 않았건만, 밤이 되니 확실히 겨울 냄새가 난다.

한국에 있을 때처럼 후끈후끈한 온돌 바닥의 기운을 느끼며 잠들 순 없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쉬고 싶다. 따스한 난로 옆에 얼른 앉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며 목도리를 다시 한 번 감으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잡는다.

 

“어이~ 은상이~”

 

호텔에서 같이 일하는 녀석이다. 실없고 건들건들해서

언제 호텔에서 잘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이 여자 저 여자 다 집적거린다는 소문의 그 한국 남자다.

 

“집에 안 가고 뭐해?”

 

“... 누구 기다려요.”

 

“누구? 남자친구?”

 

“...”

 

“남친은 아닌가보지? 그럼, 오늘 내가 네 남친 해줄까?”

 

“아뇨...”

 

은상은 애써 무시하고 목도리를 더 꽁꽁 동여맨다.

그리고 발을 동동거리는데 이 녀석이 은상의 손목을 확 낚아챈다.

 

“뭐예요?”

 

“빼지 말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이거 놓으세요!”

 

“좀 친하게 지내자는 건데...”

 

“뭐라구요?”

 

“친하게 지내두면 좋다니까...”

 

“...자꾸 이러시면 경찰 부른다...”

 

“경찰은 무슨...”

 

녀석이 코웃음을 치며, 은상의 손목을 당기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녀석의 어깨 위에 묵직한 손을 얹었다. 영도였다.

 

“경찰 왔다”

 

예전 같았으면 주먹이나 발부터 나갔겠지만,

이제 그렇게까지 제멋대로 행동하는 18살이 아니다.

게다가 여기는 미국. 영도 자신이야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은상이가 곤란해질까봐 영도는 아주 조용히 녀석의 어깨만 꾹 눌러댔다.

 

“... 누... 누구세요?”

 

“나? 이 여자분 남자친구지~”

 

남자친구라는 말을 하면서 영도는 위치를 바꿔 녀석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영도의 눈을 보곤, 녀석은 눈길을 요리조리 피하기 시작했다.

 

“내 눈 좀 똑바로 보시지?”

 

“...”

 

“오~ 내 기럭지가 너~무 우월하긴 하지? 고개 들려니까 목이 많이 꺾이나봐?”

 

“...”

 

영도는 사람들 눈에 크게 띄지 않게 녀석의 목을 콱 움켜쥐었다.

멀리서 보기엔 목도리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겠지만,

녀석은, 숨도 쉬지 못해 캑캑거렸다.

 

“...너 이 새끼... 너 가만... 캑... 큭...”

 

“네가 지금 누굴 건드린 건지 알아??”

 

녀석은 계속 숨을 쉬지 못해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버렸다.

그 모습을 본 은상은, 이대론 큰일 나겠다 싶은 마음에

영도의 팔을 붙잡고 매달리며 말렸다.

 

“최영도! 그만해!”

 

목 조르기를 멈추지 않을 것 같던 영도가 은상의 목소리를 듣자

겨우 이성을 찾기 시작했다.

영도는 녀석을 패대기치듯, 목을 확 놔버렸다. 그러자 녀석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캑... 큭... 이... 이... 미친 놈! 어디서 기생 오래비 같이 생긴게!!!”

 

“오~ 그래, 너. 말 잘했다. 너 혹시 이 호텔 사장 얼굴 본 적 있어?”

 

“뭐?”

 

“내일부터 이 호텔 사장이 기생 오래비로 바뀔 건데...”

 

“이 미친 새끼가...”

 

“아직도 머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냐? 네가 건드린 사람이 누군지!!!”

 

영도가 다시 녀석을 잡으려 하자, 은상은 영도를 안으며 말리기 시작했다.

 

“영도야! 그만해... 이제 그만... 나 괜찮으니까 그만...”

 

은상의 반응에 놀란 건 오히려 영도였다.

내가 너무 많이 간 건가... 패대기치진 말걸 그랬나... 은상이를 너무 놀라게 했나.

그렇게 잠깐 영도가 어물대는 사이, 바닥에서 기침을 해대던 녀석은

겨우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바지를 탁탁 털곤

재수가 없다는 말을 계속 중얼거리며 밤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아놔... 저 새끼가...”

 

영도가 다시 한 번 앞으로 나가려 하자, 은상이 더 힘껏 영도를 안았다.

녀석을 째려보던 영도는, 체념했다는 듯, 몸에 힘을 풀더니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은상의 어깨를 슬쩍 잡고 아이 달래듯 달랜다.

 

“...미안. 내가 너무 심하게 화내서 놀랐지?

야, 내가 옛날 같았으면 저 놈 오늘 두 다리로 못 걸어갔어. 그리고...“

 

“...”

 

“차은상, 넌 나한테 괴롭힘 당해도 당해야지, 저런 시시한 것들한테 당하고...“

 

영도가 농담을 건네자, 그제야 은상은 영도에게서 좀 떨어져 눈에 고였던 눈물을 닦아냈다.

영도는 고개를 옆으로 꺾고는 은상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본다.

 

“괜...찮아?”

 

“... 그럼. 괜찮지...”

 

은상은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웃음이 더 슬퍼 보인다는 걸 모르는 걸까?

영도는 또 다시 심장이 저릿해지는 걸 느꼈다.

김탄을 떠나, 나를 떠나, 이역만리 먼 곳에서, 이런 일들을 얼마나 많이 겪어야 했을까.

엄마와 함께 산다지만 여자 둘이서,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살이를 한다는 게

얼마나 서럽고 힘들었을까.

그런 생각들을 끄집어내고 나니 영도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힘든 정도를 따지자면 은상이만 할까...

영도는 얼른 제 마음을 추스르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야, 얼른 집에 가자. 너 태우려고 내가 자리도 따뜻하게 데워 놨다.

내 옆에 꼭~ 붙어서 차타고 가면 더 따뜻하겠지만. 크흠...“

 

은상은 영도를 보며 눈을 흘긴다.

 

“뭐?”

 

“내 옆에 타는 게 싫은 건 아니지?”

 

“...”

 

“싫어도 참아. 안 싫으면 더 좋고”

 

영도는 은상을 위해 활짝, 차 문을 열어주며 외쳤다.

 

“레이디 퍼스트다!”

 

은상을 먼저 차 안에 밀어넣고 차에 타려는데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녀석이 다시 돌아왔나? 영도는 주변을 살핀다.

인기척은 있지만 녀석은 없다. 그렇게 겁을 줬는데 다시 오진 않겠지.

영도는 은상의 옆자리에 털썩, 자리를 잡았다.

 

“...”

 

“뭐해?”

 

“뭐?”

 

“너네 집 주소! 기사님한테...”

 

“아, 아닙니다. 외웠습니다. 몇 번째 가셨는데...”

 

“아, 네...”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이는 영도를 보고 은상은 씽긋 웃는다.

 

“오늘 흑기사 고마워”

 

“흑기사라고 하기엔 얼굴이, 내가, 너무 하얗지 않냐?”

 

“그래...네가 좀 뽀얗긴 하지.”

 

“생전 고맙단 말 잘 안하더니...”

 

“아니, 진심으로 고마워”

 

“...넌 이 정도는 고마워야 고맙다는 소릴 하는구나?”

 

“어디서나 일할 때마다 저런 녀석은 꼭 하나씩 있었어. 꼭 있지...

근데, 그럴 때마다... 나도 이젠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생각만큼... 정말... 정말 고마웠어... 최영도...”

 

은상은 눈물이 배인 목소리로 고맙다는 소리를 계속 했다. 그러더니 결국,

고개를 푹 숙이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 채 소리 없이 울었다.

눈물 흘리는 여자는 어떻게 달래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야 잘 달래는 거지?

은상이만이 여자였고, 첫사랑이었던 영도에게, 이런 눈물은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겨우 어깨를 토닥이는 정도였지만 달래주고 싶은 마음만은 차고 넘치는데...

은상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는 숨죽여 우는 소리와 어깨를 토닥이는 소리만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