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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7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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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12.

뒤에 더 쓰려니까 피곤해서 그냥 자야겠음 ㅋㅋㅋ

나도 내가 뭘 쓸지 기대되긴 하는데

지금까지의 내용을 봐서는 크게 대단할 것 같지는 않다.

그냥, 재미있기만 하면 좋겠다. 어디 대회 출품할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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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그런데도 영도는 좀처럼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잠시 더 자는가 싶더니, 금세 이불을 확 걷어 젖힌다.

알람을 끄곤 그대로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다.

오늘은 영도에게 있어 중요한 날이다.

미국에 온 목적은 바로 이 날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아주 길게 숨을 내뱉은 영도는 손으로 앞머리를 쭉 밀어 올려 보고는,

그제야 제대로 정신이 다 돌아왔다는 듯, 슬리퍼를 신었다.

 

 

 

 

“앞으로 잘해봅시다. 미스터 최”

 

00호텔 사장이, 영도에게 악수를 청한다.

 

“제가 더, 잘 부탁드려야죠 사장님”

 

영도는, 비즈니스맨다운 미소를 지으며 00호텔 사장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은, 시원스러운 올백 헤어스타일에 칼 같이 주름 잡힌 슈트를 갖춰 입었다.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미소를 짓는 것도, 어떤 동작을 취해야 하는가 하는 것도,

아버지 밑에서 하나하나 배운 것들이다.

주말마다 설거지를 하고, 손님들 앞에서 서빙하고, 그 앞에서 웃어보였던 것들이

남들 보기엔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을진 몰라도, 영도는 사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사업가로서의 싹을 틔워주려는 아버지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런 행동하나하나를 몸에 익히는 것이 다 밑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영도가 한 사인 하나로, 00호텔은 오늘부로 호텔 제우스의 체인 중 하나가 되었다.

당장은 표면적으로 여전히 00이라는 이름을 계속 쓸 것이고,

현재의 사장도 그대로 있을 예정이지만, 어찌됐건 서류 몇 장만 넘기면,

누구나 이 호텔이 호텔 제우스의 것임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록 한인타운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호텔에 불과했지만,

사업 확장을 위한 포석이었고, 영도에겐 경영수업의 일환이었다.

아예 영도가 여기 사장으로 들어와 일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미스터 최, 오늘 행사는 잊지 않으셨겠죠?”

 

“...네, 그럼요. 꼭~ 참석해야죠.”

 

행사 일정을 다시 숙지 시켜주는 00호텔 사장의 말에, 영도가 씽긋 웃으며 답한다.

그 행사는, 영도에게 있어, 오늘 두 번째로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계약이 끝난 후, 00호텔 사장과 로비로 나온 영도의 눈에 어제의 그 녀석이 들어왔다.

은상에게 손을 댔다가 자신에게 목이 졸려 거의 죽을 뻔한 그 녀석.

영도가 차가운 눈길로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그 쪽도 영도의 시선을 눈치챈 듯,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보았다. 영도를 본 녀석의 인상이 한순간에 확 구겨졌다.

영도는 아무 말 없이 검지와 중지로 브이자를 만들더니, 자신의 눈을 가리켰다.

그러고는 다시 녀석을 향해 허공에 대고 두 손가락을 강하게 찔렀다.

예의주시하겠다는 의미였다.

예전에 은상이가 카페에서 김탄과 자신을 향해 그랬던 것처럼.

녀석의 인상이 더 구겨지려는데, 영도의 뒤에서 사장이 나타나 말을 걸었다.

 

“미스터 최, 점심 식사는...”

 

그러자 영도가 녀석에게 한번 곁눈질을 하고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차가운 눈길을 거두고 다시 온화한 미소로 사장의 질문에 답했다.

 

“오늘 저희 ‘호텔 제우스’가 이 호텔과 가족이 된 기념으로!”

 

일부러 들으라는 듯, 영도는 이 부분에서 일부러 한 박자 쉬었다.

 

“... 저희가 대접을 해야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허허, 그러시죠! 최사장님은 아주 든든하시겠습니다.

미스터 최 같이 이렇게 훌륭하고 잘 생긴 아들을 둬서 말이죠 허허허허“

 

그 이야기를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듣고 있던 문제의 그 녀석은

순식간에 표정이 확 바뀌어버렸다. 짜증에서 두려움으로.

영도의 비서가 먼저, 00호텔 사장을 안내하며 앞서 나가자,

영도가 뒤를 따라가며 은근슬쩍 그 녀석의 곁에 바짝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 녀석의 귀에만 들릴 정도로 조용하게 속삭였다.

 

“이제 알겠냐... 네가 누굴 건드렸는지...

여기서 안 잘리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겠지?”

 

녀석은 바짝 얼어버린 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영도는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는 곧장 로비를 빠져나갔다.

 

 

 

 

아침 일찍 일하고 오후에 일찍 끝나는 오늘.

은상이는 아침부터 하품이 끊이질 않는다.

다행히 오늘 호텔에서의 일과가 거의 끝나가고 있다. 집에 가서 쉬어야지.

아... 못 쉬는 건가? 어젯밤, 영도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곤 무슨 말을 했는데...

한참 울고 난 뒤였던 터라, 조금 기억이 가물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도와달라고 했는데.

“내일 너 나 좀 도와줘라”

 

“무슨... 언제...”

 

“...”

 

“도울 수 있는 거면...”

 

“... 내일 봐. 내일 꼭 도와줘. 뭔지는 내일 가르쳐줄게.

 

“뭔데...”

 

“잘 자고! 좋은 꿈꾸고! 꿈속에서 또 만나면 더 좋고! 간다!“

 

그러더니 휙 가버렸다... 은상은 잠시 빨랫감을 놔둔 채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할 때, 걱정이 많을 때 늘 그랬던 것처럼

목에 건 펜던트를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나다! 너 일 끝났지?”

 

“... 아직 20분 남았어...”

 

“어제 한 얘기, 안 까먹었지?”

 

“도대체...”

 

“로비에서 기다린다”

 

뚝. 은상이 뭔가 더 말을 하려는데 전화가 끊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고 싶다, 최영도. 하지만 만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내가 도울 일이야?”

 

영도가 은상을 데리고 온 그 자리엔, 수십 벌의 드레스가 걸려 있었다.

단아한 디자인에서부터 화려한 스타일에 조금은 야한 드레스까지...

놀라워하면서도 은상은 한 벌 한 벌, 눈으로 드레스를 훑어보고 있었다.

 

“어. 이게 오늘 너 할 일. 아니, 할 일 중 하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도와주는 거야? 뭔데?”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거”

 

“뭐?”

 

“오늘은 네가 꽃 좀 해야겠다.”

 

“무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 벌의 드레스와 함께 은상은 탈의실로 향했다.

오늘 영도는 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영사관과 한인회가 마련한 조촐한 파티지만

앞으로 그들과의 관계를 생각해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미국에 오기 전엔 귀찮은 일정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은상을 만나고는, 오히려 기다려지는 일정이 됐다.

오늘만은, 네가 나의 꽃이 되어주길...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영도는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저 조금 더워진 것 같았고, 애꿎은 허벅지만 쓱쓱 몇 번이고 문질러 댈 뿐이었다.

 

 

 

 

“다 됐습니다”

 

커튼이 걷히면서 은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런 무늬가 들어가지 않은 홀터넥 스타일의 블랙 미니 드레스였다.

은상은 가슴 쪽이 많이 파인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듯,

가슴 부분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조금 지루해질 뻔 하던 터라 인상이 구겨져 있던 영도는,

은상의 드레스 차림을 보자마자, 표정부터 확 바뀌어버렸다.

영도가 기억하는 은상의 모습은 대부분 교복차림이었고,

그나마 떠오르는 다른 옷이라고는 카페에서 알바하며 입었던 앞치마 정도였다.

네가 이렇게 빛나는 아이였구나.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예쁘구나...

영도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러면서도 애써 당황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졌다.

 

“어... 괜찮네. 야, 옷이 날개다 야. 까만 색 잘 어울리네. 그래...”

 

“이거 입고 어디 가는 건데? 무슨 파티 어쩌고 하던데?”

 

“영사관에서 여는 파틴데, 내가 또 안 가주면 되게 섭섭해할 거라서.

근데 혼자 가면 좀, 심심하니까. 같이 좀 가자고.”

 

“뭐?”

 

“그걸로 결정한 거지? 그럼 가자. 아, 화장! 아니 머리도...”

 

은상은 안절부절못하는 영도의 모습을 보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한숨을 살짝 쉬었다. 그리고는 영도를 향해 조용히 말을 걸었다.

 

“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어?”

 

“가서 앉아만 있으면 되는 거냐고.”

 

“... 어”

 

“알았어. 어제 우리 엄마 홍삼 한 박스 갖다드린 거, 고마워서 간다.

근데 그거 말고 다른 건 시키지 마라~ 파티는 처음이라...“

 

혹시나 무작정 데리고 왔어도, 안 간다고 할까봐 조마조마했던 참에

은상이 파티에 가겠다고 말하자

영도는 얼굴에서 웃음이 튀어나갈 것처럼, 표정이 펴졌다.

애써 숨기려고 고개를 숙여도, 좋아하는 표정은 숨겨지지 않았다.

이로서 오늘의 두 번째 중요했던 일정은,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