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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8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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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13.

과연 이 상플이 어떻게 전개가 되고 어떻게 막을 내릴 것인지!!!

블로그 주인장마저 궁금하다는데... -_-;;;

쓰면서 재밌기는 한데, 참 어렵다. 매일 숙제 같다.

그래도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기쁘고 즐겁긴 하다. 역시 블로그 주인장은 관심병자인가보다. 흑.

잘 써봐야지 뭐... 근데 생업에 좀 지장있다. 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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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사관에서 개최했다는 파티는, 한마디로 조촐했다.

넓은 홀을 따로 빌리고, 산해진미를 차려놓고, 현악 4중주까지 불렀다지만,

어쩐지 파티라기보다는 그냥 모임이라는 말이 적당할 것 같았다.

영도가 아버지를 따라 수십번도 넘게 따라다녔을 법한 그런 자리들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영도는 은상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이제껏 보지 못했던 화려한 파티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은상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서, 음료수만 홀짝이고 있었다.

긴장을 하고 있으면서도, 눈은 파티장 전체를 훑어보느라 바쁜 표정이다.

한 눈에 봐도 높은 자리에 있을 것 같이 근엄해 보이는 남자들.

값비싼 드레스를 평상복 입듯 편안하게 입고 있는 여자들.

호텔에서 일하고서부터 종종 보게 보곤 했던 화려한 뷔페 음식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마치 소음공해처럼 들리는 대화들, 웃음들, 그리고...

난 여기 왜 있는 걸까... 괜히 온 건 아닐까... 은상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어제 그 홍삼 박스를 받는 게 아닌데... 받지 말걸 그랬나...”

 

“뭘 받지마~?”

 

영도의 목소리에 은상이 고개를 휙 돌리자 바로 코앞에 영도가 얼굴을 들이 밀고 있다.

 

“뭐... 뭐야?”

 

“뭘 받지마... 내 마음?”

 

“... 농담할 기분 아냐...”

 

영도는 싱글거리며 웃더니 은상의 옆자리에 앉았다.

 

“왜?”

 

“너 우리 엄마 챙겨준 거 고마워서 오긴 왔는데... 나랑은 어째 좀...”

 

“안 맞는다?”

 

“이런 드레스 한 번쯤 입어보고 싶긴 했는데, 역시 나한테는...”

 

“잘 어울려”

 

“...어?”

 

“잘 어울린다고. 되게 잘 어울려. 너 아주 그냥 모델해도 되겠어”

 

영도의 말에 은상이 눈을 흘기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다는 듯, 웃어보였다.

계속되는 영도의 장난과 농담과 능글거리는 태도에,

은상은 처음 영도를 만났던 사흘 전보다 한결 표정이 밝아졌다.

영도 역시, 그럴 마음으로, 끊임없이 은상에게 장난을 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많이 먹어, 차은상~~"

 

영도는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를 은상 앞에 내민다.

하지만 은상은, 영 먹고 싶어하는 표정이 아니다.

 

“나 음료수만 홀짝 거렸더니...”

 

“뭐?”

 

“화장실. 금방 갔다올게.”

 

은상은 쑥스럽다는 듯, 귀밑머리를 매만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딘지는 알아? 차은상! 손은 꼭 씻고 와라~ 안 씻으면 안 잡아준다!”

 

영도의 말에 은상이 ‘으이그!’하는 표정을 지으며 돌아선다.

은상이 뭘 해도, 무슨 표정을 지어도, 영도의 눈에는 그저 반갑고 좋기만 하다.

영도는 은상의 작은 동작 하나, 작은 표정 하나까지, 두 눈에 담아두고 싶은 기분이었다.

 

은상이 홀을 빠져나간 후, 영도는 그제야 테이블에 앉아 뭔가 먹을 수 있었다.

여기저기 얼굴 도장 찍고, 아는 척 하고, 얘기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은상이 심심했겠구나... 괜히 자책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은상이 가져다놓은 접시 위의 음식들 중에 뭘 먹을까, 포크로 뒤적이고 있는데

익숙한 저음의 목소리가 영도를 불렀다.

 

“최영도!”

 

순간, 영도는 움찔, 몸이 정말로 움츠러드는 기분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김원이었다. 김탄의 형이자 제국그룹의 사장, 김원, 바로 그였다.

 

 

 

 

“어쩐... 일이세요?”

 

“초대 받았어.”

 

“미국엔, 일... 때문에 오신 거예요?”

 

“나야 여기 가끔 오지... 사업도 사업이고 개인적인 일도...”

 

예전에 유라헬이 언뜻 얘기한 걸 듣긴 했다.

미국에 김원의 어머니 묘소가 있어, 가끔 미국에 일이 없어도 온다는 얘기를.

그런데 하필 여기서 마주칠 줄이야.

 

“얘긴 들었다. 너 경영 수업이 이제 실습 단계라고.”

 

“뭐, 아직 배울 게 많아서요. 한참 배워야죠”

 

“너답지 않게 겸손은”

 

원이 영도의 어물대는 태도에 냉소적으로 미소 짓는다.

무표정으로 일관된 김원으로서는 이건 제법, 호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영도에겐 지금, 이 상황이 초조할 뿐이다.

혹시 은상이가 모르고 확 들어와 버리면 어쩌지?

둘이 마주치게 된다면... 분위기를 대충 살펴보니,

아마도 회장님은 은상이가 여기 있다는 걸 아직 모르는 눈치던데.

김탄의 약혼 소식도 들었는데... 머리가 미칠 듯이 복잡해졌지만

영도는 침착함을 잃지 않으려는 듯, 넥타이를 매만졌다.

 

“그럼 언제... 한국 가시는 거예요? 혹시 00호텔에 계세요?”

 

"이제 너네 계열된 거냐, 그 호텔?"

 

"네, 오늘부로요. 여기 근처인데... 거기 계셨는데 제가 모르고 있었던건지..."

 

“아니, 여기는 초대 받아 잠깐 들른 거고 잠은 딴데서 잔다.”

 

“아... 오시는 줄 알았으면 저희 쪽으로 모실 걸 그랬어요~”

 

“나 호텔 제우스 정도 아니면 안 가. 못 자.”

 

영도가 그 말에 고개를 슬쩍 숙이며 웃는다.

 

“... 이 호텔도 그 정도로 키울 겁니다. 제 손으로”

 

“그래. 그러면 다음엔 00호텔로 갈 수 있게 네가 한 번 잘 해봐.”

 

원의 말에 영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히 은상은 아직 파티장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래, 들어오지 마... 아직은.

영도는 가장 궁금했던 탄이의 약혼 소식을 슬쩍 물어보기 시작했다.

 

“탄이... 약혼한다면서요”

 

“어, 소식 들었구나. 그래, 약혼한다.”

 

“언제...”

 

“내년 봄쯤.”

 

“탄이가... 받아들이던가요?”

 

“탄이가 스스로 한다고 했다.”

 

“네?”

 

영도는 의아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탄이가... 녀석... 나도 이겨먹으려고 든다, 아주.”

 

“형을요?”

 

“요즘 경영수업도 열심이고... 인맥 쌓기도 바쁘고...”

 

“...”

 

“진짜 이겨먹으려고 하는 건지, 혈기가 넘쳐서 폭주를 하는 건지...”

 

“...”

 

“아니면... 그 아이 아직 못 잊어서 그런 건지.”

 

그 아이. 이름조차 쉽게 꺼낼 수 없는, 제국그룹에서는 요주의 인물인 그 이름. 차은상.

아직, 탄이가 못 잊었다는 건, 영도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이름을 잊고 지우고, 약혼을 한다?

 

“그 아이 떠나고 탄이도 완전히 변했지... 못 잊은 거 같긴 한데.”

 

“그런데 자기 입으로 약혼을 한다고 했다고요?”

 

"어... 오히려 반항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게 오히려 가능성 있는 얘기다.

자신을 더 가혹하게 코너로 몰아붙이려는, 일종의 자학행위라고나 할까.

아니면 자포자기하는 심정일까?

은상을 만났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고 있는 영도로서는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난 가봐야겠다”

 

“벌써...요?”

 

벌써요... 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말 속에, 전혀 잡고 싶다는 뜻은 없다.

열 사람 넘게 인사를 하고,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대화를 잠깐 나누는 동안

30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은상이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시간이 이쯤 흘러도 오질 않으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어. 내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준비해야할 것 같아.

오늘은 얼굴 도장 찍으러 온 거니까 이만 가야지”

 

“네... 그럼.”

 

“한국 가서 보자”

 

원은 가볍게 영도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홀을 빠져나갔다.

원이 완전히 나갈 때까지 계속 시선을 떼지 못하던 영도는

원의 그림자마저 사라지고 나서야,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은상이 보이지 않는다. 파티장을 나간 지 30분이 넘었다.

홀을 나가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화장실 표시를 못 보고 지나쳤을 리 없다.

도대체 어디 간거냐, 차은상. 영도는 뛰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홀을 가로질러 나갔다.

 

 

 

 

전화를 해보는 게 빠르려나. 영도가 홀에서 나와 은상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층엔 없는 것 같다. 전화는 왜 또 안 받는 걸까?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겨우 어디선가 희미하게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아래층... 현관은 아니고 뒷문 쪽? 영도는 전화벨 소리를 따라 뒷문으로 걸어갔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뒷문을 확 열어젖히자

막 전화를 받으려는 은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은상!”

 

은상은 홀터넥 스타일의 블랙 미니 드레스 그 차림 그대로 밖에서 떨고 있었다.

아직 초겨울이긴 해도 밤에는 차가운 공기가 온 대지에 가득하다.

그런데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이대로 밖에 있었다니.

영도는 은상의 손목을 잡고 일단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너 왜... 전화는 왜 안 받고...”

 

은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봤어.”

 

“뭘...? 혹시...”

 

“탄이 형. 김원 사장님”

 

“...만났어?”

 

은상이 고개를 크게 내저었다. 다행히 마주치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못 들어갔어.”

 

“그래서 밖에서 30분이나 떨고 있었던 거야?”

 

영도가 붙잡고 있던 은상의 손목을 놓고는, 손을 잡아보았다.

은상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눈으로 봐도 빨갛게 얼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영도가 두 손 다 잡으려고 하자, 은상이 힘없이 손을 뺀다.

영도는 은상을 빤히 쳐다본다. 하지만 은상과 눈을 마주칠 순 없었다.

은상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여기 온 거... 실수한 것 같아.”

 

“내일 여기 떠난대. 걱정 마.”

 

“나!”

 

“...”

 

“...나... 한 몇 달 동안 마음 편했었어.”

 

“...”

 

“이제 드디어, 회장님 눈에서 벗어났구나, 제국그룹 그늘에서 벗어났구나,

김탄 생각도 떨쳐버렸구나 잊었구나... 그런데... 아니었나봐.“

 

“차은상!”

 

"..."

 

“나 좀 봐...”

 

“...”

 

영도는 안타깝고 애처로운 눈빛으로 계속 은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은상은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한다.

 

"집에 데려다 줄게.“

 

“뭐?”

 

“지금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너 지금 완전 얼었어. 집에 가서 따뜻하게 쉬어.”

 

“아냐... 너 갑자기 사라지면 어떡해. 네가 파티 주인공이나 다름없는데.

난 택시 타고 가면 돼.”

 

은상의 걱정 어린 목소리에 영도가 입을 꾹, 다물더니 애써 웃는 얼굴로 표정을 바꾼다.

 

“괜찮아! 내 존재감이라는 게 그렇게 약하지가 않아요~ 쪼~끔만 같이 있어줘도 빛이 나거든?

이만큼만 있어도 저 사람들이 영광이지~ 지금은, 네가 훨씬 더 중요해. 기다려!“

 

영도는 먼저 기사를 불러 은상을 차에 태운 뒤, 위층으로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일이 있어, 먼저 가봐야겠다고 양해를 구하고는 은상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