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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10-2편.txt (쉬어가는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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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18.

10편이 너무 짧아 보여서 긴급! 더 써봤다는...

사실 영화나 드라마로 따지면 한 2씬이면 끝날 이야기를

엄청나게 길게 늘여서 쓰고 있다는 사실~

글 쓰는 실력이 없으니깐!!!

이번엔 잠든 장면이라 대사가 별로 없어서 좀 심심하다.

담번에 잘 쓰지 뭐... 쉬어가는 회차라, 안 읽어도 관계없는 그런 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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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는 은상을 침대에 눕혀놓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작은 스탠드의 불을 켜고, 책상 앞에 놓인 의자를 당겨, 침대 옆에 앉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때는, 은상이 엄마 눈도 있는데다, 김탄에 대한 신문 기사 스크랩을 본 탓에

다른 건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다른 것들이 보이는 거다.

은상의 머리맡에는 책과 노트, 연습장 같은 것들이 몇 권 놓여있다.

조심스럽게 연습장을 펼쳐보니 빼곡하게 영어 단어들이 써있다.

까만건 글씨요 흰건 종이라지만, 흰 종이 부분이 안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써놨다.

연습장을 보곤 영도가 피식, 웃어보였다.

차은상 그래도 여기 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있었네...

옆에는 영어 사전도 있고, 영어회화책도 있다.

책을 몇 장 넘겨봤더니, 여기저기 별표 표시가 되어 있다.

어떤 문장 옆에는 ‘다음에 꼭 써먹어보기’라고 써 있다.

그래... 어디서나 이렇게 씩씩하게 뭐든 열심히 하는 그 모습이 진짜 차은상의 모습이지.

그리고 잠든 은상의 모습을 슬쩍 곁눈질해서 보니,

18살 그 때로 돌아간 것 같다. 제국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던 그 시절.

넌 지금까지 봐왔던 아이들과는 다른 빛나는 모습을 가지고 있었지.

궁금했고 묻고 싶었고 말 걸고 싶었고 마주 앉고 싶었고 같이 있고 싶었는데.

잔치국수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잡기 힘들었던 너였지...

 

 

 

 

연습장을 내려놓으려는데 그 아래 놓인 갈색 노트가 눈에 들어온다.

아주 작은 글씨로 diary라고 써있는 걸 보니 일기장이다.

영도가 갈색 노트를 손에 쥐더니 은상의 눈치를 슬쩍 본다.

다행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차은상. 미안. 도대체 네 마음을 모르겠어서. 한번만 볼게.

영도는 부탁이라도 하는 듯, 노트를 양손에 들고 은상에게 까딱, 고개를 숙였다.

정말, 조금만 볼게.

그리고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몇 장을 넘겨본다.

 

올해 들어서 쭉 쓴 일기장이었다.

맨 앞 장에는 ‘매일 일기를 쓰자~’라는 목표가 써 있다.

 

 

 

 

[잊고 있던 일들이 떠오른다. 다시.

어떤 생각은 그냥 잊고 싶고, 모른 척 하고 싶은데

또 어떤 생각은... 잊지 못한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

 

 

[그 책에 써 있던 구절이 떠오른다...

 

그 때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우리가 맞잡은 두손 놓치지 않으려고 힘을 주던

그 뼈와 근육과 힘줄이 내 사랑의 전부야...

그것 말고 또 무슨 사랑이 있을까?

다만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는 사실 말고.

 

그런데 김탄.

내 손이 그 감각에서 무뎌져가...

널 잊고 싶은 걸까, 그냥 잊어가는 걸까?

이젠 놔줘야 하는 걸까...이미 놓은 건 아닐까...]

 

 

김탄의 기억만으로도 힘들었던 거냐.

이젠 놔줘야 하는 거냐고 묻지 말고, 그냥 놔버리라고.

네가 놓지 못하고, 김탄이 잊지 못하니 제국그룹 회장님이 가만있질 않는 거잖아.

흔들어 깨워서 앉혀놓고 이렇게 말해버릴까.

영도는 왠지 모르게 부아가 치밀어오는 느낌이었다.

주르륵 몇 십 페이지를 넘기니 최근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호텔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주부터 나와서 일을 해도 된단다.

지금껏 공부한 영어 실력 좀 써먹을 기회가 생기는 건가? 하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게 이제야 빛을 발한다.

역시 사람이 뭐든 해서 손해보는 건 없는 것 같다.

돈을 모으면 다시 학교에 가고 싶다...

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 못했으니까...

그래, 대학은 아이비리그로 가자! 꿈은 크~~~게!]

 

 

그렇지... 아직, 은상이가 고졸도 못 되는구나...

제국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으니.

페이지마다 명랑하게 하트까지 그려놓고, 형광펜으로 귀엽게 장난도 쳐놨지만

일기장에서 이런 내용을 읽는 영도의 마음은 편치 못하다.

내가 뭐든 해줄 수만 있다면... 그걸 은상이가 받아주기만 한다면...

 

 

[너무 놀라서 지금도 손이 떨린다...

최영도를 만났다...]

 

 

사흘 전에 쓴 거구나... 처음 만난 날...

정말 손이 떨렸는지, 글씨도 앞에 쓴 일기와는 다르게 아무렇게나 흘려 적었다.

 

 

"뭘 또 이렇게 놀라... 지켜주고 싶게..."

 

 

[예전엔 초딩 최영도였는데... 이젠 제법 어른스러워진 것 같다.

내 인생의 설정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는 설정이었는데,

삶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많구나.

놀랍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부끄럽게도.

그런데, 사실,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최영도.

아무렇지도 않게, 어제 봤던 사람처럼 장난쳐줘서 고맙다.]

 

 

은상의 일기는 여기서 끝났다.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는 말을, 영도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본다.

반가웠구나. 정말로. 다행이네.

난 널 만나서 반가운 정도가 아니었다, 차은상.

내가 숨 쉬는, 세상의 공기가 달라진 것 같더라...

탁, 소리가 나게 일기장을 덮은 영도는, 제 스스로 그 소리에 놀라 은상의 얼굴을 살핀다.

그런데 슬쩍 보니 은상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 같다.

 

"근데 얘가 왜 자꾸 땀을..."

 

영도가 은상의 이마에 손을 대본다. 미열이 느껴진다.

얼른 제 이마에도 손을 얹어본다. 확실히 열이 있는 것 같다.

밖에서 숄 하나 걸치지 않고 그 미니 드레스 차림으로 30분이나 서 있더니,

감기가 걸린 걸까. 영도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땀 때문에 뺨에 붙어버린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뒤로 넘겨주고는

주머니 속 손수건을 꺼내 은상의 이마 위에 있는 살짝 닦아준다.

다행히 아주 많이 힘들어 보이거나 괴로워보이진 않는다.

열이 심하진 않은가 보다. 그저 피곤했던 걸까?

시선은 은상의 얼굴에 계속 둔 채,

영도가 의자를 뒤로 살짝, 소리 나지 않게 빼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손수건을 들고 잠시 방을 빠져나간다.

곧 다시 들어온 영도의 손에는 물에 젖은 손수건이 쥐어져 있다.

깨지 않게 하려고 아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손수건을 들고는

은상의 머리 위에 손수건을 올려놓았다.

잠깐 깨어날 듯, 은상이 인상을 찌푸리자

놀란 가슴에 말은 못하고,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영도가 입술을 꽉 깨물더니,

다시 손수건을 들어 올린다.

조금 잠잠해졌다 싶은 생각이 들자, 다시 은상의 머리 위에 손수건을 올려둔다.

깨지마, 너 좋으라고 올려두는 거야.

 

“뭘 해줘도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영도는 은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5시쯤 눈을 뜬 은상이 엄마는 은상의 방 안 풍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은상의 침대 곁에 영도가 무릎을 꿇은 채 잠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자고 있으면서도, 영도는 은상의 손가락 몇 개를 꼭 붙잡고 있었다.

이제 겨우 잡은 손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그렇게라도 은상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