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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13편.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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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25.

처음 쓸 땐 이렇게 길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근데 쓰다보니 이렇게 13편까지 쓰는구나...

이제 거의 끝날 떄도 됐는데~ 아우~~~~글 좀 참하게 쓰고 싶구나.

상속자에 나왔던 배우들이 상플을 읽을리야 만무하겠지만

만약 읽는다면 오글거림에 이미 뛰쳐나갔을 듯 ㅋㅋㅋ 읽어주면 안돼요?

팬의 노고 좀 알아주삼 ㅋㅋㅋ 그럼 여러분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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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가 훤히 보이는 1층 커피숍에서, 영도가 커피 한 잔에 앞에 둔 채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벌써 30분 째 앉아 있다 보니 커피도 이제 미지근하게 식어 있다.

로비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를 잡은 까닭은 은상이 때문이다.

퇴근을 하면 분명 이 앞을 지나가야 할 터...

그러니 여기 있으면 집에 가는 은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퇴근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간 거지. 전화를 해봐도 받지 않고. 하지만 이 앞을 지나갈 것이다. 곧.

영도는 춥지도 않으면서 손을 비벼봤다가, 허벅지도 쓸어봤다가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다.

차은상, 괜찮은 거냐... 영도는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푹, 몸을 맡겼다.

그렇게 몸을 기댄 채 잠깐 커피잔에 손을 대려고 하는데,

갑자기 영도가 스프링이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드디어 기다렸던 사람, 은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 거다.

영도의 눈에 비친 은상의 모습은,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 혼이 빠진 것처럼 보였다.

몸은 걷고 있는데, 마음은 어디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말 걸기가 무서울 정도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에,

영도는 그저 은상을 바라보고만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차은상!"

 

듣지 못한 듯, 은상이 그냥 지나치려고 하자, 영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 나온다.

그리고 은상의 팔을 낚아채듯 잡았다.

 

"야!"

 

"...어?"

 

"넌 사람이 불러도 대답이 없어~"

 

"..."

 

"무슨 일인데?"

 

"어... 그냥... 아무것도 아냐..."

 

"...아니긴."

 

영도는 은상이 그냥 가지 못하게 두 손을 은상의 어깨에 올리고는

고개를 숙여 은상의 표정을 자세히 살핀다.

 

"뭘 또 이렇게 영혼이 없어... 잡아주고 싶게..."

 

"..."

 

"무슨 일인데."

 

"...나..."

 

"..."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어?"

 

은상의 마른 입술을 들여다보자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집에 데려다 주고 싶은 게 영도의 마음이었다.

 

"...그래.“

 

“...고마워.”

 

“야, 너는 영광인 줄 알아~ 무슨 사장이 이렇게 직원을 잘 데려다줘..."

 

영도는 애써 농담을 하며, 먼저 앞서 걸어 나갔다.

그런데 은상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

몇 걸음 걸어 나가다가 은상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걸 눈치 챈 영도가 은상의 손목을 잡고는 억지로 잡아끌었다.

 

"집에 가기 전에, 뭣 좀 먹자."

 

"...피곤한데."

 

"피곤하니까!“

 

“...”

 

“피곤하니까, 뭐라도 먹자고. 나 너 기다리느라 밥도 못 먹었어. 가자."

 

은상의 손목을 잡고 있던 영도는, 손끝을 잠시 머뭇거리더니,

손을 좀 더 아래로 내려, 아예 은상의 손을 덥석, 잡아버렸다.

손끝이 제법 차다... 게다가 이렇게 손을 잡아도 은상이 화를 내지 않는다.

차라리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손을 빼면 오히려 걱정하지 않으련만.

영도는 은상의 차가운 손을 꼭 잡은 채, 함께 로비를 빠져나갔다.

 

 

 

 

 

마음 같아선 고급 레스토랑에 데려가고 싶지만, 그러기엔 늦은 시간이라

영도는 은상과 함께 가볍게 배를 채울 수 있는 펍을 찾았다.

하지만 은상은, 음식을 앞에 두고도 말없이 앉아만 있다.

영도 역시, 은상의 눈치만 보느라 맥주만 몇 모금 마셨을 뿐이다.

그렇게 몇 분이 흐르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영도가 목을 한 바퀴 쭉 돌리더니, 먼저 은상을 불렀다.

 

“야.”

 

“...”

 

“이제 말 좀 하지?”

 

“...”

 

“뭐야...? 무슨 일인데?”

 

“...탄이...”

 

“...”

 

“탄이 형한테 갔었어.”

 

은상이 겨우 입을 연 것에 영도는 아주 조금 답답함이 사라지긴 했지만,

김원에게 갔었다는 말에, 기가 찬 느낌이다. 입을 꾹 다물고는 눈썹만 매만진다.

 

“네 발로 직접?”

 

“...어.”

 

“왜? ...왜 그랬는데?”

 

영도의 불안감이 섞인 질문에 은상은 영도의 눈을 잠깐 바라보더니,

마치 장식용으로 올려져있었던 것처럼 손도 대지 않던 맥주잔을 들고 단숨에 반 잔 정도 마셨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한번 쉬더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는 듯, 영도에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거. 말하러 간 거야.”

 

 

 

 

 

2시간 전. 은상은 원이가 있는 방을 찾아갔다.

떨리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은상은 불안하고 긴장한 표정만큼은 숨기지 못했다.

원이는 애써 그 표정을 모른 척 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탄이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전화 거는 일을 멈추더니 은상을 조용히 바라보며 물었다.

 

“나한테 먼저 귀띔이라도 해주면 안 될까?”

 

“...”

 

"무슨 얘길 할지.“

 

“아니요...”

 

은상은 있는 힘을 다 쏟아내, 목소리를 키웠다.

 

“탄이랑 직접 얘기할게요.”

 

“... 그래.”

 

“...”

 

“...탄이는...”

 

원이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떨고 있는 은상이에게 말을 건넸다.

 

“탄이는, 네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대.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원이는 다시, 자신의 핸드폰으로 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상은 그 과정을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너무도 빨리 뛰고 있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뚜르르르르... 달칵’

 

“여보세요?”

 

심장이 쿵, 떨어지는 느낌. 3년 만에 들어보는 탄이의 목소리.

은상은 대단한 의미도 없는 ‘여보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 어떤 감정보다도 앞서는 건, 떨림과 긴장이었다. 심장 뛰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갈 것 같았다.

전화를 걸기 전에 준비해뒀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싹 지워진 기분이다.

 

“형?”

 

“...”

 

“안 들려? 전화를 했으면...”

 

“나야”

 

“...”

 

“은상이.”

 

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아마 탄이 역시, 은상이와 같은 느낌, 그러니까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이리라.

 

“... 형이랑 만났어?”

 

“어.”

 

“...그랬구나.”

 

“잘... 지냈어?”

 

3년 만에 전화를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은상은 원이가 있는 방에 오기 전까지 몇 번이고 생각을 했다.

눈물이 날까. 화가 날까. 목소리는 떨릴까. 처음엔 무슨 말을 하지.

그래, 우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떨어져 있던 시간을, 만날 수 없던 날들을 무슨 말로 이어야 할까.

수없이 반복해서 생각했지만, 떠오르는 말이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잘 지냈느냐는, 아주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질문이다.

 

“아니.”

 

전화기 너머로 탄이의 짤막한 대답이 돌아왔다.

 

“...왜?”

 

“네가 없었으니까.”

 

“...”

 

“긴 얘긴, 만나서 들을게.”

 

“...”

 

“내가 지금 당장 그 쪽으로...”

 

“아니.”

 

이제 준비했던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은상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너 여기 올 생각이면 그럴 필요 없어.”

 

“...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너한테 연락했어? 그래서 그런 거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럼...”

 

“3년이면 충분해.”

 

“...”

 

“너 잊을 시간.”

 

“차은상!”

 

“나도 너 없이 사는 시간이 편하지는 않았어.”

 

“...”

 

“그런데...”

 

“...”

 

“다시 만나면 앞으로의 시간이 더 편하지 않을 것 같아.”

 

온 몸에 힘을 주며 말하느라, 은상은 몸이 저린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말해야 해. 이제는. 더는 인연이 얽매이지 않도록.

 

“...미안.”

 

“힘든 거 알아. 잘못했어.”

 

“...”

 

“앞으로 괜찮을 거란 약속도 못해.”

 

“...”

 

“그래도 다시... 다시 가자. 응?”

 

“이제 더는 가지 말자.”

 

“하지 말라고!!”

 

전화기 너머로 언성이 커지자, 옆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던 원이의 인상이 살짝 찌푸려진다.

은상은 잠시 원이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탄이와 통화를 이어갔다.

 

“너 내가 원하는 거 해주고 싶다면서?”

 

“...”

 

“이게 내가 원하는 거야.”

 

“차은상... 제발...”

 

“김탄.”

 

“...”

 

“너는 내 불행 중 다행이었어. 그것만으로 충분해...”

 

긴 한숨 소리만이 은상의 귀에 전해진다. 은상은 이제 할 수 있는 말, 해야 할 말을 다 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김탄...”

 

“...”

 

“앞으로...”

 

“...”

 

“잘 지내.”

 

“차은상!”

 

“끊을게... 이제 정말 안녕.”

 

‘뚝’

 

안녕. 애써 눈물을 삼키며 말한 그 한마디.

그 한마디를 겨우 토해내고 나서야, 은상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은상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