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or Do not, There is no try

갈라파고스 st. 영화 후기 블로그입니다.

[상속자들] 영도-은상 상플 14편.txt

댓글 27

영화말고/드라마방

2013. 12. 27.

정말 머리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누가 쓰라 그랬냐며 ㅋㅋㅋ 갑작스러운 신세 한탄 ㅋㅋㅋ

이번에도 즐감 부탁드려요

==============================================================================

"그래서..."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간. 영도와 은상은 여전히 펍에 앉아 있다.

은상은 조금 취한 터라 눈을 거의 감고 있어 보지 못했겠지만,

영도는 한시도 은상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혹시라도 은상이 그대로 쓰러질까봐서다. 만약 그렇다면 쓰러지지 않게 잡아줘야 하니까.

 

“원이 형 방에 가서 뭐했는데?”

 

“... 전화를 했지.”

 

“누구한테?”

 

“...”

 

“... 혹시 김탄한테?”

 

“...어”

 

"무슨 얘기했는데."

 

"..."

 

"김탄한데... 뭐랬는데?"

 

영도는 은상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까, 긴장하며 빤히 바라본다.

 

"...안녕."

 

"안녕?"

 

"어... 만났을 때 안녕~ 말고.“

 

“...”

 

“헤어졌을 때 안녕.”

 

“...”

 

“이제 정말 안...녕...이라고 했지."

 

은상은 손까지 흔들어 보이며, 안녕이란 말을 반복했다.

벌써 자신의 주량인 맥주 한 잔을 다 마신 상태다.

왼손으로 턱을 괴고 있지만 목을 똑바로 가누기가 힘들어 보인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영도가 은상의 손목을 잡는다.

 

"너 취했어. 집에 데려다 줄게."

 

"아니, 오늘은 별로 안 취한 것 같은데... 나 더 마실 수 있는데..."

 

은상이 잔을 들고 흔들어 보더니, 술을 더 시키려는 듯 점원을 부른다.

 

"여기..."

 

"그만해. 그만 마시고 나가자."

 

“나는...”

 

“...”

 

“좀 더 힘들 줄 알았어.”

 

“...뭐가?”

 

“안녕, 이라고 말하는 게.”

 

“...”

 

“그런데... 이렇게 한 마디로 쉽게 끝이 날 수 있는 일이라면.”

 

“...”

 

“진작, 말할 걸.”

 

그게 정말 끝낸 사람의 태도냐. 그래서 눈물 자국이 아직 뺨에 남아 있는 거냐고.

정말 끝낸 마음에 그렇게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단숨에 마신 거냐고.

영도는 속이 상한 나머지, 은상의 시선마저 외면해버렸다.

그런데 잠깐 고개를 돌리는 틈에 뭔가 눈에 걸린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은상을 바라보니, 목에 늘 걸려있던 펜던트가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걸까. 주고 온 걸까. 버린 걸까. 그것 말고도 더 많은 걸 물어보고 싶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영도는, 은상의 바로 앞에서 노크를 하듯, 테이블을 콩콩 때리더니 나갈 채비를 한다.

 

“가자! 데려다 줄게.”

 

 

 

 

 

가로등 불빛만이 쭉 늘어선 거리에서 영도는 은상을 앞세우고 걷고 있다.

술도 깰 겸 함께 걷기로 한 거다.

은상은 뭐가 좋다는 건지,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 콧노래에 눈물이 섞여있는 것처럼 들리는 건, 영도의 착각일까.

 

“나~~”

 

콧노래를 멈추고 은상이, 뒤에서 따라오는 영도에게 들리도록 큰 소리로 말을 건다.

 

“이제 안 엮일 거다~”

 

“...”

 

“이제 다 잊을 거다~”

 

“...”

 

“... 전부 다.”

 

가로등을 바로 앞에 두고 은상이 힘없이 발걸음을 멈췄다.

은상의 긴 그림자가 영도에게까지 닿아 있다.

아마 은상의 아픈 마음도 그림자만큼 길게, 영도에게 닿아있겠지.

 

“...영도야.”

 

왜 그런 걸까. 최영도, 라고 부르는 것 말고, 영도야, 라고 부를 때, 더 마음이 저린 건.

영도는 은상이의 부름에 잠시 미간을 찌푸린다.

 

“부탁인데 이제 여기...”

 

“오지 말란 말 하지 마.”

 

영도는 성큼, 은상의 그림자를 밟으며 은상의 등 뒤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어느새 가로등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포개어져 있다.

이대로 안아버릴까. 영도의 손이 가늘게 떨려왔다.

서서히 손을 들어 올리는데 은상이 다시 말을 건다.

 

“내가 말한 전부라는 말 속에는...”

 

“...”

 

“... 최영도 너도 포함이야.”

 

은상의 말에 영도의 손이 그대로 멈춰버렸다.

 

“...왜? 왜, 그래야 하는데?”

 

“좋았던 기억이 더 많지만.”

 

“...”

 

“그래야 나빴던 기억도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은상의 그 말에, 영도는 두 걸음 더 앞으로 나와 은상을 마주보고 섰다.

은상은 영도와 눈을 마주치기가 힘든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단 며칠이지만, 마음까지 기댈 수 있었던 네가 정말 고마웠어.

내색하지 않았지만, 입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은상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잡지는 말아야지. 이 인연을 더 끌지는 말아야지.

고개를 숙인 채로, 은상은 계속 생각의 꼬리를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반면, 은상의 이런 발언에 영도는 당황스러운 눈동자를 숨기지 못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이 차가워진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까.

마침 차가운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가듯, 휑하니 스쳐지나갔다.

은상의 옷자락이 살짝 펄럭였다. 얇은 옷을 겹쳐 입은 모습이다.

그걸 본 영도는 뭔가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갑자기 자신의 코트를 벗어 은상의 어깨에 휙, 둘러주었다.

 

“좋은 기억을 더 만들면 되지.”

 

“...”

 

“너 영광인 줄 알아... 내가 추위를 얼마나 많이 타는데 너 추울까봐

내가 이렇게~ 코트까지 벗어준다. 이거 비싼 거예요~ 그러니까...”

 

“... 추우면 얼른 이거나 도로...”

 

은상이 코트를 벗어주려고 하자 영도가 그러지 못하게 은상의 손을 잡는다.

 

“협박하기 전에 그냥 좀 입어라.”

 

영도는 다시 은상의 어깨에 자신의 코트를 걸쳐주고는 앞섶까지 여며준다.

은상은 영도의 배려에, 오늘 호텔일을 마친 후 처음으로 엷은 미소를 지었다.

 

“네가 나쁜 놈이긴 하지만 좋은 놈이기도 한 거...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 안 늦었어.”

 

“...”

 

“오늘부터 진작인 걸로 하자.”

 

은상은 영도의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라본다.

영도의 말 속에, 자신을 향한 고백이 포함되어 있다는 걸 눈치 챈 은상은

깊게 숨을 내쉬곤 애써 웃어 보인다.

 

“그러지 말자.”

 

“...”

 

“난 네 곁을 스쳐지나가게 둬...”

 

“...”

 

“다음에 누가 또 좋아지면 걔한테 잘해주고...”

 

“차은상.”

 

“어?”

 

“다음은 없어.”

 

영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은상을 있는 힘껏, 꽉 껴안아버렸다. 자신의 품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야!”

 

“다음이란 건 없어, 차은상.”

 

그렇게 가로등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는 완전히 한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사족: 내가 썼지만 영도는 왜 저 부분에서 키스를 안했을까 싶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