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원푸리 2013. 3. 1. 07:30

 

휴식 시간이 되면.

1의아해가 스으~윽 본채 거실로 건너와 우연히 눈에 띄는 카드를 집어들고 하염없이 차르르~차르르~ 반복하고 있다.

2의아해가 스으~윽 본채 거실로 건너와 큐브 붙잡고 이리끼리리릭!저리끼리릭!을 하염없이 반복하고 있다.

3의아해와 제4의아해는 장소와 상관없이 개가 고양이를 만나면...된다안된다된다안된다된다안된다를 반복하고 있다.

5의아해는 스으~윽 본채 악기실로 건너가 기타를 잡고 그제도 쳤고 어제도 쳤던 어떤 곡의 그 부분을 오늘도 친다.

이상의 표현 방식을 빌어 일상을 좀 단순화해서 표현해 봤다^^

~ 확실히 익숙함을 넘어 권태스러움이 묻어나오는군.

 

   

( 사진 출처 : 구글 이미지 캡처. 좌측 사진은 브뤼겔의 '게으름뱅이의 천국' )

 

'권태'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명사]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이란다.

시들해진다는 것은 익숙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겠다.

이 곳은 좁은 공간에서 작은 인원이 생활하는 곳이라서 좋은 점도 많지만 사람, 환경이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아이들 행동이 거의

'무의식적 반응' 수준이다.

홈스쿨러들이 모여 함께 하는 그룹홈스쿨링이 이럴진데 집에서 혼자 홈스쿨링하는 홈스쿨러는 오죽할까 싶다.

하긴 6,7년 전에 애 둘을 홈스쿨링으로 키울 때 늘 보아왔던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참 좋다는 프로그램도 시간이 흘러 아이들에게 익숙해지면 애매해지기도 한다.

어른도 제일 위험한 것이 부부간의 권태라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공부 시간은 그래도 덜한 편이다. 공부는 아무래도 익숙해지기 어렵나보다^^

공부시간 외의 일상, 특히 휴식 시간을 힘들어한다.

힘들어한다는 것도 보는 사람 입장이지 당사자는 무의식적인 익숙함 속에 있기 때문에 즐겁지는 않겠지만 매우 편하겠지.

그래도 요즘엔 방학을 이용해서 그룹홈스쿨링 체험 차 들어와 있는 아이들 덕분에 꽤 많은 일상의 새로움이 있는 편이다.

 

   

시간표를 수정했다.

오전 1,2교시 사이에 있는 휴식시간 30쪼개

아침잠 더 자기에 20분 주고 10쉬게 하고

오후 3,4교시 사이에 있는 휴식시간 30쪼개

점심 후 놀이 시간에 20분 더 늘려주고 10분만

쉬게 했다.

 

12시 점심 후 250분까지를 '휴식시간'에서

'놀이 및 체험 시간'으로 개념을 바꿔 계획을

세워 놀도록 했다.

수정 후 관찰 결과.

 

10분 휴식이 짧아 '늘어지는 현상'이 사라졌음. 시간이 짧아 귀하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든 모양임.

놀이 및 체험 시간에 할 것을 점심 직후에 계획 세워야 하니 아이들 서로 의견 조율하기 바빠졌음.

장기 두자, 야구 먼저 하자, 카탄 하자고 하다 호응 없어 무산되기도 하고....

우연히 만나서 우연한 놀이를 하는데 우연함을 없애라 하니 생각해야만 하고, 자연스럽게 익숙한 행동이 사라졌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비로소 생기, 활기가 보인다.

.. 나는야~ 아이들을 괴롭혀야(?) 행복해하는 1^^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늘 낯설게 할 수 있을까?

밥 먹으러 본채로 건너올 때 짝수 날은 집을 왼쪽부터 한 바퀴 돌고나서 들어오고, 홀수 날은 오른쪽부터 한 바퀴 돌고나서

들어오되, 3의 배수 날은 곧바로 들어오게 할까?^^

 

 

 생각의 비밀. 우리는 항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도 생각은 우리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일어난 일도 아니다.

생각은 우리가 낯선 '사건'과 우연히 마주쳤을 때,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삶을 '낯설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삶 자체가 이미 '낯설어지기때문이다.

삶 자체가 낯설어진다는 것은 자기가 자기 삶에서 자기를 소외시킨다는 의미다.

삶을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생각이 빠진 삶은 맹목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생각이란 낯섬과 불편함을 친숙함과 편안함으로 바꾸려는 삶의 무의식적인 의지다.

 

                                 ※ 철학자 강신주의 '철학, 삶을 만나다'22~48쪽에서 가져와 재구성했음

 

한 달에 한 번씩 체험 여행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학 때는 체험 여행을 할 필요가 없다. 그룹홈스쿨링 체험 차 들어온 아이들이 낯선 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일일평가도 익숙해지니까 불편해하지 않는 모습이 엿보여 불시에 하는 것으로 바꾸었다.

그것도 진도체크만 하기도 하고, 촘촘히 들여다보고 새로운 공부 방법을 제시하기도 하고, 맹성을 촉구하기도 하면서.

받아들이는 태도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러고 보면 공부, 일에도 익숙해지기 쉽다.

아침 청소의 경우는 거의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탁자 위가 어지러진 상태라든지 하는 변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단지 어제 했던 방식대로 바닥을 쓸 뿐이고.

공부, 일도 가끔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인간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배우길 싫어한다.

본성이다.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이라 편함을 추구한다. 익숙할 때 편하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

동물이 아닌 인간이고자 하면 낯섬과 대면해야 한다. 낯섬과 대면한다는 건 배운다는 것이고 배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명한 것들을 낯설게 만들고 그 의미를 다시 물어보는' 철학을 들고 다가가 봐야겠다^^

당분간 인문학강의나 독서, 영화 토론의 방향도 이 쪽에 두어야 할 것 같다.

 

노르웨이 어민들은 바다에서 잡은 정어리를 살아있는 상태로 시장에 내고자 했다.

살아있는 정어리가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번히 실패했는데, 한 어부가 궁리를 해서 정어리를 싣는 물탱크에 정어리 천적인 메기를 넣어봤다.

이 실험은 성공했고 그 이후로 노르웨이 어부들은 정어리를 살아있는 상태로 시장에 팔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 실험이 성공한 것은 낯선 환경에서 메기는 사방을 헤집고 다녔고, 덩달아 정어리들도 천적을 피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산소가 물에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낯설 수 있는 조건이다.

정어리가 천적을 피해 다니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용존산소량을 키워 폐사를 면했겠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눈앞에 있는 위험

때문에 자신이 처한 치명적인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발버둥치다가 죽어갈 틈(?)’마저 잡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메기와 같이 사는 정어리처럼 살던지, 인간답게 살기 위해 철학하던지 해야겠다.

소기무일(所其無逸), 삼천년 전 주공의 말씀이 지금도 크게 유효한 것은 인간도 정어리와 별다를 바가 없기 때문인가?^^;;

낯설게 보기가 상책이지만 낯선 곳에 머물기도 중책은 되겠다.

 

인간은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배워야 한다.

나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더 공부해야겠다, 특히 철학을. 아이들에게 철학을 권해야겠다.

 

(계획 세우게 했더니 농구팀, 야구팀에 관중!까지 있네^^ 고등팀은 공부 중)

잘보고 갑니다. 좋은포스팅 감사해요. 꾸벅 꾸벅
에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