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소리방

마음의 정원 2015. 4. 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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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inet

 

 

클라리넷 이야기①

 

클라리넷의 탄생

 

클라리넷은 음역이 넓을 뿐만 아니라 고상하고 환상적인 음색으로, 가히 목관악기의 대표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관악기와 타악기로 구성된 관악 오케스트라에서는 주선율을 연주하여, 교향악단에서의 바이올린 역할을 한다.

클라리넷은 1700년경에 독일 뉘른베르크의 목관악기 제작자였던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1655~1707)에 의해 발명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데너는 클라리넷을 만들기 이전에 주로 리코더와 샬뤼모를 제작하였으며, 이 두 가지 악기가 클라리넷 발명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레지스터 키’ 로 음역 넓힌 클라리넷 발명

 

리코더는 쐐기 모양의 나무 칼날 형태로 된 취구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주어 발생시킨 소리를 나무관에서 정재파로 공진시켜서 열려있는 지공과 취구를 통해 소리를 방사하게 되어있는 악기이다. 리코더의 기원은 여러 민족의 민속악기에서 널리 발견되고 있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원시시대까지도 연결된다. 샬뤼모는 12세기경 프랑스에서 이미 사용되었고 17세기 말까지 진화한 악기로, 쉽게 설명하면 리코더의 몸체에 취구만 바꾼 것이다.

즉, 쐐기 모양의 뾰족한 모서리에 바람을 불어 소리를 발생시키는 대신, 마우스피스에 홑리드를 장착시켜 여기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리드가 진동하며 악기의 몸체 안으로 주기적으로 공기를 공급하여 소리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이다.

 

음향학적으로 목관악기를 분류하면 공기리드, 홑리드, 겹리드 형태의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공기리드 형태의 악기로는 리코더, 플루트 등을 들 수 있고, 국악기의 단소나 대금도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의 홑리드 형태로는 클라리넷과 색소폰이 대표적인 악기이며, 세 번째 겹리드 형태에는 오보에와 바순이 대표적이다. 우리 국악기 중에서 피리나 태평소는 겹리드 형태의 목관악기에 속한다.

 

흔히 혼동하는 것이 색소폰이다. 색소폰은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이며 연주자인 아돌프 삭스(1814~1894)에 의해 1846년에 발명된 악기로, 처음부터 오늘날과 같은 금속으로 제작되었다. 색소폰이 금속으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목관악기로 분류되는 이유는 악기의 재질보다 악기의 소리 생성 과정과 방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리코더에서 샬뤼모로 발전한 것은, 목관악기의 분류로 볼 때 공기리드 형태에서 홑리드 형태의 목관악기로 변화한 것이다. 음향학적으로는 리드 형태 분류의 차이뿐만 아니라, 악기 몸체인 관의 공진형태도 달라지게 된다.

리코더는 취구부와 관 끝(또는 개방된 지공), 즉 관의 양끝에서 소리가 방사되는 개관이기 때문에 공진주파수들이 기본주파수의 정수배가 된다. 따라서 악기의 음색도 정수배의 배음을 포함하게 되고, 오버 블로잉으로 높은 음역의 소리를 낼 때에는 주파수가 두 배, 즉 한 옥타브 위의 소리를 낼 수 있다.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의 테너리코더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의 테너샬뤼모               요한 크리스토프 데너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클라리넷.

                                                               마우스피스 부분은 원본 아님

 

 

반면에 샬뤼모의 경우에는 홑리드를 장착한 마우스피스 부분을 연주자가 입술로 감싸서 물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소리의 방사가 없어서, 이 경우에는 폐관 형태로 분류된다. 폐관의 경우는 같은 길이의 개관에 비해 기본주파수가 절반, 즉 한 옥타브 낮고 공진주파수들도 기분주파수의 홀수배, 즉 1, 3, 5, 7, 9 … 배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샬뤼모의 음색은 홀수배의 배음을 포함하게 되어, 비슷한 몸체 구조로 리코더와 샬뤼모를 제작한 경우에도 음색의 차이는 대단히 클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

 

샬뤼모의 단점은 좁은 음역에 있었다. 음역을 넓히려면 폐관의 공진모드의 기본음음렬에서 차 상위 모드인 기본음의 3배 되는 모드로 옮겨가야 한다. 이것은 음악적으로 12도(즉 한 옥타브 위에서 완전 5도 올라 감) 도약을 의미하는데, 샬뤼모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였다.

클라리넷의 발명자인 데너는 이 점에 착안하여, 안전하고 확실하게 3배 진동 모드를 보장하기 위해 레지스터키를 장착시킨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는 샬뤼모에서는 오로지 약 1.5 옥타브 정도의 음역이었던 것을 3옥타브 정도로 넓히는 것을 제시하였으며, 그의 아들 야콥 데너(1681~1735)를 비롯한 후세의 많은 연주자들에 의해 현대의 클라리넷은 4옥타브 정도의 음역을 갖게 되었다.

 

샬뤼모와 클라리넷의 차이점은 레지스터키 이외에도 악기 끝의 개구부인 벨의 모양에 있다. 개구부를 넓힘으로써 저음부의 방사효율을 높여 저음을 좀 더 크게 소리내도록 한 것도 데너의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클라리넷 가족
(a) 소프라니노(Eb), (b) 소프라노(Bb), (c) 소프라노(Bb), (d) 소프라노(A), (e) 알토(Eb), (f) 바세트혼(F), (g) 베이스(Bb), (h) 콘트라베이스(Bb)

 

 

모차르트의 불후의 명작 ‘클라리넷 협주곡’

 

현대의 클라리넷은 300여 년간의 진화 과정을 거쳐 훌륭한 형태의 클라리넷 가족을 거느리게 되었다.

음역에 따라 높은 음역에서 낮은 음역순으로 소프라니노, 소프라노, 알토, 베이스, 콘트라알토, 콘트라베이스 클라리넷 등이 클라리넷 가족의 구성원들이다. 또한 소프라노 클라리넷도 보통 흔한 Bb 이외에 A 또는 C 등의 조성을 갖는 악기들도 있다.

 

1700년 경에 클라리넷이 발명된 것은 아주 시의적절하였다고 생각된다. 왜냐 하면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1756~1791)가 활약하던 시기에 이미 클라리넷이 어엿한 독주 악기로 성장하여, 불후의 명작인 클라리넷 협주곡(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22)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 협주곡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은 클라리넷이 훌륭하게 연주 가능하도록 이미 진화한 데에도 있지만, 바로 옆에 훌륭한 클라리넷 연주자인 안톤 슈타틀러(1753~1812)를 친구로 두었기 때문에 더욱 가능하였을 것이다.

모차르트가 클라리넷 협주곡을 작곡한 해가 그의 생애 마지막 해인 1791년이니까, 만일 데너가 제 때에 클라리넷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혹은 만일 모차르트 곁에 슈타틀러가 없었다면, 과연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생 만사에 타이밍이 중요하고 좋은 친구, 좋은 파트너, 좋은 인간을 만나야 하지 않겠는가.

 

 

 

 

클라리넷 이야기(2)

 

희귀한 클라리넷의 세계

 

지난 호에서는 리코더에서 샬뤼모를 거쳐 클라리넷이 탄생하게 된 진화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클라리넷의 탄생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동안 출현했던 희귀한 클라리넷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그림 1> 1805년에 제작된 바세트혼(F)                       <그림 2> 1800년 경에 제작된 바세트혼(F)

 

 

바세트혼도 일종의 클라리넷 가족

 

클라리넷은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18세기 초에 탄생하였으며, 같은 부류의 악기로 보통의 소프라노 클라리넷(Bb)보다 완전4도 낮게 F로 조율된 저음의 악기인 바세트혼이 18세기 후반부에 나타나게 되었다.

초기의 바세트혼은 곧은 관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접합시키거나 굽은 관의 형태로 만들었다(그림1, 2 참조).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낮은 음역의 소리가 발생하려면 상대적으로 관의 길이가 길어져야 하는데, 소프라노 클라리넷과 같이 직선형의 관을 사용할 경우 그 당시의 단순한 키 시스템으로는 팔의 길이가 짧아 연주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바세트혼은 현재까지도 살아 남아서 사용되고 있으나, 그 외모는 현대적인 클라리넷 가족과 비슷하게 통일된 형태로 변하여 음역이나 악기의 크기가 알토 클라리넷(Eb)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다른 클라리넷 가족의 악기보다 기보음상에서 낮은 음역쪽으로 4개의 반음을 더 내려 갈 수있다.

 

 

<그림 3> 1800년 경에 제작된 클라리넷 다모레(왼쪽)와 19세기 전반부에 제작된 지팡이형 클라리넷(오른쪽)

 

 

독일서 지팡이로 쓸 수 있는 클라리넷도 제작

 

<그림 3>에서는 두 가지의 희귀한 클라리넷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왼쪽의 밑에 끝부분이 둥그렇게 되어있는 악기는 1800년경에 제작된 ‘클라리넷 다모레’ 로서, 오보에 종류에 ‘오보에 다모레’ 의 관 모양과 비슷하게 제작된 것이다. 악기 밑 부분의 둥근 구조에 의한 공진 때문에 특이한 음색을 갖게 된다.

오른쪽 악기는 지팡이형 클라리넷인데 19세기 전반부에 독일에서 제작된 것이다. 산보시에 지팡이로도 쓸 수 있고, 상부의 손잡이와 하부 부분을 빼면 클라리넷이 되어 악기로 연주할 수도 있다. 지팡이 형태로 되어있는 악기 중에는 클라리넷 외에도 바이올린이 있는데, 독일어 이름을 의역하면 ‘춤 선생 바이올린’ 쯤 된다.

아마도 유럽에서 17~19세기에 춤 선생은 보통 나이가 든 남성이었기에 지팡이가 필요하였고,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오디오시스템이 없었으므로 춤에 필요한 음악 연주가 가능한 다목적 지팡이가 안성맞춤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 4> 1932년에 제작된 1/4음-이중클라리넷(같은 악기를 네 가지 다른 방향에서 본 것)

 

<그림 4>에서는 1930년대에 제작된 ‘1/4음-이중클라리넷’ 으로 관의 길이가 조금 차이가 나는 두 개의 클라리넷을 한 몸체에 갖고 있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이런 클라리넷을 만든 이유는 필자가 본 지금 년 2월호(87~89쪽)‘ 소리의 과학: 음계와 표준음고’ 에서 언급한 조율과 관계가 있다.
피타고라스 음계에서 3도 음정이 깨끗하지 못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 생긴 것이 중간음 음계인데, 그림의 쌍둥이 클라리넷은 전조시 음정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1/4음-중간음 음계 방법을 활용하여 고안해낸 악기이다.

 

금속으로도 클라리넷 제작할 수 있어

 

<그림 5>의 왼쪽은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금속으로 만든 브라스 클라리넷을 보여주고 있다. 비교를 위해 같은 그림 오른쪽에는 보통의 아프리카 흑단으로 만든 클라리넷을 보이고 있다.

클라리넷의 재질은 18세기 초 발명 당시로부터 대략 19세기 중엽까지는 독일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단단한 너도밤나무와 같은 것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초기의 클라리넷은 대부분 연한 갈색 계통의 색깔을 갖고 있었다. 현악기의 몸체나 피아노의 향판은 그 자체가 잘 진동해야 하기 때문에 가볍고 진동에 적합한 가문비나무를 사용한다. 그러나 목관악기의 몸체는 자기 자신이 진동하는 것이 아니고, 그 내부의 공기 기둥이 밀폐된 공간에서 진동하도록 일종의 장벽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단하며, 필요 없는 진동을 유발시키지 않을수록 좋다. 유럽인들이 세계 여러 지역으로 뻗어가며 식민지를 개척한 부산물로 목관악기 제작에 적합한 목재로 발견한 것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와 모잠비크에서 나오는 ‘그레나딜라’ 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흑단이다.

목관악기 제작에서 그레나딜라와 쌍벽을 이루는 목재는 속칭 ‘남아메리카 자단’ 이라 불리는 ‘코코볼로’ 이다.

코코볼로는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고 짙은 갈색이어서 그레나딜라와 코코볼로는 육안으로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오늘날 오보에나 클라리넷 등의 목관악기는 주로 그레나딜라 또는 코코볼로 목재를 사용하여 제작되고 있다.

 

 

<그림 5> 브라스 클라리넷(왼쪽)과 보통의 아프리카 흑단 클라리넷(오른쪽)

 

<그림 5>의 브라스 클라리넷은 1, 2차 세계대전 등의 큰 전쟁 시에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로부터 유럽까지 목재의 운송이 어려웠던 시절에 고육지책으로 금관악기나 색소폰 제작에 쓰이는 금속합금으로 제작한 악기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 금속제 클라리넷을 불면 귀에 거슬리는 금속성의 음색이 나올 것 같지만, 필자가 음악음향학 수업시간에 브라스 클라리넷을 불어 보이면 학생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보통의 클라리넷 음색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악기의 음질은 미세한 차이가 큰 차이로 인식될 수도 있어서 역시 최고의 클라리넷은 최고급 품질의 아프리카 흑단으로 제작하는 것이 정석으로 되어 있다.

 

 

<그림 6> 소프라노 색소폰(왼쪽), 소프라노 클라리넷(가운데), 타로가토(오른쪽)

 

 

헝가리 민속악기 타로가토

 

끝으로 희귀한 클라리넷 한 가지를 더 소개하고자 한다.
<그림 6>의 오른쪽 끝의 악기는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헝가리의 민속악기인‘타로가토’이다. 타로가토는 소프라노 색소폰과 비슷하게 원추형 관의 몸체를 갖고 있으며 마우스피스와 리드는 클라리넷과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타로가토를 일종의 나무로 만든 소프라노 색소폰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또 다른 문헌에서는 희귀한 클라리넷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타로가토의 기원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1640년대의 기록에서 그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초창기에는 오보에처럼 겹리드를 사용하였으나 오늘날에는 클라리넷과 비슷한 마우스피스에 클라리넷 리드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림 6>에서는 비교를 위해 왼쪽에서부터 소프라노 색소폰, 소프라노 클라리넷, 그리고 타로가토의 순서로 보이고 있다. 악기의 재질은 보는 바와 같이 왼쪽에서부터 금속(소프라노 색소폰), 그레나딜라(소프라노 클라리넷), 코코볼로(타로가토)이며, 이들이 모두 목관악기에 속한다. 그 이유는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목관악기와 금관악기의 분류 기준은 악기의 재질보다는 소리를 발생시키는 원리와 음계를 연주하는 방법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지난 호와 이번 호에서는 클라리넷의 탄생에서부터 그 진화과정 중에 생긴 몇 가지 희귀한 클라리넷을 살펴보았다. 우리 나라 국악기의 경우 조선조 초기에 저술된 악학궤범에 근거하여 가능한 한 원형보존을 위해 600여 년 간 노력하고 있는 반면, 유럽의 악기 제작자들은 여러 가지 환상(판타지)과 실험정신으로 악기의 진화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악기의 개량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글 | 성굉모 _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글쓴이는 독일 아헨공대에서 음향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아헨공대 음향공학연구소 연구원, 서울대 뉴미디어 통신연구소 소장, 한국 음향학회 회장, 대한 전자공학회 회장등을 지냈다.

 

 

THE SCIENCE & TECHNOLOGY

과학과 기술

 

 

 

 

Clarinet-Family

 

 

 

Schüller's quarter-tone clarinet

 

 

The construction of a clarinet (Oehler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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