和/시. 고전. 문학

마음의 정원 2016. 9. 2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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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윤회매, 차(茶)를 피우다>


이미지 출처 :다음(茶愔)의 개인전 <윤회매, 차(茶)를 피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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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莊館全書卷之六十二 [完山李德懋懋官著男光葵奉杲編輯德水李畹秀蕙隣校訂]

[西海旅言]


輪回梅十箋

 윤회매십전(輪回梅十箋)


一之原

1. 원(原)


蜂采花精釀蜜。蜜生蠟。蠟復爲梅。是謂輪回梅。

夫生花生樹頭。安知爲蜜與蠟。蜜與蠟在蜂房。安知爲輪回梅。

所以梅忘蠟。蠟忘蜜。蜜忘花。然以輪回梅。照彼樹頭花。不言中溫然有倫氣。此猶肖祖之孫。


벌이 화정(花精)을 채취하여 꿀을 빚고 꿀에서 밀랍(蜜蠟)이 생기고 밀랍이 다시 매화가 되는데, 그것을 윤회매(輪回梅)라고 한다.

대체로 생화(生花)가 살아 있는 나무 위에 피었을 때 그것이 꿀과 밀랍이 될 줄 어떻게 알았겠으며, 꿀과 밀랍이 벌집 속에 있을 때 그것이 윤회매가 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렇기에 매화는 밀랍을 망각하고 밀랍은 꿀을 망각하고 꿀은 꽃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회매를 가지고 저 나무 위 꽃에다 대조해 보면, 말 없는 가운데 따스한 윤기(倫氣)가 서로 통하여 그것이 마치 할아버지를 닮은 손자와 같다.


俗匠剪紙爲花。匪不嫣媚。無天然雅潔之態。時時露出婢作夫人氣像。

輪回梅。猶之贋花也。然係出馨芳。竟有法外001]妙。與其不能爲眞梅花。寧爲輪回梅。不可爲剪紙梅。

剪紙梅修餙。邊幅之小人也。輪回梅。換骨奪胎之道人也。

輪回梅。不卽於梅。是蠟也。非花也。不離於梅。是蠟之前身花也。可以悟文章。且學理者究之。得變化氣質法。


속장(俗匠)들이 종이를 오려서 만든 꽃도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천연스럽게 아담하고 조촐한 태도가 없어 때때로 여종이 부인(夫人)으로 꾸민 기상이 드러나고 만다.

윤회매도 가짜 꽃이지만 꽃다운 향기가 스며나와 필경 법외(法外)의 묘미가 있으니, 진짜 매화를 만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윤회매를 만들 것이지, 종이를 오린 매화를 만들지 말 것이다.

종이를 잘라 만든 매화가 수식(修飾)ㆍ변폭(邊幅 겉치레를 하는 것)을 한 소인(小人)이라면, 윤회매는 환골 탈태(換骨奪胎)한 도인(道人)이다.

윤회매가 매화로 되기 전에는 그것이 밀랍이지 꽃이 아니었지만 매화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밀랍의 전신(前身)이 꽃이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문장(文章)을 깨칠 수 있고 또 이치를 배우는 자가 연구한다면 기질(氣質)을 변화시키는 법을 깨달을 것이다.


宋人謂蠟梅。本非梅類。以其與梅同時香。又相近色酷似蜜脾。故名蠟梅。

山谷謂有一種梅類。女工撚蠟所成。故以名之。

花經曰。蠟梅原名黃梅。蘓黃門命焉蠟梅。

今蠟鑄梅。渾稱蠟梅。不豈嫌於黃梅乎。故強爲之名曰輪回梅。

按山谷言。則宋時已有蠟造梅法。而其法不可攷也。


송(宋) 나라 사람이,

“납매(蠟梅)가 원래 매화 종류는 아니지만 매화와 같은 때에 나오고 향기가 또 비슷한데다 빛이 밀비(蜜脾 벌집)와 똑같기 때문에 ‘납매’라고 한다.”

하였고, 산곡(山谷) 황정견(黃庭堅)은,

“일종의 매화 종류가 있는데 여공(女工)이 밀랍을 손으로 빚어서 만들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한 것이다.”

하였으며, 《화경(花經)》에는,

“납매의 원명은 황매(黃梅)로, 소식(蘇軾)과 황정견이 이름지은 것이다.”하였는데,

이 납매를 지금의 밀랍으로 만든 매화와 구별없이 납매라고 한다면, 황매와 혼동할 염려가 있어 억지로 이름을 윤회매라 하였던 것이다.

산곡이 말한 것을 보면 송 나라 때 이미 밀랍으로 매화를 만드는 법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 법은 알 수가 없다.



二之瓣

2. 꽃잎[瓣]


煉蠟者。染以梔。故色黃。煮蠟如油榨于堅紙。承以潔器。凡三榨則滓篩而色瑩白。

煎榨蠟於小磁楪。火猛則生魚眼蠏沫。火候適中。竢其不暴沸。

出碟于平地。禁墮灰煤。若有魚眼蠏沫。瓣皆如蟬繭不用。


밀랍을 반죽하는 자가 치자(梔子)로 물을 들이기 때문에 빛이 누렇게 되는데, 밀랍을 기름처럼 고아 질긴 종이에다 부어 짜면서 깨끗한 그릇에 받는다. 세 번을 그렇게 짜면 찌꺼기가 걸러져 빛이 말갛게 된다.

걸러진 밀랍을 작은 도자기 접시에다 굽는데, 불이 세면 고기눈이나 게거품 같은 것이 생기므로 불기운을 알맞게 하여 지나치게 끓지 않게 한다.

접시를 평지에다 내려놓고 재나 그을음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만약 고기눈이나 게거품 같은 것이 생기면 꽃잎이 다 매미 껍질처럼 주름살이 잡혀 쓸 수가 없게 된다.


以性堅理匀之木。二三寸。爲摹瓣之具。號曰梅花骨。

剡其頭。爲梅單瓣形。頭腹圓凸。而尾殺尖如剖。有柄瓠。又如蝌蚪。

大抵突寄于木端。如路旁之堠。面瓣之尾。猶堠之頷也。刷以木賊。極其潤滑。

一器貯冷泉于蠟楪畔。先沉梅花骨於冷泉。次沉蠟漿。輕輕運手。愼勿令蠟漿犯骨背。

仍又沉於冷泉。瓣溜然退如荳皮。浮於水。

若手遲則瓣頑。手疾則瓣壞。且蠟沸則瓣穿。蠟冷則瓣厚。

妙在心敏。則瓣匀而手飛。

凡沉蠟而卽一頓骨柄於楪畔。然有聲。則瓣調矣。瓣隨脫隨拯。覆于紙面。則斯須乾凈。大抵瓣。貴凹而淺圓而薄。


단단하고 무늬가 고른 2~3치 되는 나무로 꽃잎을 본뜨는 도구를 만드는데, 이름을 매화골(梅花骨)이라 한다. 그 머리 부분을 깍아내어 하나의 매화 꽃잎 형(形)을 만드는데, 머리와 배는 둥글고 튀어나오게 하며 꼬리는 빨게 하여 마치 표주박을 갈라놓은 듯하게 또는 올챙이같이 만든다.

대체로 나무 끝이 튀어나오게 하기는 길가의 돈대(墩臺)같이 하고, 꽃잎 부분의 꼬리는 돈대의 턱같이 만든 다음, 목적(木賊 속새)으로 다듬어 아주 윤기 나고 매끄럽게 만든다.

그릇 하나에 냉천수(冷泉水)를 담아 밀랍을 담은 접시 가에다 놓고, 먼저 매화골을 냉천수에 담갔다가 꺼내서 다시 납장(蠟漿)에 담그는데 가쁜가쁜 손을 놀려 납장이 매화골의 뒤에까지 닿지 않도록 조심한다.

이것을 들어 다시 냉천수에 담그면 꽃잎이 콩껍질처럼 뚝뚝 떨어져 나와 물 위에 뜬다.

만약 손놀림이 더디면 꽃잎이 둔하게 되고 너무 빠르면 꽃잎이 부서지며, 또 밀랍이 끓으면 꽃잎에 구멍이 생기고 밀랍이 식어버리면 꽃잎이 두꺼워진다.

묘리는 마음에 있으니 민첩하면 꽃잎이 고르게 되고 손도 나는 듯하다.

대체로 밀랍에 담그는 즉시 골 자루로 접시 가를 한번 쟁그랑 소리가 나도록 두두리면 꽃잎이 골라진다 꽃잎은 빠져나오는 대로 건져 종이 위에 엎어두면 금방 마른다. 꽃잎은 대체로 오목하면서도 얕고 둥글면서도 얇은 것이 좋다.



매화골식.  측식



三之萼

3. 꽃받침[萼]


萼用三綠紙。準梢色荷葉綠。太老不可用。惟碧而綠者可用。

此梅之奇品。號曰綠萼華也。它梅萼。皆黃色。五齟齬。獨微綠。剡木端如菉荳大。而下殺尖。

剪綠紙。紙端齟齬。刻五出如土鼠掌恰圍木荳之徑。紙下兩畔。剡而尖之。

以紙倒圍木荳。五出半粒大。垂荳之寄柄凹處。以線束紙上凹數三匝。以拇指食指。卷紙之尖。解線脫之。則團然成萼。


仍沉之于蠟漿。待其堅外偃其齟齬。則五出匀完。頓添活色。五出者。爲萼卷。而爲尾者蒂也。


꽃받침은 삼록지(三綠紙)를 쏜다. 연잎 줄기처럼 푸른 것을 쓰는데 너무 늙은 것은 못쓰고 벽록색(碧綠色)이 나는 것만 쓸 수 있다.

이것으로 만든 것은 매화 중에 기품(奇品)으로 이름을 녹악화(綠萼華)라 하는데 본래 다른 매화의 꽃받침은 다 황색으로 다섯 톱니처럼 되고, 유독 조금 푸른 것은 나무 끝을 녹두(綠豆) 크기 정도로 깎고 아래는 빨게 한다. 녹지(綠紙) 끝을 톱니 모양으로 오리되 두더지 발바닥같이 다섯 군데를 뾰족하게 만들고, 콩대를 충분히 쌀 수 있을 정도로 길게 하는데, 종이의 아래 양쪽을 잘라서 뾰족하게 한다.

그 종이를 거꾸로 콩대에 감는데, 5개의 뾰족한 것을 반립(半粒) 크기쯤 콩이 달려 있는 오목한 곳 아래로 드리워지게 한 다음, 실로 그 오목한 부분의 종이를 묶고 두세 번 감는다.

다시 엄지와 식지(食指)로 종이의 뾰족한 부분을 만 후 실을 풀면 둥그스름한 꽃받침이 된다.


그것을 납장에 담갔다가 굳기를 기다려 그 톱니 모양을 밖으로 쓰러뜨리면, 5개의 뾰족한 것이 고루 완전하게 되어 훨씬 활색(活色)을 띠게 된다. 5개의 뾰족한 것이 꽃받침의 둘레이고, 그 꼬리는 꼭지가 된다.






四之蘂

4. 꽃술[蕊]


獐毛白而中空。一蘂剪五十毛。

不使錯亂銳端。蘸蠟不使飛散。以利刀剪根之兩畔如圭首。

中二鬚或一鬚。特長不剪。此結子之鬚也。猶孩之臍蒂也。

此遵畵梅也。眞花。中央十餘毛反陷而少短。無獐毛。或用白苧經。


五瓣接于萼。然後獐毛根。又染蠟漿揷之。

石雌黃屑。蒲黃屑。或黃梁屑。芥子屑。調匀。以竹籤抹糊。輕塗蘂端。倒抹黃屑。

又有一法。以火燒毛蘂之端。則燒痕。自然如抹黃。


노루털로 하얗고 속이 빈 것을 쓰는데 한 꽃술에 50개를 잘라서 섞이지 않도록 한다.

예리한 끝을 밀랍에 담가 날아가지 않게 한 다음, 잘 드는 칼로 그 털의 뿌리쪽을 마치 규수(圭首 규벽(圭璧)의 머리 부분)처럼 두쪽으로 가른다.

가운데 수염 하나나 혹 둘은 특별히 길게 두고 자르지 않는데, 그것은 씨앗을 맺게 하는 꽃술로 갓난애의 배꼽 꼭지와 같은 것이다.

이것은 그림 매화를 따른 것이니, 진짜 꽃은 중앙의 꽃술 10여 개가 도리어 움푹 들어가 조금 짧다. 노루털이 없으면 혹 흰 모시의 날[經]을 쓰기도 한다.


다섯 꽃잎을 꽃받침에다 접착시킨 뒤에 노루 모근(毛根)에다 다시 납장(蠟漿)을 물들여 꽂는다.

석자황(石雌黃) 가루와 포황(蒲黃) 가루, 혹은 황량(黃梁) 가루와 개자(芥子) 가루를 고루 섞은 다음 대꼬챙이에 풀을 묻혀 가볍게 꽃술 끝에 바르고는 황색 가루를 고루 묻힌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불로 털 꽃술의 끝을 태우면, 불탄 흔적이 자연 황색을 묻힌 것과 같이 된다.


예식



五之花

5. 꽃[花]


瓣之麁頑者。任意爪剪。期於匀正。瓣尾乍染蠟漿。疊粘爲五。不離指頭。五瓣已完。覆於床上。

以萼復染蠟漿。接於花中。擧蒂以玩。五瓣的歷矣。瓣尾之會。交加無竅。

於是。燒錐尖穿之。揷蘂抹屑。又以錐尖匀之。使之上散下撮。不沓拖不膠粘。畫譜曰。

健如虎髯。

以勁直爲貴也。又曰。

中長邊短。碎點綴粘。


거칠고 빳빳한 꽃잎은 마음대로 손톱으로 긁어내어 고르게 될 때까지 다듬고 꽃잎 꼬리에다 납장을 살짝 묻혀 포개 붙여 다섯 잎이 되도록 손가락 끝에 잡고 있다가 다섯 꽃잎이 완성되면 상 위에다 엎어둔다.

꽃받침에 다시 납장을 묻혀 꽃 속에 접착시키고 꼭지를 들어 놀려 보면, 다섯 꽃잎이 또렷이 드러나는데 꽃잎 꼬리 부분이 겹쳐져 구멍이 없게 된다.

그때 송곳 끝을 불에 달구어 구멍을 내고 꽃술을 꽂고 가루를 묻힌 다음 다시 송곳 끝으로 골라 위는 흩어지고 아래는 모이게 하며 겹쳐서 끌리거나 붙어서 빳빳하지 않게 한다. 《화보(畫譜》에 이르기를,


“호랑이 수염같이 꿋꿋해야 한다.”

하였는데, 경직(剄直)한 것이 좋다는 말이고, 또 이르기를,


“가운데는 길게 하고 주위는 짧게 하여 촘촘히 붙은 것을 떼어주어야 한다.”

하였다.


未開葩。剡木端。如菽大荳大。別摹蠟漿。此余字。又曰。項珠。

葩中坼而乍露蘂端者。曰示字。

圓葩挾單瓣者曰李。

五瓣卷而中不吐蘂者曰古魯錢。

卷而吐蘂者曰繡毬。

此二者。五瓣旣聯。面面近火。以指向內揉之。


三瓣已落。二瓣將殘。蘂獨茂。茂曰猿耳。

葩挾二瓣曰苽。

五瓣匀滿曰窺鏡。曰迎面。

南北瓣卷。左右瓣開者曰冕。

獨餘一瓣者曰狐面。

又有蒜頭,孩兒面,兔嘴,龜形,風落,三台,背日,向陽。


피지 않은 봉오리는 나무 끝을 콩의 크기 또는 녹두 크기로 깎아서 별도로 납장에 담가 본을 뜨는데, 그것을 여자(余字) 또는 향주(項珠)라 한다.

꽃봉오리 가운데가 벌어져 꽃술 끝이 살짝 나온 것은 시자(示字)라 하며,

동그란 봉오리에 꽃잎 하나가 끼어 있는 것은 이(李)라 하고,

다섯 꽃잎이 말려 있고 가운데 꽃술이 나와 있지 않은 것은 고노전(古魯錢)이라 하며,

말려 있으면서도 꽃술이 나와 있는 것은 수구(繡毬)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는 다섯 꽃잎을 연이은 다음, 꽃잎 하나하나를 불에 쬐어 손가락으로 안쪽을 향해 휘어서 만든다.


꽃잎 3개는 떨어져버렸고 남은 2개마저 떨어지려고 하는데 꽃술만이 싱싱한 것은 원이(猿耳)라 하고,

한 봉오리에 두 꽃잎이 끼어 있는 것은 과[苽]라고 하며,

다섯 꽃잎이 고루 충만한 것은 규경(窺鏡) 또는 영면(迎面)이라 하고,

남북(南北)으로는 꽃잎이 말려 있고 좌우로는 피어 있는 것은 면(冕)이라 하며,

꽃잎이 하나만 남아 있는 것은 호면(狐面)이라 한다.

또 산두(蒜頭)ㆍ해아면(孩兒面)ㆍ토취(兎嘴)ㆍ구형(龜形)ㆍ풍락(風落)ㆍ삼태(三台)ㆍ배일(背日)ㆍ향양(向陽)이 있다.







又有自創紙花法。俗匠以凹錐裁之。不足奇也。

圖章石。或硯石。鑿梅單瓣。不深不淺。甚瑩潤。

裂粉紙蝶翅大。沾舌尖津。覆石凹。以凈綿壓之。紙濕而粘着凹中。

廼俯炙於火。斯須乹白。以利刀尖。循瓣畔裁之。仍提尾則成瓣。

揷蘂聯萼。依倒爲梅。

若造桃花。瓣頭乍尖。漬以臙脂汁。萼則墨諧硃。如雀頭色。條不必靑。


또 내 스스로 창안한 지화법(紙花法)이 있다. 속장(俗匠)들은 오목한 끌로 재단을 하므로 신기할 것이 없다.

도장석(圖章石) 혹은 연석(硯石)에다 매화 꽃잎 하나를 너무 깊거나 얕지 않게 파 매끄럽게 한 다음,

분지(粉紙)를 나비 날개 크기로 찢어 혀 끝으로 침을 발라 오목 파인 돌에다 덮고 깨끗한 솜으로 누르면, 젖은 종이가 오목한 속에 찰싹 붙는다.

그것을 거꾸로 잡고 불에다 구우면 금방 바짝 마르는데, 예리한 칼 끝으로 꽃잎 가를 따라 오린 다음 꼬리를 슬쩍 치켜들면 꽃잎이 된다.

꽃술을 꽂고 꽃받침을 대고 거꾸로 잡고 칠을 하는 순서로 매화를 만든다.

만약 복숭아꽃을 만들려면 꽃잎 머리를 약간 뾰족하게 하고 연지(臙脂) 즙을 적시며 꽃받침은 먹물에 주사(朱砂)를 타서 참새의 머리 색깔같이 만든다. 가지는 꼭 푸르지 않아도 된다.


桃梅枝頭。綴嫰葉三四枚。

粉紙漬軟綠色。剪葉如魚。而背必反張。畔必細齟齬。

枝端葉差小。而下半軟綠。上半漬臙脂。

石上陰刻葉紋。先刻一縱紋。左右各刻斜橫紋五六。如肉爛之魚脊骨傳脅骨。

以紙葉。覆刻上。循其紋。以拇指爪掐之。則天然如葉。仍漬蠟漿。明潤膩膩。


복숭아꽃이건 매화이건 가지 끝에 부드러운 잎 3~4개를 다는데,

분지에 연한 녹색을 물들여 잎을 물고기 모양으로 오리되 등은 반드시 반장(反張 안쪽으로 오무라들게 함)되게 하고 가에는 반드시 가느다란 톱니 모양을 만든다.

가지 끝잎은 조금 작게 하여 아래 절반은 연한 녹색, 위 절반은 연지색을 물들인다.

돌 위에 잎 무늬를 음각하되 먼저 종문(縱紋) 하나를 새기고 좌우로 각기 5~6개의 비스듬한 횡문(橫紋)을 새기는데, 살이 없는 물고기 등뼈나 갈비뼈같이 새긴다.

지엽(紙葉)을 새긴 돌 위에다 덮고 무늬를 따라 엄지 손톱으로 문지르면 자연스러운 잎이 되는데, 그대로 납장(蠟漿)에 적시면 선명한 윤기가 나고 매끈해진다.







六之條

6. 가지[條]


條必梅條。或碧桃條。密不可。長不可。大不可。

體勢可入畫格者。多不過三條。旁枝則五六條。

忌色半頳者。病而黑斑者。

揉之伸之。剔之束之。師心匠手。仍其軆勢。枝嫩花。枝老花慳。

不嫩不老。花必纏綿。偏正仰俯。各極其宜。


가지는 반드시 매화나무 가지 혹은 벽도(碧桃) 가지를 써야 하는데, 촘촘해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되며 커도 안 된다.

 체세(體勢)가 화격(畫格)에 맞는 것은 가지가 많아야 셋을 넘지 않아야 하며 곁가지도 5~6개면 된다.

색이 절반쯤 붉은 것이나 병들어 검은 반점이 생긴 것은 좋지 않다.

휘고 펴고 다듬고 묶는 것도 슬기로운 마음가짐과 능숙한 솜씨로 체세를 따라 조작해야 하니, 가지가 어리면 꽃이 고독해 보이고 가지가 늙으면 꽃이 애처로워 보인다.

어리지도 않고 늙지도 않아야 꽃이 전면(纏綿 격조 있게 얽혀 떨어지지 않음)하게 되며, 비스듬한 것 똑바른 것 혹은 상하 마주보게 해서 서로 격이 맞도록 한다.


楂用桃杏橡躑躅。有刺有蘚。不厭其怪色。貴黝黑。雨剝土蝕。蟫蟻穿漏。

梢有斗柄女字。鐵鞭鶴膝。龍角鹿角。弓梢釣竿。

譜曰。氣條莫安花。氣條者。茁長抽直之條也。

以刀尖刺。梢眼揷蒂尾。勿見痕跡。或蒂端。漬膠傳于梢眼。

譜曰。貴稀。不貴繁。貴老。不貴嫰。貴瘦。不貴肥。貴含。不貴開。


등걸[楂]은 복숭아나무살구나무도토리나무철쭉나무를 쓰는데, 가시나 이끼가 있으면서 괴이한 것이 더욱 좋으며, 색은 검푸르고 비에 벗겨지고 흙에 먹히고 좀이나 개미가 구멍을 내놓은 것이 좋다.

줄기[梢]로는 두병(斗柄)여자(女字)철편(鐵鞭)학슬(鶴膝)용각(龍角)녹각(鹿角)궁소(弓梢)조간(釣竿)이 있는데,

《화보》에 ‘기조(氣條)에는 꽃을 달지 말라.’ 하였는데, 기조란 싹이 곧바로 자란 가지를 말한 것이다.

칼끝으로 줄기의 눈을 파고 꼭지 끝을 꽂는데 흔적이 보이지 않도록 하며 혹은 꼭지 끝에다 심기도 한다.


《화보》에는 이렇게 되어 있다.

“담상담상한 것이 좋고 촘촘한 것은 좋지 않으며, 늙은 것이 좋고 어린 것은 좋지 않으며, 파리한 것이 좋고 살찐 것은 좋지 않으며, 봉오리져 있는 것이 좋고 활짝 핀 것은 좋지 않다.”





七之植

7. 꽃꽂이[植]


折枝。宜古銅甁。哥窰貯水。揷之。枝不憔悴。有査宜筆筒磁斗。

欲耐久玩。條漬綠蠟塵暗。噴水浴之。

或運置雨中。倍添新鮮。或伴怪石。或植岩竇。風韻殊勝。


절지(折枝)를 고동병(古銅甁)이나 가요(哥窰)에다 물을 담고 꽂아 두면 가지가 시들지 않고, 등걸이 있는 것이면 필통(筆筒)이나 자두(磁斗)에 꽂는 것이 좋다.

오래 두고 보고 싶으면 가지에다 푸른 밀감 찌꺼기를 진하게 묻혀 물을 뿜어 목욕을 시킨다.

혹 비가 내리는 곳에다 옮겨 두면 훨씬 더 신선해 보이고, 혹 괴석(怪石)을 곁들이거나 바위 틈새에 심어두면 풍운(風韻)이 한결 돋보인다.






八之帖

8. 첩(帖)


武陵氏。窮居幽憂。疾病交加。無以慰心。問方於余。燈底爐畔。談笑之次。頃刻開花。門生僮行。無不爲之。

嘗以畫磁甁。揷折枝。賣於錦肆。得靑錢二十。余方補敗囱。有紙無糊。

武陵分我一錢。買糊抹綴。今年。耳不鳴。手不皴。皆武陵之力也。

貽錢帖曰。

畵甁揷十一花。得錢二十。嫂獻十葉。妻與三。小女與一。兄房爨柴二。吾房亦同。南草一。巧餘一。玆以送上。笑領大好。


무릉씨(武陵氏)가 궁하게 살며 남 모르게 시름에 질병까지 겹쳐 마음을 위안할 수 없으므로 나에게 방법을 물었다. 그래서 내가 등불 밑 화로 가에서 담소(談笑)하는 사이에 금방 꽃을 피워보였는데 문생(門生)과 아이들까지도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뒤 언젠가 무릉씨가 그림 자병(磁甁)에 절지(折枝)를 꽃아 비단 가게에 팔아서 청전(靑錢) 20닢을 받았다. 그때 마침 나는 뚫어진 창을 발라야 했는데 종이는 있으나 풀이 없었다.

그런데 무릉씨가 나에게 돈 1닢을 주기에 풀을 사서 발랐으니, 금년에 귀도 울지 않고 손도 얼어터지지 않은 것은 다 무릉씨의 덕택이다.


그가 전첩(錢帖)을 써 보내기를,

“화병(畫甁)에 꽃 11송이를 꽂아 팔아서 돈 20닢을 받았는데, 형수에게 10닢 드리고, 아내에게 3닢 주고, 작은딸에게 1닢 주고, 형님 방에 땔나무 값으로 2닢, 내 방에도 2닢, 남초(南草 담배)에 1닢을 쓰고 나니, 묘하게 1닢이 남았소. 이렇게 보내 올리니 웃으면서 받아주면 좋겠소.”

하였다.


甞以十九花。貽書觀齋曰。

僕家貧。計拙營生。欲效龎公。歎同蘓季。蛻遲吸露之蟬。操慙飮壤之蚓。

昔林和靖樹梅三百六十五本。日以一樹自度。今僕雖欲學之。無孤山之園。若之何。


언젠가 꽃 19송이와 함께 관재(觀齋 오사빈(吳士賓)의 호)에게 서신을 내기를,


“제가 집이 가난하고 계책이 졸렬하여 삶을 영위하는 데 방공(龐公)001] 을 본받고 싶지만 한심스럽기 소계(蘇季) 002]와 같아, 허물 벗는 데는 이슬을 먹는 매미보다 늦고, 지조는 흙물을 마시는 지렁이가 부끄럽소.

옛날 임화정(林和靖) 003]은 매화 3백 65주를 심어 놓고 하루에 한 그루씩을 상대하며 세월을 보냈다는데, 지금 내가 그를 배우려 해도 고산(孤山 임포가 살던 곳) 같은 동산이 없으니 어떻게 하겠소.


其硯北小童。善作折枝之梅。

燭淚成瓣。獐毛爲蕊。蘸以蒲黃。魯錢,猿耳。菩蕾天成。窺鏡,迎風。軆勢自然。惟其不根於地。乃見其天。黃昏月下。雖無暗香之動。雪滿山中。足想高士之卧。願從足下。

先售一枝。以第價之高下。惟足下圖之。觀齋以十九文買之。

作券文。貼其帖以筆。精玅入神。圖章。印其縫。


연북(硯北)의 소동(小童)이 절지매(折枝梅)를 잘 만드는데,

촉루(燭淚)로 꽃잎을 만들고 장모(獐毛)로 꽃술을 만든 다음 포황(蒲黃 부들 꽃가루)을 묻혀 놓으니, 천연스럽게 이루어진 노전(魯錢)원이(猿耳)의 봉오리와 규경(窺鏡)영양(迎陽)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땅에 뿌리만 내리지 않았다뿐이지 바로 자연 그것이오.

황혼(黃昏)의 달빛 아래 비록 그윽이 풍기는 향취는 없지만 눈 쌓인 산중에 고사(高士)가 누워 있는 것을 상상하기에는 넉넉하여,

우선 족하(足下)에게 한 가지를 팔아 값의 고하를 매기려고 하는 것이니, 족하는 잘 생각해 보기 바라오.”

하였더니 관재가 19문(文)을 주고 샀다.

권문(券文)을 만들어 그 첩(帖)에다 붙였는데, 글씨가 정묘(精妙)하여 신의 경지에 들었고 봉한 곳에다 도장을 눌렀다.


[주D-001]방공(龐公) : 방덕공(龐德公). 후한(後漢) 때 사람으로 벼슬을 마다하고 아내와 함께 농촌에 숨어 살았다. 유표(劉表)가 “벼슬을 마다하면 장차 무엇을 자손에게 물려주려는가?” 하고 묻자, 그는 대답하기를 “남들은 다 위태로운 것을 물려주지만 나만은 이렇게 안정된 것을 물려줄 것이오.” 하였다.《尙友錄 卷1》

[주D-002]소계(蘇季) : 소계자(蘇季子) 즉 소진(蘇秦)을 말한다. 전국 시대 사람으로 귀곡자(鬼谷子)에게 종횡설(縱橫說)을 익혔다. 처음 진(秦)의 혜왕(惠王)에게 유세했으나 써주지 않아 초라한 모습으로 집에 돌아오니, 식구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한다.《史記 卷69》

[주D-003]임화정(林和靖) : 송(宋) 나라 임포(林逋). 화정은 시호. 서화(書畫)에 능하고 시(詩)를 잘하였으며 서호(西湖) 고산(孤山)에 숨어 살며 공명에 뜻을 두지 않았다. 특히 그의 영매시(詠梅詩)는 걸작이어서 많은 사람의 입에 전송되었고, 평생 매화와 학을 좋아하여 소위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낭만으로 일생을 독신으로 보냈다.《宋史 卷457》



九之券

9. 권(券)


歲戊子月之臘日戊申。觀齋賣輪回梅券文。

右文。效林和靖鬻梅事。輪回梅。凡參本。揷大小拾玖瓣者。折桃爲枝。煮蠟爲蕾。剪獐爲蕊。

每瓣折壹文式。餌觀齋錢。合拾玖文了。幷付賣花牘壹度。日中交易事。


무자년 섣달 무신일에 관재에게 윤회매를 판 권문(券文)


“이 문서는 임 화정이 매화 팔던 일을 본받은 것임. 윤회매가 모두 3그루에 크고 작은 19개의 꽃송이를 꽂았고, 복숭아나무를 꺾어 가지를 만들고 밀랍을 녹여 꽃봉오리를 만들었으며 노루털을 베어 꽃술을 만들었음.


꽃송이 하나에 1문씩 매겨 관재의 돈 도합 19문을 받고 꽃 판 문서 한 통까지 붙여 한낮에 바꾸었음.



若枝不如枝。花不如花。蕊不如蕊。

牀上不輝。燭下不踈。

伴琴不奇。入詩不韻。

有一於此。齊告社中。永杜買花事。


만약 가지가 가지답지 않거나 꽃이 꽃답지 않거나 꽃술이 꽃술답지 않거나,

상(牀) 위에 올려놓아도 운치가 없거나 촛불 밑에서 매화의 성긴 그림자가 생기지 않거나

거문고를 탈 만한 흥을 돋우지 않거나 시(詩)의 운율을 도울 수가 없다는 등,

이 중 한 가지라도 그런 것이 있으면 모임[社]에 죽 알려 영원히 꽃을 사지 못하게 할 것임.


梅主。薄遊館主人。

證。炯齋。

泠菴。

筆。楚亭。

매주(梅主) 박유관 주인(薄遊館主人)

증인 형재(炯齋)

영암(泠菴)

글쓴이 초정(楚亭)



十之事

10. 사(事)


余十七八歲。靜居三湖之水明亭。凡三年鑄梅。取影書燈。素無適俗之韻。粗有寓心之樂。

春雨初來。百鳥變鳴。岩氷潤釋。赭苔圓暈。

揷梅其罅。徊徨籬落。延頸遠望。剩瓣孤明。頓然有林逋氏想。


내가 17~18세였을 때 삼호(三湖)의 수명정(水明亭)에서 조용히 지내면서 무릇 3년 동안 매화를 주조하여 독서하는 등불에 비치는 그림자를 취하였으니, 세속과는 어울리지 않는 운치이나 다소 마음붙일 즐거움이 되었다.

봄비가 처음 내리고 모든 새들의 울음소리가 바뀌며 바위에 얼음이 녹고 붉은 이끼가 둥그렇게 무리질 때,

그 틈에다 매화를 꽂고 울타리 가를 맴돌면서 목을 늘어뜨리고 멀리 바라보노라면, 소담한 꽃송이가 외롭게 피어 있어 불현듯 임포(林逋)의 시상(詩想)이 일었다.


武陵氏遊戱三昧。方其爲梅。穹然擁罏。

範蠟剪毛。眼炯手飛。指使童子。旁若無人。

就照客眼。誇耀舖張。視若大事。然境遷事殊。寂然相忘。如棄土梗。

若貽玩物之譏。豈眞知武陵者也。


柳泠菴與余同宿暗室中。口授其法。犂然曉達。

後遂爲花。造詣妙境。嘗欲字其楣。爲蠟梅館。


무릉씨(武陵氏)는 삼매경(三昧境)을 헤매다가도, 매화를 만들기 시작하면 퍼뜩 정신차려 화로를 끼고 앉는다. 밀랍을 본뜨고 털을 자를 때는 눈이 빛나고 손은 나는 듯하였으며, 동자(童子)를 마구잡이로 부렸다.

손님의 눈앞에 내놓고 자랑삼아 과장할 때는 큰 일이나 되는 듯이 하지만, 잠시 뒤에 경계가 바뀌고 일이 달라지면, 마치 천한 흙인형을 버리듯 잊어버리니,

만약 그에게 완물(玩物)한다는 기롱을 한다면 어찌 참으로 무릉씨를 아는 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영암(泠菴) 유득공(柳得恭)이 나와 암실(暗室) 속에서 함께 자면서 말로만 그 법을 배워 어슴푸레 알았다가, 뒤에 드디어 꽃을 만들어 묘경(妙境)까지 이르렀고, 자기 문지방에 ‘납매관(蠟梅館)’이라 써 붙이려고까지 하였다.




[附] 詩


炯菴


品字分明映縹緗。堪餐秀色借書香。指頭春氣氤氳活。花史新增鑄蠟方。

膽甁安揷賽明玕。膩粉暄姸破嫰寒。一寸樓臺金翼使。猜疑不復蜜脾看。

蠭衙夙結轉輪緣。現了雙雙姊妹聯。若使眞花開着眼。澄鮮一氣肖孫憐。

過去魂憑現在生。還枝宛憶百花精。主人情較孤山士。磬口如聞細喚卿。

跗紙蕊毛劇費神。誤來偸眼雀應嗔。何人瀟瀟堪相偶。云有梅仙字子眞。

蠟啼金谷怨齊奴。爨盡輕明雪樣膚。試看如花樓下墜。綠珠寃債報凡夫。

新嵌蠟瓣素伶俜。駁蘚査交女字靑。龕灑銀泥鋪月地。玲瓏幻境影翻形。

沽梅那必直交爭。一 * 相當十許英。痛飮伊今緣手辦。長爲花賈亦芳名。

[時爾雅宕主人金逸如思羲。以名醞一壺。買一枝。 ]

* 木 + 盇(덮을 합)



형암(炯庵)


품자001]도 분명하게 비추는 표상002]이여 / 品字分明映縹緗

먹음직한 좋은 색에 서향까지 곁들였네 / 堪餐秀色借書香

손 끝에서 나온 봄 기운 청화하게 무르익어 / 指頭春氣氤氳活

화사에는 밀랍으로 만든 꽃이 또 하나 늘었네 / 花史新增鑄蠟方


호리병에 꽂아두고 대나무와 겨뤄보았더니 / 膽甁安揷賽明玕

곱고 아름다운 모습 따스하여 첫 추위를 잊게 하네 / 膩粉暄姸破嫩寒

조그마한 누대 위에 금익사003]가 날아와 / 一寸樓臺金翌使

갸웃거리며 다시는 밀비로 보아주지 않네 / 猜疑不復蜜脾看


일찍이 벌 동네서 윤회의 인연 맺더니 / 蜂衙夙結轉輪緣

지금 와선 쌍쌍이 자매송이로 피어 있네 / 現了雙雙姊妹聯

만약에 진짜 꽃이 피어서 본다면 / 若使眞花開着眼

해맑은 같은 기상에 손자인 양 예뻐하리 / 澄鮮一氣肖孫憐


전생의 넋이 와서 이생을 의지하고 / 過去魂憑現在生

가지에 다시 피니 백화 정기 완연하네 / 還枝宛憶百花精

주인의 정취가 고산사와 같다던가 / 主人情較孤山士

경구004]에서 가만히 자네라고 부르는 듯 / 磬口如聞細喚卿


종이 껍질 털 꽃술 얼마나 정성들였던가 / 跗紙蕊毛劇費神

참새도 잘못 보고 속았다고 투덜대리 / 誤來偸眼雀應嗔

소소한 저 모습을 어느 누가 짝을 할까 / 何人瀟瀟堪相偶

매선005]으로 그의 자가 자진인 자 있다 하네 / 云有梅仙字子眞


금곡006]에서 밀랍이 울며 제노007]를 원망했네 / 蠟啼金谷怨齊奴

경명하고 눈빛 같은 살을 다 태우다니 / 爨盡輕明雪樣膚

꽃처럼 누대 아래 떨어지는 저걸 보소 / 試看如花樓下墜

녹주008]의 원한의 빚 범부에게 갚는 걸까 / 綠珠冤債報凡夫


새로 만든 밀랍 꽃잎 원래는 초라해도 / 新嵌蠟瓣素伶俜

이끼 섞고 밑둥 대니 여자009]가 푸르러라 / 駁蘚査交女字靑

은물을 담아 뿌려 하늘 가에다 펴놓은 듯 / 龕灑銀泥鋪月地

영롱한 환상 세계 탈바꿈을 했네그려 / 玲瓏幻境影飜形


매화 살 때 어찌 꼭 값을 다툴 건가 / 沽梅那必直交爭

술 한 동이이면 꽃 열 송이 줌직한데 / 一榼相當十許英

지금 마신 이 좋은 술 손으로 번 것이니 / 痛飮伊今緣手辦

꽃장수 오래함도 방명이 될 법하네 / 長爲花賈亦芳名


[그때 이아탕(爾雅宕) 주인 일여(逸如) 김사희(金思羲)가 좋은 술 한 병을 가져와서 꽃 한 가지를 사갔다.]



泠齋


膽甁新揷數枝蔫。月落參橫是後天。舊蠭掠過嚶嚶詔。一時低瓣悟泠然。

藐姑春色返仙家。靜護氷姿隔絳紗。韻歇香消糠粃在。敢言陶鑄是重華。

蠟花姸凈媚餘春。英石輕盈恐未眞。漢武林逋癡絶想。梅夫人比李夫人。

燭淚成堆芳夜長。倒珊瑚凍萬條黃。王家子弟無才思。不鑄梅花鑄鳳凰。

玲瓏合喚水晶人。現在身憑過去春。眞蠟回回何隨有。多生願結往生因。


영재(泠齋)


호리병에 새로 꽂은 두어 가지 시든 꽃 / 膽甁新揷數枝蔫

삼횡010]에 달이 지니 그것이 후천일레 / 月落參橫是後天

옛 벌이 채가려고 앵앵거리며 왔다가는 / 舊蜂掠過嚶嚶詔

잠깐 앉은 꽃잎에서 쓸쓸함을 느꼈다네 / 一時低瓣悟泠然


막고야산011] 봄빛이 선가로 가버리니 / 藐姑春色返仙家

빙자 간직하려고 붉은 비단 막았네 / 靜護氷姿隔絳紗

운치 끊겨 향기 없고 껍데기만 남았는데 / 韻歇香消糠粃在

그렇고도 중화012]의 도주라고 할 것인가 / 敢言陶鑄是重華


납화는 소담하여 남은 춘색 자랑하고 / 蠟花姸淨媚餘春

영석013]은 날씬해도 아마 진짜 아니로세 / 英石輕盈恐未眞

한 무제와 임포가 생각 없이 어리석어 / 漢武林逋癡絶想

매 부인014]과 이 부인015]을 똑같이 그렸다네 / 梅夫人比李夫人


촉루는 무더기를 이루고 방야는 긴데 / 燭淚成堆芳夜長

거꾸로 된 언 산호가 만 가지나 누르러라 / 倒珊瑚凍萬條黃

왕가의 자제는 재사가 없는 걸까 / 王家子弟無才思

매화는 주조 않고 봉황만 주조했네 / 不鑄梅花鑄鳳凰


영롱하기 수정인이라 불러야 마땅하리 / 玲瓏合喚水晶人

지금 있는 저 몸에 지나간 봄 서려 있네 / 現在身憑過去春

진짜 밀랍 둘레둘레 여기저기 있는 것은 / 眞蠟回回何隨有

오래 살며 저승 인연 맺기를 원해서라네 / 多生願結往生因



楚亭


其名爲蠭出蠭龕。五行難分強屬甘。氷雪A膚從革性。至今香國度身三。

靑跗拆似小棠兒。五出橫翻半荳皮。手勢偏於燈下巧。黏來黏去煖堪資。

目擊生花釀蠟時。旋看梅發 B 騰枝。風輪幻化從渠覺  不信它生我是誰。

蠭之未採我如斯。展轉中間了不知。記取東園香樹裡。某年月日遇風時。

有影無香迹似疑。披帷愼勿逼看之。時時有客哦然笑。趣絶從前不笑時。

纔言似處卽非天。到此眞花倒索然。想得孿生兄弟意。緣渠肖我倍相憐。

A : 月+ 已

B : 倐(갑자기 숙) 아래 + 心


초정(楚亭)


그 이름 벌이라 벌통에서 나왔다네 / 其名爲蜂出蜂龕

오행 분간 어려워 억지로 단맛에다 붙이었네 / 五行難分强屬甘

빙설 같은 살결에다 쇠붙이 성질인데 / 氷雪肌膚從革性

지금까지 향국016]에서 몸을 세 번 바꾸었네 / 至今香國度身三


벌어진 푸른 껍질 해당화 비슷한데 / 靑跗拆似小棠兒

다섯 꽃잎 가로 펴져 반도막 두피 같네 / 五出橫飜半荳皮

등불 아래 손놀림이 유난히 정교해 / 手勢偏於燈下巧

붙이고 또 붙이고 따사로움 이용하네 / 黏來黏去煖堪資


눈으로 생화 보고 밀랍 빚어 반죽하니 / 目擊生花釀蠟時

금방 새 매화 피어 가지에 매달렸네 / 旋看梅發倏騰枝

풍륜017]의 조화 저를 보고 알았노라 / 風輪幻化從渠覺

전생을 믿지 않는다면 나는 그럼 누구던가 / 不信它生我是誰


벌이 채취하기 전엔 나도 저러하였건만 / 蜂之未採我如斯

중간에 뒤바뀐 일 까마득히 모르겠네 / 展轉中間了不知

아는 것은 동원의 향기로운 나무 속에 / 記取東園香樹裏

어느 해 어느 날 바람 불던 때뿐일세 / 某年月日遇風時


향기 없는 저 그림자 자취가 의심쩍네 / 有影無香迹似疑

한사코 휘장 열고 가까일랑 보지 말게 / 披帷愼勿逼看之

때때로 길손들이 아연히 웃지마는 / 時時有客哦然笑

그 웃음 있기 전의 풍치가 더 좋다네 / 趣絶從前不笑時


근사하다 하는 그것 바로 제것 아니어라 / 纔言似處卽非天

그렇고 보니 진짜 꽃이 도리어 삭연하네 / 到此眞花倒索然

쌍둥이로 생겼더라면 그 얼마나 좋으랴만 / 想得孿生兄弟意

나를 닮은 저 때문에 연민의 정 배나 나네 / 緣渠肖我倍相憐



[주D-001]품자(品字) : 모양을 나타내는 글자로서 꽃 한 송이에 세 열매가 맺는 것을 품자매(品字梅)라 한다.

[주D-002]표상(縹緗) : 색을 말함. 비단 색이 청백색(靑白色)인 것이 표(縹), 옅은 황색이 상(緗)이다.

[주D-003]금익사(金翼使) : 벌의 별명.

[주D-004]경구 : 납매(蠟梅)의 좋은 것. 경구매(磬口梅).

[주D-005]매선(梅仙) : 한(漢)의 매복(梅福)으로 그의 자(字)가 자진(子眞)이다.

[주D-006]금곡(金谷) : 진(晉)의 석숭(石崇)이 별장을 두었던 곳. 밀로 땔감을 하였다고 한다.

[주D-007]제노(齊奴) : 석숭의 어렸을 때 이름.

[주D-008]녹주(綠珠) : 석숭의 애첩. 석숭이 무사에게 끌려가자, 누대 아래로 투신 자살하였다.

[주D-009]여자(女字) : 삽화(揷花) 가지 이름의 일종이다.

[주D-010]삼횡(參橫) : 삼성(參星)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가을철을 말한다.

[주D-011]막고야산(藐姑射山) : 신선이 산다고 하는 산.《莊子 逍遙遊》

[주D-012]중화(重華) : 순(舜)의 호. 제위에 오르기 전 바닷가에서 질그릇을 구웠다고 한다.

[주D-013]영석(英石) : 중국 광동성(廣東省) 영덕현(英德縣)에서 나는 괴석으로 정원과 방안을 꾸미는 데 쓴다.

[주D-014]매 부인(梅夫人) : 임포가 일생을 처자 없이 보내면서 매화를 자기 아내라고 한 데서 온 말.

[주D-015]이 부인(李夫人) : 한(漢)의 이연년(李延年)의 누이동생. 무제(武帝)의 총애를 받다가 일찍 죽자, 무제는 그녀의 화상을 감천궁(甘泉宮)에 그려 두고 사모해 마지않았다.

[주D-016]향국(香國) : 꽃 나라.

[주D-017]풍륜(風輪) :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삼륜(三輪)의 하나로 이 세상을 붙들어 받치고 있는 삼륜 중 맨 밑에 있는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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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종합 DB 의 원문과 해역을 문단에 맞게 정리하였습니다.


http://db.itkc.or.kr/index.jsp?bizName=MK








오늘 국악방송에서 보고 웹서핑하다가 흘러들어와서 득템하고 갑니다. 내용 전문이 실려 있어, 일단 링크 담아 두었다가 나중에 시간 내서 찬찬히 정독해 봐야겠네요. 사진도 밝혀 두신 출처 링크 걸어서 제 블로그 포스트에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