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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울프 2018. 10. 16. 15:33

♣ 오산(鰲山, 531m)


동편제의 고장 구례의 너른 들판 한 귀퉁이에 자리한 야트막한 산으로

자라모양을 하고 있어 오산(鰲山, 531m)이라고 불리우며 높이는 531m.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도 1시간 내외에 불과하지만

산꼭대기 고스락은 분수처럼 비밀을 내뿜는 화수분 같은 산이다.




오산 사성암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구례들판.

문척면 나들목인 신·구 문척교와 그 아래로 넉넉하게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지리산 북서쪽 자락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하나는 넋을 빼앗는 조망의 즐거움이다.

'산에 들면 산을 모르고 산을 벗어나면 그 산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산에 오르면 바로 헌걸찬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론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이 뚜렷하고 멀리 명선, 촛대봉이 아련하다.

동쪽으론 문수리가 아스라이 펼쳐지며

그 오른쪽으로 왕시루봉과 황장산이 능파를 이루며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리산 최고 전망대인 셈.


두번째 비밀 역시 풍광의 아름다움이다.

실핏줄 같은 개울 물을 모아 남도의 이산 저산의 뭉툭한 허리를 감돌며

굽이치는 섬진강이 가장 찬란한 빛으로 흐른다.

지리산 어떤 전망대도 오산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비경을 따라잡기 힘들 듯 싶다.


세번째 비밀은 오산의 보석 사성암의 전설로 시작된다.

깎아지른 벼랑에 제비 집처럼 붙여 지은 사성암은

582년 연기조사가 세운 이래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4대 성인이 수도를 했다는 곳이다.

사성암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절 주변 곳곳에 성인들의 흔적이 전설 혹은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시간이 있다면 고려 때 새겨진 마애불도 둘러볼 만하다.


마지막 비밀은 사성암 주변 수직바위 군.

오산십이대라 불리는 이 바위들은 갖가지 전설과 기기묘묘한 형태로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산행은 코스가 짧은 원점회귀 형으로

기점인 각금마을과 종점인 마고마을 사이의 거리는 1.5㎞.

각금마을 오산입구에서 시작해

사성암∼정상∼자래봉∼마당재∼매봉∼헬기장∼안부사거리를 거쳐 마고마을로 내려온다.
산행시간은 사성암 답사 1시간을 포함해 4시간 가량.

하산 지점 몇 곳만 주의하면 비교적 평탄하게 코스를 이어갈 수 있다.

암릉과 호젓한 융단길이 교대로 이어지는 것도 이번 산행의 묘미

군데군데 탈출로도 잘 나와 있어 가족과 함께 나서도 별 무리가 없다.



들머리는 구례에서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신·구 문척교를 지나면서 나타난다.

진행방향 정면으로 바라다보이는 오산을 기준삼아

오른쪽으로 2㎞쯤 가면 2차선 아스팔트 길 왼쪽으로 열려있다.

그 길을 150m쯤 오르면 오른쪽으로 본격적인 등로가 시작된다.

등로 중간중간 너덜겅을 만나고 캐런과도 조우한다. 정상까지는 약 50분.

경사가 조금 급하지만 지그재그 식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 않다.


정상은 사성암을 돌아나와 패러 활공장 왼쪽 끝머리 방송중계시설 옆으로 에둘러간다.

식수는 사성암 약사전 아래 샘터에서 필히 준비할 것.

정상엔 경방원 초소와 다 허물어진 벽돌집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정상에서 눈여겨볼 것은 남쪽방향 자래봉 지능선위에 우뚝 솟은 선바위다.

우렁찬 모습은 멀리서 봐도 장관이지만 가까이 보면 더욱 황홀경이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등로는 아기자기한 암릉길.

특히 이곳은 섬진강 조망의 백미로 꼽힌다. 바로 2개의 섬진강을 볼 수 있기 때문.

능선 왼쪽은 남행 섬진. 오른쪽은 북행 섬진. 좌우 번갈아 감상하는 맛이 오롯하다.

이런 현상은 유턴하는 섬진강의 꼭지점에 오산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정상에서 자래봉(524m)까지 약 30분.

봉우리라는 별다른 표식도 없지만 조망도 생각만큼 시원하지 않다.

하지만 자래봉을 벗어나면 조망도 제법 시원하게 뚫린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 지리산이 한결 또렷하고 섬진강도 굽이굽이 속살을 드러낸다.

탈출로가 있는 마당재를 지나면 마고실 사람들이 매봉이라 부르는 567m봉이 나온다.

자래봉에서 매봉까지 약 45분 소요.

이 구간이 오산 코스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등로는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직진 방향은 매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이고 오른쪽 길은 매봉을 사면으로 돌아 트래버스하는 길이다.

특유의 노란 리본에 '진행하지 말 것'이라고 써 놓았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매봉을 올라도 무방하다.

매봉 역시 사위가 튀어져 있어 멋진 조망을 자랑한다.

곧장 진행해도 별 무리는 없지만 시간상 부담이 된다.

매봉에서 갈래길로 다시 내려오면 바로 하산길.

오른쪽 길을 택해 5분쯤 트래버스하면 헬기장을 지나 안부사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직진 방향은 마고와 동해마을을 가른 능선길이고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왼쪽 길은 둥주리봉으로 이어지는 종줏길이다.

능선길은 오랫동안 묵은 탓인지 중간에서 자주 끊긴다.

가지 말라는 표식으로 썩은 나무를 엑스자형으로 걸쳐 놓았다.


하산은 오른쪽 마고마을을 내려다보며 계곡으로 떨어지면 된다.

10분쯤 급경사로 내려오면 자갈이 깔린 산판길과 만난다.

아름드리 적송과 함께 산판길을 돌고돌아 내려오면 산행종점인 마고마을이

섬진강을 배경으로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3월28일(토) 지리산 산수유 마을 축제 여행 & 오산 사성암 등산 


▶ 구례 오산(530.8m)  [월간 산 글 민병준 르포라이터]
섬진강과 지리산을 한눈에 담는 조망 일품
각금~사성암~정상~샘터~구름재 2시간30분 소요

사성암 덕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구례 오산은

비록 높이가 해발 500m 조금 넘지만, 구례 들판을 휘돌아가는 섬진강과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조망이 아주 빼어난 산이다.

또한 경사는 조금 있으나 산길이 지그재그로 잘 나있고 위험하거나 길 잃을 구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산행시간도 길게 잡아야 3시간 이내로 짧아

유치원생이 낀 가족산행지로도 아주 적합하다.

매화와 산수유가 꽃을 피우는 봄날에 가족과 함게 찾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황홀한 산이다.


가장 인기 있는 들머리는 각금 마을

풍수에선 오산이 '섬진강 물을 마시는 자라 형국' 이라 한다.

그래서 자라 오(鰲) 자를 쓴 오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성암의 기록에 의하면 이 산이 금자라 형국이라 해서 금오산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오산 산행기점은 세 곳이다.

그중 가장 인기 있는 들머리는 오산 서북쪽의 죽마리 각금 마을.

사성암으로 오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면서 산길도 험하지 않아

구례 주민들을 비롯한 일반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이 코스로 정상에 오른 뒤 올라온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오산 북쪽의 구름재 역시 사성암이 멀지 않고 산길도 부드럽지만,

들머리인 도로변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탓인지 각금마을 기점보다는 등산객이 적은 편이다.

문척면사무소에서 시작하는 산길도 있으나

동북쪽에서 에돌아 오르기 때문인지 인적이 없는 편이다.

각금 마을로 접근하려면 일단 19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구례 읍내로 들어서야 한다.

구례읍에서 '사성암' 이정표를 따라 섬진강에 걸린 문척교를 건넌다.

여기서 800m 정도 더 간 다음 만나는 구름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1.5km 정도 달리면 각금마을이다.
도농상설체험장이 있는 왼쪽 길가에 등산객들을 위한 소형 주차장을 닦아 놓았다.

만약, 광양 매화축제에 참가한 다음에 오산으로 접근하려면

19번 국도나 861번 지방도를 타고 구례 방면으로 달리면 된다.

매화마을에서 승용차로 40~50분 정도 소요.




오산 주차장에서 아스팔트 포장길을 따라 남쪽으로 20m 정도 올라가면

'오산 등산로'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등산로 초입의 400~500m 정도는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날 수 있는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길 양쪽으로 밤나무밭을 끼고 10분쯤 걸으면 본격 흙길이 시작된다.

산길로 들어서면 곧 300m 정도 길게 이어진 너덜지대가 나온다.

조금 가파르지만 잘 다져진 산길은 너덜지대를 갈짓자로 이어지기 때문에

코흘리개 어린이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너덜지대라 산 아래 구례쪽 섬진강 조망이 좋고, 누가 쌓았는지 크고 작은 돌탑들이 반갑다.

구례군에서 지정한 '칡넝쿨 존치지역' 임을 알리는 팻말도 보인다.

10여 분만에 너덜지대가 끝나면 산길은 참나무숲으로 이어진다.

평탄한 숲길을 얼마쯤 걸으면 사성암이 살짝 보이면서

급하게 휘돌아가는 콘크리트 포장길과 만난다.

이 포장길은 각금 마을에서 섬진강을 따라 1km 정도 거슬러 올라간

죽마리 서마지기골에서 진입하는 찻길이다.

산행목적이 아니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는 이 찻길을 이용해 사성암까지 올라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오산 정상까지는 500m. 10여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사성암은 들렀다 가야 한다.

갈림길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50m 정도 오르면

가파른 바위벽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사성암에 닿는다.

들머리인 각금 마을에서 사성암까지는 50분 정도 걸린다.

사성암은 연기조사가 544년(백제 성왕 22)에 화엄사를 창건하고,

그 이듬해 건립한 암자라 전한다.

이후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네 고승이 수도한 암자라 하여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성인들이 이 자리에 온 까닭은 참선하기 좋은 명당이기 때문이다.

눈 밝지 않은 이들도 이곳에 오르면 감탄사를 연발한 정도로 조망이 좋다.

곡성을 지나온 섬진강이 오산 아랫도리를 크게 S자로 휘돌아 오르고,

구례 들판 너머로 펼쳐진 지리산 조망이 아주 일품이다.

사성암 주차장 오른편 바위벽에 세운 전각 안엔

원효가 손톱으로 바위에 그렸다는 마애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다.

오른손은 가슴 위에 있고 왼손은 가슴 아래에 대어 찻잔을 받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9세기 말에서 10세기 초 사이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원을 잘 들어주는 마애불이라는 소문답게 삼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성암 주위의 기암괴석을 특별히 '오산 12대' 라고 부른다.

사람이 쉬어갈 수 있도록 평평한 쉬열대, 거센 바람 불어대는 풍월대,

화엄사를 향하여 절하는 자리의 배석대, 향을 피워 놓은 향로대,

진각국사가 참선했다는 좌선대와 우선대, 석양을 감상하기 좋은 낙조대,

병풍을 펼쳐놓은 듯한 병풍대, 선녀가 비단을 짠 신선대, 하늘을 향하는 양천대,

연기조사가 마애불로 화했다는 아미타불 닮은 관음대,

크고 붉은 색을 띤 괘불대가 그것이다.


모두 빼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그래서 사성암이 새둥지처럼 자그마한 암자임에도 암벽 사잇길을 오르내리며

섬진강과 지리산 조망을 즐기다 보면 20~30분은 금방 지나간다.


사성암 경내에서 직접 오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없다.

올라오는 길에 지났던 콘크리트 포장길 갈림길까지 3분쯤 다시 내려가야 하지만,

사성암 해우소 앞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이용하면

활공장으로 직접 이어져 시간을 5분 정도 절약할 수 있다.
활공장 한쪽엔 '정상 350m, 동해 4.8km, 약수터 30m, 면소재지 2.5km' 임을 알리는 이장표가 서있다.

이정표에서 정상을 향한 숲길로 들어서자마자 약수터가 보인다.

여기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의 내리막길은 구름재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는 오르막길은 사성암 뒤쪽의 바위를 지나 정상으로 이어진다.

눈이 잔뜩 쌓인 산길을 조심스레 5분쯤 오르면 정상이다.

널직한 터가 있는 정상엔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흰눈 덮인 묘 한 기가 외롭다.

정상 조망을 즐기려면 묘지 뒤쪽의 바위에 오르면 된다.


3월 중순엔 매화와 산수유꽃이 활짝 몸을 풀기 시작한 섬진강 주변으로

구례 들판이 널따랗고, 그 너머로는 왼쪽부터 노고단, 반야봉, 왕시루봉이 우뚝하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있다.


2월 중순은 겨울의 끝이라 들판이 칙칙하지만,

3월이 되면 보리밭이 푸릇해지고 여기저기 매화와 산수유꽃이 피어나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낼 테니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오산에 대하여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한다고 한다.

'오산을 오르지 않으면 후회하고 두번 다시 가지 않아도 후회한다'.

여기에 와서 보면 이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구름재로 가기 위해서는 조금 전에 지나온 활공장 옆의 약수터까지 되돌아가야 한다.

약수터 갈림길에서 동북쪽의 산길로 내려가면 짧은 너덜과 아름드리 소나무 우거진 숲도 지난다.

오산에 올랐던 이들은 대부분 각금마을로 내려가기 때문인 듯 이쪽 산길은 매우 호젓하다.


정상에서 10~20분 내려와 묘를 지나면 산길은 왼쪽으로 꺾이며 밤나무밭이 나타난다.

시야도 트여 산 아래로는 문척면 소재지 가옥들이 내려다보인다.

밤나무밭 사이의 널따란 비포장길을 따라 10분쯤 내려가다 보면

예비군훈련소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부터는 콘크리트 포장길이다.

평탄한 길 좌우로는 밭이 펼쳐졌고, 묘지도 제법 눈에 많이 띈다.

길가에 매화나무도 몇 그루 보였는데, 이미 물이 잔뜩 올라온 듯 가지 끝은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이렇게 설렁설렁 500m 정도 내려가면 구름재 삼거리인 아스팔트 포장길을 만난다.

여기가 구름재 코스 종점이다.


정상에서 구름재까지는 40~50분 정도 걸린다.

산행은 여기서 끝나지만 차를 각금 마을에 대놓았다면 아스팔트길을 따라 1.5km 정도 걸어야 한다.




▶ 오산은 조금 가파르지만 산길은 위험한 곳이 없어 유치원생 아이들도 걸을 수 있다.

오산 서북쪽에서 올라 정상을 거쳐 북쪽으로 내려오는

각금~(50분)~사성암~(10분)~정상~(10분)~샘터~동북릉~(40분)~구름재 코스는

쉬는 시간까지 포함한 산행시간이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사성암과 정상에서의 조망을 실컷 즐겨도 총 3시간이면 느긋하다.


○ 각금마을 오산입구에서 시작해 사성암 - 정상 - 자래봉 - 마당재 - 매봉 - 헬기장 - 안부사거리

- 마고마을(사성암 답사 1시간 포함 4시간 소요)

각금마을 - 밤나무단지 - 사성암 - 정상 - 자래봉 - 마당재 - 571봉 - (둥주리봉) - 마고마을(4시간)




소재지 : 전라남도 구례군 문척면

산높이 : 531.0m


지리산을 마주하고 있는 해발 531m의 호릿한 산으로 자라 모양을 하고 있으며,

높지도 험하지도 않고 비경이 많아 가족동반이나 단체소풍 코스로 사랑을 받아왔으며,

죽연마을에서부터 지그재그로 산길을 돌아오다 보면 발 아래 감도는 섬진강 물에 눈이 부시고

더 높이 오르면 지리산 줄기를 배경으로 한 구례 일대의 전경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정상에는 서기 582년 연기조사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암자가 있는데

원효, 도선, 진각, 의상대사 등 네 성신이 수도를 하였다하여 사성암이라 불리워지고 있으며,

이 사성암을 중심으로 풍월대, 망풍대, 배석대, 낙조대, 신선대 등 12 비경이 일품이다.


곡성땅을 관통해 흐르면서 남동쪽으로 향하던 섬진강 물줄기를 북진시키는 오산은

자라가 섬진강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라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고도 하고

정상의 벼랑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도 한다.

정상까지 걸리는 시간도 1시간 내외에 불과하지만

산꼭대기 고스락은 분수처럼 비밀을 내뿜는 화수분 같은 산이다.


오산 사성암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구례들판.

문척면 나들목인 신·구 문척교와 그 아래로 넉넉하게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오며

지리산 북서쪽 자락도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하나는 넋을 빼앗는 조망의 즐거움이다.


'산에 들면 산을 모르고 산을 벗어나면 그 산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오산에 오르면 바로 헌걸찬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동쪽으론 노고단, 반야봉, 삼도봉이 뚜렷하고 멀리 명선, 촛대봉이 아련하다.

동쪽으론 문수리가 아스라이 펼쳐지며 그 오른쪽으로 왕시루봉과 황장산이 능파를 이루며 달리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지리산 최고 전망대인 셈이다.


두번째 비밀 역시 풍광의 아름다움이다.

실핏줄 같은 개울 물을 모아 남도의 이산 저산의 뭉툭한 허리를 감돌며

굽이치는 섬진강이 가장 찬란한 빛으로 흐른다.

지리산 어떤 전망대도 오산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의 비경을 따라잡기 힘들 듯 싶다.


세번째 비밀은 오산의 보석 사성암의 전설로 시작된다.

깎아지른 벼랑에 제비 집처럼 붙여 지은 사성암은

582년 연기조사가 세운 이래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4대 성인이 수도를 했다는 곳이다.

사성암이란 이름도 여기서 유래했다.

절 주변 곳곳에 성인들의 흔적이 전설 혹은 설화로 전해 내려온다.

시간이 있다면 고려 때 새겨진 마애불도 둘러볼 만하다.

마지막 비밀은 사성암 주변 수직바위 군.

오산십이대라 불리는 이 바위들은 갖가지 전설과 기기묘묘한 형태로 탐방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3월이 되면 보리밭이 푸릇해지고

여기저기 매화와 산수유꽃이 피어나 한 폭의 산수화를 그려낸다.



명승 111호로 지정된 사성암(四聖庵)


가을은 복면가왕이다. 가을은 단풍과 황금빛 들판으로 자기 얼굴을 가린다.

그 망막에 그려지는 상을 따라 가면 거기에 몰입이 있다. 그러므로 가을은 늪이고 수렁이다.

그 아름다운 구례들과 지리산의 영봉들이 구름을 이고 있는 원경의 늪에 풍덩하는, 사성암 초입에서

나는 허우적거린다. 그것은 마치 수영하다가 마비가 와 수중으로 가라앉는 느낌과 비슷했다.

사성암은 오산 꼭대기에 깎아지른 듯 아름다운 절벽 위에 지어졌고,

큰 세발 기둥이 받치고 있어 사진으로 본 금강산 보덕암과 흡사하다.

무언가 아슬아슬하면서 아름답다.

곧 넘어질 것 같고,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광경에서 팽창하는 긴장감을 느낀다.

건축의 구조미란 이런 것인가 보다. 아찔한 풍경의 구도에 아름다움이 더 피어난다.

태고의 시간이 흐르는 큰 바위와 인간의 힘으로 지은 불당은 기막히게 어울려 신비하고 경이롭다.

게다가 가을이 공간을 채우면서 감정의 물꼬를 트이게 해 하염없이 흘러간다.



계단입구 ‘사성암, 육칠 계단 오르기 전 속세 마음 내려놓고 쉬엄쉬엄 올라가세.

삼분 찰나 정신일도, 삼배합장 마음공양, 지은공덕 영구하라’는 글에 이곳이 어떤 곳인가를 알아챈다.

가파르게 경사진 돌계단의 유별난 풍경을 딛고 오르면 귀목나무가 있다.

그 옆에 쉼터가 있고,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만든 좌석이 있다.

돌에 앉아 내려다보는 섬진강 줄기와 구례 들판이 절경이다. 환상의 뷰 포인트다.

가을 바람이 불어와 귀목의 잎이 흔들릴 때마다 하늘의 빛이 반사돼 무당의 하얀 이빨처럼 보인다.

신이 깃든다는 귀목나무, 안내판에는 그냥 귀목나무라는 글자만 있고,

그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얼마나 단순한가.

여기서 마음을 더욱 훌훌 털어 버리고, 약사유리광전으로 간다.


약사불이 계시는 큰 법당이다. 안에는 마애여래입상이 음각되어 있다.

20여m의 기암절벽에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선정에 들어

손가락으로 새겼다는 불가사의한 전설이 전해진다.

왼손에는 병든 중생을 고치려는 약병을 들고 있다.

그냥 암벽에 음각으로 새겼지만, 그 풍기는 신비한 분위기에서 전해지는 전설이

사실일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저렇게 중생을 위해 오로지 타인의 아픔을 없애는 것이 나의 아픔을 없애는 것이라고,

또 그렇게 하라고 암벽에 병을 치료하는 부처님까지 새겼지만 그게 잘 안 된다. 


지금은 별의별 약을 대량으로 생산한다.

그럼에도 사람의 병은 더 심해지고 종류도 많아지고,

어이없게도 자기를 살려주는 자연까지 중병을 들게 한다.

원효대사가 우리에게 먹여주는 약병은, 마음 고쳐 먹으라는 약병이다.

마음 고쳐, 자연으로 돌아간 마음으로, 자연과 우리 생명을 끈으로 이어 공생하라는 약병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몸에 병을 없애주는 약병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러한 착각이 사성암을 유명하게 알리는 광고 전광판이 되기도 한 것이지만.

유리광전 앞은 바로 허공이다. 그것은 아래에서 본 바와 같다.

창문에서 보면 허공이 아찔하다. 절벽에 한 움큼의 풀을 쥐고 매달려 있는 기분이다.

여기서 한 발을 더 내디디면 중력장에 의해 땅에 곤두박질하고 생명은 끝나게 된다.

그야말로 백척간두다.


그러나 중력장이 없다면 나는 죽음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날아가게 되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게 된다.

수도자가 목숨을 내려놓고 정진할 때 바른 깨달음을 얻듯이,

유리광전도 중력장을 부정하고 허공과 하나일 때 영원한 아름다움을 가진다.

탐욕이라는 중력장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원효대사가 자비로운 약병을 부어 주신다.

그 약을 얻어먹고 착각에서 벗어난 사람들의 눈에 사성암은 영원한 극락으로 남아있게 된다.

시간을 잡아두고 역사에 그림이 되는, 영원한 건축이 유리광전이다.

장애가 없으면 어떻게 법열이 있겠는가. 아픔이 없으면 어떻게 즐거움이 있겠는가.

불교에서 우주는 장애고 아픔이다.

오로지 깨달음만이 그 장애와 아픔을 법열과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부처는 다름 아니고 깨달은 사람이다.

허공으로 더 나아갈 수 없는 장애에 아득해지며, 무애의 세계를 체험한다.

이러한 하염없이 떨어져 내리는 바닥 모르는 추락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알게 되고 거리낌 없는 자유를 순간순간 느낀다.

참으로 법열을 분출하는 감정의 발원지를 찾았다고나 할까.

여기서 나한전으로 간다.

길 양편에 대나무 숲이 묵화처럼 있고, 마치 화선지의 빈 공간에 드리우는 적요처럼

나한전은 이미 깊은 선정에 빠져 있어 그냥 발길을 돌린다.

낭떠러지를 따라 난 작은 길옆에 아름다운 화강암 암벽이 있다. 소원바위다.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을 꼭 들어준다는 크고 아름다운 바위는

석기시대의 유전인자를 가지고 우리의 소원을 들어줄 것 같았지만,

청동으로 만든 선전물과 돌로 다듬은 관음보살상은 미간을 찡그리게 한다.

노란하트의 종이에 소원을 적어 줄에 걸어 놓았다.

몇 개 읽어보니 건강, 돈, 취직, 사랑의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어느 한 장에 이렇게 쓰여 있다.

‘오빠 술 좀 안 먹게 해주세요.’ 오빠의 술 때문에 얼마나 골병이 들었으면 이런 소원을 적었을까.

술도 사실 몰입이다. 술과 마약, 그 외의 중독은 모두 외적인 몰입이다.

이러한 중독성의 몰입은 파괴적인 몰입이고, 마치 바닷물을 마시듯이 마실수록 더 목마른 갈증의 몰입이다. 갈증에 대한 몰입은 악순환이고, 갈등이고 분쟁이다.

우리는 이제 자기에게 있는 보물을 찾아가는 내적인 몰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내면은 외적인 것보다 더 크고 가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감추어져 있는 정신의 심층에 몰입할 때, 우리는 새로워지며 변화한다.

지장전도 보고, 삼면이 수려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왕전과 바로 옆의 도선굴도 탐방한다.

산왕은 산신령이다. 산왕은 육신의 왕이 아니고, 신령의 왕이다.

산왕은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잘 들어주신다고 한다.

부모의 자식사랑은 무조건적이다. 산왕은 세상 부모들의 전담의사인지 모른다.

이제 다시 길에 선다. 다른 전망대가 있어 멀리 구례들, 곡성들 아스라한 산 그리메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섬진강을 넋을 놓고 본다.

가을은 저 산야에 아름다움을 융단폭격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지나가는 소리에 현실로 돌아온다.

이제 오산 정상으로 걸어간다.

데크 계단을 지나고 산 오솔길을 걸어서 가을 바람에 마음을 펄럭이며 허청허청 걷는다.

오산 정상 팔각 정자 전망대에 도착한다. 사방팔방이 걸림이 없다.

헌걸찬 지리산의 영봉들, 종석대 노고단 왕시루봉 반야봉이 보이고, 문척면의 나들목인 신구 문척교,

몇 번이나 보았지만 눈 피로를 씻어주는 구례 곡성의 누런 들판, 보기만으로도 기분 좋고 즐거운 섬진강과

그에 대칭하는 가을 하늘의 푸른 질감과 각양각색의 하얀 구름을 보며 감탄하고 감동한다.

자라가 물을 마시는 형상을 한 오산,

중국 전설에 “자라가 등에 지고 다닌다는 바닷속의 큰 산”을 오산이라고 한다.

남도의 어떠한 전망대에서도 오산 정상에서 보는 일망무제의 비경을 따라잡기 어려울 것 같다.

저 멀리까지 뻗어간 둥주리봉 방향의 산줄기 물결인 능파를 따라가며 죽연 마을로 내려간다.

오늘 사성암 트레킹은 순수함(virgin)에 몰입한 시간이었다.

그 순수함이 우리 마음치료의 자연산 처방이었다.


글= 김찬일 시인 (대구 힐링 트레킹 회장)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죽연마을 - 사성암 들머리 - 귀목나무 쉼터 - 나한전 - 지장전 - 소원바위 - 산왕전(도선굴)

                     - 전망대 - 오산정상 전망대 - 죽연마을

▶문의: 전남 구례군 군청 (061) 782- 2014

▶내비 주소 : 전남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 산 4

▶주위 볼거리 : 운조루,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도림사, 화개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