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행사 방

又泉 김금자 2019. 1. 20. 08:20

2013년2월18일(월) 새 책 나왔습니다~~~

책소개

6년 만에 만나는 지리산 자락 박남준 시인의 산문집
한가하지 않은 어느 산중 시인의 일상을 엿보다


산골 외딴집에서 자연을 벗삼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인연을 그려낸 산문집이다. 텃밭에서 벌레를 잡고 꽃들에게 거름을 주며 나무를 쓰러뜨리는 자연 그대로의 삶이 저자에게는 즐거움 그 자체이다. 또한 그의 일상 이야기는 앞만 보고 달려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라는 반성의 기회도 함께 제공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까지 곁들여져 보는 재미와 읽는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가할 틈 없이 더불어 사는 자연 속 살림살이와 저자 주변의 친근한 이웃들 이야기, 자연을 해치는 탐욕스런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저자는 자연을 통해 세상의 이치와 순리를 배운다. 내가 곧 자연이기에, 사람들에 의해 파헤쳐져 병들어가는 자연을 보면서 저자는 마치 자신의 몸이 아픈 것처럼 함께 앓는다. 철새와 고라니, 강물 속 작은 물고기들을 걱정하고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잠을 설치기도 한다. 물질과 돈이 우선되는 사회적 풍토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열린 공동체를 꾸려 가는 시인의 아름다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저 : 박남준

1957년 전남 법성포에서 태어났으며,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1990) 『풀여치의 노래』(1992)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1995)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2000)와 산문집 『쓸쓸한 날의 여행』(1993)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1998) 『별의 안부를 묻는다』(2000) 『꽃이 진다 꽃이 핀다』(2002)『박남준 산방 일기』등이 있다. 전주시 예술가상, 거창 평화인권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차

1 어이 잠꾸러기
나무와 별빛과 | 사계절 집 단장 | 나무들이 재촉한다 | 발밑 조심 | 저 저 빛깔들 | 어이 잠꾸러기
바야흐로 꽃 잔치의 시간 | 뭔 말인지 알지 | 푸른 레시피 한 가지 |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매실장아찌와 딱새 | 모란을 아느냐 | 여름의 맛 | 산골 마을 피서법 | 생태는 무슨 생태, 생태탕이라면 몰라도
책 읽다 낮잠 한숨 | 가시연꽃에게서 배운다 | 가을이 깊어간다 | 시베리아 바이칼이 말을 건넸다
앙코르와트로 가는 길 | 풍경의 즐거움

 

2 꿈틀거려야지
‘장뻘’ 콩나물국밥집 아주머니 | 할아버지, 고맙습니다만 | 동네밴드 결성기 | 작곡 분투기
옷칠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쓴다 | 부드러운 강철을 위하여 | 나는 자꾸 소주병을 바로 세우려 애썼다
어깨동무 선배님 | 시베리아 랩소디를 위하여 | 흐르고 흘러간다 |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
꿈틀거려야지 | 봄날이 푸른 밥상을 | 꼭 한번은 책상을 박차고 | 그녀들의 시간이 궁금하다
비노바 바베가 물었다 | 신발과 나 | 차 삼매에 빠져서

 

3 자꾸 목에 걸린다
마음속에 향기로운 씨앗을 뿌린 사람들 | 연둣빛이 무섭다 | 허무맹랑하고 기괴한 존재 | 저 빗물에 씻겨 나갔으면
감자 캐는 날 감자를 먹일까 하다가 | 자꾸 목에 걸린다 | 세 가지 열무김치를 담가서 | ‘친절한 금자씨’ 공사
길 잃은 철새들은 어디로 가나 | 만물이 그 사람을 만나면 | 눈물을 머금은 자리마다 파릇파릇
평등하지 않다 | 고통을 봉인해서 휙 하고 | 생명의 강이어야 한다 | 할미꽃 순리 | 향기로운 찻잎처럼
내 몸은 강물이었네 | 길을 잃지 않았으니 | 미래에서 온 소식 | 가을 길 성찰 |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


책속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았었다. 누구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나무와 풀꽃과 작은 돌멩이와 냇가의 버들치가 시작에서 끝까지 한 점 흔들림 없이, 싫은 내색도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 시절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던가.
내 삶의 방식은 동물보다 식물의 삶에 가깝다. 많은 곳을 떠돌았다. 안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붙박인 나무의 삶을 배워보고 싶었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한 그루 나무, 나무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들의 보금자리와 향기로운 열매를 주고, 언젠가는 베어지고 쓰러져 누군가의 언 몸을 덥혀주고 싶었다.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비롯된다. 꽃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새와 나와, 별과 나와, 소나무와 나와, 숟가락과 나와의 만남과 헤어짐과 그 인연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시가 나왔다.
내 안의 나이며 내 밖의 나. 내 안에 봄과 겨울의 시간과 비바람의 날들이 있듯이 내 밖에 여름과 가을의 구름과 햇살과 꽃들, 새들의 노래가 있다. 자연으로부터 왔으며 자연으로 돌아간다. 거기 어찌 너와 나의 분별이 있겠는가. 내가 곧 자연이며 저 병들어가는 자연이 바로 나의 현재 모습이다. ---「나무와 별빛과」

 

겨우겨우 애써 내민 잎은 메뚜기들에게 뜯어 먹혀 여기저기 구멍이 뚫리고 보기 흉했지만 꽃을 피웠다. 아름답게 빛나는 것이란 저런 삶의 꿋꿋함일 것이다. 보랏빛 꽃잎과 흰 속살이 슬쩍 내보이는 가시연꽃을 보며 하루해가 저물었다.
가시연꽃에게서 배운다. 그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라기보다는 나는 본디 이러하니 이런 대접을 해달라며 자신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결과만을 중요시하며 각박하게 질주하고 있는 이 시대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가시연꽃에게서 배운다」

마당 한편 작은 텃밭에 뒤늦게 심은 어린 무들 앞에 앉아 중얼거린다. 언제 자라서 동치미를 담나. 작년에도 늦게 심어서 애를 태웠는데 미안하다. 내 게으름 때문이다.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남들보다 보름 가까이나 늦어버렸지 뭐냐.
어쩌겠냐. 니들이라도 힘을 내서 어서 쑥쑥 자라줘야지. 알고 있겠지? 내가 다른 곳에는 오줌을 누지 않고 오줌 거름통에만 누고 있다는 것 말이야. 지금은 냄새도 많이 나지만 잘 삭으면 괜찮아. 기다려, 곧 그 삭은 거름도 줄 거야. ---「가을이 깊어간다」

그러나 그 행복을 들여다보면 대체로 원하는 일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행복하다고 여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존재하는 어떠한 생명체도 분명 없을 것이다.
고통스러운 현실의 삶에 무릎 꿇거나 맞서는 일도 오늘을 살아가는 일이다. 내 어찌 무릎 꿇은 자를 가리켜 욕할 수 있으랴. 새기고 삭이어 나를 부단히 다스릴 일이다. 모든 것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고이지 않게 흘러가게 하는 일도 지혜로운 일이다.
어찌 살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비우지 않고 겸허하지 않으며 행복할 수 있을까. 가을이 깊어간다. 지난봄과 여름 땀 흘려 일한 모든 지상의 생명들 저마다 다시 돌아올 기약을 한다.
더 푸른 내일을 위해 나무는 나무의 일로 작은 풀들은 작은 풀들의 일로, 범부채 꽃씨도 언젠가는 돌아올 봄날을 위해 씨앗을 맺어 세상에 내놓는다. 최선을 다한 것들, 어찌 꽃만이 아름답다 하겠는가.
송알송알 윤기가 반질거리는 범부채 꽃씨를 들여다보며 나는 어찌 살고 있는지 반문해본다. 너, 어찌 살아왔는가. ---「비노바 바베가 물었다」

감자는 쭈글쭈글해져서 버려야 했다. 흙 한 줌 물 한 방울 없는 어두운 상자 안에서 제 몸을 온전히 다 바쳐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싹과 뿌리를 틔운 감자의 끈질긴 수고로움을 생각하니 그냥 퇴비더미에 버릴 수 없었다.
밭고랑을 만들어 두둑에 감자를 놓고 안식의 무덤을 쓰듯, 칭얼거리는 아기를 재우듯 토닥토닥거리며 흙을 덮었다. 그랬는데 그간 줄기와 잎들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더니 하지가 지나자 이윽고 때가 되어 돌아갈 시간임을 알고는 줄기와 잎이 시들고 쓰러져갔다.
장마, 우기의 날들이 오겠지. ‘비설거지’라는 표현이 재미있는 우리말이 있다. 비가 오기 전에 비를 맞으면 안 되는 것들을 치우거나 덮어놓는 일을 뜻한다. 비가 오기 전에 감자밭을 거둬야지. 시든 줄기를 걷어내고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쳐보니 호미 끝에 줄줄이 이끌려 나오는 굵은 감자들의 행렬, 놀라워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인가.
눈 들어 가까이 다가가면, 귀 기울이면 자연은 이렇게 말 없는 실천으로써 일상의 쳇바퀴를 뒤흔들며 할- 하고 죽비를 내리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오직 인간만이 대자연의 순리를 역행하고 있다. 탐욕과 인간 중심의 개발 논리가, 너와 나를 분별하고 삶을 함께 나누지 않으려는 이기심이 세상을 어지럽히며 우주 자연의 생명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  ---「저 빗물에 씻겨 나갔으면」

 

출판사 리뷰(한겨레출판)

 

혼자 살지만 홀로 살지 않는, 지리산 외딴집 박남준 시인의 고군분투 생활기

‘섬진강 박 시인’, ‘버들치 시인’으로 불리는 박남준 시인이 산문집 《스님, 메리 크리스마스》를 출간했다. 6년 만에 산문집을 펴내는 저자는 자연을 벗 삼은 동매리 산골 외딴집 일상과 기대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조곤조곤 풀어놓는다. 홀로 살지 않는 산골 생활의 즐거움이 가득한 이 책에서 저자는 텃밭에서 벌레를 잡고, 꽃들에게 거름을 주며 말을 시킨다. 따뜻한 잠을 위해 나무를 쓰러뜨리는 자신의 삶이 전혀 생태적이지 않다는 저자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라는 반성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이번 책에는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도 10여 컷 정도 글과 함께 수록되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1부에서는 지리산 자락에 집을 마련하고 텃밭을 가꾸며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새로 이사를 온 집에 나무를 심고 연못을 가꾼 집 단장 이야기, 텃밭 농사로 차린 소중한 밥상 이야기, 계절마다 번갈아 오는 새와 피고 지는 꽃 이야기 등 한가할 틈 없이 더불어 사는 자연 속 이웃들 살림을 참견하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엿본다. 2부에서는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엮었다. 저자를 가난한 시인이라 여기며 공짜로 밥을 주는 전주 콩나물국밥집 아주머니, 하룻밤 비운 사이 텃밭에 마음껏 농약 치고 제초까지 마친, 늘 과한 친절을 베푸는 이웃집 할아버지, 고생길을 앞서 걸으며 온몸으로 시를 쓰는 송경동, 등단하자마자 서울로 불러 시인의 자세를 가르쳐주신 故 조태일 선생님, 아버지 같기도 큰 형님 같기도 어깨동무 같기도 한 정양 선생님, 저자의 앉은뱅이책상을 가져다 옻칠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준 동네 동생 등 정을 나누고 의지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3부에서는 자연을 해치는 탐욕스런 사람들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제주 강정마을부터 4대강 죽이기까지, 돈과 개발에 눈이 먼 사람들의 이기심 앞에서 저자는 탐욕을, 재앙을, 죽음을 읽는다. 눈 맑은 시인의 눈에 비친 학교폭력, 장애인 복지, 용산 참사 등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나무와 새와 풀꽃과 벌레와 별빛과 함께 살다

지리산 외딴집 사계절은 도시의 시간보다 천천히 그리고 자연의 질서에 따라 어김없이 흐른다. 봄에는 지인들을 모아 화전놀이를 즐기거나 조그맣게 가꾼 텃밭에서 수확한 것들로 한 상을 차려 먹는다. 여름날에는 소나기가 후드득거리며 넓은 파초잎에 떨어지는 소리를 즐긴다. 가을에는 감을 깎아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아 놓는다. 겨울에는 땔감용 나무들만 가득 쌓아 두면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 그리고 다시 언 땅을 뚫고 꽃들이 고개를 들면, 저자는 행여 사람들이 모르고 밟을 세라 팻말을 꽂아놓는다. “꽃들이 깨어나고 있어요. 발밑을 살펴봐요.”
어느덧 지리산 자락 심원재(心遠齋)에 자리 잡은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마당으로 달려가 꽃과 나무와 인사를 나누는 저자는 앞마당에서 피고 지는 꽃들에게서 지혜를 배우고 붙박여 있는 나무의 삶을 닮고 싶다.

내 삶의 방식은 동물보다 식물의 삶에 가깝다. 많은 곳을 떠돌았다. 안주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붙박인 나무의 삶을 배워보고 싶었다. 바람 부는 언덕 위 한 그루 나무, 나무의 삶으로 돌아가서 새들의 보금자리와 향기로운 열매를 주고, 언젠가는 베어지고 쓰러져 누군가의 언 몸을 덥혀주고 싶었다. ---「나무와 별빛과」

생애 단 한 번 준비한 공연을 무대 위에 올라가서 소신공양으로 마치듯 피고 또 지는 꽃들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화끈거렸다.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지키고 이를 그대로 삶으로 실천하는 꽃송이들이 저녁 무렵 들려오는 고요한 산사의 범종소리처럼 울려왔다. ---「생태는 무슨 생태, 생태 탕이라면 몰라도」

그 나무들은 굵은 몸통과 가지가 다 잘렸는데도 수많은 잔가지들을 내뻗고 있었다. 전깃줄 때문에 잘랐으리라. 내가 나에게 물었다. 저렇게 몸통이 잘리고 가지가 다 잘려도 나무는 삶이 다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는다. 가지가지 푸른 꿈을 꾸고 있는 저 부동심, 흔들리지 않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고. ---「부드러운 강철을 위하여」

지리산에서 살게 된 이후, 저자는 차를 만드는 재미에 흠뻑 빠진다. 혼자 찻잎을 따는 시간은 고요한 명상의 세계에 머무르는 시간이다. 발효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햇빛과 그늘에 찻잎을 말린다. 솥에다 차를 덖은 다음 직접 손으로 비빈 뒤 길고 긴 발효 과정을 거친다. 차를 손으로 직접 만지기 때문에 차를 만드는 동안에는 담배를 필 때조차 손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온 집 안 가득 진동하는 차향이 더없이 향기롭다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손수 만든 차를 손님께 대접하는 일이 저자의 즐거운 일상 중 하나다.
저자는 잊지 않고 찾아주는 꾀꼬리, 파랑새가 고맙고, 스피커 위 털신에 해마다 새끼를 낳으러 오는 딱새가 고맙고, 쓰임새 많은 매실과 향기로운 꽃을 내어주는 매화나무가 고맙다. 외딴집에 홀로 사는 저자에게 삶이란 온통 고마운 것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멈추지 않는 시인의 시간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저자는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순리를 배운다. 분별의 너와 내가 아니라 내가 곧 자연이므로 함부로 파헤쳐져 병들어가는 자연을 보면서 저자는 자신의 몸이라도 되는 듯 함께 앓는다. 4대강 물막이 소식을 들은 저자는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오는 철새와 그 강가에 조심조심 물 마시러 오는 고라니와 강물 속 작은 물고기들을 걱정한다. 100일간 4대강 공사 현장을 걷는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순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밤새 한숨도 못 이룬다. 강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시인은 가슴 깊숙이 강의 아픔을 끌어안는다.
그러나 돈과 개발이 우선이 되어가는 사회에서도 저자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멈추지 않는다. 동네밴드를 만들어 무대를 여럿이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를 느낀다. 너도나도 할 수 있는 만큼 모아 동네 놀이방 겸 사랑방 겸 밴드 연습실인 ‘풍악재’를 짓고 열린 공동체를 함께 꾸려간다.
저자에게 함께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감을 깎아 꽃등처럼 내걸어 만든 곶감을 작은 상자에 담아 마음의 빚을 진 지인들에게 편지 한 장 띄우는 일이다.

지리산의 햇빛과 바람, 새소리와 처마 끝 풍경 소리와 작은 개울물 소리를 엮어서 곶감을 만들었습니다. 양도 많지 않고 때깔도 그리 곱지는 않지만 맛보시기 바랍니다. 깨끗이 말리기는 했으나 땀내 나는 제 손길이 꼼지락꼼지락 간을 더하여 심심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이 필요하다」

눈보라 속에서도 청매화 작은 꽃봉오리에 푸른 기운이 다부지게 솟듯이, 저자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올 때까지 단단한 땅 속에서 꿈틀거릴 준비를 한다. 맑고 향기로운 차를 닮은 저자의 삶을 통해 우리는 온기를 느끼며 앞으로 함께 나아갈 힘을 얻는다

추천평

그는 싫어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자주 그의 삶이 그의 글보다 훨씬 아름답다고 느낀다.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그의 시선 속에서 세상의 모든 가치들은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다. 돈, 명예, 권력, 허영 들이 똥, 하늘, 풀, 물고기 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생명은 지친 몸으로 돌아와 월계관을 쓴다. 세상 만물이 제자리에 놓이는 순간 치유가 시작된다. 봄날, 도시에 찌들어 시큰거리는 내 몸은 오늘도 그의 매화차와 쑥된장국이 그립다. 투명한 그의 눈동자도 함께. - 공지영(소설가)


 

그 산 아랫마을 사람 그새 더 순진무구해졌는데 하여, 마음에도 글에도 이제 작위를 덜었는데 하여, 혼자 나이 더 드는 것 아무 부끄러울 것 없는데 세상의 고통이 그를 자주 노여움으로 이끌고 자신의 연민이 자꾸 아픈 이웃들 속으로 이끄네. 누가 산중 시인 한가하다 하겠는가. 하찮은 것들의 아름다움으로 거대한 더러움을 씻는 싸움. 마당의 꽃향기 속에서도 굴삭되는 땅의 울음을 듣는구나. - 정태춘(가수)

 

 

'YES24'에 올려진 내용입니다.

 

출처 : 박남준 詩人의 악양편지
글쓴이 : 이현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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