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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1812]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 흐름에 제화노동자들이 있다 - 제화노동자들의 조직화 과정 /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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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소식·이슈

2018. 12. 11.

▮ 불안정노동자를 위한 전략과 실천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 흐름에 제화노동자들이 있다

- 제화노동자들의 조직화 과정

김종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조직차장)

 

2018년 4월 봉천동의 탠디노동자들은 사측의 공임비 500원 인하에 분노하여, 수십 일 동안 집회를 하고 탠디 본사를 점거했다. 탠디 투쟁은 소사장제(특수고용노동자)라는 굴레에 묶여서 사장에게 말 한마디 못했던 전체 제화공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제화노동자들은 아침 7시에 출근, 밤 11시에 퇴근을 하면서 20년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저임금 공임으로 생계를 유지했었다. 한족에 5,500원~6,000원, 하루에 20족을 하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12만 원, 이 금액에서 밥값을 제외하면 자신이 받는 돈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이야기했다. 최저임금과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성수동 조그만 공장에 갇혀 남들의 2배를 일해야 했던 제화공들의 임금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고, 생활형편도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다.

 

한 켤레에 30만 원 하는 구두를 만드는 구두 장인들의 공임비가 이렇게 떨어진 것은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이 35~38% 수수료를 우선 떼어가고, 탠디ㆍ소다ㆍ닥스ㆍ미소페ㆍ세라ㆍ고세 등 원청인 본사가 자재부터 공임비까지 계산해서 최소한의 납품단가로 하청을 주고, 하청업체는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인건비를 떼먹는 형식으로 현장 제화노동자의 공임비를 깎았기 때문이다. 구두 가격은 계속 올라갔지만 공임비는 오히려 떨어진 것은, 제화노동자들이 이러한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서 소사장제에 묶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 제화노조가 1987년 이후 조직되었으나, 사측의 탄압과 시대적 한계에 부딪혀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올해 봄 탠디 투쟁 이후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로 노동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지만, 한편에는 노동조합으로 자신의 삶을 바꿀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도 있었다. 그러나 4월 탠디 투쟁에 이어 9월 제화노동자들 150명이 보름 동안 매일 성수동에서 코오롱FnC 투쟁을 하면서 불안감은 점점 자신감으로 변했다. 그리고 제화업계 1위 탠디, 2~3위를 다투는 미소페, 4~5위를 다투는 세라와 고세 원청과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제화노동자들의 투쟁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탠디 투쟁 직후 100명이었던 제화지부에는 11월 현재 700명이 넘는 조합원이 가입했으며, 올해까지 조합원을 약 1,000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화지부는 전체 제화공들을 전국적으로 5,000명으로 보고, 절반 이상을 조직하겠다는 목표로 조직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성수동보다 더욱 열악한 경기도 성남ㆍ광주 지역에서 제화노동자들이 뭉치고 있다. 성남ㆍ광주 지역은 공임비가 최하 3,000원인 곳도 있으며, 평균적으로 4,000~5,500원 선이다. 성수동보다 대략 1,000원 정도 공임비가 낮은 이곳은 성수동에 있는 사측이 성수동 공임비가 오르면 성남ㆍ광주 지역으로 일감을 뺄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곳이다. 최근 성남ㆍ광주 지역에서 제화노동자들은 첫 모임을 진행했으며 향후 제화노동자들의 단결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아직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업체 중 단체교섭을 체결하지 못한 소다ㆍ닥스 제화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으며, 향후 교섭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제는 더 이상 노예처럼 살지 않겠다. 우리를 노예로 만든 것은 저항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당하고 살지 않겠다”는 제화노동자들의 투쟁은 현안 해결을 위한 집회뿐만 아니라, 노동자 투쟁 현장과 곳곳의 저항으로 확대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자신감이 넘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전국노동자대회에는 약 120명의 제화노동자들이 집회에 참여해서 해방감을 느끼며 아래와 같이 소감을 남겼다.

“촛불집회도 집에서만 tv로 봤는데. 거리에 나와서 처음 집회해본다.”

“제화공은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나오는 것 보니 속이 후련하다.”

“요즘은 내게 민주노총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질서정연하게 사람들이 행진하는 것을 보니, 완전 신기하더라.”

“임종석이 그렇게 안 봤는데. 어제 민주노총 욕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누군지 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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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0.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제화노동자들 [출처: 제화지부]

 

그동안 말 한마디 못했던 제화노동자들의 저항에 사측은 당황해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동조합의 존재, 제화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을 더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성수동은 한 사업장이 아니라 전 제화사업장이 투쟁을 진행 중이고,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화노동자들은 4대보험에 들 수 없는 소사장제에 묶여있는 특수고용노동자다. 그리고 고율의 수수료를 떼는 롯데ㆍ신세계ㆍ현대 등 백화점 유통자본, 탠디ㆍ소다ㆍ닥스 등 원청, 인건비를 최대한 싸게 주려는 하청공장까지 다중의 착취 구조 속에서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화노동자들은 공임비 인상과 더불어 백화점 수수료 인하 등에도 전면적으로 나서면서 제화산업을 정상화하는 일에 나설 것이다.

 

제화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화 과정은 제화 현장의 각성으로만 가능했던 성과가 아니라, 촛불혁명으로 대통령을 바꾼 노동자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최근 민주노총 조합원 수가 100만에 가깝게 조직화된 것은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는 노동자들이 결국 민주노총으로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침묵해왔던 제화노동자들의 투쟁과 조직화가 이제 시작됐고,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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