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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1910]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 박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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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이슈

2019. 10. 14.

■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현장으로

박현상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소박하지만 절박한 투쟁

 

2007년 9월 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이유로 탄압받아 해고되어 6년을 싸운 끝에, 2013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11명이 복직했다. 하지만 그것은 해고의 끝이 아니라 오히려 일상화된 해고에 맞선 싸움의 시작이었다. 경영위기와 철수설을 앞세운 한국지엠 자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시로 길거리로 내몰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는 일상이었고, 그래서 해고의 부당함을 알려내는 출퇴근 선전전, 중식 선전전, 현장순회 선전전도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일상화된 해고로 공장에서 쫓겨난 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며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도 600일이 다 되어간다. 작년 7월에는 보름 동안 사장실을 점거하고 항의농성을 하기도 했고, 올해에도 지난 7월부터 집중투쟁을 시작하여 인천지방검찰청과 경인지방노동청 항의투쟁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지난 8월 25일 새벽, 5대의 차량이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을 기습적으로 에워쌌다. 차량에서 내린 조합원들이 미리 준비해온 비계 파이프를 연결하여 9m 높이의 망루를 쌓아 올렸다. 그리고 해고자대표인 이영수 조합원이 망루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망루 아래에서는 해고자 25명이 집단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고공농성도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나 집단단식농성은 현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해고자들의 절박한 심정의 표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투쟁은 9월 17일 현재, 23일째 고공농성과 단식농성으로 이어가고 있다(집단단식농성이 장기화되면서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다수의 해고자들이 단식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연석회의 간부들의 반복되는 요청에 26일차 단식 중이던 3명의 해고자가 9월 20일로 단식을 종료하였고, 해고자들의 뜻을 연대 동지들이 릴레이단식으로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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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8.26. 고공농성 및 집단단식 돌입 기자회견 [출처: 필자]


 

투쟁 요구는 간명하다. 한국지엠 부평2공장 2교대 전환 시점에 맞춰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46명을 복직시키라는 것이다. 한시적인 1교대를 끝내고 다시 2교대로 전환하면서 대략 700여 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한데, 이처럼 대규모 인원 충원이 필요한 시점에 맞춰 작년 부평2공장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될 때를 포함하여 한국지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되었던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복직시키라는 요구는 소박하기 그지없다. 더구나 한국지엠은 경영정상화라는 명분으로 정부로부터 8,100억 원의 혈세를 지원받았고, 인천시로부터도 청라연구소 부지 무상임대 및 각종 세제혜택을 받아왔다. 이와 같은 지원들은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말고 고용을 확대하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노동자들이다. 그래서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이라는 소박한 요구는 또한 매우 상식적이고 정당하기까지 하다.

 

 

한국지엠의 상시적인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우선해고

 

지엠대우 시절이었던 2006년, 공장 정상화에 따라 2001년에 정리해고 됐던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원복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채용이 이루어졌다. 2006년 당시 부평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1차 하청만 1,600여 명이었다. 지금은 2·3차 하청을 통틀어도 5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 많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불법파견 시정에 따라 정규직으로라도 전환되었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했다. 반대로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지엠의 상시적인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일 먼저 희생을 강요받고 가차없이 공장 밖으로 내팽개쳐진 것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특히 2009년 세계금융위기로 GM 본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본사를 살리기 위해 한국지엠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희생되었는데, 1차 하청에서만 1,600여 명 중 1,000여 명이 정리해고 되었다. 그 이후 이와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는 없었지만, 경영위기와 철수설을 앞세운 한국지엠 자본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바람 앞 촛불과도 같았다. 무엇보다도 정규직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자본의 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을 수반했다. 정규직 고용유지를 위해 비정규직이 일하던 공정들은 정규직 공정으로 인소싱 되었고, 그 공정에서 일하던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공장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은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해고 사유만 들여다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해고자는 모두 46명으로 부평 38명, 군산 8명이다(이번 투쟁은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와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가 함께 하고 있다.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는 사정상 이번 투쟁에 함께하지 못하지만 부평, 군산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 창원공장 해고자 68명 대다수가 한국지엠의 구조조정에 희생되었다. 또한 내년 창원공장 1교대 전환으로 대규모 정리해고가 예상되고 있다.). 우선 군산공장 해고자 8명은 2015년 군산공장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1,000여 명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그 자리에 정규직을 전환배치하는 인소싱 때 해고되었다. 부평공장 해고자 38명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엔진공장 및 차체공장 인소싱으로 13명, 2018년 부평2공장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되면서 13명, 인천KD센터 폐쇄로 11명, 2019년 인천부품물류센터 폐쇄로 1명이 해고되었다. 비정규직지회에 가입된 해고자만 46명이지 실제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

 

 

비정규직 ‘우선’해고! 그리고 그 ‘다음’은?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요구에 한국지엠은 요지부동 묵묵부답이다. 그러면서도 고공농성 관련하여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업무방해와 도로교통방해로 고소하고 시설물 철거와 공장 출입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데에는 신속함을 보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한국지엠은 “부평2공장 2교대 전환 시 비정규직은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말들을 흘리고 있다. 해고자 복직이든 신규채용이든 추가적인 비정규직 사용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남아있는 비정규직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추가적인 정규직 채용으로 메우겠다는 것도 아니다. 한국지엠 자본의 의도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추가적인 인원 충원 없이 현재 인원만 가지고 최대한 쥐어짜겠다는 것이며, 그렇게 쥐어짜다 더 짤 게 없으면 철수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비정규직은 쥐어짤 대로 다 쥐어짰고 그 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쥐어짤 수 있는 건 정규직뿐이고, 그래서 한국지엠 자본의 구조조정 칼날은 정규직을 향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미 그 칼날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심부를 깊숙이 찔렀는지도 모른다. 작년의 군산공장 폐쇄와 2,600여 명의 희망퇴직, 임금동결과 성과금 반납, 그리고 단협 양보는 그저 사전 정지작업에 불과했다. 한국지엠 자본은 그 정도로 끝나기를 바랐던 정규직의 뒤통수를 후려쳤고, R&D부분에 대한 법인분리와 단협 미승계, 그리고 인천부품물류센터 폐쇄가 뒤를 이었다. 그리고 올해 2019년 임금협상에서 보여주고 있는 한국지엠 자본의 행태들이 말하는 바는 분명하다. “어떤 요구도 들어주지 않겠다! 무릎을 꿇어라! 그렇지 않으면 철수하겠다!”

 

동시에 한국지엠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미명 하에 현장에서부터 정규직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부평1공장은 신차 투입을 위해 편성효율을 88%까지 올려야 한다며 각 직장별 2명씩 강제적인 전환배치를 밀어붙였고, 이에 맞서 항의투쟁을 전개한 대의원들을 인사위에 회부했다. 부평2공장은 2교대로 전환할 때 인원 충원을 최소화하고 편성효율을 85%로 대폭 올려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라인을 24짭 인원으로 32짭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노동강도 강화나 생인화(인원 축소)와 같은 생산성 향상으로 짊어져야 할 짐들을 상당 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비정규직이라는 방패막이도 고용안정판도 없어졌다. 비정규직 해고에 눈감는 것으로 더 이상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받지도 못한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한 지역 차원의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

 

고공농성과 단식농성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7월부터 지역 차원에서는 인천지역 노동·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인천지역연대와 민주노총 인천본부,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지부 그리고 비정규직지회가 참여하는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한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비정규직지회의 투쟁을 지역 차원의 투쟁으로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인천시의회도 ‘한국지엠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촉구 결의문’ 채택을 통해 한국지엠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추석을 지나면서 ‘연석회의’는 지난 9월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을 위해 릴레이 동조단식, 자전거행진, 삼보일배, 총력투쟁결의대회 등 보다 다양하고 확대된 투쟁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차원의 대응과 함께 무엇보다도 현장 안에서의 유의미한 투쟁들이 필요하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함께하는 투쟁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작년 군산공장이 폐쇄될 때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장은 “1교대 전환하자고 할 때 비정규직들에게 미안했지만 눈 질끈 감았다. 비정규직들이 쫓겨났다. 비정규직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도 이렇게 제발 살려달라고 말하게 될 줄 몰랐다”라고 뼈아픈 후회와 반성을 했다. 그러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초에 진행된 인천부품물류센터 폐쇄 저지투쟁에서도 똑같은 오류가 반복되었다. 투쟁의 마지막에 또다시 정규직은 함께 투쟁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놓고 말았다.

 

그래도 여전히 희망은 있다. 정규직 고용을 위해서 비정규직 해고는 어쩔 수 없다는 자본의 달콤한 속삭임에, 미안하지만 질끈 눈감았던 정규직 노동자들도 이번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고공농성과 집단단식농성을 보면서 변하고 있다. 단순한 미안함을 넘어 함께해야 한다는 지지와 연대의 의식들이 확대되고 있다. 또한 불안감 속에서도 한국지엠 자본에 대한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한 지지와 연대의 의식들을 노동자는 하나라는 단결의 의식으로, 그리고 자본에 대한 불만들을 분노로 조직해내야 한다.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 투쟁과 생인화, 전환배치 등 정규직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투쟁들이 똑같이 한국지엠 자본의 구조조정에 맞서는 투쟁이기에 각자의 투쟁이 아닌 하나의 투쟁으로 단결해야 한다. 그것만이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일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정규직 전체 노동자가 함께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한국지엠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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