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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1910] ‘스마트산업 선도 단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은 안전한가? / 이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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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이슈

2019. 10. 14.

■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스마트산업 선도 단지’ 반월시화공단, 노동자들은 안전한가?

이미숙 (반월시화공단 노동자권리찾기모임 월담)


 

“담배를 많이 피우니까 그렇지”

 

2019년 8월, 반월공단에 있는 서울반도체에서 방사선 피폭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제품의 불량을 선별하는 산업용 X-RAY 검사장비에서 일어났다. 작업자들은 방사선이 방출되고 있는 장비 내부에 보호 장비도 없이 손을 집어넣어 불량품을 표시하는 작업을 했고, 과정에서 손가락 마디 끝에 국부 피폭이 발생했다. X-RAY 검사장비는 문이 열리면 감지기가 작동해서 방사선이 방출되지 않게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감지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가 나자 서울반도체는 회사 내 안전시스템에는 큰 문제가 없고, 해당 직원들이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며 책임을 노동자에게 돌렸다. 그러나 회사는 검사 물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임의로 이 장치를 해제하고 사용하도록 지시했고, 더욱이 X-RAY의 위험성에 대한 교육도 하지 않았다. 피해노동자 중 한 명은 몇 번이고 관리자에게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지만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 손이 검게 변하고 손가락 끝이 벗겨지기까지 했지만 관리자는 담배를 많이 피워서 그렇다며 무시했다.

 

피폭된 인원수도 논란이다. 당시 작업장에 있었던 노동자는 7명이었고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고용노동부도, 사측도 7명 이외에는 피해노동자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십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방사선 노출 작업장에서 일을 해왔고, 이들 또한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감지기를 해제한 채 작업을 했다. 손뿐만 아니라 제품의 불량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해 장비 안에 얼굴을 넣고 작업한 경우도 있었다. 지금 당장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몇 년 후를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1 2019.9.19. 서울반도체 방사능피폭사고 관련 기자회견 [출처 월담].jpg2019.9.19. 서울반도체 방사능피폭사고 관련 기자회견 [출처: 월담]

 

 

“서울반도체가 아닙니다. 에스아이세미콘입니다.”

 

서울반도체에서는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다. 2015년 2월부터 서울반도체에서 일하다가 악성 림프종에 걸려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던 고 이가영 님이 2019년 4월, 스물여섯 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2018년 불행 중 다행으로 산재로 인정되어 치료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지만, 목숨을 살리지는 못했다. 당시 서울반도체는 ‘작업장 내 유해물질을 직접 취급하는 공정’은 없고, ‘안전시스템도 문제가 없다’며 일관되게 책임을 회피했다. 사경을 헤매며 투병 중인 환자를 상대로 산재취소 소송까지 감행했던 서울반도체는 5개월이 지난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서울반도체는 LED칩을 생산하는 회사이다. 원래 2천 명이 넘는 정규직들이 일을 했는데 2012년 회사를 8개로 쪼개 사내하청을 만들었다. 사고는 하청업체인 에스아이세미콘에서 일어났다. 하루아침에 사내하청 소속이 된 노동자들은 구형 X-RAY 장비를 사용하면서 안전보호구도 없이, 단 한 차례의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채 일을 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입사 15일 만에 사고를 당했고, X-RAY 장비 사용법을 자신보다 하루 먼저 입사한 또 다른 피해자에게 배웠다고 한다. 서울반도체는 현재, 하도급업체에서 일어난 일이라며 모든 문제를 하청업체와 하청 노동자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다. 자신들의 직원이 아니니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반월시화공단은 중소영세사업장 밀집지역이다. 대기업의 2·3차 하청업체가 상당수이고,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이 98%를 차지한다. 전자·도금·피혁·화학 등 작업환경이 취약한 사업장이 밀집돼 있는 데다, 파견과 계약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넘쳐난다. 그 안에서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당하고, 기업들은 영세성을 이유로 안전에 대한 비용을 ‘불필요한 비용’으로 치부해 버린다. 다단계하도급 구조와 불안정 고용이 중첩되면서 기업의 책임은 감춰지고, 노동자 건강권은 사라졌다. 서울반도체처럼 업체를 수십 개로 쪼개고 쪼개서 의무를 피해가고, 책임을 떠넘기면 그만이다.

 

 

“주민이 많지 않아 비상조치는 필요 없었다.”

 

2019년 8월 초, 시화공단에서 염산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오래 전 폐업을 해서 가동이 멈춘 공장에서 발생했고, 공장을 새로 인수한 업체가 폐기물 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염산이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염산 누출로 인해 6일 저녁부터 시작된 자극적인 냄새는 8일 저녁 12시 경 본격적으로 심해졌고, 인근 공장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노동자들이 참을 수가 없어 관계기관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새벽 2시경 현장에 도착했던 시흥시와 환경청,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오전 시간을 흘려보냈고,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긴급조치가 이뤄졌다. 그나마 사고 업체에서 50m 거리의 주변 사업장에 대한 대피, 냄새가 내부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창문을 닫을 것을 당부하는 등의 차량 안내방송 조치가 전부였다. 피해는 이미 퍼질 대로 퍼진 후에 말이다.

 

환경청과 시흥시는 공단 안이고 새벽 시간이라 주민이 많지 않았고, 누출량이 적어 인체에 피해를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서 대피명령 등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날 밤 공단 안에는 밤새 야간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이 있었고, 가까이에 이주노동자가 사는 기숙사도 있었다. 아무리 적은 누출이라고 해도 냄새가 심해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면 응급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월담이 현장 조사를 위해 만난 노동자들 중에서도 목에 발진이 생기고, 눈이 뻑뻑하고, 어지럽고, 속이 미식거리고, 소변을 보기 힘들고, 가슴이 답답했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더욱이 사고 직후 시흥시나 환경청, 고용노동부 모두 인근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 관련한 조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으리라.

 


2 염산누출사고가 발생한 폐공장 [출처 월담].jpg

염산누출사고가 발생한 폐공장 [출처: 월담]

 


“예방대책은 겉돌고, 기업은 빠져나가고”

 

또 다른 문제는 사고가 난 사업장은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염산을 비롯한 유해화학물질을 제조, 판매, 운반, 사용 등을 하려는 자는 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연간 120t 이하를 사용하는 사업장은 허가 면제대상이다. 사고 사업장은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한 영업허가 대상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기적 시설 검사나 지도·점검도 없었다. 얼마만큼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관리되고 있는지 지자체도, 환경청도, 고용노동부도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았다. 2016년에 벌어졌던 메탄올 중독 사고는 소규모 사업장의 화학물질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알려줬다. 하청 사업주들은 메탄올의 위험성조차 알지 못했고, 고용노동부는 하청 사업장 명단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래저래 규제는 면제되고, 관리는 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만 죽어나갔다.

 

반월시화공단의 노동안전보건의 문제는 첩첩산중이다. 다단계하도급 구조와 불안정노동의 일반화, 기업의 영세성을 핑계로 한 관리 감독의 부재 속에서 연간 3천 명이 넘게 다치고 40~70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65,000t에 이르는 유해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지만 업체당 평균 19건 이상의 규정을 위반한다. 2013년 4월 염산누출사고, 2014년 4월 화학공장 폭발사고, 2014년 LNG폭발사고 등 끊임없이 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영상, 영업비밀상의 이유로 유해화학물질이 어떻게 관리되고 점검되는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원청은 하청을 핑계 삼고, 소규모 업체는 영세성을 핑계 삼는다. 기업도 고용노동부도 지자체도 눈감아버린 공단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이제는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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