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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노동자 조직화, 이제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신희철, 질라라비 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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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 조직화]/비공식부문 조직화

2011. 10. 11.

질라라비 41호 (2006년 8월)

 

 

비공식노동자 조직화, 이제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신희철(전국노점상총연합 정책국장)

 

 

 

 

‘비공식노동자’?

 

여전히 한국사회에서는 ‘비공식노동자’1)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하지만 ILO에서도 기존 노동시장, 혹은 공식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이에 따라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비롯하여 노동자로서의 권리, 법․제도적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를 ‘비공식노동자’2)라 한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거나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하여 ‘법외 노동자’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비공식 노동자’ 개념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비롯하여 아직 노동자로 인식되지 못해온 노점상, 넝마주이(재활용수집노동자), 농업노동자 등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미 제3세계를 중심으로 20~30년 전부터 조직화가 이루어졌고 2002년 ILO 국제노동총회를 통해 국제적인 호칭과 기준까지 마련된 ‘비공식노동자’에 대해 한국사회와 운동진영이 왜 주목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비공식노동자에 주목해야 하는가

 

- 자본은 이미 세계적으로 비공식노동을 확대하고 있다

물론 ‘비공식부문’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비공식노동자’ 조직화가 시작된 곳은 제3세계이기 때문에 이 논의도 제3세계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3세계의 근대화 과정과 현재 상황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 등과는 다른 독특한’ 것이 아니었다. 제국주의적인 침탈과 자본의 세계화로 공식부문이 성장하지 못한 채 비공식경제가 광범위하게 성장한 것은 많은 나라에서 나타나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제3세계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IMF 등 세계 금융자본, 자유무역협정 등에 의해 각국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신자유주의 사회재편이 진행되면서 ‘정규직→비정규직’, 다시 ‘비정규직→비공식부문’으로 노동자들의 지위가 추락하였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탄력적’인 고용형태와 소규모 자영업 등이 필요했고 어떠한 법적 권리도 보장받지 않으며 조직을 만들어 자신들에게 대항할 수 없는 비공식부문 노동의 증가가 이윤창출에 혈안이 된 자신들의 이해에 딱 맞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공식부문 노동은 북아프리카에서 비농업 노동자의 43%, 아프리카 노동자의 74%, 라틴 아메리카 노동자의 57%, 아시아 노동자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IMF 이전 한국노동자의 41%였던 비공식부문 노동자가 경제위기 이후에는 대폭 증대된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3) 선진국에서조차 비공식부문이 GDP의 15%를 차지하게 되었다.

 

- 더 이상 미조직 특히 비공식노동자 조직화 없이는 불가능하게 된 계급적 노동운동

 

 

연도

노조 조직률

1989

1997~2001

2002~2003

2004

19.8%

12%

11%

10.6%

 

위는 지난 2004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민주노총, 한국노총, 미가맹노조 조합원수를 관할 행정관청에서 작성하여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노동부가 발표한 것이다. 물론 아직 서류로만 등록된 조합원수가 누락되거나 하부 노조에서 누락시킨 조합원수 등이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노조 조직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임금노동자의 수는 계속 증가하는데 비해 조합원수는 큰 변동이 없는 현실, 더 나아가 비임금 등 비공식노동자가 대폭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조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중국으로의 홍콩 반환, 경제위기와 노동유연화라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홍콩노총이 가사서비스 노동자 등 다양화되고 있는 직종, 노동형태에 주목하고 직접적으로 조직화에 들어가면서 노조 조직률이 상승해가고 있는 현실4)과 대조적이다. 한국 노동운동이 불안정노동, 비공식노동을 확대하려는 자본의 전략을 분쇄하고 노동자 계급적 연대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불안정노동자 혹은 비공식노동자 조직에 최대한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야 한다.

 

- 확대되고 있는 노동빈곤의 해결은 당사자를 조직할 때 가능하다

사회양극화, 사회적 빈곤 문제는 이미 정부와 자본 스스로도 인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더욱이 이전과는 달리 불안정노동과 저임금으로 인해 일을 해도 더욱더 가난하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차별과 배제를 당하지 않고 윤택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이런 면에서 노동 무능력자의 생활권을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노동빈곤층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도록 하자.

이미 인도SEWA(자가고용여성협의회, 인도중앙노총 중 하나)를 비롯 비공식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조직하고 있는 가나노총(Ghana TUC), 나이지리아노총(Nigeria Labour Congress), 네팔민주노총(GEFONT), 홍콩노총(HKCTU), 남아공노총(COSATU) 등은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당사자를 노동자로서 조직하고 발언과 투쟁, 교섭을 통해 스스로 단련하고 당당한 주체로 우뚝 서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가 정권과 자본의 시혜로 전락되고, 빈곤 당사자들을 단지 ‘버러지’, ‘복지의 대상자’로만 취급하는 것과 달리 사회보장제도 등 복지를 당당한 권리로 인식하고 빈곤 당사자들을 이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세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그리고 자활사업이나 사회적 일자리로 확대되고 있는 통합교육 도우미(통합교육노동자), 간병인(간병노동자), 가사도우미(가사노동자), 가내노동자 등에서부터 노점상, 넝마주이(재활용수집노동자) 등에 이르기까지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있으나 조직되지 못한 경우, 혹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했거나 그럴만한 운동진영의 인식과 합의가 부재하여 조직되지 못한 경우 이들의 노동은 인정받을 수 없다.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그나마 있다 하더라도 국민연금, 건강보험은 지역가입자 형태로 전액을 당사자가 부담해야 한다. 대부분이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직업훈련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 및 사회보장이 부재한 비공식노동을 확대하는 정권과 자본에 당사자들 스스로 주체가 되어 투쟁하게 하지 않는다면 빈곤해결은 커녕 더욱더 빈곤과 사회양극화가 심해질 뿐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들어갔을 때 조금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일 수 있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자본가다’라고 선험적으로 재단하거나 조직화의 노력을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일례로 네팔민주노총(GEFONT)을 들 수 있다. 네팔민주노총은 노점상연맹을 산하연맹으로 두고 있다. 2002년에 외국에서 노점상조직 사례를 직접 알게 된 네팔민주노총이 노점상을 조직하여 2년 만에 1만2천 명을 조직할 수 있었다.

‘조직화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한 불안정노동자에 대한 적극적인 조직화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미처 조직 대상으로 사고하지 못했던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는 각국 노총 혹은 노조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처음부터 어떤 부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조직할지 알 수 없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인도 SEWA는 좋은 사례다. 이들은 일단의 노점상들이 단속과 과도한 세금 문제로 상담하러 왔을 때 이들의 문제를 알게 되었고 협동조합(Cooperatives), 연합회(Union) 형태로 조직하기 시작하여 인도노점상연합(NASVI)의 산파 역할을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고물상에게 파지 등 고물들의 제값을 받지 못하던 넝마주이들을 보고 야학 등의 모임을 통해 당사자들을 단련하여 협동조합, 노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의 자주적인 조직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초기에 완벽을 기하려 한 것도 아니고 실패와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대안을 찾아 투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올해 9월 25일부터 29일까지 아프리카 가나의 아크라(Accra)에서 비공식노동자 조직활동 관련 두 번째 국제대회가 진행된다. 이는 2003년 12월 인도 암다바드(Ahmedabad)에서 열렸던 첫 국제대회5) 이후 열리는 가장 큰 대회로 각국의 비정규직 등 비공식노동자를 조직했던 단체 100여 명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네트워크 건설 등 연대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이를 통해 각국의 사례를 확인하고 한국의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인용해 올 수 있었으면 한다.

 

 

 

각주 --------------------------

 

1) ILO 공식 문건에서는 'workers in the informal economy'(비공식경제에 종사하는 노동자), 'informal workers'(비공식 노동자)로 표기하고 있다.

2) 확실한 계약, 노동 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는 노동자로서 ‘비공식 기업의 자가고용’, ‘비공식 일자리의 유급고용’을 말한다. 이는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와 비공식 유급노동자들 모두 확실한 계약, 노동 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으며 평균적으로 공식부문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점 때문이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의 노동조건과 사회적 보호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인데 흔히 조직되지 않아 (자신들의)요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둘 간에 일정정도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주로 자본과 상품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비공식 유급 노동자들은 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관련자들과 교섭력이 저조하고 특히 자가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관과 시장의 경쟁자들과 교섭을 해야 하지만 힘이 없는 상황이다.('비공식 고용’에 대한 국제노동기구의 정의)

3) 일반적으로 경제호황기에는 비공식노동이 줄고 경제위기시 확대되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실제 1980년에 60%였던 태국 방콕 비공식노동이 경제호황기였던 1994년에 57%로 줄었으나 97년 경제위기 이후 1999년 다시 60%로 상승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벤처기업 등 소규모 자영업이 요구되는 현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서 경제호황기 임에도 비공식노동 비율이 더욱더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경제위기가 닥치면 벤처기업 등 소규모 자영업은 몰락하며 더욱더 열악한 비공식노동으로 밀리고 만다. 가령 한국의 경우 IMF 이후 정부차원에서 권장했던 벤처기업 등 자영업이 결국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거치며 2000년대 들어 80% 이상 몰락하면서 노점상 등 열악한 조건의 비공식노동으로 내몰린 바 있다.

4) 지난 2004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민중사회운동회의에서 ‘비정규․비공식 노동자와 노동권’ 워크샵에 참가한 홍콩노총의 엘리자베스 탕의 발제내용 중 인용

5) 당시 참가자는 대표자 수만 아프리카(나이지리아노총, 모잠비크노총, 가나노총, 가나노총 건설연맹, 가나노총 운수연맹, 가나노점상연맹, 가나농업노동자연맹 가나목재노동자연맹, 잠비아비공식노동자협회연맹, 짐바브웨비공식노동자협회연맹 총 16명), 아시아(네팔민주노총(GEFONT), 홍콩가사노동자연맹(Hong Kong Domestic Workers Union), 인도 마하라쉬트라 재활용수집노동자협회(KKPKP), 인도노점상연합, 한국 전국노점상총연합, 대만노동자연대위원회, 인도노총 CITU, 인도 SEWA(자가고용여성협의회), 아시아여성위원회(CAW), 가내노동자네트워크(Home Net) 태국, 한국 사회진보연대 총 28명), 아메리카(미국노총(AFL-CIO), 미국불안정노동자조직(SIEU), 멕시코의 CROC노총 총 5명), 유럽(몰도바노총, 네덜란드노총(FNV) 총 2명), 그리고 국제단체(국제건설목재노동자연맹(IFBWW), 국제노동자교육협의회연맹(IFWEA), 네덜란드 IRENE, 국제운송노동자연맹(ITF), IVF, 국제노점상연합(StreetNet International, www.streetnet.org.za), 세계(노동자)연맹네트워크(UNI, Union Network International), '세계화 조직화되고 있는 비공식여성노동자'(WIEGO, www.wiego.org) 총 9명)에서 약 60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