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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노동자’운동의 조직화를 위하여 (강동진, 질라라비 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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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 조직화]/비공식부문 조직화

2011. 10. 11.

질라라비 50호 (2007년 5월)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조직화를 위하여

 

 

강동진(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1. 고용형태와 조직운동의 다양성이라는 현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은 급격하게 늘어 임금노동자의 50%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확산되어 왔다고 얘기되어 진다.1) 첫째, 비정규 고용형태가 지배적인 경제부문의 팽창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시장 수요의 변동에 민감한 서비스 산업부문(유통․문화․사회․운수물류 서비스 등)의 확대가 주요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트타임/아르바이트, 대기(또는 호출)노동 등의 비정규 고용형태 증가, 파견․용역․도급 방식의 간접고용형태가 서비스 산업부문에서는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둘째, 주로 제조업 분야에서 수량적 유연화로 정규직 노동자가 줄어들고, 그 일자리를 임시직, 촉탁직, 단시간 노동, 간접고용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 노동으로 대체되면서 증가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흔히 3D 업종으로 불리는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으로 기업들이 합법적인 형태로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증가도 포함된다. 이들은 해당 기업의 내부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음으로 인해 각종 권리로부터 배제되어 있다.

셋째로는 비공식 부문의 비정규 노동형태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가내노동과 유사하게 특정기업에 대해 고용계약에 의한 관리․통제를 받지 않으나 일의 수행을 위해서는 전속적인 지시․감독을 받는 다양한 특수고용형태의 비임금-비정규 노동(독립사업자, 프리랜서, 상품판매원 등)의 확대가 이에 해당한다. 이들 비임금 노동자는 실질적으로 특정사용자에 대한 경제적 종속관계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타 임금노동자들이 누리는 노동권과 근로기준의 법적 보호, 그리고 사회복지제도 등이 적용되는 공식적 고용의 영역 밖으로 배제되고 있다. 더불어 노동의 국제 이동의 활발해지면서 불법 취업의 이주 노동자들은 해당 국가의 제도적 노동보호에서 제외되는 비공식-비정규 고용의 형태에 포함된다.

 

이렇게 비정규노동 및 비공식노동의 비율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노동조합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에 미치는 영향도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첫째, 노동자내부의 분할, 위계 등으로 사용자의 노동자 포섭기제도 다양화되어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펼쳐져온 노동조합운동의 정당성․대표성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조합 조직률이라는 양적 지표뿐만 아니라 흔히 ‘정규직 이기주의’라고 비판받아왔듯이 노동조합운동의 지향해 온 계급성․보편성․연대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자본과 권력이 노동조합운동을 공격하는 이데올로기적 무기로까지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둘째, 정규직 노동조합 중심의 임단협 투쟁 양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노동자투쟁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적․사회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교섭구조와 일정한 헤게모니를 지녀온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운동에 비해 대표적으로 비정규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 상으로 보장받고 있는 노동3권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고, 따라서 임금과 단협 중심의 투쟁보다는 ‘노동조합 인정’과 같은 최소한의 단결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도 치열하고 장기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아울러 최저임금현실화투쟁처럼 국가차원의 법적․제도적 의제와 쟁점을 중심으로 투쟁이 전개되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주체뿐만 아니라 여러 사회운동 등이 함께 연대하는 양상으로 전개됨으로 해서 기존 임단협 투쟁과는 다른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위의 두 가지 점이 맞물려 노동조합과는 다른 조직화 형태가 모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존재하고 있는 전국노점상총연합과 같은 법외 대중조직뿐만 아니라, 진보적 장애인대중조직을 표방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에서도 장애인의 노동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저소득빈곤여성층은 다양한 NGO의 활동과 매개되어 조직화되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아울러 생활협동조합 등의 공동체운동과 맞물려서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합가입률은 11.3%에 머물고 있으며, 정규직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1.6%에 비해 비정규직의 노동조합의 가입률은 2.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나마도 전체적으로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또한 치열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투쟁의 양상에도 불구하고 이들 투쟁이 성공을 거두어 이후 조직화의 확산과 투쟁의 질적 발전을 이루기보다는 패배를 되풀이함으로써 투쟁 주체가 와해되는 경우가 대다수를 차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개발․저발전 상태에서 확산되어 온 비공식부문과는 달리 신자유주의적 노동시장유연화와 구조조정, 자유화, 시장화가 근본 원인이 되어 확산되고 있는 최근의 비공식노동자에 주목하여, 이들의 처지와 이들을 운동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한 운동과 조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

 

2. 노동자로서 거부되는 비공식 노동자

 

1) 비공식 부문(informal sector)에 대한 논의 소개2)

한국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수출지향 산업화와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중심의 경제발전을 추진함에 따라 이와 대비되는 경제부문이 1970년대부터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이렇게 형성된 이중경제(dual economy)의 불균형 발전의 결과 공식 부문(informal sector)에 대비되는 비공식부문(informal sector)이 자리잡아왔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비공식부문은 ‘공식적 자원들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경제활동 부문’이라고 거칠게 정의된다. ILO에서는 비공식부문을 공식부문에 대비하여 입직이 쉽고, 토착자원 의존적이고, 가족소유기업 중심이고, 소규모 운영방식이고, 노동집약적이며, 규제가 적은 경쟁적 시장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ILO의 규정은 대부분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한국사회에 곧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한편 비공식부문의 특징을 기업과 국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정의내리고 있기도 한데, 공식부문은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육성․규제되는 경제활동인 반면, 비공식 부문은 그런 혜택의 부재로 특징지워지며 따라서 공식적 신용기관과 외부기술 및 자원에 접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흔히 비공식부문은 불법성으로 인식되기도 하나 비공식부문의 경제주체들이 공식부문의 경제주체 들과 유사한 경제활동을 추구한다는 데서 그 행위의 본질이 불법적이라기보다는 공식부문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 결과로서 불법성이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비공식 부문은 가사부문이나 범죄 부분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고용에 초점을 맞춰 비공식부문을 정의하기도 하는데, “비공식 부문의 두드러진 특징은 그것이 신고전주의 경제학적 의미에서 투자기회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했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용의 필요성으로부터 등장했다는 점이다. 그들 대부분이 고용기회를 찾아 도시지역에 유입되었으며 실질적인 자본, 교육, 기술을 결여하고 있으면서 등장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Thomas에서 재인용)라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저개발 국가에서 이들 비공식 부문 자영노동자들은 곧 공식 부문으로 편입될 대기자라기보다는 공식 부문 노동자와 구분되는 이해와 기대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영원히 공식 부문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박탈당하고 있지는 않고 여전히 일정한 자립 후에는 공식 부문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인적 자본의 속성, 특히 저학력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가 없어 주로 경제적 자본축적을 통한 자영사업자로서의 탈출방법 이외에는 공식 부문으로의 편입이 극히 제한된다.

 

위와 같은 논의를 반영해서인지 여성부가 펴낸 여성정책용어사전은 ‘비공식부문 노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공식적인 경제 체계에 속하지 않은 부문에서의 활동.

이전에는 ‘도시 비공식 부문’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했다. 급격하게 경제가 발전한 저개발국의 소득 수준이나 취업 지위의 불안정성과 열악성에 주목하여 논의되기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반부터 활발하게 연구되기 시작했다.

1970년대에 들어와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국제기관이나 연구자에 의해 도시에 있는 불안정 취업 층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는데 국제노동기구의 정의에 의하면 비공식 부문의 조건은 첫째, 시장 참가의 자유, 둘째, 토착 자원에 의존, 셋째, 가족 소유제, 넷째, 소규모 사업, 다섯째, 노동집약적 기술, 여섯째, 정규 이외의 교육제도로 기술을 습득하는 부문이다.

이러한 정의에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으나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전통적인 도시 비공식 부문은 영세 자영업, 하층 서비스업, 일용 노동자 및 주부 부업 등으로 구성된다. 영세 자영업에는 행상, 노점상 등이 속하고 하층 서비스업에는 청소용역, 파출부 등이 있으며 건설 부문 등의 일용노동자와 집 안에서 하는 각종 주부 부업 등이 있다. 이들 비공식 부문의 노동은 거의 대부분이 공식 부문과 하청 등으로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비공식 부문의 여성 근로자들은 주로 저소득층 기혼 여성들이며 이들은 가계의 특성상 가족 구성원 전체가 일을 해야만 하는 조건과 공식 부문에의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비공식 부문으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위와 같은 비공식 부문에 대한 규정을 갖고 비공식노동자를 ‘비공식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곧바로 규정짓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늘어나고 있는 비공식노동의 형태는 저개발․저발전상태에서 공식부문에 편입되지 못한 노동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공식부문에서의 고용형태의 다양화로 인해서 적극적으로 창출되는 고용․노동형태이거나 공식적 노동시장에서 추출되거나 배제된 노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따라서 비공식부문=비공식노동이란 등식은 적절하지 않다.

 

2) 노동자개념의 확대로서 비공식노동자

흔히 비공식노동자는 “노동으로 생계를 꾸려가지만 법적 노동자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 일반으로 확대해석 되기도 하는데, 이런 면에서 ‘법외 노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ILO에서는 “확실한 계약, 노동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는 노동자로서 ‘비공식 기업의 자가고용’, ‘비공식 일자리의 유급고용’ 종사자”라고 규정짓고 있다. 이는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와 비공식 유급노동자들 모두 확실한 계약, 노동급부, 사회적 보호가 없으며 평균적으로 공식부분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을 적게 받는다는 점 때문이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그들 자신 스스로 노동조건과 사회적 보호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인데 흔히 조직되지 않아 자신들의 요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물론 둘 간에 일정한 차이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비공식 자가고용 노동자들은 주로 자본과 상품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 비공식 유급노동자들은 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양자 모두 관련자들과 교섭력이 저조하고 특히 자가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정부기관과 시장의 경쟁자들과 교섭을 해야 하지만 이를 강제할 힘이 없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공식노동자, 비공식노동자로 나누고 이들이 어떠한 노동자인가를 규정하는 것에 있다기 보다는 노동자의 개념을 확장하고, 이들을 모두 보편적인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의 테두리로 묶어세우는 조직화와 주체 형성의 과정을 밟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만드는 데에 있다 할 것이다. 아울러 고용관계를 은폐하기 위해 노동자성을 부정하려고 하는 자본의 전략에 맞서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는 수많은 고용형태 속에서 자본의 유연화, 이윤추구 전략이 어떻게 관철되고 구조화되고 있는 가를 밝혀내고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

법에 규정된 ‘노동자’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규정된 내용이 다르다. 근로기준법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보다 폭넓게 정의내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부와 법원의 해석은 매우 보수적으로 좁게 해석하여 근로기준법 상에 규정된 내용으로만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에 노동부에서는 ‘유사노동자’라는 개념을 내놓았는데,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화물·덤프차 기사 등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새로운 개념인 ‘유사 노동자’로 보고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에서는 이들을 ‘노동자’나 ‘자영업자’ 가운데 어느 쪽으로도 분류하기 어렵다며, 유사 노동자란 ‘서비스업의 발달이나 고용 형태의 다양화로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에 생긴 노동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경제적으로 사용자에 종속되어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로부터 급료를 지급받고 있는 노동자이다. 따라서 당연하게 노동법 상의 보호를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은 이들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적용 △직업능력 개발 △불공정행위 처벌 △불공정 약관 시정 △모성 보호 △성적 괴롭힘 금지 △실업급여 적용 등의 보호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노동 3권’만은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력과 자본은 이들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노동자’로서 하나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그들 자신의 ‘계급적 원칙’을 갖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비공식노동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에 접근하는 것은 비공식 부문 전체로 노동자개념을 확대해야 하려는 것이며, 그 중에서도 넓은 의미의 특수고용으로 노동자 개념을 확대하고, 자가 고용의 경우는 노동법의 확대 적용을 주장하고 그에 따른 권리보장과 보호장치 등을 요구하려는 조직화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3)

 

3) 비공식노동자의 유형과 규모

 

(1) 유급 고용(넓은 의미의 특수고용)

이 유형은 특정사용자(다수이든, 소수이든, 아님 국가기관이든)에 대해 경제적 종속관계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관계가 은폐되거나 혹은 부정되는 고용관계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을 말한다. 이 유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좁은 의미의 특수고용으로 볼 수 있는 것으로, 완전 고용관계가 있는 데도 고용관계를 은폐하는 방식의 고용형태에 놓여 있는 노동자를 말한다. 보험설계사,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레미콘·화물·덤프차 기사 등이 대표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에서는 이들을 ‘유사노동자’라고 칭하면서 ‘노동자’도 ‘자영업자’도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당연히 법적으로 ‘노동자’이다. 산업연수생 형태로 고용되어 왔던 이주노동자도 여기에 해당된다.

둘째, 고용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지만 경제적․사회적 종속관계에 놓여 있는 노동자를 말한다. 이 형태에서는 고용관계가 부정된다. 사용자-피고용자라는 관계라기보다는 ‘수혜자’이거나 ‘동반자’라는 관계를 내세우게 된다. 정부가 시행하는 ‘탈빈곤대책’ ‘일자리창출사업’으로 시행하는 자활사업이나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부정책의 수혜자로서 간주될 뿐 권리의 주체로서 법적․제도적 보장을 얻고 있지 못한다. 또한 동반자적 관계로서 간주되는 형태는 소위 ‘공동체’로서 간주되는 각종 협동조합이나 가내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셋째, 사용자가 단일하거나 고정적인 형태로 존재하기 보다는 다수의 사용자가 존재하고, 노동시간이 규칙적이거나 일정한 형태로 고정되지 않는 고용관계에 있는 노동자이다. 이들 노동자들은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기간 돌봄노동의 주체가 개인과 가족에서 다른 양식으로의 변화를 강제받고 있는 사회구조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늘고 있기도 하다. 가사도우미, 간병인 등이 그러하다. 또한 오토바이 택배노동자나 대리운전기사 등도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자가 고용

이러한 유형에는 저개발 국가의 비공식부문과 유사한 경우와 발전된 국가의 유통․물류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업형태가 동시에 포함된다.

첫째 형태는 비공식 부문의 자가고용 형태인데 ‘노점상’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본․교육수준․기술 등의 부족으로 인해 공식부문에서의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법적으로는 대부분 불법인 상황이다. 또한 일정하게 경제적으로 자립한 경우에는 공식부문으로 편입될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경제적 자본축적을 통해 ‘노동자’로서보다는 ‘자영사업자’로서의 욕망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들 내부에서도 업종 및 상품에 따라 특정한 사용자(업체)에 종속성을 띤 경우가 있으며, 영업형태나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처지와 입장을 가지기도 한다. 이른바 기업형 노점, 포장마차, 좌판형 노점, 계절적 노점 등 양상이 다르다.

둘째 형태는 종속성이 분명한 양상을 띠는 자가고용 형태이다. 재활용수집 노동자, 프랜차이즈 업체의 대리점 업주, 성산업 노동자 등이 대표적이다.

 

(3) 규모

비공식노동자의 특징은 공식적인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전체적인 규모를 알기 어렵다. 비정규노동센터의 분석4)에 따르면 2006년 8월기준 특수고용형태근로자는 57만6천명이고, 재택근로는 17만5천명, 근로계약을 정하지 않고 일거리가 생겼을 경우 며칠 또는 몇 주씩 일하는 형태의 근로자인 일일근로자 77만3천 명으로 통계에 드러난 비공식노동자의 규모만 해도 전체임금노동자 1535만 1천명 중 152만 4천명으로 전체의 10%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법적인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157만여 명의 무급가족종사자와 150만여 명의 성매매종사자들, 아예 그 존재가 숨겨져 있는 다양한 비공식노동자들을 감안하면 500만여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3.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기 위하여

 

한국사회에서 비공식노동자의 규모는 경제가 성장을 하든 후퇴를 하든 상관없이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2006년 말에 통과된 노동관련 법률의 개악으로 파견업무와 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기간제 고용의 확대에 따라 이제 고용과 삶의 불안정성의 심화와 저하는 다양한 노동빈곤층을 양산할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아직 체결이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한미FTA의 영향과 효과는 말 그대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격이 될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비공식노동자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서비스 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여진다. 사회문화적으로 고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가족의 해체 현상은 이러한 고용형태를 더욱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조건이기도 하다.

 

비공식노동자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것에 비해 이들의 노동조건과 사회적 권리, 소득수준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힘은 아직 미약하다.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했을 때 이들의 임금수준은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더해 30%수준에 미달하는 경우도 대다수이다. 그리고 법정 최저임금 미만의 비율도 이들 비공식노동자의 경우가 훨씬 높다. 임금지급방식도 시급제로 되어 있어 매우 불안정하다. 4대 사회보험의 경우 국민연금과 고용보험의 경우는 거의 가입되어 있지 않으며, 건강보험도 지역가입자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동시장에의 진입도 어렵고 소득구조도 불안정하고, 사회보장의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존재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운동적으로도 이들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무권리․무정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공식노동자를 양산하는 원인과 이들의 처지와 조건의 어려움에 대한 지적은 누차 있어왔고, 이를 극복하려는 움직임 또한 당연히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항상적인 단속과 철거에 저항하여 싸워온 노점상의 경우 ‘전국노점상총연합’을 결성한지가 올해로 20년이 된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은 노조를 결성하여 ‘사용자성’을 부인하는 고용주에 맞서 투쟁을 전개해 왔고, 지금도 투쟁중이다. 이들 당사자들의 조직화와 투쟁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들 노동자에 주목하여, 이들의 조직화가 향후 운동의 향배를 결정하는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비정규직 정당이어야 한다거나, ‘미조직기금’을 거두어 미조직노동자 조직화에 조직력을 쏟고 있는 민주노총도 그러하며, 그리고 지역에서 조직되고 있는 일반노조운동은 주요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투쟁에도 불구하고 조직화의 더딤에 비해 이들 운동의 한계가 더욱 더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권력의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이 자기 활동의 대부분이거나5), 기존 노동조합운동의 제도화된 틀에 안주하게 되거나, 단지 ‘양적인 조직화’만이 목적인 양 간주되거나 하는 경향 등이 그것이다. 그러다 보니 운동의 확장을 이루기는커녕 정부와 권력, 자본의 탄압에 맞서 싸우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1) 신자유주의시대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의미

신자유주의 시대는 정규직노동 보다는 비정규․불안정노동이 일반화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노동자운동에 있어서도 정규직노동조합운동의 대표성이 위기에 처해 있고, 기존 임단협투쟁이 아닌 새로운 양상의 투쟁이 전개되고 있으며, 아울러 조직형태 또한 다양화되고 있다고 앞에서 언급한 바가 있다. 따라서 이를 ‘조직률의 확대’라는 양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새로이 나타나는 운동과 투쟁에 대해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나가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의미를 다시 다음과 같이 정리해본다.

첫째, 신자유주의 시대, 계급해체의 과정에서 새로운 저항주체를 세워내는 일이다. 신자유주의는 제도화된 노동시장의 경계 위에 있는 노동자층을 항상적으로 양산하고 확대한다.6) 이들의 존재는 노동시장 내부의 노동자에게는 ‘고용안전판’으로 간주되기도 하고, ‘바닥을 향한 경쟁’을 추동하는 촉매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이 저항 속에서 경계가 확장되거나, 경계를 이탈(탈주?)하는 경우에는 제도화된 노동시장을 흔들거나 균열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단 이들의 저항이 ‘개인’이 아니라 집단으로 조직화되는 경우이다. 정확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프랑스 CPE투쟁의 주체가 된 학생에게서, 실업 이주노동자의 저항 속에서 이를 발견할 수가 있다. 2004년 화물운송노동자의 파업투쟁 또한 그러했다.

둘째, 기존 제도를 넘어선 새로운 사회적 권리의 보장을 위한 상상력의 기반이 된다. 알다시피 사회보험제도는 포드주의적 축적체제에 걸맞게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제도이다. 따라서 사회보험제도는 완전고용이거나 아니면 정규직 형태의 고용을 전제로 한다. 비공식노동자에게 사회보험혜택을 적용하는 것은 기존 사회보험의 원리로 보았을 때 실현불가능하거나, 원리의 왜곡(혹은 변형)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한편으로 비공식노동자의 처지와 조건은 비단 ‘임금을 올려 달라’라는 요구에서 저항이 시작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노동3권’의 보장이기도 하고, ‘휴식 시간의 보장’ 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영업활동의 자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요구는 자신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사회보험이 ‘정규직 노동자’에게 국한된 한정된 원리이자 권리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과는 다른 현실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이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은 우리는 투쟁을 통해서 사회의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러함을 익히 겪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보편적 기본소득’ 또한 여기에 해당된다.

셋째, 새로운 조직화모델의 공간을 제공하고 집단을 형성할 수가 있다. 이들은 고용관계가 불명확하게 인식되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이들의 정치적 지향 또한 굉장히 불안정하여 기존 제도정당운동으로 포괄되기도 힘들다. 심지어 이들은 보수우익정당의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이러한 까닭에 이전부터 새로운 조직화모델이 실험되기도 했고, 현재도 그러하다. 협동조합 등을 통한 ‘공동체 모델’이 대표적이다. 미국같은 경우 NGO의 활동의 대상은 빈곤층을 포함하여 비공식노동자 계층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신자유주의 전략의 하위적 개념이자 관리적 범주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생활임금운동을 위한 캠페인, 이주노동자를 위한 캠페인, 지역노동자를 위한 센터 등이 그것이다. 이를 테면 비노조 비정당인 ‘제3의 운동’7)의 가능성은 열려있다.

위와 같은 의미를 종합하면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의미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걸맞는 ‘저항과 대안의 정치’를 실현할 새로운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현실화하자는 데에 있다.

 

2) 비공식노동자운동 조직화의 방향

비공식노동자운동 조직화의 사례는 몇 가지이다. 노점상운동처럼 ‘단속에 대한 저항’을 집단적으로 조직하면서 대두된 경우이다. 그리고 단속과 불법추방에 맞서 ‘노동비자쟁취’를 쟁취하기 위한 이주노동자의 경우가 있다.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극복하기 위한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도 있고, 장애인 운동처럼 스스로의 권리를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투쟁을 통한 조직화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일반노조처럼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를 지역적으로 조직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사례와 경험을 통해서 비공식노동자운동의 조직화 방향을 나름대로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중요한 것은 소득이나 임금수준의 향상만이 이들 노동자의 요구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소득이나 임금의 향상을 보장받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직접적인 이들의 요구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에게는 비록 ‘정규직’은 아니라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요구이다. 장애인에게는 이동권, 이주노동자에게는 노동비자, 노점상에게는 노점상 합법화 등처럼 말이다. 그리고 여성노동자에게는 가사, 교육 등 가족 내에서 자신의 책임으로 이중삼중으로 떠맡겨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렇다고 해당 노동자의 당장 직접적인 요구만을 제기했을 때 운동은 거기에 갇히게 된다. 더디더라도 포괄적인 ‘사회적 권리 쟁취’의 관점에서 직접적인 요구에 접근하고, 제반 사회적 권리의 내용이 운동의 과제로 자리잡도록 해 나가야 한다.

둘째, ‘대리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해당 노동자가 삶의 주체로, 권리의 주체로, 투쟁의 주체로 서나가는 과정과 동시에 조직화가 진행되어야 함을 말한다. 모든 요구나 투쟁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행동으로 표현되고, 정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 면에서 ‘직접 행동’이 조직화의 과정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 무엇보다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지역’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주요한 ‘삶과 생활, 노동의 공간’으로서의 의미이다. 특히 비공식노동자의 노동은 개인차원의 파편적이고 분절적인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특정한 ‘노동, 작업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의 조직화는 ‘삶과 생활’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동시에 그리고 투쟁과 직접행동과 결부된 공간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

 

1) 비정규 노동의 개념정의와 유형화에 관한 연구. 이병훈, 윤정향.

2) 저소득 실직자 자활대책에 대한 연구. 이장원 외. 한국노동연구원. 1999. 을 참조함.

3) ‘불안정 노동자’라는 개념을 설정할 수도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구조조정 상황에서는 모든 노동자의 상태(노동조건을 포함한 삶 전체)가 ‘불안정’할 수 바에 없고, 불안정한 처지와 조건, 그리고 이의 원인을 드러내는 데에 적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가 처한 처지와 조건은 대기업, 중소기업, 고용형태, 이주․국내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따라 조직화의 경로와 방법, 주체화의 양상의 많은 부분 편차를 가질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할 때, 이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4) 비정규노동. 2006. 12.

5) 노점상운동

6) ‘산업예비군’하고는 다른 의미이다.

7) 이를 ‘사회운동’이라고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사회운동은 노조운동을 포함한 제반 운동을 다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