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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노동자 조직화를 함께 이야기하다! (질라라비 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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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노동자 조직화]/비공식부문 조직화

2011. 10. 20.

질라라비 54호 (2007년 9월)

 

 

 

비공식노동자 조직화를 함께 이야기하다!

 

 

철폐연대와 빈곤사회연대, 그리고 노점상연합, 대전실업연대가 모여서 비공식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고민을 시작한지 벌써 10개월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비공식노동자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를 토론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것 같다. 아직 조직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으로까지 진전하지는 못해서 공식 워크샵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비공식노동자를 왜 조직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유가 있었다. 그래서 ‘사회운동포럼’ 기간에 열린 ‘비공식부문 노동자 조직화 워크샵’을 기획하였다.

워크샵은 9월 2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너무 사람 없는 워크샵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였지만 무려 28명이나 참석을 해서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비공식노동자의 분류와 사례 듣기

 

이 날의 주 발제는 “비공식노동자의 현실과 조직화의 방향”에 대한 것으로서 빈곤사회연대 강동진 동지가 [질라라비]에 실은 글을 약간 수정하여 발제하였다.

 

발제문에서는 비공식노동자의 유형을 크게 유급고용과 자가고용으로 분류하였는데, 유급고용에서는 첫째로 좁은 의미의 특수고용을 들 수 있다. 완전히 노동자인데도 사용자들이 약간의 조치를 통해서 마치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우기고 있는 학습지, 골프장 경기도우미, 레미콘 노동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다수 사용자의 불규칙한 일자리를 갖고 있는 노동자들로서 가사도우미나 간병인 노동자들이 둘째 유형에 속한다. 그리고 고용관계를 부정당하는 사회적 일자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가내노동, 산업연수생, 실습생 들이 세 번째 유형에 속한다. 그리고 커다란 두 번째 분류인 자가고용에서는 노점상 등이 있는 비공식부문의 자가고용 형태가 하나의 유형이며, 재활용수집노동자 등 종속성이 분명한 자가고용 형태가 또 하나의 유형이다.

비공식 노동자를 조직하는 의미는 새로운 저항주체의 형성과 사회적 권리보장을 위한 상상력의 기반, 그리고 새로운 조직화의 모델을 제공하고 집단을 형성함으로써 ‘저항과 대안의 정치’를 실현할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창출하자는 것임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비공식노동자 조직화의 방향으로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 지역중심의 주체화가 필요함을 역설하였고, 조직방식, 관련 법률, 단체협상, 사회적 권리, 고용창출과 기술함양 등의 주제를 갖고 이후 구체적인 조직방식을 점검해야 함을 이야기하였다.

 

두 번째 발제는 ‘비공식부문의 자가고용 형태’로서 노점상 운동이 이야기되었다. 노점상연합의 조승화 동지가 발제를 하면서 “노동자이다, 아니다”의 개념 규정이 중요하기보다는 그들이 노동할 권리, 사회적 자원을 활용하고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노동자가 아니고는 노동권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점상에 대해서도 노동자 개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현재 노점상들에게는 합법화가 중요한 과제이지만 노동권에서는 노동할 권리도 중요하므로 전기와 수도, 가스 등 안정적인 노동조건 확보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세 번째는 신희철 동지가 재활용수집노동자의 사례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종속성이 있는 자가고용 노동자 조직화의 사례였다. 현재 재활용수집 노동자들은 중간납품업체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종속성이 있으며, 재활용수집이라는 노동 자체가 공공성이 있으므로 이제는 사회적 일자리 등으로 실질적인 노동자군으로 편입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왜 굳이 ‘노동자’라는 개념을 써야 하는가?

 

이 날의 토론은 비공식노동자들에 대해서 ‘왜 굳이 노동자라는 개념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발제자들은 노동권에는 노동할 권리와 노동의 권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가능한 조건으로서는 첫째로 조직화가 되어야 하고, 둘째로 협상의 공식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셋째 권리의 주체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런 조건을 갖추고자 한다면 현재의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자’로 자신을 명명해야 함을 이야기하였다.

현장의 발언을 통해 한 동지는 성노동자의 경우 노동을 안전하게 수행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했고,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그 노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를 ‘노동자’로 호명함으로써 조직을 해왔던 것이라는 점에서 비공식 노동자의 경우도 꼭 ‘노동자’로 호명을 하든 하지 않든 그런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운동 방향이 정립되어야 함을 이야기하였다.

노동자라는 개념은 사후적인 개념으로 자신의 권리를 생각하는 순간 자신을 ‘노동자’로 규정하게 되는 경향이 크다. 노동자로 호명하는가 아닌가는 목적의식적 강조가 아니라 노동권에 대한 인식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의 권리’는 대단히 추상적인데 노동자의 권리는 ‘권리’라는 면에서 매우 구체적인 권리가 있다. 이것이 조직화의 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물론 현재 노점상을 노동자로 부르면서 조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비공식노동자로 명명하면서 조직하려는 것은 비공식노동자들이 ‘노동권의 주체’라는 점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런 점에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었다.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상식적 주장이 갖는 힘이 있다. 지금의 위탁계약 노동자들은 너무나 뻔하게 노동자인데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개인사업주라고 갖다 붙여서 권리를 빼앗는 것이므로 누구나 이들이 노동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노동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이들이 오히려 반문을 할 정도로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비공식부문의 경우에도 노동자로 호명할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노동자로 호명하는가 아닌가가 핵심이라기보다는 ‘노동권’의 의미를 노동자의 권리라는 의미에서 노동할 권리, 노동의 권리 모두로 확장하고, 그것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무엇으로 호명하며 조직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노동권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 때의 노동권이란 노동을 할 수 있는 권리이다. 동시에 조직을 만들고 협상을 하고 안정적인 사회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권리이다. 이러한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비공식노동자들은 조직되어야 한다.

이 점을 이날 워크샵 참여자들이 공유하였고 보다 구체적인 논의, 이를테면 노동자로 호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얼마나 유용할지, 노동권의 확장 방식이 노동자로서의 호명방식 외에는 없는지, 비공식 노동자의 분류 중에서 도대체 어디까지를 노동자로 호명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이후 경계들이 희미해지고 고용형태도 다변화되고 흔들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에 대한 개념 규정이 과연 분명할 수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은 추후의 과제로 돌렸다.

   

비공식부문 조직화 전략의 핵심적 문제의식은 무엇인가?

 

‘비공식부문 조직화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지’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였다.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주체화를 통해서 반빈곤운동의 주체를 확대해갈 것인가, 아니면 노동권이라는 관점에서 비정규철폐운동의 한 영역으로 진행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발제자는 화물노동자의 사례를 들면서 입장을 이야기했다. 화물노동자들의 경우 투쟁의 방향이 물류회사의 정규직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온갖 독소조항을 물리치고 제대로 된 개인사업자가 되는 것인가? 두 가지의 경계가 모호하고 발전 경로가 다를 수 있겠지만 실은 두 가지 다 해야 하는 것이다. 한쪽은 비정규직 철폐운동이고 한쪽은 사회적 권리나 노동권을 확대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운동과 반빈곤운동의 결합지점은 어디에 있을 것인가? 핵심은 요구가 무엇인가, 즉 쟁취하고자 하는 권리가 무엇인가이다. 노동권과 사회권을 포함하여 이것을 ‘기본생활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이런 권리의 실현을 위한 주체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고, 이것은 동일한 주체들의 다른 권리라는 점에서 모두의 과제라는 점이 이야기되어야 한다는 것에 참여자들이 동의하였다.

이 논점을 “우리가 비공식노동자를 조직한다면 이들은 민주노총으로 가입해야 하는가, 빈곤사회연대에 가입해야 하는가?”로 치환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험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조직된 주체들이 자기 투쟁의 과정 속에서 무엇을 현실적인 자기 과제로 하면서 발전해나가는지에 따라 조직의 형식도 달라지는 것이다. 노점상의 경우도 처음에는 단속에 대한 대응으로부터 출발하지만 어느 순간 ‘노동권’을 이야기하다보면 다시 ‘노동자’로서의 호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듯이 말이다.

보다 원론적인 질문도 있었다. 그것은 비공식노동자를 ‘상대적 과잉인구’로 볼 것인지, ‘비공식부문’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상대적 과잉인구라고 한다면 실업노동자처럼 언제라도 노동자군에 다시 편입될 사람들로서 당연히 노동자성이 이야기되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자본주의의 미발달로 인한, 혹은 자본주의에서도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비공식부문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한다면 이것은 조금 다른 접근법이 되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날 발제문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지만 발제문의 기본 기조는 “비공식노동자의 문제는 단지 비공식부문, 즉 제3세계에서 자본주의의 미발달로 인해 형성된 부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였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로 인해서 더 많은 노동자들에 대해 종속성의 외피를 거두면서 노동권을 박탈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많이 벌어지고 있고 이로 인해서 중요한 경제부문(예를 들어 공공부문)이면서도 사실상 비공식노동자로 존재하는 일도 많기에, 비공식노동자의 문제는 오히려 “발달한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와 연동하여 사고되어야 한다”는 점도 드러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며 이후 ‘비공식노동자’에 대한 개념정의만이 아니라 이론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점이 이야기되었고, 이론적 재정립도 역시 이후의 과제로 남겨졌다.

 

이후 워크샵은 계속될 것이다. 이날은 처음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모여서 비공식노동자 조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날이다. 이후에는 문제의식을 더욱 발전시켜서 ‘조직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후의 워크샵에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하여 구체적인 조직의 방향도 논의하고, 조직화에 매진하는 주체들을 세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