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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는 자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존재 의미와 하위법령 제정 방향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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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소식·이슈

2021. 5. 10.

책임지는 자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존재 의미와 하위법령 제정 방향을 확인한다!

 

 

5월의 첫 주는 가족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날들이 이어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가족을 잃은 이들이 늘어났다.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300키로 철근에 눌려 사망한 고 이선호 군에 이어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는 추락하여 사망했다. 현대제철 노동자는 이상음을 내는 기계를 점검하려다 머리가 끼여 469번째 산재사망이 발생했고,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자동문을 수리하던 노동자는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지 않아 끼어서 사망했다. 어디 이들뿐이었겠는가!

 

사고사망 장소는 다르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인원이 부족하다고 업무를 통폐합하고 2인1조를 하지 않아 위험을 봐줄 사람이 없었다. 처음 하는 일에 교육은 없고, 안전관리담당자를 배치하지도 않았다. 검사와 정비를 위해 기계 운전을 정지하거나 사람이 들어갈 수 없도록 방호 장비를 해야 하지만, 정비와 검사를 위해 노동자들을 그곳으로 밀어 넣었다. 빨리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목숨은 뒷전이었다. 안전설비도 안전조치도 없지만, 불안정한 일자리지만 그 일이라도 하려면 원청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런 죽음을 막아보자고 노동자 시민들은 모여서 요구했고, 2020년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2년 1월 시행 예정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노동자 시민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질 자를 분명히 하고, 다시 그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게 처벌이라는 제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이런 죽음들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하위법령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중대재해 중 직업성 질병 범위를 규정하고, 중대시민재해로 인정되는 포괄 장소를 정하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의무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사업주의 안전보건교육 이수방안을 명시하고,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공표할 것인지를 담는다. 시행령에 대한 정부 입장이 무엇인지 나오지 않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려고 했던 취지를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시행령에 담길 내용은 너무 명확하다. 국민의 목숨을 지키고, 재해 발생 원인을 제공한 기업과 책임자에게 확실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한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와 목적을 담아야 한다. 

 

누가 책임질 위치에 있느냐가 분명하지 않으면 꼬리 자르기가 반복되고 안전은 예방조치 없이 다시 방치될 것이다. 그래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져야 할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 담당자를 따로 두고 그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짊어지게 하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명백한 꼬리 자르기였다. 

 

예산과 인원, 조직구조에 결정 권한이 있는 자가 책임자다. 그런 결정에 따라 운영되는 구조를 품고 있는 법인이 책임져야 한다. 인원이 부족한데 사람을 더 채용하지 않고 업무를 통폐합하고, 하청으로 일을 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안전조치를 위해 얼마의 비용을 책정할 것인지, 생산량과 이익을 맞추기 위해 어떤 기계를 더 도입하고 수리하고 근무체계와 노동시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이나 조직, 그 단위가 책임자다. 그런데 경영계에서는 안전관리 담당 이사를 두겠다고 한다.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 중간 다리를 하나 더 둬서 그에게 책임을 묻자고 한다. 꼬리를 길어지게 할 뿐이다. 

 

따라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은 법 제정의 취지를 더욱 잘 이행하도록 제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노동자의 목숨을 더 이상 죽이지 않으려면 원청에게 책임을 묻고, 결정권자에게 제재를 가하고, 법인이 잘못된 조직운영에 책임지게 해야 한다. 긴 노동으로 직장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방사선 피폭을 당하고, 화학물질로 직업병에 걸리고, 암 환자가 되는 이들도 중대산업재해로 규정해야 한다. 

 

눈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가족을 봐야 했던 이 고통을 또 다른 누군가가 겪기 전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여전히 기업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는 5월 따스한 봄날을 채 누리지 못한 이들에 대한 추모는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하위법령 제정으로 할 것이다. 그분들의 목숨이 헛되지 않도록, 유족들의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2021년 5월 10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