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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2106] 전국의 모든 도서관에 이 책을 꽂아주세요!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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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소식·이슈

2021. 6. 11.

■ 기고

 

[서평]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

전국의 모든 도서관에 이 책을 꽂아주세요!

 

이영주 • 철폐연대 회원

 

 

 

드디어 책이 나왔다!

2019년 말에는 언제 책이 나오느냐고 묻다가, 2020년에는 빨리 만들어 달라고 조르다가, 지난 4월에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고맙다’였다.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고맙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이 책을 기획한 철폐연대에 대한 신뢰 때문일 것이다. ‘철폐연대에서 기획한 거라면, 어련하려고…’ 하는 믿음 말이다.

흔히 교사를 3단계로 나누면, 보통 교사는 말로 가르치고, 좋은 교사는 시범을 보이고, 훌륭한 교사는 자신의 삶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바로 철폐연대가 살아온 역사와 지은이들의 삶이 이 책에 대한 가장 신뢰 있는 추천사가 될 것이다. (음… 내가 요즘 점점 사교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ㅎ)

 

또 하나 책을 읽어보지도 않고 고맙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이유는 이 책이 나에게 너무나 필요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사무총장 임기가 끝나고, 2018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곳에서 교육 요청이 있었다. 그 중 2/3정도는 민주노총 여러 사업장의 조합원교육/간부교육, 그리고 나머지 1/3은 노동교육이었다. 학생들에게 노동교육을 진행할 노동인권교육 강사단 교육, 노동교육을 위한 교사/교감 교육 등을 진행했다.

이 분들이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아마도 ‘노동과 교육’을 둘 다 아는 사람을 찾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수강자 대부분이 소모임에서 함께 공부할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신다.

참 애매하다. 처음에는 100% 마음에는 안 들어도 이 책 저 책을 추천하다가, 차라리 우리가 자료를 만들자고 마음먹고 전교조 노동교육연구팀에서 자료집을 제작하여 배포를 했고, 2020년에는 민주노총 교육원 주관으로 함께 주제별 수업자료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2019년에 우연히 철폐연대의 기획안 목차를 보게 되었는데, 딱 내가 원하는 자료였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책을, 오늘 드디어 손에 쥐었다.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들고 앉는 느낌.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

 

책은 380쪽의 두께라,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서 문득 『훈민정음 해례본』이 떠올랐다. ‘해례’가 ‘예를 들어 해설’한다는 뜻이니, 훈민정음의 제자원리와 운용법 등을 예를 들어 설명한 해설서라는 의미이다. 즉,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마디로 ‘한글 사용설명서’라는 뜻이다.

이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는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다”고 했고, 이 해설서를 만든 이유는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가 딱 그러하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고, 다시 16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장은 약 20쪽 내외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하루면 쭉 훑어볼 만하고, 나처럼 게으르고 어리석어도 하루에 한 장씩 읽기를 목표로 세우고 도전하면 보름이면 다 읽을 수 있다. 또한 스승이 없어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서술하려고 노력했다. (‘서술했다’라고 썼다가 ‘노력했다’라고 표현을 바꾸었다. 이는 혹시 진도가 나가지 않는 독자가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어리석은 내가 보름에 걸쳐 책을 읽고 난 후, 이 책의 장점을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다.

 

1. 2021년판 노동교육 개론서이다.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말들은 많이 하지만, 다들 ‘노동’에 대해서는 대충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재의 ‘노동’ 전반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노동 관련 서적은 매우 많지만, 노동의 일부분 또는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한 서적이 대부분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과거의 자료를 그대로 반복해서 사용하여, 현재의 산업구조상 변화와 고용형태의 다양화를 전혀 반영시키지 못한 자료도 많다. 처음 노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해 보려는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은 의외로 많지 않다.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2021년 현재의 시점에서 노동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개론서라는 점이다. 표지에 써 있는 ‘노동, 노동자, 노동권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라는 표현이 잘 맞아떨어지는 자료이다. 이제 노동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이 책부터 읽으세요!

 

2. 모든 차별을 거부하는 노동교재이다.

 

노동 관련 자료를 추천해 달라고 할 때, 내가 가장 신중하게 검토하는 부분은 오히려 ‘노동’이 아니다. 노동 관련 자료들 중에는 노동권/노동인권의 중요성은 강조하나, 성차별적이거나 나이차별, 정규직 중심의 서술이 담겨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으나, 결과적으로는 청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상화시키는 표현이 드러나기도 한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노동자는 함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각자가 삶의 주체이다. 노동자계급에 집중하느라, 중년/남성/비(非)-비정규직이라는 지은이 자신의 정체성을 미처 성찰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이런 면에서 마음이 편한 책이다. 어떤 차별도 위계도 들어 있지 않은 책을 만난 기쁨이 있다. 차별이라는 장애물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고, ‘노동’에만 집중하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3. 많은 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노동 설명서이다.

 

민주노총 선전지를 들고 한 사업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그곳의 청소노동자 조합원을 만나 뵙고 인사를 드렸지만, 나는 선전물을 그 분께 드리지 못하고 그 분이 볼세라 뒤로 감췄다. 거의 일흔이 되셨을 그 조합원께 읽어 보시라고 내놓기에는 선전지 글씨도 작고 내용도 너무 복잡했다. 순간 그 분의 조합비로 만들어지는 이 선전지가 매우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조합원께서는 ‘그러니까 우리도 열심히 투쟁하라는 거지?’ 하고 물으셨고,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예, 저희도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하고 약속드렸다.

전에 조희주 동지는 ‘선전지는 초등학교 5학년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다. 물론 모든 선전물을 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만, 그 고민에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당사자조차 자신의 노동과 노동환경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자료들이 너무 많다.

가끔 책을 읽다 말고 겉장의 지은이 이름을 다시 확인할 때가 있다. 왜 한국인이 쓴 글이 번역된 글 같은 걸까? 왜 한글을 읽는데 문장이 이해가 안 되는 걸까? 왜 한자말이 이리 많고 문장이 긴 걸까?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이러한 고민과 노력과 수정의 과정이 느껴진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초등학교 5학년이 읽을 만하지는 않다. (문득, 이 책의 초등학생 버전이나 중학생 버전을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도전 의지가 생긴다.)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모든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첫걸음이기도 하다. 책 표지의 그림처럼, 노동자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되는 책이다. 지식이 권력이 아니라, 권리가 되도록 노동자와 함께하는 책이다.

 

4. 노동자 계급을 위한 노동교과서이다.

 

2019년 4월 경사노위에서 주최하는 ‘노동인권교육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가 있었다. 당시 경사노위 문성현 위원장의 인사말 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노동인권교육의 강화는 노동환경과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보다 쾌적하고 일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는 바탕이 될 것입니다.”

학교에서부터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고 우리는 주장하지만, 동일한 주장을 자본가들도 한다. 이제 노동교육은 계급전쟁이다. 자본과 정권을 대변하는 노동 관련 자료들도 많고 도서도 넘쳐나는 현실에서, 노동자 계급의 입장에서 정리한 노동개론서,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그래서 참으로 귀하고 반갑다.

또한 실정법에 갇히지 않고, 노동자의 권리라는 이름으로 올곧게 노동운동의 전망을 보여주는 구성도 감사하다.

 

 

물론, 책을 읽고 난 후 느껴진, 이 책에서 개선이 필요한 점도 몇 가지 있다.

첫째, 그래프 하나, 표 몇 개 이외에는 그림도, 사진도 없다. 글에 대한 자신감이라고도 느껴지지만, 읽는 이들의 다양한 차이를 고려했을 때는 친절하지 않다.

둘째, 위에서 많은 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겠다는 표현을 사용했으나, 모두가 더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을 한 흔적들이 많이 보여서 더욱 높은 기대를 하게 된다.

셋째, ‘노동교과서’라는 표현에 적절한 교육적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내용이기도 구성이기도 하다.

 

마무리 말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는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의 투쟁을 하나로 연결하고자 한다.

일하는 사람은 모두 노동자!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비정규직 철폐! 누구나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

 

지은이들이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었다면, 이제 우리가 세상 속으로 그 연결고리를 운반해야 할 때이다.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를 세상과 연결시키자.

전국의 모든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 책꽂이에 『모두를 위한 노동교과서』가 꽂히도록 하자. 원하는 모든 학생이, 원하는 모든 노동자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자. 대부분의 학교도서관과 공공도서관에서는 (비치)희망도서 신청을 받는다. 내 주변의 도서관에 구매목록으로 신청하자.

 

혹시 아는가. 이 책을 읽은 어느 노동자가 용기내어 다치지 않고 죽지 않게 자신의 삶을 바꿀지도 모른다.

혹시 아는가. 이 책을 읽은 어느 노동자가, 미래 어느 날 내 새로운 동지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은 연결되고, 그렇게 세상은 변화할 것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희망을 선물한 철폐연대에 다시 한번 뜨거운 동지애로 감사드린다.

 

http://workright.jinbo.net/xe/issue/73980

 

투쟁/이슈 - [질라라비/202106] 전국의 모든 도서관에 이 책을 꽂아주세요!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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