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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2109] 공동의 전망을 다져 나가는 나의 조직이기를! / 성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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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소식·이슈

2021. 9. 10.

■ 살아가는 이야기

 

공동의 전망을 다져 나가는 나의 조직이기를!

성희영 회원 인터뷰

 

2020.9.21. “탄소배출 zero! 탈석탄 yes!” [출처: 경기여성연대]

 

 

1998년 7월 1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만 2년째에 다다른 2000년 6월 22일 ‘파견ㆍ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약칭 파견철폐공대위)가 출범했습니다. 당시 성희영 동지는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에서 1년간 상근 활동을 하며 파견철폐공대위 활동가들과 사무 공간을 같이 썼었다고 해요. 한 지붕 아래 치열하게 동고동락했던 기억 때문일까요? 그때부터 맺은 철폐연대와의 인연은 스무 해 동안 질기게 이어져 왔습니다.

이달의 회원/후원회원 인터뷰는 ‘페미니스트 북카페 펨(femm)’ 책방지기이자 경기여성연대 사무국장으로 활동 중인 성희영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Q. 반갑습니다! <질라라비> 독자들과도 인사 나눠 주세요.

 

A. 저는 긴 시간 동안 철폐연대 불량회원(^^;)으로 있는 성희영이라고 해요. 지금은 지역사회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들을 꾸리고 연결해 나가는 ‘경기여성연대’라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상근 활동을 시작한 지 2년째인데요. 일주일에 사흘은 경기여성연대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펨 책방지기로 지내고 있어요.

 

Q. 책방 펨은 어떤 곳인가요?

 

A. 예전에도 <질라라비>에 책방 펨을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요(<질라라비> 174호(2018.2.) 참조). 페미니즘 세미나를 함께해 온 모임에서 이런 책방을 만들어보자고 제안돼 시작됐어요. 페미니즘과 관련한 서적들이 주로 있지만, 인문학 서적들도 있고 동네 도서관 어딘가에 꽂혀 있을 법한 ‘옛날 책’들도 꽤 있어요. 페미니스트 북카페 펨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단지 책을 팔기만 하는 공간은 아니에요. 30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공동체영화 상영 프로그램이나 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하고, 그냥 동네 마실 가듯이 마음 편히 차 한 잔 마시면서 수다 떨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지난해부터는 평일 책방지기를 구하지 못해서 주말에만 열고 있어요. 그래서 평일에 공간을 비워 놓기보다는 작업 공간이 필요한 분들과 공유하는 사업도 하고 있고요.

 

Q.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아 책방 운영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A. 저희가 원래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줄어들긴 했어요. 며칠 전에 언론 보도도 났는데, 정부가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면서 동네책방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거든요. 그 이유가 뭔지 아세요?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업종 분류에서 서점은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에 속하는데, 이 업종에 동네 서점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예스24’나 ‘알라딘’ 같은 온라인 도서 판매 업체들도 동네 책방들이랑 똑같이 분류해서 업종 평균매출을 집계한 거예요. 이번에 5차 재난지원금은 업종 평균매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한 업종들만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거든요. 코로나19로 온라인 서점들은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고 하잖아요. 얼마 전에 세월호 기억관 지키기 1인시위를 하러 광화문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제가 교보문고에 잠깐 들렀는데 거기도 사람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저희는 코로나19 때문에 돈을 내고 책방을 운영하는 실정인데, 이렇게 덩치 큰 온라인 서점이랑 동네 책방들을 따로 구별하지 않고 합쳐서 평균을 매긴다니 황당할 뿐이죠.

 

Q. 재난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상황이네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A. 책이든 차든 아주 많이 팔리면 참 좋겠지만, 저희가 큰 수익을 기대하면서 운영해 온 건 아니에요. 그래도 최근에는 괜찮은 지원프로그램들이 군데군데 생겨서 펨도 그 덕을 좀 보고 있어요. ‘심야책방’이라고 해서 시민들이 지역서점에 관심을 갖게 하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서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서 마련했거든요. 운영방식은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에 낭독회나 북콘서트, 강연회 같은 프로그램을 지역서점에서 독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인데요. 펨도 2021년 심야책방 공모사업을 신청해서 선정이 됐어요. 펨에서 진행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은 매달 책 한 권을 선정해서 읽고 그 주제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짰어요. 그래서 <2021 하반기 심야책방> 첫 번째 순서는 ‘페미니스트 비전으로서의 공정과 정의’라는 주제로 김정희원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의 온라인 강연을 8월 26일에 진행하려고 해요.

그리고 주간지 <시사IN>에서 기획한 동네책방과의 콜라보 프로젝트도 코로나19 시기에 기댈 언덕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시사IN> 기자와 동네책방이 추천한 책들로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북토크도 열고 동네책방 활동도 알리자는 취지이거든요. 이 프로그램에 김정희원 선생님도 온라인 북토크 초대손님으로 출연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때 주제가 마이크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었어요. 사실 능력주의나 공정성 담론이 뜨거운 감자가 된 건 꽤 됐잖아요. 그런데 요즘엔 반페미 정서가 공정의 탈을 쓰고 등장하기도 하죠. 이걸 한번 페미니스트의 시각으로 다뤄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그래서 김정희원 선생님이 이번 심야책방 프로그램에서 싹~ 정리해주시기로 했죠. 하하.

 

Q. 경기여성연대 활동 이야기도 들려 주세요.

 

A. 경기여성연대는 경기 지역 여성운동단체들이 회원단체로 네트워크 연대체인데요. 회원단체로는 동두천 성폭력상담소, 오산이주여성 인권센터, 햇살사회복지회, 두레방 등이 있어요. 이들 회원단체 중에서 햇살사회복지회나 두레방은 기지촌 여성 인권운동을 주로 펼쳐온 곳인데요. 경기여성연대도 이 단체들과 함께 미군 기지촌 성매매에 대해 사실상 묵인ㆍ방조한 국가에 책임을 묻는 활동에 참여해 왔어요. 2018년에는 “한국전쟁 후 정부가 군사동맹과 외화획득을 위해서 성산업을 관리했고, 나아가 정당화하고 조장했다”는 법원 판결도 나왔어요. 지난해 경기도의회에서 기지촌 여성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한 성과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에는 경기도 여성청소년 월경용품에 대한 보편 지급 논의를 활성화하고 정책 제안을 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경기도의회에서 광역시도 최초로 월경용품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관련 내용이 담긴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이 올해 3월 국회를 통과해서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어요. 지금까지는 여성가족부에서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만 월경용품을 선별지원했었거든요. 그리고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월경이 불결함이나 수치스러움 같은 부정적 감정과 깊이 맞닿아 있었잖아요. 여성청소년이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알 권리, 더 나아가 ‘성과 재생산 권리’ 측면에서 월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회원으로서 앞으로 철폐연대 활동이 어땠으면 하시나요?

 

A. 좀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요 근래 총회를 못 가봐서 그런지, 철폐연대는 올해 무슨 사업을 주로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무튼 노동환경이나 조건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으니 철폐연대가 해야 할 일도 정말 많을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상임활동가들이 제 몫을 다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회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끈끈함이 그리워요. 아, 이런 회원 인터뷰도 참 좋네요! 이것 말고도, 회원들이 속한 현장의 사안이나 쟁점들을 철폐연대의 시각으로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동의 전망을 갖는 의제로 이끌어내는 것 말이에요. 사실 회비도 많이 못 내는 사람이지만, 왠지 저 같은 회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싶어서요.^^

 

Q. 마지막으로 철폐연대 회원과 <질라라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려요.

 

A. 코로나19가 언제쯤 지나갈지 알 수 없지만, 설령 치료제가 나오고 코로나19가 잦아들더라도 아마 또 다른 전염병이 세상을 휩쓸게 될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매번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괴롭겠어요. 기후위기 시대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기후위기보다도 당장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더 피부에 와닿을 수밖에 없을 테죠. 그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물론 현재 벌어지고 있는 투쟁에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모두가 이런 고민과 함께 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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