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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라라비/202205] 문화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며 / 민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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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투쟁·이슈

2022. 5. 9.

■ 우리 동네 2%

 

 

문화예술인들이 안정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세상을 기대하며

 

 

민영기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 조직국장

 

 

 

지자체의 성과를 위해 설립 운영되는 예술단

 

문화를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이 보인다고 한다. 문화의 척도는 한 사회의 척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세계적인 지휘자와 피아니스트 등 문화예술인을 많이 배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정치적 이해로 작동되거나 운영되는 일이 빈번하다.

 

20222, 용인문화재단은 소속되어 있는 용인시립예술단원 46명에게 해고와 같은 징계를 내렸다. 이유는 매년 연말에 진행되는 정기평정(실기시험)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려고 했고, 이에 평정 방식에 대해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운영할 것을 노동조합이 문제 제기하자 이사회를 열고 일방적으로 징계를 내린 것이다. 용인시립예술단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3회 연속 기준 점수가 미달되는 단원은 해고를 할 수 있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용인시립예술단은 20167월에 용인시가 설립했다. 그러나 다른 시립예술단처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지 않고, 용인문화재단에 용인시립예술단 운영 및 관리를 위탁했다. 용인시가 예술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용인시립예술단은 용인시가 인구 100만 대도시 달성을 기념한다는 취지로 설립되었는데, 당시 용인시 인구가 104만 명이었기에 예술단 단원을 104명 뽑았다는 것이다. 이는 용인시립예술단은 충분한 설립 취지와 운영에 대한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설립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운영 및 관리가 위탁되었기에 용인시립예술단은 문화의 사회적 공공성보다는 철저하게 효율성과 경영 논리에 기반해 운영되었다. 용인시립예술단원들의 근무시간은 주 3, 9시간으로 예술단은 초단시간 사업장으로 운영되어 왔다. 당연히 4대 보험과 근로기준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성과에 열을 올리면서 시립예술단을 설립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공성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단지 예술단원들에게 성과만 낼 것을 강요할 뿐이다.

 

양주시립합창단도 지난 2018년에 양주시로부터 일방적인 해체 통보를 받았다. 양주시는 합당한 사유도 제시하지 않고 2019년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이를 이유로 60여 명의 합창단원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양주시가 시립합창단을 설립한 이유는 양주 시민들에게 양질의 문화 공연을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더군다나 양주시는 문화예술 중심도시라는 슬로건을 버젓이 내걸고는 10여 년 동안 합창단원을 비상임(비정규직)으로 급여 50~60만 원만 지급하고 운영해 왔다. 과연 이게 문화예술 중심도시로서의 지자체의 역할인가. 그동안 양질의 문화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 적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연에 매진해 온 합창단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양주시의 일방적인 해고 통보였다.

 

 

아산시립합창단은 하루 3시간씩 4일 근무로 운영되며, 19년 차 단원이나 1년 차 단원이나 같은 140만 원 정도를 받았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전북문화예술지부]

 

 

문화가 모두의 삶이 되기 위해서는

 

전북지역에는 전북도립국악원, 전주시립예술단, 익산시립예술단, 남원시립국악단, 군산시립예술단 등이 통합하여 전북문화예술지부를 구성, 노동조합 활동을 전개 중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잠시 주춤했지만,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전북도립국악원이나 전주시립예술단 등은 평소 정기공연 이외에도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학교 그리고 소외지역 등을 찾아가서 음악회나 연극 등을 선보인다.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 등 지역주민들에게 반응이 무척 좋다.

 

그러나 여전히 몇몇 지자체에서는 자신들의 성과를 빛내기 위해서 현재 시립합창단이나 무용단이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시립교향악단이나 시립국악단 등을 설립하자는 주장을 수년째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의 문제는 현재 활동 중인 예술단원들에게는 방만한 지자체 예산이 투여된다면서 실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지원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기가 안 되는 연습실, 겨울에는 차가운 바닥에서 여름에는 무더위 속에서 연습하는 무용단원들, 방음 처리가 안 되어 악기 소리가 충돌되고 제대로 된 음을 못 찾는 교향악단원들, 거기다가 매번 반복되는 평정제도는 예술단원들을 움츠리게 할 뿐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는 교향악과 고전(현대)무용, 그리고 국악들의 향연은 여전히 대중적이지 못하고 소수에 의해 소비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화예술노동자들이 현장으로 찾아가는 공연으로 좀 더 다양한 시민들에게 문화생활을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자체들은 이러한 문화예술을 비용의 가치로 보거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예술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공연인과 관람인 모두가 공유하는 하나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전하게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더 멋진 공연을 보여 줄 수 있기 위해서는 지금 여러 시립예술단의 비상임(비정규직) 단원들을 상임(정규직)화 해야 한다. 또한 평정제도를 통한 실기시험은 없애야 한다. 물론 자기 계발을 위한 평가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일상적인 근무 평가로 대신해도 무방하다. 다만 평가로 인한 고용의 불안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문화예술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보여 줄 수 있다. 그것은 곧 시민들에게 문화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결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