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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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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교육, 초등교육/교육단상(敎育短想)

2008. 5. 16.

 

 13일 수요일 오전에 꽃배달이 왔었네. 난(蘭)화분을 들고 왔는데 함부로 받을 수가 없어서 누가 보낸 것인가 부터 확인을 해보았다네. 자네들이 보냈으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다네. 더구나 내가 올해 전근을 갔으니 내 근무지를 알아내기가 더 힘들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내주었으니 감사한 마음 가득한  한편에는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 뿐이었다네. 

 

 

 

 

 돌이켜보면 우리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 벌써 31년전 혹은 30년전이었다네.  자네들도 이젠 머리카락 색깔이 변해가는 것을 보면 우리가 살긴 많이 산 것 같네. 하기사 자네들은 아직 인생의 꽃이라는 40대 초반의 장년들 아닌가?

 

 

 

 

 

 뭐 나같은 사람을 스승이라는 숭고한 이름을 붙여가며 기억까지 다 해 주시는가? 알고보면 나처럼 모자라고 부족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 싶어 정말 부끄럽다네. 난 평생 후회하며 살아왔다네. 사실 말이지 나는 좀 더 큰 청년들을 데리고 강의하고 연구하는 인생을 살고 싶었다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교육대학에 진학하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는데 그게 너무 마음 저려서 대학 다니면서도 방황을 많이 했다네. 그러니 자네들을 가르칠 땐 사실 그때까지도 많이 힘들어하던 시절이었다네.   

 

  

 

 

 살아온 날들을 어찌 이런 공개된 자리에다 대고 함부로 이야기하겠는가? 내가 모자람 많고 부끄러운 것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저 빈말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자네들의 정성어린 선물을 받고 이렇게 감격한다네.

 

 

 

 

 

우리가 밟고 다녔던 교정은 이제 잡풀이 자라는 곳으로 변해버렸으니 마음이 아리다네.

 

 

 

 

 

모두들 잘 사시게나. 하시는 일들도 모두 다 형통하기를 바라네. 일일이 앞앞마다 전화라도 해주는게 인간의 도리이지만 여기 이렇게 고마움을 나타내는 글 한편으로 때우려고 하니 용서들 하시게나.

 

 

 

 

 자네들도 이젠 자식이 커오르니 부모마음도 다 알테고 자식된 도리도 다 잘하리라고 생각하네. 그동안 한번도 못 본 사람들도 많은 것은 다 내가 미리 연락하지 못함 때문이 아니겠는가? 거듭 미안하이.

 

 

 

 

 나는 나중에 자네들이 살았던 그 동네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살고 싶다네. 왜 그런지 그 쪽이 자꾸 마음에 들더구먼.

 

 

 

 

 

 

 나도 이젠 은퇴가 그리 멀지는 않았다네. 십년 세월은 잠깐 아니겠는가?

 

 

 

 

고향떠나 멀리 가서 사는 사람도 있지 싶어서 작년사진을 찾아 올려본다네.

 

 

 

 

 모두들 건강하시고 잘 살아가시기를 바라네.

 

 

 

 

 26회 졸업생 여러분들!

 거듭거듭 고맙네.

 

 

 깜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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